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LA
몇 번을 생각해도 SG시티를 봐뒀던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방 주사를 맞은 거잖아? 만약 SG 시티 같은 경우를 모르고 바로 이렇게 미국에 와서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봤으면 정말 충격이 대단했을 거야.
이게 가능하다고!? 이러면서 멘붕했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뭐가 어쨌든 평화로운 아침이다. 적어도 이 도시만큼은.
출근하는 차량들, 등교하기 위해 스쿨버스에 타는 학생들,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차, 아침부터 나와 잔디를 깎는 중년 남자.
평화로움. 저들에겐 당연한 것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 거다.
하지만 나는 아니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잖아.
일단 여러가지 의문이 생긴다. 적어도 나는 세 가지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첫째. 여기 주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하면 이들이 겪은 혼란은 정말 금방 수습됐다.
소요? 폭동? 그런 건 없었다.
그 메시지가 나온 날 이후의 공식적인 피해는 노인들이 사라지면서 생긴 사고로 인한 피해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자잘한 트러블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세상이 망하기 전에도 있던 거니까 예외로 하고….
어쨌든 이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근데…. 저 빈집들은 왜 있지?
빈집의 숫자. 적지 않다. 부분부분 비어있지만, 전체 총합으로 생각하면 삼 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정도 되는 거 같다.
왜 없어졌을까? 없어질 이유가 없는데.
그리고 웃긴 건 이들은 그거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이유야 있겠지. 더는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이라던가, 아니면 살던 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의탁하러 갔다던가.
집이 두 채 이상이어서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갔던가…. 뭐든 이유는 있을 거다.
근데 이렇게 많은 게 이상하다.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두번째. 인구 비율.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섞여 있는 나라다.
백인만 사는 게 아니잖아? 동양인, 짱개, 인도인, 히스패닉, 흑인, 남미인….
엄청나게 많은 인간이 모여 사는 인종전시장.
근데 여기는 대부분 백인 위주로만 있다. 이상하리만큼 백인만 있다. 아예 다른 인종이 없어.
여기가 부촌인가? 라고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아니다. 딱히 부촌이라고 할 수는 없어.
물론 집들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고급스러운 정도는 아니니까.
딱 전형적인 미국의 가정 수준. 물론, 내가 아는 그 지식은 드라마나 영화 기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첫 번째와 두번째를 조합하면…. 상당히 무서운 결과가 도출된다.
인종 청소?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갈등이 벌어지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싹 밀어 버렸다? 물론 그럼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올 테지.
적당히 비어있는 집들과 백인들만 사는 동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야.
근데 이들에겐 그런 기억이 없다.
다른 인종이나 유색인종을 사냥하거나 쫓아낸 기억, 그런 건 없다.
물론 내가 꼼꼼하게 기억을 못 읽었을 수도 있다. 키워드를 잘못 썼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 읽기에는 그런 폭력적인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들이 한 짓은 아니라는 건데. 그럼 결국은 정부일까? 아니면…. 슈퍼 히어로 놈들?
가능성은 잔뜩 열어둬야지. 그들의 코인 수급 처가 그런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그럴 이유가 없다. 게다가 반항이 없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이건 조금 더 기억을 읽어봐야겠네. 암튼 그건 그렇고….
세 번째. 빌런이 있다.
무릇 슈퍼 히어로가 있다면 당연히 빌런도 있는건 맞다. 그래 그게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근데 그건 코믹스에서나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빌런? 존재하면 안된다. 이미 사살되었어야지.
코믹스에서 빌런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빌런 역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상품이고 히어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니까.
근데 현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민폐 덩어리잖아?
두면 둘수록 손해를 양산하고 폭력을 전파하는 폐기물 같은 존재들.
히어로가 능력이 없어서 못 잡는다? 말이 안 된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해봐야 스킬이다.
개수가 조금 더 많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못 잡을 것은 아니다.
조합을 짜서 밀고 들어가면 빌런은 버틸 수 없다. 현실은 코믹스가 아니니까.
저 미국이 세금도 안 내는 암 덩이들을 살려둘 이유가 전혀 없잖아?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먼저 만나봐야 할 건 그 빌런 놈들이다.
녀석들의 정체…. 대충은 짐작 간다. 아직 빌런이 살아있는 이유라면 뻔하지.
그 녀석들이 연기자라면 가능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기자.
필요한 곳에서 얼마든지 대놓고 악당 짓을 할 수 있는 놈들.
신나게 쓰이다가 필요한 순간에 히어로에게 당해주는 역할.
프로레슬링 같은 거지. 커다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감이 잡히잖아?
근데 문제는 어디 있느냐는 건데.
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빌런은 총 둘이다.
닥터 베우만이라고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놈 하나랑 듀크 나칙이라고 하는 귀족과 테러리스트를 섞어 놓은 녀석.
