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33화 (5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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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번째 스킬

바로 스킬 창을 열고 빠르게 스킬 목록을 내린다.

다른 스킬들은 볼 필요 없어. 히든 스킬. 그게 있느냐가 중요해.

패시브들. 나오는 족족 찍는다. 스킬 반경 증가15, 스킬 지속시간 증가15, 스킬 최대 수치 증가10, 스킬 한계 돌파10.

어우. 2,100만이 쓱싹 날아갔다. 미치겠네. 다시 바닥을 보이는 코인. 남은 코인은 230만. 망할.

이거 쓸데없이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을 게 아니네. 빨리 코인을 구하러 가야겠어.

살의의 씨앗. 아. 이게 씨앗 트리의 새로 생긴 스킬인가 보네.

의심, 불신, 혐오 다음엔 살의인가? 결국, 최종적으로 서로 죽이는 게 나왔네.

이게 궁극적으로 목표한 건가? 역시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드는 게 목적이야?

선행 스킬이 잔뜩 있어서 그렇지. 상당히 무섭긴 하다.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살인 욕구를 심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흉악한 스킬이잖아?

게다가 그런 작업은 단순히 매혹이나 마리오네트로도 가능하다. 뭔가 더 엄청난 효과가 있겠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됐어. 이건 지금은 관심 없고…. 빨리 히든 스킬을 찾아보자. 내 추측이 맞다면 분명히 있을거야.

그리고…. 그렇게 스킬 목록을 내리다가 결국 찾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킬.

딱 봐도 염력의 히든 스킬 처럼 보이는 스킬.

폴터가이스트.

그리고 패시브.

당연히 배운다. 안 배우면 등신이지. 가격은 50만 코인. 뭔지는 모르지만, 공짜 효과를 하나 더 주는데 안 배울 리가 없다.

게다가 패시브. 상시적용이라는 말. 그렇게 스킬을 배우고 다음 스킬을 고른다.

이것도 고민할 필요 없지. 잠금 해제. 마스터 하면 제약 해제를 배울 수 있으니 무조건이야.

좋아. 스킬 배우는 건 됐고.

자. 이제 폴터가이스트의 효과를 알아볼 차례인데.

패시브라 적용 조건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거다. 이걸 어떻게 알아낸담?

일단 스킬 이름으로 유추하는 수밖에 없겠지?

근데 폴터가이스트라니. 너무 유명한 거 아냐?

주변의 물체가 마구 움직이고 그런 거잖아? 문제는 그 효과는 이미 염력으로 전부 가능하다는 거다.

근데 패시브라니? 뭐가 더 강화되나? 움직임이나 들 수 있는 무게 같은 게 더 커지나?

그렇게 염력을 써서 이것저것 확인해봤다.

염력을 배워야 나오는 히든 스킬이니 어쨌든 염력이랑 상관이 있을거 같으니까.

스킬 이름도 그렇고.

하지만 한참을 사용해도 뭐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들 수 있는 무게도 크게 달라진 거 같지 않고 거리도 그렇다.

한 번 더 랜스를 만들어 옆에 조각상을 부숴봤지만 피해도 비슷하다. 이거 당최 뭐가 뭔지 모르겠네.

제약 해제는 존나 씹사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건 그럴 낌새가 안 보여.

아. 모든 히든 스킬이 씹사기는 아닌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지. 모든 스킬이 다 효율적인 건 아니니까.

아. 거지 같네. 존나 기뻤는데. 나도 뭔가 스페셜한 무언가가 생겼나 싶었다고.

그렇게 계속 염력을 쓰면서 확인해보지만 역시나 뭔가를 따로 발견하진 못했다.

염력이 내 몸에서 분리만 돼도 상당히 좋았을 텐데. 그런 기능도 없어 보이고.

그런 내가 폴터가이스트의 능력을 알아낸 건 정말 우연이었다.

염력의 지속시간은 패시브가 없을 때 20초. 지금은 패시브 효과를 다 받으면 258초다. 대략 4분 18초. 그 정도.

