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41화 (5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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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꼬박 이틀 동안 기억을 읽었다.

이 녀석들이 좋은 점은 스킬을 배우고 거기에 대한 실험을 착실하게 한다는 거다.

어떤 효과인지, 어떻게 쓰면 좋은지, 뭐랑 어울리는지에 대해 제법 체계적으로 테스트했다는 것.

그렇기에 그 테스트 한 기억만 훑어봐도 얻는 정보가 제법 많았다.

내가 SG의 서민준이에게 원했던 게 이런 거였는데.

역시 일개 대기업 수준으로는 힘들긴 하겠네. 중국놈들 정도 동원력이니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서민준이는 이제 필요 없나? 음…. 사실 필요 없지. 살려둘 이유도 별로 없고.

모르겠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살려둘 이유를 못 찾으면 거기도 싹 정리해야겠네.

어쨌든 스킬들을 테스트하는 기억들은 상당히 볼만했다.

체계적인 테스트. 사람을 써가면서 효과를 확인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테스트.

식물 조종의 히든 스킬인 자연의 습격은 야외라면 나름 쓸만해 보이긴 했다.

식물들이 성장을 쓴 것처럼 순식간에 자라나 원하는 목표를 무력화시키는 스킬.

근데 자체적으로 성장 효과가 있는 건가? 신기하네.

어쨌든 덩굴이나 나뭇가지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모습들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게다가 더 귀찮은 건 아마…. 꽃가루? 그런 공격.

기억에서 봤던 자연의 습격 대상이 된 놈은 덩굴이나 나뭇가지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끊임없이 재채기를 했으니까.

이건 자연의 습격이라고 하기보단 꽃가루의 습격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이쪽 공격이 훨씬 더 치명적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그렇게 눈물과 재채기에 고생하던 목표는 결국 덩굴에 목을 결박당하고 나뭇가지에 찔리며 처참하게 죽어갔다.

이건…. 지형빨을 확실히 많이 받겠네. 실내에서는 별 피해를 못 주겠지만 야외에서는 상당히 효과는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얼음 회오리의 히든 스킬인 절대 영도.

스킬 이름이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효과를 보니 그럴 만했다.

스킬을 쓰자 범위 안의 모든 것들이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 못 하는 모습.

이 스킬만으로는 사람을 죽이진 못하지만, 저렇게 얼어버리면 저건 죽은 것과 다름없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몇 초간 저렇게 무방비로 노출되면 뭐…. 죽었다고 봐야지.

절대 영도 스킬이 좋은 건 보호막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거다.

아마 냉기를 보호막으로 막을 수 없기에 그런 거겠지?

다만 범위가 아주 넓지는 않다는 것과 얼어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는 점?

근데 그 정도 단점은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겠네.

이 정도 효과면 감사합니다하고 쓰는 게 맞지.

발화의 히든 스킬인 대화재도 스킬은 정말 복잡할 거 없는 단순한 효과다.

주변의 모든 것에 불을 붙여버리는 스킬. 근데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일단 불이 붙는다고 바로 죽거나 그러는 건 아니니까. 딜만 준다고 좋은 스킬이 아니지.

절대 영도 저런 것처럼 CC효과가 들어가야지.

대화재는 당해도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아 보인다.

그냥 블링크로 도망갈 수도 있고 내 몸에 바닷물이라도 부어버리면 되니까.

발화 스킬은 그 자체로도 쓰레기인데 히든 스킬도 쓰레기네.

희망을 품고 존버하다가 티어13이 되서 혹시나 하고 배웠다면 두번 죽이는 스킬이야.

근데 특이한 건 자연의 습격, 절대 영도, 대화재는 사용해야하는 스킬이라는 거다.

물론 숙련은 없는 스킬이라 배우면 끝이긴 한데…. 썩 내키진 않는다. 패시브로 기존 효과가 업그레이드되는 게 좋지.

그래야 이리저리 써먹지.

그런 의미에서 나노화는 상당히 좋아 보인다. 근데 이 새끼들은 이제 이름으로 사기를 치네.

아무리 봐도 스킬 효과는 나노화가 아닌데.

나노라는 건 10의 마이너스 9승이잖아.

하지만 이 패시브의 효과는 기존의 십 분의 일까지 줄여주는 축소를 백 분의 일까지 줄여주는 거다.

허위 과장 광고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아무 데나 나노를 가져다 붙이냐. 사기꾼 놈들.

근데 이름이 어쨌든 간에 효과는 상당히 좋다. 백 분의 일이라니. 그럼 거의 2센치 이하로 작아진다는 이야긴데.

이거라면 절대 탐지에 걸릴 리가 없다. 아마 바로 옆에서 떡하니 있어도 기척을 못 느낄 거 같은데.

게다가 스킬은 스킬대로 다 쓸 수 있잖아? 소리도 들을 수 있고. 2센치면 건물이든 어디든 침투하는 것도 다 될 거 같다.

그리고 패시브도 있지. 한계 돌파 같은 것도 적용되지 않을까? 더 작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건데.

