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40화 (5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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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일단은 분위기를 본다.

탐지와 천리안, 투시. 훔쳐보기 마스터의 분위기 파악 시간.

아직도 열려있는 게이트와 조금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는 짱개들.

숫자는 넷. 쟤들은 뭘까? 넘어간 짱개 놈들을 기다리는 걸까?

그리고 건물들. 커다랗게 보면 세 개의 구역이다. 여자가 감금되어있는 감옥, 구덩이가 있는 건물, 그리고 또 다른 건물.

안에 느껴지는 기척들을 투시로 살펴보니…. 하얀 가운 같은 걸 입고 있다.

가운? 의사? 과학자? 근데 또 전부 입고 있는 건 아니네. 쟤들이 저 인간 지갑 만드는 놈들인가?

근데 저런 가운을 입고 있을 필요가 있나? 모르겠네. 일단은…. 하나 잡아서 기억을 읽어보면 되겠지.

보고만 있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녀석들의 보안체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른다는 것?

어떤 놈들이 지키고 있고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모르니 함부로 뭔가를 시도하기는 힘들다.

근데 전투원이라고 할만한 놈들이 안 보이는데? 그 지급 파견대와 상급 파견대 같은 놈들도 안 보이고.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저 넷 말고는 딱히 안 보여. 이유가 뭐지?

섣불리 움직일 수 없기에 꼼꼼하게 기척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분명 어딘가 빈틈은 있을 거야. 없을 리가 없지.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살펴보다가 딱 맘에 드는 타겟을 하나 찾았다.

작은 개인 숙소 같은 방에서 잠들어있는 짱개년 하나. 가운을 입은 채로 구겨지듯 침대에 처박혀 잠들어있는 모습.

좋아. 저년으로 하자. 결정했으면 바로 움직여야지.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해두고 블링크와 동시에 페이즈 아웃. 그리고 건물 벽을 뚫고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여자가 자는 작은 방. 여자가 잠들어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느릿한 숨. 이건 자고 있는 게 맞네.

해제와 동시에 무효화와 수면. 그리고 탐지를 써서 주변을 둘러보며 버프를 하나씩 건다.

오. 좋아. 깔끔했어. 솔직히 이건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지. 자. 그럼 이제 기억 읽기를 해볼까?

여자라고는 하지만 사실 별로 손대기 싫은 부류다. 깡마른 몸, 신경질적인 얼굴, 며칠은 안감은 것 같은 머리.

그래도 내가 지금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아니다. 여자의 손목에 손가락을 대고 기억 읽기를 시작한다.

자. 이제 알려줘 봐. 이곳이 어딘지. 어떤 비밀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보통 기억 읽기는 제법 오래 걸리는 편이긴 하다. 어쨌든 남의 기억을 훔쳐보는 거니까.

아무리 중요한 것들만 확인한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만 빠르게 읽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여기 있는 인간들이 다 이 여자 수준이라면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거다.

하. 돌아버리겠네. 밖에 있는 코인이 문제가 아니었어. 코인도 코인이지만, 이 녀석들이 가진 지식. 이게 진짜네.

수원 대호 벙커의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여자를 염력으로 집어 들고 게이트를 넘어간 다음 테이프로 여자의 머리와 몸을 잔뜩 감았다.

이제는 염력이 있어서 직접 테이프 질을 안 해도 되네. 이거 편해졌어. 암튼…. 이 정도면 됐고.

다시 게이트를 넘어와 탐지를 돌린다. 다음 표적은…. 그래 저기가 좋겠네.

짱개 둘이 모여있는 곳. 거길 목표로 하고 페이즈 아웃을 썼다.

다른 보안이나 경비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게 되었으니 마음껏 움직여도 된다.

지금 내 목표는 최대한 많은 놈을 납치해서 무력화시키고 수원 벙커에 쌓아놓는 것. 그거만큼 중요한 게 없어.

사각에서 페이즈 아웃 해제와 동시에 무효화와 수면. 대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막을 수 없는 공격.

또 그렇게 짱개 둘을 납치한 나는 테이프 질을 꼼꼼히 하고 수원 벙커로 보냈다.

다음은? 저기 두 놈이 또 있네. 간다. 시간이 없어. 녀석들이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해결해야 해. 뭐든지.

녀석들이 차고 있는 명찰. 거기에 달린 별의 개수.

4개 미만은 필요 없다. 사실 별 네 개도 크게 필요는 없지만, 일단은 납치한다.

주요 타겟은 다섯 개. 네 개까지도 납치. 그 이하는 그 자리에서 죽인다. 서둘러야 한다.

이놈들은 스킬은 정말 많은데 실전 경험은 없는 놈들.

게다가 코인도 많이 가지고 있는 놈들. 이놈들이 우선이야.

