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34화 (53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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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학살자

"꺄아아악! 사이킥 큐!"

내가 찍어 누른 거지만 조금 과하긴 했다.

사이킥 큐라고 불리는 히어로. 그는 망치처럼 후려치는 나의 염력을 버티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쓰러진다.

그리고 그의 다리가 고기 망치에 다져진 것처럼 으깨졌고 곧이어 몸과 머리 쪽에서도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터져 나오는 빛. 이렇게 두번째 히어로가 죽었다.

남은 건 눈앞에 있는 블루 휩.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파란색 코스튬을 입은 채찍을 쓰는 히어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양키놈들 눈에는 매력적인 여자인가보다. 인기가 많아 보였어.

하지만 그 인기도 오늘까지다. 앞으로는 히어로 카드에만 남아있게 될 거야.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진 여자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의 히어로는 모두 끝. 아까 가장 먼저 죽은 썬더 피어, 그리고 방금 죽은 사이킥 큐.

이제 블루 휩 저 여자도 잡혔으니 샌프란시스코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히어로 사냥을 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없다.

하도 빌런 새끼들이 안 튀어나오니까. 그리고 코인이 필요하니까.

상황이 정리된 나는 바로 썬더 피어가 죽었던 자리로 갔다.

번개 주먹과 가속화를 쓰던 녀석. 염력으로 후려치니 금속화로 버티면서 의기양양 해하던 새끼.

순간 청평에 있는 민준이가 생각났다. 하. 민준아. 너도 미국으로 오면 히어로 할 수 있어!

폴터가이스트를 배우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다른 게 아니었다.

페이즈 아웃에서 쓸 수 있는 거? 좋지.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게 가장 최고가 아니었다.

패시브라서 광역 스킬 무효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염력으로 사람을 붙잡고 무효화를 쓰는 게 가능했다. 그야말로 이거만큼 사기스러운게 없다.

물리적으로 구속하고 무효화로 스킬을 벗기고 재운다. 안 그래도 씹싸기콤보가 완전무결해져 버렸어.

그렇기에 비행에 보호막 둘둘인 놈들도 이젠 상대하기가 편해졌다.

무효화가 닿는 곳까지만 잡고 끌고 내려오면 끝. 그다음부턴 뭐…. 그냥 한 줌 빛이 될 뿐이다.

씨발. 히든 스킬 개씹사기야. 이건 정말 답이 없어. 막을 방도가 없다.

염력이 닿기만 한다면 누구든지 잡아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유일한 단점은 괴력 정도? 괴력이 있는 놈은 힘으로 염력을 풀 수 있을 테니까.

근데 또 보이지 않는 염력을 전부 괴력으로 잡아 뜯는 건 무리지.

어쨌든 땅에 떨어져있는 코인을 주웠다. 과연 히어로 녀석은 코인이 얼마나 있을까?

[50,12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씨발. 존나 소박하네. 지랄 똥을 싸라 아주.

이놈만 이럴 수 있으니 사이킥 큐였던 놈이 죽은 곳으로 향한다.

[79,52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하아. 그래. 범죄자 찌끄레기들만 잡고 살았던 니놈들이 그렇지.

한심한 수준이다. 정말. 이건 뭐라고 할 말도 없어.

SG센터로 일용품 사러 오던 놈들이랑 비슷한 수준이잖아? 그래. 차라리 그놈들이 더 강했을 수도 있다.

그놈들은 적어도 사람 죽이는 경험은 잔뜩 했을 테니까.

도시를 대표하는 히어로 놈들을 잡았는데 이 정도라니. 이건 뭔가 말이 안 돼.

이놈들이 업무 태만인가?

아니면 샌프란시스코가 너무 평화로웠나?

블루 휩. 여자의 양쪽 팔을 염력으로 잡아서 들었다.

딱 패러디 포르노물에서나 나올법한 구도네. 이러고 이제 이 여자를 벗긴 다음 막 강간하면 되잖아?

근데 정말 내 취향은 아니다. 약간 있는 등빨이 맘에 안 든다.

가슴도 크고 허리도 잘록하고 골반도 크지만 싫다. 나는 슬렌더한 여자가 좋다고. 이런 육덕 글래머는 별로야.

진짜 악당이라면 여자를 제압하고 부하들에게 던져주며 돌림빵이라도 하라고 할 텐데.

흑. 나는 부하가 없는 고독한 늑대 타입이라. 미안해. 널 죽일 수밖에 없어.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기억 읽기는 한번 해본다.

빌런의 위치. 알 리가 없지만 그래도 해봐야지.

한참 기억을 읽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없어. 체력낭비야. 기억 읽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저 협회의 지령을 받고 가라면 가는 개새끼 같은 연놈들.

자기 판단하에 출동도 하지 못하는 놈들이다. 아무리 봐도 그냥 장기 말에 불과해 보여.

그것도 쫄이다. 이놈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분명하다. 시원찮고 어설프고 허접해.

염력이 여자의 배를 꿰뚫었다. 그대로 빛이 되어버린 여자.