그래서 염력 숙련할 때도 항상 염력은 끊기지 않게 지속해서 썼었다.

그래야 다루고 있던 염력이 사라지지 않으니까.

염력이 시간이 다 끝나 꺼진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염력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염력을 쓰지 않았는데…. 염력이 발동돼?

그대로 이것저것 움직여 본다. 염력을 썼을 때와 똑같은 움직임. 혹시나 몰라서 염력을 써봤다.

역시 달라질 게 없다. 4분 18초. 혹시나 몰라서 5분을 기다리고 다시 움직여 본다. 역시 염력은 작동한다.

하. 이거…. 영구 적용이야? 패시브로 폴터가이스트를 배우면 염력을 따로 발동하지 않아도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거야?

미치겠네. 그래. 좋으면 좋다. 시시하다면 시시할 수도 있고.

근데 마음은 좀 편하다. 이러면 앞으로 제약 없이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체력 쓸 일도 없고.

아무 때나 언제든지 쓸 수도 있고.

아무 때나…. 언제든지. 아무 때나 언제든지?

"페이즈 아웃!"

바로 스킬을 썼다. 머릿속을 번뜩이고 지나가는 그 생각.

나는 페이즈 아웃 상태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각을 집중했다.

염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페이즈 아웃을 쓴 상태니까.

하지만…. 저 너머의 현실에서 조각상은 한 번 더 부서졌다.

"이이이이이이이예에에에쓰!"

나도 모르게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스킬. 이 미친 패시브.

지금 분명히 페이즈 아웃을 쓴 상태에서 현실에 간섭했다.

분명 조각상은 부서졌고, 그건 내 의지로 부순 거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정말 유령이나 귀신이 만들어내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페이즈 아웃 세상이라면? 지금의 내 상태는 유령이랑 귀신이나 다른 바 없지 않을까?

벽을 통과하고 공중에 떠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태니까.

폴터가이스트가 유령의 짓이라면, 페이즈 아웃 상태에서 내가 이 움직임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이건 패시브잖아. 페이즈 아웃 상태에서 스킬은 쓸 수 없다. 하지만 패시브는? 적용되겠지.

내가 여기 들어와 있다고 내 체력 증가와 신체 능력 증가, 그리고 수많은 패시브가 적용 안 되는 게 아니니까.

만약 적용이 안 됐다면 페이즈 아웃의 시간이 늘어나진 않았겠지. 그 말은 패시브는 당연히 적용된다는 소리.

폴터가이스트 역시 패시브다. 그래서…. 이렇게 작동하는 것.

미쳤다. 미쳤어.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개씹초씨발염병할 사기 스킬이라고.

이쪽 세상에 있으면 같은 페이즈 아웃 상태가 아닌 이상 내 존재를 알 수 없다.

광역 스킬 무효화나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아니면 나를 이곳에서 끄집어낼 수도 없다.

그런 곳에서 나는 현실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력. 압도적인 효과.

잠깐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혹시, 지금 이 패시브라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도 작동하지 않을까?

페이즈 아웃이나 스킬 사용 불가 지대나 그게 그거잖아. 둘 다 스킬을 쓰지 못하는 공간.

그렇다면 그 안에서도 패시브는 적용될 거다. 그래. 그러라고 있는 패시브니까.

번역이나 통역이 가능했지? 그럼 되는 거야. 되겠지. 되겠네. 씨이발.

정말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다. 미치겠네. 나도 이런 대박이 걸리다니.

그래. 확인해봤으면 실전으로 써봐야지. 마침 코인도 없는데 잘됐다.

누가 좋을까? 그래. 경찰이 좋겠다.

경찰들은 코인이 있겠지. 범죄자 놈들을 즉결 처형하니까. 코인이 있을 수밖에 없어.

페이즈 아웃 세상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천리안과 투시를 쓸 수 없으니 일단 해제했다.

그리고 먹잇감을 찾아본다. 경찰. 경찰. 경찰. 어디 있니. 어디 있을까?