그래. 저 녀석들을 보고 거의 확신했지. 누가 봐도 존나 만들어 낸 컨셉 같잖아?
이 양키놈들은 그럴듯하다고 느낀 건가? 코믹스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놈이나 어색하다고 느끼는 거야?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세상이 망한 이후 이 아메리카 대륙에 방문한 인간은 내가 처음일 테니까.
물론…. 불법 밀입국자이긴 하지만.
처음도 아닐 수 있지. 아. 진짜 아니겠구나. SG에서 미국으로 탐색대를 꾸려서 보냈었지?
에이. 아다를 뺏기다니. 아쉽네. 아무튼.
당장이라도 빌런 놈을 찾아내서 기억 읽기로 대가리 속을 쓰윽 훑어보고 싶지만 어디 있는지를 모르니 방법이 없다.
게다가 빌런의 위치를 일반인에게 알아낼 수도 없을 것이고.
시청? 거길 한번 가볼까?
시청이면 시장도 있겠지. 적어도 시장 정도 되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일단 시청으로 가본다. 시청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 바로 간다. 그리고 공중에 떠서 천리안과 투시로 시청 안쪽을 살펴본다.
누가 봐도 시장실인 곳. 그리고 시장인 듯한 녀석. 저 녀석이네. 근데…. 사람이 너무 많네?
들락날락하는 사람도 많고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경호원은 아닌거 같은데. 으음….
저걸 다 재우고 기억을 읽기엔 소동이 생기겠지?
그럼 저놈이 근무하고 있는 시간은 무리겠네.
밤에나 다시 와야겠다. 저놈도 퇴근하고 집에 가겠지.
집에 가서 혼자 있을 때 기억을 뒤져보자. 급한 건 아니니까.
이제 막 아침이 돼서 사람들이 출근한 시간이니…. 밤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동안 뭘 하지? 잘까? 자긴 좀 이른데. 아. 그냥 다른 도시를 가보자. 여긴 저장해놓고.
시청을 저장하고 어디로 갈까 고민해보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미국의 3대 도시. 뉴욕, LA, 시카고.
그 LA가 바로 코앞이잖아? 물론 진짜 코앞은 아니다. 거리가 500킬로가 넘으니까.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부산보다도 훨씬 먼 거리지…. 근데 이놈의 땅덩이를 보면 코앞이라고 생각되는 게 문제야.
이놈들도 짱개랑 마찬가지로 땅은 크잖아. 게다가 방장사기맵이고.
어쨌든 날아가 본다. 500킬로미터라고 해봐야 3시간 안 걸리니까. 금방 날아갈 수 있다.
바로 비행 시작. 기왕이면 해변으로 날아간다. 혹시 비키니 입은 쌔끈한 금발 여자라도 있나 보려고.
우리나라에서 5월에 해수욕을 한다고 하면 도라이 소리를 들을 테지만, 여기는 가능할 거 같다.
여기 날씨…. 뭔가 나랑 안 맞다.
그늘은 시원한데 햇볕 밑에서는 너무 더워. 살이 찢기는 기분.
여기 해안 도시 아냐? 근데 왜 이리 건조한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정도 햇볕이면 해수욕하는 이쁜 언니가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건 내 망상이었고요.
해수욕하는 사람은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꼴릴 정도의 여자는 없다.
모르겠다. 저걸 여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어…. 그냥 내 눈에는 생물의 일종으로 보인다. 수컷이 아닌 존재? 그 정도?
이상하다. 분명 늘씬하고 비키니를 입은 섹시한 여자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무슨 암컷 물개들 집합소 같은데. 내가 너무 환상에 사로잡힌 건가?
차라리 러시아 쪽의 여자들이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는 거 같다. 아니면 저기 북유럽 쪽을 가야 할까?
어쨌든 해안가를 훑으며 내려가도 별로 신나지 않는다.
씨발. 쉽지 않네. 일이나 하라 이건가.
어쨌든 나는 미국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딴짓을 하지 않고 LA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미국! 고맙습니다! USA! 당신들의 협조! 학살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LA에 도착했으니 해보고 싶은 건 많다.
일단 순두부를 먹고 싶은데…. 무리려나? 누가 그랬는데. LA 공항에서 내리면 일단 바로 순두부를 먹으러 가라고.
쩝. 세상이 망하기 전에 오지 못한 내 잘못이지.
설령 아직 장사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가서 사람들 사이에서 그걸 먹을 정도로 대범한 내가 아니다.
차라리 죄다 재워버리고 샤따내린다음 식당 아줌마들을 매혹해서 하나 끓여달라고 하는 게 내 스타일이겠지.
어쨌든 순두부는 됐고. 음…. 역시 그건가? 할리우드?