축소를 쓴다고 내가 쓰는 염력 같은 것도 크기가 작아지려나? 그렇진 않을 거 같다.

축소 상태에서 수납을 연다고 그 크기가 작아질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럼 이건 어떻게 보면 투명화보다 좋다. 일단 타겟이 안 되잖아. 존재 자체도 모르지.

기동력이야 비행이 있으면 될 거고. 아무튼, 좋아 보인다. 그냥 축소보다는 훨씬 좋아 보여.

다음에 배울 스킬이 없으면 이걸 찍어볼까? 할 정도로 맘에 든다.

페이즈 아웃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르겠네. 아니지. 그 정도는 아니겠구나. 아무튼.

히든 스킬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고….

좋은 점은 녀석들에게 얻은 정보에 히든 스킬만 있는 건 아니었다는 것?

안나가 배운 데스 윈드. 그리고 그 페널티인 각혈.

그것에 대한 해법을 찾아낸 거 같다. 그것도 생각보다 간단하게.

출혈 스킬은 상태 회복 스킬로 막을 수 있었다.

상태 회복 스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걸려있는 기절, 마비, 수면, 석화 스킬을 풀어주고 일정 시간 동안 면역이 되게 해주는 스킬.

출혈도 그런 CC스킬로 판정돼서 그런가? 상태 회복 면역이 걸려있으면 출혈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희소식이야. 문제는 데스 윈드의 반동인 각혈이 출혈 판정을 받느냐는 건데.

만약 안나가 제약 해제를 배워도 데스 윈드의 반동인 각혈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상태 회복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해서라도 각혈만 막을 수 있으면…. 데스 윈드는 씹사기 스킬이 되니까.

문제는 상태 회복을 배웠는데도 각혈이 계속 나면 답이 없다는 것. 그때는 진짜 봉인이지.

스킬 삭제로 지워버리든가 해야지.

아. 1억 코인이 없네. 어휴. 씨발.

어쨌든 알아낸 게 많으니 이것만으로도 이놈들은 충분히 가치 있는 놈들이다.

게다가 제1 연구소와 제2 연구소의 위치도 알게 되었다. 이 정도면 뭐 종합선물세트 급이지.

아마 다른 연구소들을 털면 다른 히든 스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거 같다.

일부러 녀석들을 나눠서 테스트 시킨 거 같으니 분명 뭐가 됐든 수확이 있을 거야.

문제는 이틀이나 지나서 이미 방비를 다 했을 거라는 것.

쩝. 방어하고 있는 놈들은 귀찮은데.

아오. 일단은 내가 먼저 쉬어야겠다. 힘드네. 이틀을 내리 기억을 읽었더니 죽을 거 같아.

잡놈들은 이미 예전에 죽였고, 이제 남은 놈은 소장 한 놈. 이제 이놈하고도 헤어질 시간이다.

그나마 불만이라면 이놈들은 코인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딱 필요한 만큼만 코인을 얻어서 스킬을 배운 거 같다.

코인 수익이 더 없는 건 좀 아쉽네. 암튼. 잘 가라. 고마웠어.

소장 놈을 마무리 짓고 바닥에 우한 게이트를 연 다음 바닷물을 부었다.

바닥에 묻은 오물들은 왜 안 사라지나 몰라. 피는 사라지면서.

중간에 짱개년을 매혹해서 한번 닦긴 했는데도 지린내가 가시질 않는 거 같다.

어쨌든 바닥을 대리석으로 만들어준 대호그룹에 감사해야겠네. 덕분에 그래도 많이 더러워지진 않았으니까.

앞으로 계속 써야 하는데 관리는 잘해야지. 암.

집으로 돌아와 수면을 걸고 미친 듯이 잤다.

그리고 잠에서 깨서 시계를 본다. 오후 한 시. 많이도 잤네. 그래도 아직은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긴 하네.

몸 관리도 좀 해야 하는데. 앞으로 오래오래 살려면.

거실로 나가니 미나와 안나가 사이좋게 앉아서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고 있다.

"어? 미나?"

"일어났어요? 아. 이거요? 서리 폭발 마스터 하고 눈보라 배운 다음 잠금 해제 배웠어요. 파이어 볼 부터 배울 걸 그랬나요?"

"아냐. 잘했어. 잠금 해제 마스터 하고 제약 해제 먼저 배우는 게 우선이지. 잘했어. 잘했어."

"다행이네요. 왜 파이어 볼 부터 안 배웠냐고 뭐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에이. 그정도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냐. 어…. 너희 한정으로는. 근데 승희랑 세아는?"

"코인 탐지 숙련하면서 주변 돌아본다고 나갔어요. 집에서만 숙련하기 답답하다고."

"아. 그래? 밖에 나가면 뭐 코인이 있긴 한가? 있어도 찔끔 일 텐데."

가진 코인 양을 살펴보니 늘어난 것 같진 않다. 아니…. 늘긴 했나? 찔끔 늘긴 한 거 같은데.

"아까 몇 번 메시지 뜨긴 하던데요. 다 합쳐서 만 코인 정도 되나? 그럴걸요?"

