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43화 (54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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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스킬

게이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인도 사람들.

게이트를 나올 때까지는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다. 하지만 게이트를 나온 다음부터는 다르다.

바로 눈앞에서 한 명씩 몽둥이로 뚜드려 맞으면서 구덩이로 떨어지게 되니까.

상당히 지능적이야.

저 게이트 건너편에서는 그래도 신사적으로 대해주나 보다. 그래야 인도 사람들이 반항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게이트를 넘어온 다음 본색을 드러내는 거야. 게이트를 넘어왔으면 끝이니까.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몽둥이로 패면서 그대로 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지.

노인이고 여자고 아이고 할 거 없이 그저 순서대로 차례차례 빠지는 모습.

그리고 구덩이 밑에서 여지없이 기척에서 사라진다.

간혹 살아있는 인간들이 있지만, 위에 있는 놈들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거 같다.

근데 저 인도 사람들은 왜 스킬을 안 쓰지?

저 많은 인간이 순순히 죽어가는 것도 이상한데. 아. 저기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나?

그럴 수도 있겠네. 한번 깔아놓으면 계속해서 유지되니까.

떨어진 인도인들이 뭔가를 할 수도 없을 거고.

굉장히 비극적인 모습이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어떻게 하면 이걸 유지하면서 저 코인만 빼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니까.

인도 사람들이 죽는 거? 사실 알 바 아니잖아. 편하게 코인만 챙기면 되지.

인도인이든 동남아인이든 무슨 상관이야.

제3 연구소처럼 여기를 싹 밀어버리면 단기적인 코인을 얻을 수는 있을 거다.

근데 여길 유지하면서 코인만 회수해가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거야.

온갖 더러운 일들은 짱개들이 하고 나는 떡고물만 받아먹을 수 있는 거니까.

근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관뒀다.

아무리 기억 조작으로 짱개 윗대가리들을 포섭한다고 해도 짱개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살려 두고 이용한다는 게 거부감이 들 정도다.

이놈들은 그냥 죽이는 게 깔끔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까.

인도든 어디든 죽여도 내 손으로 쳐 죽이면 된다.

굳이 조금 편해지자고 짱개들을 살려 두는 건…. 썩 내키지 않아.

그렇기에 그냥 지켜본다. 도살 날짜를 잡아두고 살을 찌우는 돼지를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그렇게 이틀을 또 지켜봤다.

결국…. 빈틈을 찾기보단 내 숙련이 더 빨랐다. 가만히 앉아서 잠금 해제만 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으니까.

잠금 해제 마스터 달성. 드디어 제약 해제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후우."

떨리는 느낌이다. 수납만으로도 뽕을 뽑는 스킬.

게다가 다른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래도 일단 스킬들 부터 봐야지. 뭐가 있는지.

패시브. 패시브. 좋아. 그래 패시브는 다 배워야지.

스킬 반경증가16, 스킬 지속시간 증가16, 스킬 최대수치 증가10, 스킬 한계 돌파10.

제3 연구소를 털지 못했으면 패시브도 못 찍고 손가락이나 빨았어야 했을 텐데.

어쨌든 다 찍는다. 순식간에 날아간 2,320만 코인.

누구든 나랑 비슷한 수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패시브 찍을 엄두는 못 낼 거 같다.

몇천만씩 빠지는 걸 어떤 미친놈이 감당하겠어. 쉽지 않을 거야. 어지간히 학살하고 다니는 놈 아닌 이상은.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새로 생긴 스킬은 뭐가 있나부터 볼까.

스킬 창을 내리며 새로 나온 스킬을 확인해 본다. 그리고 금방 발견한 스킬.

얼래? 씨앗이 아니네? 씨앗 스킬들은 끝났나? 근데…. 위시? 위시라고??

위시라니. 나는 이게 뭔지 안다. 게임 같은 데서 나왔었지. 보통은 소원을 비는 마법이다.

당연히 제약도 많고 조건도 많은 스킬.

