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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방 안에 있는 신영은 대호 벙커 안에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거기엔 인공조명이었지만 여기는 천연 자연광이라는 것?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다는 것?
신영은 아마 낮 동안 저렇게 앉아 햇볕을 쬐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밤. 어슴푸레한 방안에서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멍하니 창밖의 야경을 바라본다.
"나가."
"너무하네."
껄렁거리며 뭔가 말을 더 붙여보고 싶었지만 그 말 이후로 아무런 말이 없는 여자.
짧은 두 글자의 말이었지만, 그 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원망도 증오도 혐오나 경멸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허무. 철저한 공백.
마치 누가 보면 각별한 사이인 것처럼 그녀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신영은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눈에는 정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기에 약간 섬찟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지독하게 텅 비어있는 무기물 같은 눈동자.
"최신영."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게 자기의 이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같은 반응.
되려 내가 초조함이 약간 생길 정도다.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사라져버린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이 조금 불안해 보였달까?
살짝 건들기만 해도 푸스스 하고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질 것 같은 모습.
"니가 바라는 건 뭐냐."
질문을 했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있긴 있었지.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으니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은 안 들었다.
그냥 세상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허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이랄까?
주변을 둘러보니 쟁반에 놓인 음식이 보였다. 내가 어제 놓고 간 음식. 그리고 그걸 성연이 챙겨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모습.
손 하나 대지 않은 듯한 그 음식의 모습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치기, 반항, 실망, 혼란…. 하지만 역시나 가장 많이 드는 건 허무다. 허무함. 텅 빈 마음.
"니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해?"
내 말에 조금의 반응이 있었다.
다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감정이란 게 조금 생겼으니까.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람다워졌다.
조금 전까진 정말 인형 같은 느낌이었잖아? 지금은 그나마 사람 같고.
효과가 있네. 그럼 조금 더 긁어볼까?
"같이 있던 사람이 학살당하고 혈육을 잃고 연고도 없는 먼 곳으로 납치되고 강간당하고 그 당사자를 옆에 두고도 아무런 행동도 못 하고…. 그런 니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거 같냐고."
"나가."
"그건 내 마음이야. 나가고 말고는 내가 정해."
다시 시선을 돌리는 신영. 뭔가 건드리긴 한 거 같은데. 포인트가 뭘까?
이 여자는 주변인이 죽은 기억이 없다.
그저 나에게 말로 들었을 뿐. 그럼 결국 강간의 충격이 큰 건가?
강간당하고 그 당사자가 옆에 있는 게 싫은 건가?
뭐….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신영을 뒤로 밀었다.
침대에 눕혀진 여자. 그 위에 올라타서 옷을 위로 걷어 올리고 가슴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기질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인 신영.
아무런 반항도 없다. 그저 인형처럼 누워있을 뿐.
"반항을 안 하네? 은근히 기대하는 거야? 내 자지가 니 보지 속에 들어가서 안을 꽉 채워줬으면 좋겠어?"
반응이 있다. 살짝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나를 밀어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은 없다.
그런 그녀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벗기고 나도 바지를 벗었지만, 여전히 신영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혐오와 경멸의 표정을 담아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내가 착각하잖아. 반항이라도 해야지??
하지만 신영은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리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옷이 벗겨진 채 다리가 벌려져 보지를 훤하게 내놓고 있는 신영이지만 기분이 나지 않는다.
쯧. 내가 졌네. 역시 한을 품은 여자는 쉽지 않아.
그렇다고 이상태에서 순순히 돌아갈 내가 아니다.
알게 뭐람. 내가 언제 이런 사정 다 봐주고 살았나?
신영의 다리를 벌리고 내 자지를 잡은 다음 신영의 보지에 비볐다.
조금도 젖어있지 않은 그 살점 사이에 내 쿠퍼액이 묻으며 약간의 윤기가 생긴다.
그리고 반쯤은 억지로 귀두를 밀어 넣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여자의 보지는 자극을 받으면 애액을 흘리게 되어있다.
몇 번의 깔짝임 끝에 내 귀두가 보지 속을 파고 들어갔고 조금씩 더 흥건해지기 시작한다.
"몸은 솔직하네. 그치? 몸은 탐욕스럽게 내 자지를 원하잖아. 너도 이제 좀 솔직해지는 건 어때?"