"그럼 티도 안 나는 게 맞네. 어디 보자. 저쪽에 있네. 거리는 그리 멀진 않은 거 같고. 가서 불러와야겠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 할 말이 있어서."

이제는 있었던 일들은 바로바로 이야기해줘야지. 물론 민희나 미국에 있는 성연과 신영에 대해서는 말 못 하지만 말이지.

"그럼 우리는 여기 있을게요. 다녀와요."

"어. 그래. 갔다 올게."

벙커 밖으로 나가서 승희와 세아가 있는 쪽으로 블링크를 쓰며 날아갔다.

파티는 이게 좋아. 물론 통신 같은 걸 배우면 더 좋겠지만, 소환과 전송까지 배우는 데는 귀찮으니 어쩔 수 없지.

게다가 그건 숙련하기도 상당히 귀찮을 거야. 상대를 불러오고 보내야 하는 거잖아? 겁나 귀찮겠지.

"승희! 세아!"

탐지를 돌려봐도 아무런 기척이 잡히지 않기에 당당하게 두 사람을 큰 소리로 불렀다.

내가 부르기 전에도 나를 발견하고 가만히 서 있던 둘은 내가 다가가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뭐에요? 왜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가 너무 걱정돼서?"

"아. 당연하지. 나는 너희가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한걸."

"뭐라는 거야."

세아가 짧게 중얼거렸고 승희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할 말이 있어서. 엊그제 봤던 거기에 대해 서랑 내가 알게 된 거."

"아아. 그거면 돌아가야죠. 게이트 열어줘요."

"게이트."

열린 게이트로 승희와 세아는 바로 들어간다.

바로 따라 들어간 나는 거실로 갔고, 다 같이 둘러앉아 내가 알아낸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흐음. 히든 스킬이라고 다 좋아 보이는 건 아니네요? 근데 안나가 피 토하는 걸 막을 수도 있다면 그건 좋겠네요."

"그치. 제발 됐으면 좋겠는데. 안나. 그 이후로 몸이 안 좋다던가 그런 건 없었지?"

"네. 없었어요. 몸이 축나는 건 아닌거 같아요. 그냥 피만 토했을 뿐이니까."

"아니, 그 피를 토하는 게 문제라고. 어지간해선 그렇게 피를 토하기 쉽지 않아. 만화에서나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토하는 거지 실제로 그런 상태면 굉장히 심각한 거라고."

"근데 몸은 멀쩡해요. 빈혈 같은 것도 없고."

"아무튼, 그 페널티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알아낸 건 그 정도고, 나는 이제 그 제1 연구소와 제2 연구소를 가볼 거야."

"우리도 같이 가나요?"

"아냐. 너희는 일단 대기하고 있어.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줘. 언제든지 올 수 있게."

"그래요. 어차피 세아랑 저는 집에서도 숙련할 수 있으니까. 미나 언니랑 안나는 어차피 집에 계속 있을 것이고."

"응. 그럼 부탁해. 나는 바로 갈 거니까."

"알겠어요. 늘 말하는 거지만 몸조심해요. 무리하지 말고."

"내가 무리하는 일은 없어. 절대 안전주의인걸."

나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모든 버프를 걸고 제3 연구소로 순간 이동했다.

지난 이틀 동안 연구소 놈들의 기억을 읽으며 연구 자료를 가지러 몇 번 왔었기에 여기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조심한다. 연구소 옆 산 중턱에서 모습을 드러낸 나는 일단 탐지부터 돌린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러 온 놈들이 꽤 있었으니까.

그때 세아가 수납으로 잡아먹은 놈들.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던 녀석들.

그놈들은 성급 파견대였다. 35팀 밖에 없다는 녀석들.

여기를 조사하러 온 놈들도 그런 성급 파견대였다.

가슴팍에 붙어있는 배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는 녀석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제약해제 수납은 개사기네. 티어 10이상 되는 놈들을 그렇게 순삭시켜버렸으니까.

나도 빨리 잠금 해제를 마스터 해야겠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근데 미끼가 너무 먹음직스러우니 숙련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네.

어쨌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소장 녀석에게 얻은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그래도 연구소들이 베이징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야. 괜히 멀리 있었으면 피곤했을 텐데.

문제는 위치를 알아도 찾아가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것? 그래도 약간만 헤매고 한 시간 만에 제1 연구소에 도착했다.

근데…. 아. 이 약삭빠른 새끼들.

제1 연구소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고 아무것도 없다.

제3 연구소와 크게 차이 없는 건물들. 감옥, 구덩이, 연구동. 하지만 텅텅 비어있다.

이미 싹 철수한 모양.

거지 같은 놈들. 행동 참 드럽게 빠르네.

고작 이틀 만에 이렇게 싹 비웠다고? 아니지. 이틀이면 널널하지. 하아. 내가 너무 꾸물거렸네.

근데 솔직히 어쩔 수 없었잖아. 기억을 읽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일단은…. 여긴 어쩔 수 없다. 제2 연구소로 한번 가봐야겠네. 거기도 비어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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