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38화 (53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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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윈드

다가오는 기척은 세 개. 선발대 같은 건가? 아니면 우연히 발견한 건가?

대응치고는 상당히 빠르다. 아무래도 주변에 있다가 이상을 발견하고 다가온 녀석들인 게 맞을 거다.

"미나. 우레 폭풍은 쓰지 마. 그리고 일단 전부 아래로 내려가자."

내 기척 끄트머리에 걸린 녀석들이니 아직 녀석들은 우리를 발견 못했을 거다.

저놈들이 어느 수준이든 정면대결 같은 멍청한 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무조건 기습이다.

매복과 기습. 그 유리함을 포기하고 정면대결을 하는 건 지능에 문제 있는 거지.

여자들을 이끌고 주변에 인기척이 있는 지상까지 내려왔다.

주변은 피를 흘리고 있는 짱개들과 그걸 보고 패닉에 빠진 짱개들이 곳곳에 있었다.

운 좋은 짱개들. 감 좋은 놈들. 어쨌든 녀석들은 지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일단 인기척에 숨어서 다가오는 놈들을 잡는 게 우선이야.

"승희. 블링크를 써가면서 녀석들에게 계속 폭발을 써. 보호막이 없으면 즉사하겠지만 없을 리는 없겠지. 그래도 계속 써. 폭발로 시야 방해를 하고 폭음과 진동으로 정신없게만 만들어도 너의 역할은 다하는 거니까. 알겠지? 진동파는 유지하고."

"네."

"미나도 마찬가지야. 번개 구체랑 얼음 화살 같은 걸 블링크 하면서 계속 날려. 안 그래도 폭발 때문에 정신없는 녀석들이 더 혼란스러워지도록. 두 사람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정신없게 만드는 게 목적이야. 무리할 필요 없어. 공격보다 회피가 우선이야. 블링크를 계속 써. 한자리에 절대 오래 있지 마."

"네. 알겠어요."

"세아랑 안나는 내가 녀석들을 염력으로 붙잡으면 그대로 마무리 지어. 모습을 드러낼 필요 없어. 필요한 순간에 딱 한방만 찔러넣으면 돼."

"알았어."

"네. 그럴게요."

빠르게 브리핑을 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짱개놈들을 바라본다.

성급 파견대든 지급 파견대든 녀석들의 수준은 우리보다 낮다. 숫자도 적고.

저 정도는 빠르게 끔살낼 수 있어야 해. 방심하거나 얕잡아 볼 생각은 없지만 저런 놈들에게 시간을 빼앗길 필요가 없어.

"빠르게 끝내야 해. 녀석들이 생각이 길어지면 안 돼. 순간 이동으로 도망가는 건 어떻게 막을 순 없지만, 적어도 블링크는 못쓰게 해야 해. 그럼…. 가자."

승희와 미나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펑! 펑! 펑!

그리고 하늘 위에 떠 있던 짱개 셋에게 폭발이 일어났다.

제약 해제로 상대에게 폭발을 직접 날릴 수 있게 된 승희. 아마 녀석들이 아무리 전투 경험이 많아도 이런 공격은 처음 받아 볼 거다.

그 빈틈을 노리는 것. 그게 공격의 핵심.

시야가 가려지는 것을 확인하고 블링크.

다시 승희의 폭발이 연속으로 터지고 그런 그 녀석들 사이로 요란하게 번개 구체가 지나간다.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녀석들의 보호막에 얼음 화살이 날아가 부딪친다.

아마 녀석들은 자신들이 단 두 명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겠지.

그런 혼란을 틈타 나의 염력이 빠르게 세 놈을 향해 날아갔다. 염력은 이게 문제야. 날아가는 시간이 있다는 것.

그래도 성공적으로 세 녀석의 보호막을 붙잡았다. 이제 보호막의 빈틈을 찾아 안으로 파고들기만 하면 끝이야.

이런 방법이 좋은 건, 상대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다.

보호막은 모든 물리 공격과 광역스킬, 방출형 스킬들을 막아주는 그야말로 무적의 방패 같은 거지만, 그렇게 보호막 안쪽에 들어있으면 자신도 아무런 공격을 할 수가 없다.

우레 폭풍같이 외부에서 공격이 진행되는 스킬이면 모를까, 보호막을 친 상태에서 바람 칼날이나 얼음 화살 같은 걸 날릴 수는 없다.

그럼 결국 자신의 보호막에 막히게 되니까.

그렇기에 한번 수세에 몰리면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그게 내가 보호막을 별로 배우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

그렇게 내 염력에 붙잡힌 녀석들. 옴짝달싹 못 하고 그 자리에 묶여버린 놈들.

짱개 두 놈의 뒤쪽에 세아와 안나가 동시에 나타나더니 각자 강화 주먹과 번개 주먹을 날렸다.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깨지는 보호막. 그리고 노출된 순간 폭발과 얼음 화살을 동시 맞고 그대로 빛이 되어버린 짱개 하나.

안나의 연속 된 번개 주먹에 그대로 빛이 되어버린 또 다른 짱개 하나.