게다가 황당한 개념도 많이 나오고 잘못 빌면 대가는 다 날아가는데 효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그런 마법.

근데 그게 스킬로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게다가…. 이걸 들어주는 주체는 누구지?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놈들?

어쨌든 스킬이 나왔으니 확인해 볼 건 확인해 본다. 먼저 바로 배울 수 있는지부터.

['위시' 스킬은 '생성, 제작 스킬 7개'를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하. 씨발. 이건 또 무슨 코끼리 줄넘기하는 소리냐.

생성, 제작 스킬 7개? 장난해? 이건 씨발 배우지 말라는 소린가?

티어22인 사람이 생성이나 제작 스킬 7개라고? 아니…. 배울 스킬이 이렇게 넘쳐나게 많은데 그런 걸 언제 배우고 있어?

하. 씨발…. 그래. 일단 보기나 하자. 뭐가 있었지? 존나 쓰잘때기 없는 스킬들만 존나 많잖아?

캔맥주, 소주, 기름, 담배, 철근, 콘크리트. 음료 생성…. 그리고 제작은 회복 포션, 지속 회복 포션, 스크롤, 계약서, 환영 제작.

아무리 봐도 씨발. 지금 배울 만한 스킬은 없다. 이건 뭐 할 말이 없을 정도네.

조건이 이렇게 지랄 같은 거 보니 이 스킬의 효과는 엄청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이건 너무 가혹하다. 조건이 씨발이잖아. 무슨 스킬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생성, 제작 스킬 7개를 배울 또라이가 어딨겠어.

됐다. 모르겠다. 넘기자. 이건 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소원이고 나발이고 안 해. 씨발. 혹시 모르지 더는 찍을 스킬이 없고 더는 나에게 위협이 될만한 적이 없을 때.

그때는 느긋하게 스킬을 배운 다음에 한 번 배워볼지도.

어쨌든 지금은 아니다. 신경 쓰지 말자. 근데…. 하. 스킬 이름 진짜 사람 드럽게 신경 쓰이게 하네. 소원이라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른 것도 해본다. 일단은 스킬 삭제. 이게 뭔가 더 조건이 될 수도 있잖아?

['위시' 스킬은 '???' 스킬이 삭제되지 않아 삭제할 수 없습니다.]

얼씨구. 그럼 이걸 선행 스킬로 삼는 다음 스킬도 있다는 소린데.

지랄 났다. 지랄 났어. 됐다. 다음에 무슨 스킬이 나오는지나 보자. 더는 신경 쓰지 말자. 관심 끝.

위시 스킬에 대한 생각은 지우고 스킬 창에 떠 있는 제약 해제를 바라본다.

후우. 그래. 이거에나 신경 쓰자. 일단…. 배우고 보자고.

제약 해제를 배웠다. 오오. 이제 나도 개씹사기 수납킬이 가능해.

그리고 이제 이번에 배울 스킬. 곰곰이 생각하다가 일단은 축소를 배운다.

나노화. 좋아 보였으니까. 안 그래도 물몸인 나에게는 체면적을 줄이는 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

후우. 됐어. 그럼 이제 바로 써봐야지. 일단 축소부터 써본다. 이 스킬은 뭐 간단하니까 바로 효과를 느낄 수 있겠지.

"축소!"

그리고 내 주변의 세상이 몹시 커졌다. 열 배 정도.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작아진 거겠지. 18센치 좀 넘는 크기로.

일단 움직여본다. 크기가 작아져서 그런지 속도가 더 빨라진 느낌이야.

어쨌든 기동력은 문제가 없다. 그럼 수납은?

최대 사이즈의 수납을 열어보니 우와…. 무슨 축구장 크기로 보이네.

이거 사이즈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걸리겠어. 그럼…. 바로 실전을 해보면 되지.

어디가 좋을까. 괜히 이 근처에서 소란을 피우면 별로 좋아질 게 없지.