눈을 감고 있던 신영이 표독스럽게 나를 쏘아본다. 하지만 내가 안쪽으로 자지를 밀어 넣자 살짝 찡그리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런 신영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찔꺽. 방안에 퍼지기 시작하는 야한 소리.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는 신영이기에 그 야한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거 아냐? 니 안쪽 진짜 맛있는 거? 이런 관계로 만난 게 아니었으면 너랑 나는 정말 속궁합 잘 맞는 훌륭한 섹파가 됐을 거야."
열심히 긁어보지만 역시 반응은 없다.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자신에게 닥쳐오는 감각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억지로 차단이 되나?
말이 안 되지. 그게 됐으면 고문으로 입 여는 사람이 어딨겠니.
신영의 다리를 잡고 천천히 허리를 흔든다. 이제는 충분히 젖어서 내 자지가 신영의 안쪽을 들락날락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신영의 몸은 조금씩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그걸 억지로 참고 있는 여자.
허리 움직이는 속도를 조금씩 바꾸며 자극을 극대화 시키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움찔하는 모습.
그리고 애써 그걸 무시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물론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전혀 없고.
양손으로 신영의 가슴을 움켜잡고 꼭지를 조금 세게 비틀자 상반신이 꿈틀하고 튀어 오른다.
그리고 바짝 조여지는 보지. 내 자지를 꽉 잡고 놔주지 않을 정도.
"이것 봐. 니 몸은 나를 너무 좋아하는데? 조금 솔직해져 보는 건 어때? 그럼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닥쳐…. 개새끼야…."
"오. 최신영이 말했어! 얘들아! 얘 말도 할 줄 알아!"
"쓰레기…. 흐윽."
입을 열기 시작한 신영의 젖꼭지를 다시 꼬집는다.
자극이 강한지 하려던 말조차 다 못 잇고 입을 꾹 닫아버리는 모습.
"너 꼭지가 많이 약하구나? 안되지. 그렇게 약점을 쉽게 보이면."
집요하게 꼭지를 계속 노리며 허리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느껴지는 자극이 커지자 아무말도 못하고 다시 묵묵히 참는 모습.
음. 더 강하게 가볼까? 아니지.
한 번에 갑자기 그렇게 확 가버리면 귀찮아. 천천히 가자. 느긋하게. 시간은 많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자극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신영의 몸을 유린한다.
겨우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자극. 나도 제법 많이 해봐서 그런지 이젠 그 정도는 맞출 수 있게 됐다.
역시 뭐든 경험이 중요한 거야. 나 같은 놈이 이런 테크닉까지 쓰고 말이지.
그렇게 신영이 더는 참기 힘든 그때쯤, 그대로 스퍼트를 올린 다음 그녀의 안에다가 사정했다.
"하아…. 하아…. 하아."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는지 신영은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쉰다.
이러는 걸 숨길 여력도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
웃기는 여자야. 아마 최악의 기분에서 그나마 잘 참아냈다고 위안 삼고 있으려나?
자지를 꺼내어 신영의 허벅지에 쓱쓱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널브러진 그녀를 두고 다시 옷을 입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하나 정도는 들어줄 테니까. 대신 하나뿐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하고."
"제발 꺼져…."
"음? 그게 원하는 거야?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하라니까?"
"그럼 죽어."
"단순하네. 바보냐? 그건 램프의 지니에게 소원을 100개로 늘려달라고 하는 거랑 똑같은 소원이라고."
이젠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는 여자. 됐다. 뭐 나도 더 기대는 안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기억 조작으로 미국 현지처처럼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걸 포기해버린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일단 두자. 놔두면 어딘가 쓸모가 생기겠지.
어차피 이 여자는 자살할 정도로 마음이 굳세지도 않고 말이지.
문을 열고 나오자 성연의 방에서 음악 소리 같은 게 들렸다.
투시로 안쪽을 보니 성연은 태블릿으로 아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음. 뭘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거야? 안에 들어가 볼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저 아들 녀석이 깨어있을 때는 함부로 굴지 말아야지. 그래야 더 재밌지.
생각해보니 저 둘이 저러고 있는 건 신영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아들에게 못 듣게 하려고 성연이 하는 조치인 거 같다.
음. 그래. 저게 어머니라는 건가. 고생이 많네. 나 같은 놈 때문에.
"난 인제 간다!"