[121,88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얘는 그래도 여섯 자리로 가지고 있긴 하네. 아까 두 놈이 출동이 적었나? 하긴, 인기는 이 여자가 가장 많은 거 같았지.

아무래도 채찍 든 쫄쫄이 여자가 인기가 좋을 만하겠지? 몸매도 좋으니까?

어쨌든 말끔하게 해치웠다.

다수의 경찰, 히어로 셋. 여기에서의 수익은 90만 정도. 수익이 적은 건 아니다. 아니긴 한데 이 정도로는 모자라.

잠금 해제를 마스터 할때까지 2,500만 정도는 모아놔야 하는데 이제 겨우 가진 코인은 340만 정도.

하아. 큰 걸 한탕 해야 하는데. 역시 결국 중국밖에는 없나.

내일이면 안나가 출혈을 마스터 하겠지? 그럼 바로 데스 윈드를 배울 수 있을 거고?

근데 데스 윈드도 페널티로 하루에 한 번이면 별로 의미가 없다.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횟수가 그 모양이면 답이 없지. 부디 제약 해제가 하루 한 번 리미트를 풀어줘야 할 텐데.

그래야 막 미친 듯이 펑펑 써서 학살하지. 아니면 미나의 우레 폭풍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좋고.

어쨌든 이렇게 왕창 죽여놨으니 샌프란시스코는 빌런이 활개를 칠 거야.

그리고 히어로 협회 놈들도 히어로를 한 번에 셋이나 잃었으니 뭔가 조치를 하겠지?

그럼 나는 그걸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빌런을 잡던지 협회 놈들을 잡던지 둘 중에 하나만 하면 되는데.

하. 진짜. 빌런 만나기 존나 어렵네.

고민을 조금 해본다. 어디로 갈까에 대해서.

뉴욕으로 가서 경찰들을 더 조져볼까? 아니면 LA로 갈까?

아. LA는 미스터 샤이닝이랑 쉐도우 걔들이 있긴 한데. 걔들 말고 다른 애들을 다 조져볼까?

아니면 아예 다른 도시로 가봐? 어디가 좋지? 아. 맞다. 시카고. 거기로 가볼까?

지도 어플을 켜서 미국 도시들을 살펴본다.

일단 대도시들 위주로 쑥대밭을 만들어보는 게 낫겠지? 음…. 확실히 동부 쪽이 대도시가 많네.

서부의 대도시라고 해봐야 샌프란시스코랑 LA 정도잖아?

저 위에 포틀랜드, 시애틀, 벤쿠버 같은 이름을 들어본 도시들은 있지만 조금 멀다. 게다가 그 세 개가 끝이야.

게다가 벤쿠버는 캐나다 아닌가? 음…. 별로 땡기질 않네. 차라리 동부를 도는 게 낫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DC…. 오. 워싱턴 DC! 거기 가면 백악관이 있겠지?

거기 한번 가봐?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역시 대통령이지.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면 그래도 나라에서 가장 수준 높은 놈들을 곁에 둘 거 아냐?

그래. 그게 낫겠다. 녀석들의 수준을 보는 거야. 어느 정도인지 견적을 뽑아봐야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이 서겠지.

생각했으면 바로 실행하는 게 나의 장점! 바로 순간이동을 썼다. 목적지는 뉴욕. 성연의 집.

"어! 형. 안녕하세요."

"넌 미국에 오래 있었는데 인사성이 밝구나. 착한 어린이는 선물을 줘야지."

그러면서 수납에서 간식거리를 꺼내 건네줬다.

희희낙락이라면서 받은 민후.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한다.

"근데 저 어린이 아닌데."

"아직 어린이로 살아. 그게 좋아. 근데 니 엄마는 어디 갔니?"

"엄마는 잠깐 나갔어요. 금방 온다고 했고요.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

"엄마는 왜 형이랑 말하지 말라고 해요?"

역시 애들이 제일 무서워. 저렇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에게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

"글쎄. 니 엄마는 내가 맘에 안 드나 보지. 근데 왜 너는 엄마 말 안 듣냐?"

"전 형이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서요."

쯧. 내가 니 애비랑 할애비를 죽였는데.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얘는 글렀네. 안목이 글렀어.

"니 엄마 말이 무조건 맞으니까 나한테 말 걸면 안 된다."

"뭐에요? 되게 이상하네."

"애들은 아직 몰라도 돼. 될 수 있으면 엄마한테 비밀 만들지 말고 뭐든지 솔직하게 말해라. 그게 맞아."

그러면서 신영의 방 쪽을 한번 슬쩍 바라봤다.

침대에 앉아서 우두커니 창밖을 보는 여자. 에휴. 쟤는 무슨 식물이냐? 매번 저러고 있네.

됐어. 신경 안 써. 몰라.

"갈 테니까 엄마 말 잘 들어라."

그렇게 말하고 성연의 집을 나왔다.

아. 저장 위치 바꿔야지. 안 되겠네. 내가 무슨 낯짝으로 쟤 얼굴을 계속 봐.

내 가슴 속에 있는 쥐똥만큼 남은 양심이 찔려서 안 되겠다. 에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날아가 거기의 위치를 성연의 집에 덮어씌웠다.