미국으로 갈까? 미국으로 가자. 샌프란시스코로 바로 순간이동 한다.

제약 해제를 배웠으니 수납킬도 가능하겠지? 한번 해보자. 이 짓도 익숙해져야지.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에서는 졸지에 집단실종이 일어났다.

축소로 작아진 데다 투명화까지 쓰고 있는 나이기에 누군가에게 발각당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수납으로 인간을 삼켜버리면 빛조차 나지 않는다. 코인을 주울 필요도 없고.

날씨 좋은 5월이기에 창문이 열려있는 집은 많았고, 그런 집에 있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단체로 실종됐다.

이건 뭐…. 답이 없네. 휙 하면 그냥 하나씩 죽는다. 소리도 빛도 못 내고 그대로 사라져버리잖아?

게다가 수납 크기도 커서 한꺼번에 여러 명을 잡아먹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는 정보를 캘 생각이 없으면 빠르고 신속한 죽음을 안겨주는 게 가능해졌어.

와. 이건 뭐…. 그냥 재앙 같은 거네. 내가 해놓고도 심하다. 말이 안 돼.

다시 짱개들의 연구소 쪽으로 순간이동 했다.

수납킬은 이정도로 충분해. 이제 이건 됐고.

다른 스킬들의 제약 해제를 살펴볼 시간. 후우. 테스트 할게 많아. 하나씩 차례로 해보자. 하나씩.

수면은 제약이라고 할 게 없다. 있나? 없지. 아. 혹시 불면증인 나에게도 한방에 수면을 걸 수 있으려나?

근데 그건 지금 테스트 못 하잖아. 이따 잘 때 해봐야지. 일단 이건 패스.

탐지. 이것도 뭐 없지. 넘어가자.

매혹…. 매혹…. 매혹? 남자를 매혹할 수 있나? 설마? 조온나 큰 제약인데. 설마 될까?

간다. 이건 바로 해봐야지. 남자를 매혹하는 건 끔찍하게 싫지만, 그래도 테스트는 해봐야지.

근처 도시로 가서 바로 테스트해봤다. 남자를 잡고 무효화. 그리고 매혹.

얼래. 안 되네? 뭐야. 제약을 다 풀어주는 건 아닌가?

혹시 몰라서 여러 명의 남자에게 걸어봤다. 하나같이 꾀죄죄한 놈들이라 매혹을 거는 행위조차 역겹지만 그래도 해본다.

하지만 역시 매혹은 안 된다. 음…. 제약 해제가 만능은 아닌가 보네.

하긴, 모든 스킬의 모든 제약을 풀어주면 그건 또 말이 안 되긴 하지.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으니까.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됐으면 존나 편하긴 했겠지만…. 남자가 나를 보고 반한 것처럼 해맑게 웃으면 자괴감에 자살하고 싶어졌을 거야.

다시 연구소 근처로 돌아와 다음 스킬을 테스트한다.

반사. 이것도 뭐 별거 없고. 광역 스킬 무효화. 제약이라고 할 게 없지? 나도 풀리는 거? 해보면 알겠지?

땅에 내려와 내 발밑에 써봤다. 여지없이 모든 버프가 다 풀린다.

에잉. 아쉽네. 됐어. 기대도 안 했어. 넘어가자. 다시 버프들을 걸면서 다음 스킬을 본다.

투명화, 비행…. 이건 뭐 없고.

페이즈 아웃! 그래. 이게 제약 덩어리지. 이게 중요해. 다른 건 필요 없다. 스킬만 써져도 대박이지.

"페이즈 아웃!"

분명 스킬을 썼는데…. 달라진 게 없다. 뭐지? 세상도 뿌옇게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린다.

산에서 들리는 정체 모를 새소리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휩쓸리는 나뭇잎 소리.

쓴 거…. 맞아? 근처에 있는 돌을 잡으려 하니 역시 안 잡힌다. 어…. 그럼 설마 이게 제약 해제가 된 건가?

"비행! 탐지! 천리안! 투시!"