두 놈이 죽자마자 나는 염력을 남은 한 놈에게 몰았다. 그리고 찾아낸 보호막의 빈틈. 거기로 뱀 같은 모양의 염력을 밀어 넣었다.

염력은 꼬챙이가 되어 안에 있는 놈을 찔렀고 그대로 목이 관통된 녀석은 빛이 된다.

이 모든게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고렙 다섯이 저렙 세 명을 다구리치는 잔혹한 현장.

"내려가자!"

아까 모였던 지상으로 내려온 우리들. 나는 잔뜩 흥분한 네 여자에게 일단 칭찬부터 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합도 좋았고 타이밍도 기가 막혔어. 앞으로는 이런 식의 공격이 기본이 될 거야. 상대의 시야를 막고 보호막 속에 가두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한 다음에 마무리 짓는 거."

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집중한다. 아까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미 그런 건 전부 잊어버렸다.

눈앞에 적이 있는데 그런 거로 꽁할 정도의 사이가 아니니까. 우리의 관계는 그정도로 얕고 허술하지 않다.

"상대가 무슨 스킬을 가졌는지, 몇 개나 되는 스킬이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쓸 틈을 줘선 안 돼. 그게 핵심이야. 간단한 게 최고니까."

그렇게 말하고 잠시 한숨을 돌린 뒤 다시 말한다.

"일단…. 녀석들은 또 나타날 거야. 그러니 여기 있으면서 또 오는 놈들을 노리자.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 근처에 쥐 같은 거라도 있으면 테이밍해서 코인 회수하고 있자고. 승희랑 세아, 안나. 부탁해."

"알겠어요."

"알았어."

"네."

동물 탐지가 있는 데다가 중국이기에 쥐를 테이밍 하는 건 금방이었다.

그리고 셋다 코인 탐지도 가지고 있기에 쥐들이 코인을 회수하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100코인. 그리고 간혹가다 100 이상 되는 코인들도 나온다.

"셋 다 스킬 최대 수치 증가는 2까지밖에 못 찍었나?"

"전 3이요."

승희의 대답. 어. 그러면 어디 보자….

"승희가 일곱 마리, 세아랑 안나가 여섯 마리씩인가??"

"네. 그럴걸요."

"난 여섯 마리 맞아."

"저도요."

"쥐가 열아홉 마리라. 어쩐지 코인 줍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했지."

그렇게 100씩 들어오는 코인 사이에서 갑자기 42만 코인이 떴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30만 코인이, 또다시 50만 코인이 뜬다.

"아까 그 세 놈인가 보네."

122만이라. 지금 5로 나뉜 거니까 그럼 610만. 세 놈이 610만이라니. 역시 좋네. 짱개놈들은 이래서 좋아.

미국 같은 곳에서 음모 파헤치는 것보다 여기서 사냥하는 게 훨씬 낫네. 그래. 사실 이게 맞지.

일단 수금할 건 확실히 해놓고 놀아야지. 내가 생각을 잘못했어.

"당분간은 계속 이런식으로 사냥해야겠다. 코인 때문이라도."

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말에 수긍한다.

하긴 얘들도 지금 코인이 없어서 패시브를 못 찍고 있을 정도니 이러는 게 맞아. 여기에 집중해야겠어.

쥐들이 물어온 코인이 아까 그 세 논걸 빼고도 어느새 40만 코인이 넘었다. 그리고 코인 줍는 속도가 제법 느려졌다.

40만이라니. 그럼 4천 명의 목숨값이네. 데스 윈드 한방에 4천 명이 넘게 죽은 거야?

저 빌어먹을 각혈만 없으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스킬이다.

방어 불능의 대량학살 스킬이라니. 짱개 잡는 덴 진짜 이만한 스킬이 없는데.

각혈. 각혈. 막을 방법이 없을까? 제약 해제로 저 각혈이 없어지면 정말 좋긴 할 텐데.

세상일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될 리가 없잖아? 언제나 그랬으니까. 에휴.

근데 각혈 말고는 별다른 페널티가 없으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일단 안나가 잠금 해제를 빨리 마스터 해보는 수 밖에 없네.

"아. 또 온다."

또다시 나타난 짱개들. 이번엔 넷. 근데 접근하는 모습이 아까 그놈들과는 다르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 당하는 걸 봤나? 그럴 수도 있겠지. 천리안이나 이런 스킬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녀석들은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마치 억지로 온 느낌.

누굴 기다리나? 뭐가 됐든 잡아버려야지.

"자. 준비하자. 또 금방 끝내자고. 아까처럼."

일단 내 탐지에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놈들은 저놈들밖에 없다.

또 다른 놈들이 나타나기 전에 빨리 끝내야지. 그래야 계속 잡아먹지.

"오빠. 나 그거 써봐도 되나? 수납?"

"응? 아…. 그거? 맞다. 그것도 있었지. 그래. 해봐. 효과가 어떤지 한번 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세아. 나는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고 짧게 말했다.

"가자."