그래. 여기가 좋지. 그럼…. 다음 지역으로 가볼까?

그렇게 지도를 보고 방향을 가늠한다.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DC.

딱 일직선으로 갈 수 있는 도시들. 좋아. 마침 길도 잘 돼 있고 그냥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네.

바로 빌딩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간다.

맨해튼 땅을 벗어나 나오는 바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할리우드 간판을 박살 내는 건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유의 여신상을 박살 내는 건 어떨까?

저런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면 분명 부숴버리고 싶은 놈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아직 유지하고 있지?

러시아도 그렇고 짱개도 그렇고…. 다들 신기하단 말야?

아니…. 이런 망해버린 세상이면 무조건 저런 것들은 부서져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자유의 여신상은 반으로 똑 부러져서 물에 머리랑 횃불 들고 있는 팔만 겨우 나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볼까?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잠깐 멈춰서 자유의 여신상을 박살 낼 방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뭐….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그냥 차 몇 대만 떨궈도 충분히 박살 나지 않을까? 맞추기가 쉽진 않겠지만.

아니면 염력으로 때려 부숴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데 저 멀리에서 경찰차 세 대가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가는 게 보였다.

뭐지? 무슨 일인데 경찰차가 세대씩이나 저렇게 가지?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진 거야.

그래. 경찰차 세 대면 적은 수가 아니지. 뭐…. 시시한 일이면 다 잡아 죽이고 코인이라도 얻을 수 있잖아?

덕분에 수명을 연장한 자유의 여신상을 등지고 경찰차를 따라가 본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지? 이 밤중에?

그렇게 따라가는데 어디가 목적지인지 알게 되었다.

저 멀리 부둣가. 화려한 크루즈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곳.

크루즈라. 내가 또 크루즈랑 인연이 깊지. 이미 한 척 해 먹었잖아?

거기에 수많은 경찰차가 모여있었다. 경찰차만 해도 거의 스무대? 그 정도?

그리고 놀랍게도 요트 한 대가 하늘을 날아 경찰차 한 대를 깔아뭉개며 데굴데굴 굴렀다.

"와우."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천리안으로 배가 날아온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머리에 저 좆같은 투구 같은걸 쓴 거로 봐선…. 저건 내 생각엔 100퍼센트 빌런이다.

그리고 뉴욕의 빌런이라면 남은 건 파괴자…. 파괴자…. 뭐시기!

"로모도! 너는 포위 됐다! 투항하지 않으면 즉각 사살…. 으악!"

그래. 파괴자 로모도. 그리고 그걸 씨불이던 경찰은 또 한 번 날아온 요트를 보며 질겁하고 도망간다.

뭐지? 코미디 찍나?

파괴자 로모도라고 하는 놈은 키가 꽤 큰 갈색 피부의 남자였다.

그냥 봐도 엄청 커 보인다. 키가 2미터는 그냥 넘을 거 같고. 게다가 등빨이 장난이 아니다.

저건 약쟁이겠지? 저 근육이 네츄럴로 될 리가 없어.

검은색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어서 울퉁불퉁한 근육이 다 보이는 녀석.

또 한 번 요트 하나를 잡더니 그대로 번쩍 들어 경찰차가 모여있는 곳으로 집어 던졌다.

일단 스킬 중에 괴력은 있는 거 같고.

그러더니 몸을 공중에 띄운다. 그리고 그런 녀석에게 날아드는 총알.

하지만 보호막에 막혀서 녀석은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는다. 흐음. 비행에 보호막이라. 기본기가 됐네?

아직 CC기나 번개 같은걸 안 맞은 거 보니 반사도 있는 거 같네.

벌써 스킬이 네 개. 근데 녀석의 이름은 파괴자 로…. 로…. 로모도. 그래. 파괴자 로모도잖아?

그럼 뭔가 화려하게 박살 낼 수 있는 스킬이 있다는 거겠지?

생각나는 건 역시 강화 주먹이다. 효율이 좋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공포와 파괴를 어필하고 싶으면 강력하게 때려 부수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좋잖아?

콰앙!!!! 쿠쿠쿠쿵

"건방진 녀석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주먹 한 방으로 경찰차 한 대를 쳤을 뿐인데 그 밑에 부두까지 몽땅 부서져 버렸다.

와. 살살 쳤네? 저 덩치에 저 힘에 괴력에 강화 주먹인데 저 정도 위력이면…. 저건 정말 톡하고 친 거다.

저 덩치의 삼분 일정도 되는 세아가 주먹 몇 방으로 산샤댐을 박살 냈다.

근데 저 덩치라면 진짜 말도 안 되는 파워겠지.

조합 생각하면 파괴왕 맞네. 아. 파괴자였나? 아무튼.

그래. 저 녀석은 조합이 좀 세련돼있어. 빌런치고는 깔끔해.

어쨌든 저놈은 뭔가를 알고 있을 확률이 클 거 같다.

흐흐. 아. 이거 참. 자꾸 웃음이 나오네. 아직 잡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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