하지만 스킬은 안 나간다. 아…. 그럼 뿌옇게 변하는 거 없어지고 소리 들리는 게 제약 해제 효과야?

사실 이것만으로도 좋은 거다. 좋은 건데…. 아쉽긴 하네.

제약 해제가 완전 개사기는 아니구나. 아니지. 이정도만 해도 개사기 맞지. 그냥 내가 욕심이 많았을 뿐이네.

"해제."

쯧. 아쉬워라. 그래. 소리 들리는 게 어디냐.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 대단해. 그래. 아. 그래도 아쉽네. 으으으.

됐다. 다음 스킬이나 보자. 수납은 됐고. 회귀. 회귀. 그래. 회귀.

살아있는 생명체는 회귀가 안 됐지. 그리고 복합적인 것들도 회귀가 안 됐고.

뭐가 좋지? 뭐로 테스트해보지? 일단 다시 도시로 가보자.

그렇게 도시로 날아가는데 어디선가 닭 소리가 났다.

닭을 키우고 있는 농가. 오. 저기 좋네. 바로 내려가서 닭장 앞에 섰다.

눈앞에 보이는 닭 한 마리. 여기에 회귀를 쓰면 달걀이 될까? 근데 이건 좀 아닌거 같다. 너무 비약적인데.

"회귀!"

그래도 써본다.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는 닭.

그래. 기대도 안 했다. 말이 안 되긴 하지. 이게 됐으면 사람도 갓난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린데.

뭘 더 테스트해보지? 회귀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복잡한 스킬이다. 이건 나중에 좀 각 잡고 더 테스트해봐야겠다.

다시 또 연구소 근처. 다음 스킬들은…. 보자.

블링크, 순간이동. 이것도 딱히 제약은 없지. 아. 아니다. 블링크로 장애물 못넘는거.

이거 되려나? 될 리가 없지?

나무 뒤로 블링크 해봤지만, 역시 안된다. 그 옆으로는 잘 되는데 역시 장애물은 통과하지 못한다.

새끼들. 기본 법칙은 지키는 건가? 기준이 정확하게 모르겠네.

암튼 이건 됐고…. 그다음은 게이트.

게이트. 게이트.

아. 게이트의 제약이면 내 주변에만 쓸 수 있는 거. 그거 말곤 없는데.

별 기대하지 않고 저 멀리에 게이트를 써봤다. 그리고 써지는 게이트. 얼래? 깜짝이야. 이게 되네?

조금 더 멀리에 게이트를 써본다. 자연스럽게 열리는 게이트.

더 멀리 쓰니 또 열린다. 얼래? 뭐야. 이거 왜 열려?

혹시나 수납도 해봤지만, 수납은 안 된다. 게이트만 되나 보네. 그래도 이건 좋다. 게이트 납치가 더 편해진다는 소리잖아.

좋아. 이건 됐고.

파티. 이건 뭐 제약이랄게 없지. 천리안도 그렇고, 투시도 마찬가지고.

아. 혹시 투시로 본 장애물 건너편에 스킬은 써지나? 블링크도 안됐으니 이것도 안되겠지?

음…. 역시 안되네. 하긴. 이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

다음은 기억 읽기, 기억 삭제, 기억 조작. 이것도 제약이라고 할 건 없어.

그럼 다음은…. 염력? 염력 제약은 뭐가 있지? 내 몸에서 이어져야 하는 거? 근데 이게 될 리가….

퍽!

깜짝 놀랐다. 설마 될까? 하고 염력을 쏴봤는데 그거에 맞은 나무가 도끼로 찍은 것처럼 쪼개졌다.

완전히 쓰러질 정도는 아닌데 아무 생각 없이 쏴본 것 치고는 나무에 난 상처가 크다.

허…. 씨발. 이건 생각도 못 한 수확인데.

이러면 염력 탄인가? 하. 어처구니없네. 이럴 게 아니고 이걸 빨리 테스트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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