오. 찾았다. 사이렌을 울리면서 바삐 가는 경찰차 한 대.

바로 따라간다. 투명화와 비행, 반사…. 뭐 하여간 버프는 몽땅 걸고 바로 비행으로 경찰차 위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동한 경찰차가 간 곳은 한 상가. 그리고 여섯대의 경찰차가 더 있다.

와. 뭐지? 빌런인가? 정말? 드디어 나에게 빌런이 찾아온 거야? 새 스킬 찍은 축하 선물이야?

하지만 그것까진 아니었다. 제길. 그래도 괜찮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으니까.

경찰차가 여섯대나 와있는 이유를 알겠어. 탐지를 돌려보고 투시로 살펴보니 딱 그래.

무장강도 열 두 명. 그리고 인질이 제법 많다. 서른? 그 정도.

아니 씨발 저런 건 보통 은행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 은행 문은 닫았나? 그러네. 은행 문은 닫을 시간이긴 하네.

근데 뭐 하는 상가인데 저렇게 무장강도씩이나 들이 닥쳐있냐.

찬찬히 보니까…. 명품 매장이 잔뜩 있는 상가다. 하. 씨발. 지랄 똥을 싸네 정말로.

인질들의 상태도 상당히 좋아 보인다. 그럴듯한 옷들이야. 걸치고 있는 것들도 화려하고.

노리고 온 걸까? 그러기엔 좀 멍청한 선택 아닌가? 어쨌든 모르겠다. 지들 나름대로 깊은 사정이 있겠지.

어쨌든 나는 코인이 있을 법한 놈들만 조지면 되잖아? 구구절절한 사연 같은 건 죽고 난 다음에 모여서 알아서 떠들라지.

힘을 얻었으니 당장이라도 무장강도 녀석들과 경찰들을 쳐 죽여보고 싶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안된다.

밑 준비는 해야지.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건 멍청이야.

일단 가장 먼저 주변을 탐지로 살폈다. 경찰이 통제해서 그런지 가까운 거리에 사람은 별로 없다.

하긴, 스킬도 있고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데 가까이서 구경하려는 병신들은 없겠지.

그래도 다른 건물, 저 먼 곳의 폴리스 라인 뒤쪽, 옆 건물…. 하여간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 인간들은 많다.

티비가 사라졌으니 이런 인질극은 흥미진진한 볼거리겠지. 뭐, 거기까진 이해해.

근데 지나친 호기심은 위험한 거야.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먼저 CCTV처럼 생긴 것들을 몽땅 부쉈다. 조용히.

저게 작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아마 될 거 같다. 간단한 CCTV는 청평에 있는 진영이도 살려냈었잖아?

이정도로 사회를 정상화 시킨 놈들이 CCTV 하나 못 살릴 리가 없지.

길가, 도로, 건물 앞…. 하여간 보이는 것들은 전부 박살 냈다. 분명 어딘가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

그리고 탐지로 가까이에 있는 놈들부터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한다.

다행히 가까이에 있는 놈들은 건물 안에 인질과 무장강도들, 그리고 건물 밖에 경찰, 그 정도 밖에 없다.

바로 페이즈 아웃. 그리고 건물 안으로 유령처럼 스며들어 간다.

뿌옇게 변한 세상에서 눈앞에 서 있는 무장강도들. 총 같은 걸 들고 있는데 보니까 공기총이다.

수렵용? 뭐 그런 거 같다. 그래. 저건 쓸만하지. 근데 나는 맞을 일이 없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있는 돌조각을 부쉈던 랜스 모양의 염력. 그게 뻗어 나갔다. 숫자는 일단 네 개.

한 번에 열세 개까지 운용 가능하지만, 그래서야 위력이 약하다. 네 개 정도가 딱 좋아.

그렇게 네 개의 뾰족한 염력이 무장강도들의 머리를 찔렀다.

페이즈 아웃 세상이기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죽은 녀석들이 있던 그 자리에 검은 구름이 생긴다.