안쪽에 다 들리도록 소리를 치고 그대로 페이즈 아웃을 써서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페이즈 아웃 해제를 한 뒤 버프를 걸고 매번 앉아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했다.
뉴욕의 야경. 참 낭만적인 단어인데.
발밑에 보이는 풍경은 확실히 멋지긴 하다. 대도시가 주는 야경의 아름다움.
게다가 이 도시는 아직 살아있다. 서울처럼 죽은 도시가 아니야. 물론 여기도 죽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영에 대한 생각이 자꾸 나려고 했지만, 의식적으로 무시했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두자. 설령 그녀가 자살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정도로.
잘못된 첫 단추를 스킬로 다시 맞춘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상 나는 어떤 짓을 해도 그녀의 호의를 받을 수 없다.
물론 기억 조작을 쓰면 되기야 되겠지. 되긴 된다. 해봤으니까.
하지만 그게 완전하지 않을 거라는 미나의 말이 계속 걸린다. 결국엔 드러나게 될 진실.
그러면 그때까지 쌓인 기억은 또다시 거짓이 되어버리는 것.
시간 낭비지. 허무한 일이고.
그러니 굳이 시도하지 않는다. 그냥….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지.
근데. 왜 나는 대체 저 여자에게 이렇게 집착하지?
그걸 잘 모르겠다. 이뻐서? 물론 이쁘긴 하지. 근데 미나나 안나 수준은 아냐.
속궁합이 잘 맞아서? 글쎄. 단지 그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건 부가적인 거지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여자의 처녀를 가져가서? 역시 아니다. 그런 거로 따지면 펜스에도 정연이나 지아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 애들을 내버려 둬 놓고 있잖아? 그것도 이유가 되지 않아.
하. 모르겠다. 내가 그 여자에게 저지른 죄가 커서 죄책감에 그런 것도 아니고.
죄책감이라니. 나한테?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는걸.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냥 없어도 무시할 수 있는 여자인데.
오히려 성연보다 신영을 더 신경 쓰고 있는 거 같단 말이지.
그래놓고 결국 하는 짓은 강간이라니. 진짜 요지경이네. 미친놈이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생각 안 한다고 해놓고 또 잔뜩 하고 있네. 어휴. 노답. 노답.
생각을 지우고 야경을 바라보며 스킬 숙련이나 하기로 했다.
별로 중요한 여자가 아니야. 그러니 그만 신경 쓰자. 아니, 이렇게 다짐하는 것도 신경 쓰는 거지. 그냥 놔두자.
잡생각은 작작하고 염력 숙련이나 하자.
염력으로 오만가지 모습을 만들어내며 스킬 숙련을 한다.
물론 염력은 내 눈에도 안 보인다. 하지만 만질 수 있기에 내가 제대로 만졌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내가 만드는 염력은 촉수 모양.
가닥의 촉수를 만드는 건 쉽지만 그것들을 서로 엉키게 하고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건 조금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하하. 이거 참.
음흉관음변태에서 이제 촉수까지 추가됐네.
촉수 플레이라니. 사실 별로 좋아하는 컨셉은 아닌데.
그렇게 촉수 괴물 연습을 다 했는데도 아직 숙련도는 남았다.
이제 그럼 뭘 해보지? 뭐 생각나는 거 있나?
잡고 집어던지는 거는 충분히 해봤고. 교수형? 뭐 그것도 어렵진 않겠지.
생각해보니 굳이 잡고 던질 필요도 없다.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서 찌르면 되잖아?
콱!
중세 기사들의 랜스. 그것처럼 염력을 만들어 옆의 돌조각 상을 찍어봤다.
돌파편이 튀고 조각이 일부 부서졌다. 음. 이정도면 사람 몸 정도는 충분히 꿰뚫을 수 있겠네.
좋아. 그럼 됐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뭐가 있을까. 음….
염력을 가늘게 만들어 실처럼 만들어 봤다. 되는 거 같네. 내 손에 얹어져 있는 실과같이 가느다란 염력.
근데 조작은 좀 쉽지 않다. 익숙해지려면 좀 해봐야겠어.
마침 숙련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걸 조작하는 데 전념한다.
그렇게 실처럼 가는 염력을 조작하는 게 익숙해질 때쯤, 드디어 염력을 마스터 했다.
크. 좋아. 이제 무슨 스킬이 나왔는지 봐야지. 떨리는 순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