가서 산에 부착되어있는 할리우드 글자를 박살 내는 거야.
존나 인성 파탄자 같네. 아. 인성 파탄 맞구나.
근데 좀 시시해 보인다. 더 좋은 거 없을까?
해안을 따라 쭉 내려와 본다. 이 나라 해안은 왜 이리 길고 깔끔하냐. 게다가 쭉 일자고.
하여간 땅덩이는 존나 사기에요. 망할 아메리카. 존나 부럽네.
그렇게 내려오는데 저 멀리 공항이 보인다. 오. 신기하네. 공항이 도시 안에 있네.
접근성은 좋겠어? 물론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터일 뿐이지만.
근데 아니었다. 경비행기 같은 게 날고 있는 모습. 그리고 무수하게 많은 헬기도.
아. 항법 장치가 필요 없는 비행기나 헬기는 그대로 다니는 건가?
생각해보니 그렇네. 기름도 무제한으로 빡빡 뽑을 수 있으니 이용 단가는 미친 듯이 싸졌을 거야.
게다가 비행 같은 게 있으면 뭐 실수로 고장 나거나 떨어져도 목숨은 건지잖아?
그러면 저렇게 단거리 이동 같은 건 경비행기나 헬기를 마구 쓸 수 있을 거 같다. 예전보다 훨씬 더 쉽게.
흐음. 그건 신기하네. 역시 사람들은 알아서 생존 방식을 찾아내는구나.
하긴, 이놈들은 라디오도 들었었지. 그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라디오 전파는 쓸 수 있는 건가? 막힌 게 아닌가 보지? 아니면 이 세상을 이꼴로 만든 놈들이 빼먹은 건가?
조건이 다를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놈들도 완벽한 놈들은 아닌거 같으니까.
그렇게 비행장을 지나 도심으로 들어가 본다.
탐지에 걸리는 기척들. 으아. 현기증 나네. 기척이 이만큼씩 걸리는 건 정말…. 공포야.
무슨 갯강구들이 밑에 바글거리는 느낌이라고.
그렇게 높게 날며 도심을 내려다보는데…. 눈을 의심했다.
뭐지? 한국어 간판이 왜 이리 많아?
처음에는 번역 패시브 때문에 간판이 알아서 번역되어 보인 줄로 알았다.
근데 아니다. 저건 진짜 한글 간판이야. 마치 한국에 와있는 기분이네.
교민들이 많았다는 게 이정도구나. 신기하긴 하네. 이 먼 곳에서 보는 한글 간판이 이런 느낌을 줄 줄이야.
하늘을 날면서 천리안으로 훑어보는 게 아니고 땅에서 차를 타고 다니면서 봤으면 정말 관광객 그 자체일 텐데.
나도 내가 뭐하나 싶다. 여길 왜 온 것인지 까먹을 정도.
에휴. 구경은 대충 하고…. 이만큼 봤으면 됐다. 다른 곳으로 가자.
동쪽으로 가자. 어쨌든 뉴욕은 찍어야지. 밤까지 거리나 벌려두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동쪽을 향해 날아가는데…. 저 멀리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무언가가 보였다.
설마…. 저건? 그건가? 그…. 디즈X월드?
저 놀이기구…. 저 성. 저건 진짜 거긴 가보네. 이야….
근데 그런 내 눈에 빙글 돌아가는 롤러코스터가 보였다.
어? 설마. 지금 롤러코스터가…. 움직인 거였어? 그리고 거기 사람도 타고 있던 거 같던데?
홀린 듯 날아가 본다. 그리고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는 놀이공원.
분명….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맙소사. 아니…. 정상생활로 돌아온 거. 그래 그 노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놀이공원까지 정상화한다고? 저걸 운영한다고?
미쳤네. 나는 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 못 하겠어.
누구는 지구 반대쪽에서 세상이 망했다고 숨죽이고 다니면서 마체테로 사람이나 찍어 죽이고 다녔는데.
이놈들은 태연하게 놀이공원을 정상화해?
왠지 세상이 참 부조리하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만약 진짜 빌런이 있다면 이런 걸 보고 마음을 다잡지 않을까?
'나는 죽도록 고생했는데…. 너희들은 이렇게 하하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 모두 다 부숴버리겠어!' 이러면서.
어…?
생각해보니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내가 빌런이 되면 되지 않을까? 오. 이거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민간인이 이렇게 많다지만…. 하나하나 잡아가면서 잡아 죽이기엔 너무 귀찮다.
게다가 코인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SG 시티처럼 전부 다 써버렸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히어로 그놈들은 코인을 들고 있을 거야. 뭐가 됐든 그놈들은 그런 역할이니까.
음…. 나쁘지 않은데? 이것도 한번 생각해봐야겠어. 그럼 이름부터 만들어야 하나? 코스튬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