아까와 똑같은 수순. 블링크를 한 승희와 미나가 폭발과 번개 구체, 얼음 화살로 요란하게 시야를 막는다.

그리고 블링크 한 내가 염력으로 녀석들을 붙잡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녀석들의 뒤에서 커다란 검은 구멍이 튀어나와

녀석들의 둘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386,4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21,99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아마 저건 세아의 수납.

놀라는 건 놀라는 거고 나는 바로 염력으로 다른 두 놈을 잡았다.

하지만 한 놈은 바로 안나의 번개 주먹에 맞고 죽었고 또 한 놈은 세아의 수납에 잡아먹힌다.

[421,33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하…. 이건 뭐…. 내려가자."

다시 밑으로 내려온 우리들. 안나가 죽인 짱개의 코인도 회수하고 30만 정도를 추가로 얻었다.

그리고 다들 세아를 바라본다. 황당한 표정. 말도 안 된다는 표정들.

"보호막째로 그냥 삼킨 거지?"

"어…. 응. 그냥 덮어버리고 끝이었지."

"진짜 개사기는 따로 있었네. 야. 다들 다른 스킬 배울 필요 없겠다. 제약 해제에 수납만으로도 끝이네."

뭐, 테스트 할 때도 좋을 거라는 건 예상 했었다. 근데…. 실제로 써보니 이건 답이 없다.

사각에서 수납으로 덮어씌우면 끝이잖아. 그냥 사망. 안에 들어가는 즉시 찾아오는 죽음.

"이렇게 간단할 줄은 몰랐네. 이건 뭐…."

"가장 무서운 건 수납은 점점 커진다는 거야."

내가 수납을 열어서 보여주자 다들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내 수납의 크기는 최대 22미터.

그 말은 가로세로 22미터의 즉사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아직 나는 제약 해제를 안 배워서 못쓰긴 하지만.

"그래도 블링크로는 피할 수 있잖아."

"그치. 근데 방금처럼 시야가 막히면 끝이지."

"마주치는 순간 죽음인 거네."

"그치. 그건 지금 써본 세아 니가 가장 잘 알거 아냐."

"어…. 그렇지. 게다가 코인도 알아서 들어오고."

"진짜 아예 뉴 패러다임이네. 세아 너 지금 한계 돌파도 2라고 그랬지?"

"어."

"그럼 5.2미터인데. 그것만 해도 몇 명 한 번에 잡아먹는 건 문제 없잖아?"

"그렇지. 아까도 두 명 동시에 잡았잖아."

"응. 그러니까. 와. 이건 정말…. 어?"

"왜?"

"또 온다. 이번엔 좀 많네."

기척에 걸리는 건 여섯. 근데 하나도 위협적인 느낌이 없다.

방금 세아가 쓴 걸 봐서 그렇겠지. 솔직히 이건 막을 수 없는 가드불능기잖아.

"여섯은 좀 많지 않나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승희.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섯이라고 해봐야 수납 두세 번 정도만 휘휘 저으면 끝인데.

내가 끼어들 일도 없을 정도다.

뭐 붙잡고 어쩌고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수조에 있는 물고기를 그물로 뜨듯이 휙 하면 꽥하고 죽어버리니까.

"아까보다 더 빨리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어? 아. 젠장."

"응? 왜요?"

"저기 봐. 아. 너희는 안보이나?"

새로 나타난 여섯명. 그리고 그중 한놈이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

"젠장. 더 온다는 소린데. 안되겠다. 지금 바로 가자. 준비 됐지?"

"네!"

이미 두번이나 해서 그런지 이번엔 다들 상당히 익숙해졌다.

바로 동시에 블링크. 그리고 터지는 폭발. 시선을 어지럽히는 번개 구체. 그리고…. 순식간에 세 놈을 휩쓸어버린 수납.

당한 놈들은 뭐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를 거다. 그냥 꿀꺽 삼켜졌으니까.

그리고 남아 있는 세 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안나에게 한 놈이 당하고 나에게 한 놈이 당했다. 그리고 또 수납에 잡아먹힌 한 놈.

그렇게 여섯이 순식간에 삭제되자마자 게이트에서 두 명이 튀어나왔다.

어? 하는 순간 이미 세아의 수납이 새로 튀어나온 두 놈을 잡아먹는다. 실로 무시무시한 반사신경.

보고 있는 나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게다가 게이트에서 나오는 놈들은 더 있었다. 하나씩, 둘씩 계속 나왔지만, 그 족족 세아의 수납에 잡아먹힌다.

"하…. 이거 괜찮은 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멋도 모르고 게이트를 나온 놈들을 그대로 삭제하고 있으니.

그렇게 처음 여섯과 그 후에 나온 일곱을 순식간에 먹어치웠고 더는 게이트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끝인가?"

이제는 잠잠한 게이트. 하지만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몰라 바짝 긴장하는 우리들.

"넘어가 볼까?"

세아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 이거 게이트지. 저쪽에서 이쪽으로만 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우리도 갈 수 있다는 말인데. 근데, 이 건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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