크. 오랜만이네. 반갑진 않아. 휘둘러지는 창. 계속해서 생기는 검은 구름.

보이지도 않고 막을 수도 없는 공격에 검은 구름은 계속해서 생겨났고 나를 향해 촉수를 뻗는다.

꾸물거리며 느리게 날아오는 촉수지만 섬뜩한 그 기분은 촉수보다 빠르게 나를 덮친다.

하지만 기분 따위로 나를 죽일 수는 없지.

그리고 저 촉수들의 속도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리 초조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분하게 피하면서 건물 안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죽인다.

무장강도나 인질 그런 구분은 없어. 이게 바로 러시아식 제압법.

검은 구름이 너무 많이 생겨서 슬슬 위험할 정도가 되자 바로 페이즈 아웃을 해제했다.

이미 모두 죽어버린 무장강도들, 그리고 휩쓸려서 상당히 많이 죽어버린 인질들.

남은 인질들은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바깥으로 뛰어나간다.

투명화를 비롯한 버프들을 빠르게 모두 켜고 깨진 유리창을 통해서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튀어나오는 인질들 때문에 깜짝 놀라 전열이 흐트러진 경찰들. 그리고 인질들의 비명.

다시 한번 염력을 휘두른다. 이번 목표는 경찰들. 순식간에 경찰 넷이 죽으면서 빛이 터진다.

"꺄아아악!"

완전 패닉에 걸린 여자 하나가 소리 지르며 마구잡이로 뛰어갔고 내 염력은 그런 인질마저 마무리 지었다.

어디서 공격받는지도 모르는 경찰들은 몸을 숨기며 주변을 살피지만, 이미 나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

염력의 구동 거리는 패시브 덕에 꽤 길어졌거든. 그렇게 두리번거려봐야 나를 찾을 수는 없을 거야.

하나하나 차근차근 경찰들마저 찍어 죽인다.

보호막을 켜고 있어서 공격을 막아낸 경찰이 몇 있었지만, 그들은 보호막 틈을 파고들어 간 다른 염력들에 의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정말 순식간에 정리된 현장. 깜빡이는 경찰차의 경광등만 반짝이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야. 좋다. 정말 좋네. 말이 안 돼.

압도적인 무력. 다른 자잘한 스킬들이 필요 없어졌다.

음습하게 기회를 노리며 수면을 걸던 권성철은 이제 없어졌어. 나도 이제 무쌍이 가능한 시대가 온 거야.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좋긴 좋다. 양학 할때는 얼마든지 쓸 수 있겠지. 이정도 무력이면 그래 무쌍할 수 있긴 할 거야.

하지만 그건 양학 한정이다. 능력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거 같네.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능력이 노출되는건 피해야한다. 썩 좋은 일이 아니니까.

지금은 순식간에 끝냈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펑펑 쓰고 싶진 않다.

만약 내 수준이거나 나보다 잘 아는 놈이 본다면 바로 알아챌 수도 있으니까.

됐어. 테스트는 이만하면 끝. 그렇게 그 자리에서 15분을 기다렸다.

이제 페이즈 아웃 세상에 남아있던 검은 구름은 사라졌겠지? 그럼 이제 후속 처리의 시간.

탐지로 한 번 더 주변을 살피면서 건물이나 저 멀리에 있던 인간들마저 모두 처리한다.

그리고 카메라나 스마트 폰 같이 생긴 건 전부 박살 내버린 다음 우한 게이트에 던져버린다.

만에 하나라도 정보가 퍼지는 걸 늦추려는 행위지만, 이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그렇게 주변까지 모두 처리하고 그제야 벌어들인 코인들을 확인한다.

음…. 80만 코인 정도? 무장강도가 12명이고 경찰이 차로 여섯대 만큼 있었는데…. 이것밖에 안 돼?

씁쓸하네. 이거 코인 벌이하려면 어지간히 열심히 잡아 죽여야겠네. 이걸로는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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