멍청한 놈들. 대체 스킬이 많다고 강할 거란 생각은 왜 하는 거야?

아까 짱개가 열었던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짱개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치. 게이트가 닫히는 건 이상한 일이지. 저게 닫힌다는 건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일이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여긴 네 녀석 중의 하나는 빠르게 연구원들이 있던 건물로 날아간다.

근데 거긴 좀 더 할걸?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

뭔가가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한 그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짱개 셋 또한 없어졌다.

내가 죽였거든. 걔들은 이제 없어.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녀석. 하지만 그게 끝이다. 지상에 그렇게 가까이 붙어있으면 안 되지. 무효화에 닿잖아.

무효화와 수면. 풀썩 쓰러지는 녀석이 땅에 닿기 무섭게 염력에 목이 꿰뚫리고 죽었다.

자. 이제 끝. 이렇게 방심이 무섭다니까. 아니 왜 이놈들은 긴장감이라는 게 없지?

자신들의 본진이 털릴 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나? 하긴,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

나도 슬슬 벙커를 옮겨야 할 텐데. 우연히라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어쨌든 이곳. 녀석들이 제3 연구소라고 부르는 곳은 끝났다.

그래. 그게 신나는 거다. 이곳이 제3 연구소라는 것.

이름만 봐도 이런 곳이 적어도 두 개는 더 있다는 소리니까. 어떻게 신나지 않을 수가 있어.

탐지를 써서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본다.

이제 빨리 여기도 마무리 지어야지. 일단 저장을 좀 하고…. 됐다.

바로 수원으로 순간 이동한다.

벙커 바닥에 꽁꽁 묶여서 눈알만 굴리고 있는 녀석들. 나를 발견하고 두려움과 악의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근데 어찌할 건데? 너희가 노려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뭔데?

별 여섯 개 하나, 다섯 개 여섯, 네 개 열셋.

네 개는 저만큼이나 필요 없겠지. 지금 내가 걸 수 있는 수면이 열셋이니까 일곱 놈은 죽여야겠다.

별 네 개인 연구원 일곱을 찔러죽이고 남은 놈들을 수면으로 재웠다.

그리고 벙커로 순간 이동. 거실로 나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네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가자. 정리하러."

네 여자에게 파티를 주면서 제3 연구소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게 넘어간 다음 나는 여자들을 보고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코인을 회수라고 여길 떠야 해. 일단 먼저 저기 구덩이에 있는 코인부터 줍자. 테이밍을 쓰고 싶긴 하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으니 우리가 일일이 주워야 할 거야. 번거롭더라도 빨리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네 여자와 바로 구덩이 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본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은 정말 다르다. 대체 여기서 몇 명이나 죽었을까?

적어도 그 단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거다.

네 여자도 그걸 느끼는지 구덩이에 들어가는 걸 조금 주저하는 모습이다.

하긴, 안에 들어가면 덜컥하고 함정 같은 게 발동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투시로 봤을 때는 그런 건 없다. 두꺼운 콘크리트와 그 겉을 두르고 있는 철판. 그 외에는 바닥에 있는 배수구 정도?

내가 망설이지 않고 내려가자 다들 깜짝 놀란다.

그렇게 바닥에 닿아 코인을 먹자 바로 메시지가 뜬다.

[81,45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0만 정도라. 짭짤하네. 고작 하나 먹었는데 말이지.

내가 아무일 없이 구덩이 밖으로 나오니 그제야 다들 구덩이 안으로 내려간다.

차곡차곡 뜨는 메시지. 9만, 8만, 10만, 9만, 8만, 15만…. 15만은 뭐지? 50만 기준이 아니었나?

100만짜리 코인도 만드는 건가? 예상보다 코인이 더 많이 나오겠네.

한 사람당 20번만 오르락내리락하면 되는 거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100개의 구덩이를 모두 확인하자 코인은 1,480만이 더 늘어났다.

1,480만이라니. 7400만이잖아 그럼. 그럼 몇 명이야? 어…. 보자. 15만 명? 좀 안 되겠네.

정말 끔찍하고 어이가 없는 일인데 사람 숫자로 생각하니 또 그렇게 많지가 않다.

하. 씨발. 15만이면 어지간한 중소 도시 인구 반절 정도인데.

짱개로 대입하니까 별 티도 안 나네. 징그러운 새끼들.

"끝난 거예요?"

약간 안색이 파리해진 승희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이제 저기 감옥에 갇힌 여자들도 처리해야지."

"처리…. 네."

바로 감옥 쪽으로 이동했다. 육중한 철문, 잠겨있는 자물쇠.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미나를 제외하고 모두 잠금 해제가 있다.

"동정심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어. 차라리 죽는 걸 더 감사하다고 여길 테니까."

첫 자물쇠를 잠금 해제로 열고 문을 연 뒤 안에 갇혀있는 여자의 상태를 보여주자 다들 인상을 찌푸린다.

이렇게 가둬놨는데 안에 있는 여자들의 상태를 케어해줄 정도는 아니었겠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최소한의 연명만 하게 뒀을 테니까.

내 염력이 여자의 목을 꿰뚫었고, 바로 빛이 되었다. 그걸 본 승희와 세아, 안나는 다른 감옥 쪽으로 움직인다.

하나씩 문이 열리고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얼마 있지 않아 탐지에는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걸리는 게 없게 되었다.

하. 홀가분해. 깔끔하고 맘에 들어.

마음 같아서는 여기 건물도 다 때려 부순 다음 땅에 파묻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없다.

일단 놔둬야지. 여기도 또 쓸모가 있을 테니까.

"이제 돌아가도 돼. 파티는 풀지 말고. 가서 편히 쉬어."

내가 게이트를 열어주자 승희가 나를 보고 물어본다.

"오빠는요?"

"나는 할 일이 있어. 코인 말고도 더 대단한 노다지를 주웠거든."

"네?"

"그런 게 있어. 일이 다 끝나면 설명해줄게. 일단은 가서 쉬어."

"알겠어요."

네 여자가 모두 게이트를 타고 넘어갔고, 나는 바로 게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 위로 올라갔다. 분명 여기가 이상이 생기면 이쪽의 상황을 보러 오는 놈들이 있을 텐데.

그놈들까지 다 잡고 제1 연구소와 제2 연구소도 바로 공격 가고 싶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게 있다.

아까 잡아놓은 연구원들. 특히 별 여섯 개 있는 놈.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 그게 더 급하다. 적어도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남김없이 다 빼낸 다음에 움직이는 게 맞아.

바로 수원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리고 수납에서 적당히 먹을 걸 꺼내서 입에 쑤셔 넣었다.

정보가 담긴 기억은 상당히 많다. 제법 장기전이 될 테니 일단 뭐라도 목구멍에 넘겨 놔야지.

그렇게 적당히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기억 읽기를 한다.

코인 7천만보다 값어치 있는 정보들. 그 정보들을 죄다 빼내기 위해서.

이 녀석들의 정체은 예전에 잡았던 짱개년이 말했던 그 녀석들이었다.

중국과학보 산하 연구소. 그 세 번째 연구소인 제3 연구소.

주로 하는 일은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테스트한 다음 거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

무엇보다 이놈들은 히든 스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크. 씨발. 하여간 대단한 놈들이라니까.

하긴 나도 발견한 일인데 인해전술을 쓰는 이놈들이 모를 리가 없지.

어쨌든 나에겐 감사한 일이다. 대량으로 얻은 코인도 감사한데 이런 정보까지 주다니.

고마워서 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보답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 모두 착하게 만들어주는 수밖에.

일단 이 별 여섯 개 놈. 이놈이 제3 연구소 소장이다. 그리고 티어16인 녀석.

웃긴 건 스킬에 일관성이 없다. 아마 연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흥미로운 순으로 찍은 느낌.

어쨌든 집중해서 기억을 읽어본다. 이 녀석들은 마치 대백과사전 같은 놈들이니까.

자잘한 정보, 쓸모없는 이야기, 그다지 관심 없는 내용까지 빼곡하게 쓰여 있는 백과사전.

그걸 뒤져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건 역시 쉽지 않겠지.

그러니 부지런히 기억을 읽어야 해.

하지만 나도 사람이라 맛있는 부분을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히든 스킬에 관한 기억부터 찾아본다. 이 녀석이 알고 있는 히든 스킬은 다섯 개.

염력의 히든 스킬인 폴터가이스트.

이건 뭐 나도 알고 있는 거니까 패스. 그래도 나중에 한 번 더 살펴보긴 해야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그리고 나머지는 이렇다.

식물 조종의 히든 스킬인 자연의 습격.

얼음 회오리의 히든 스킬인 절대 영도.

발화의 히든 스킬인 대화재.

축소의 히든 스킬인 나노화.

근데 이놈들은 아직 잠금 해제는 모르는 건가? 아니지. 어쨌든 이놈들도 모를 리가 없다.

나처럼 스킬 삭제로 눌러봤으면 파생 스킬에 대해 모를 리가 없지.

어쨌든 기억을 더 읽어본다. 아직 많이 남았어.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근데 왜 다섯 개 밖에 모르는 거야?

다른 건 다른 연구소에서 알고 있나? 하여간 정보 통제는 확실히 한다 이거지?

새끼들. 할 건 다 하네. 치밀한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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