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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스킬
새로 생긴 스킬을 실험하기엔 짱개들만큼 좋은 상대가 없지.
바글바글한 놈들.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는 녀석들. 바로 우한으로 순간 이동했다.
이 일대는 많이 죽어서 사람 찾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단 쉽다.
게다가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득실득실하니까. 여기만 한 곳이 없지.
북쪽을 향해 빠르게 비행했다. 패시브가 한 단계 더 올라서 더 빨라진 속도.
계산상으로 시속 230킬로미터. 이젠 낮은 고도로 최고속력으로 날긴 좀 무서워. 어디 꼬라박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조금 날다 보니 도시하나가 보였다.
작은 시가지. 역시나 만들어져있는 벽. 그리고 기척.
바로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제일 처음 보이는 남자를 향해 염력을 썼다.
퍽
간단한 펀치. 하지만 위력은 간단하지 않다.
맞은 남자는 바닥에 쓰러지고 벌떡 몸을 돌려 일어났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황당한 표정이 된다.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다음 펀치. 때리는 감촉을 느낄 수 없기에 나도 실감은 안 난다. 하지만 저 맞고 있는 짱개는 아니겠지.
미치고 팔딱 뛰고 싶을 거다. 뭐가 자기를 때리는지 모르니까.
염력. 이건 뭔가 사기다. 나는 상대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직접 타격도 가능하고 잡을 수 있어.
물건을 잡을 수도 있고 그걸로 내려치는 것도 가능하고…. 아무튼 그렇다.
근데 상대는 염력으로 타격을 받아도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 반격?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나한테 전달이 안 되는데.
짱개의 목을 양손으로 조르듯 염력으로 졸랐다.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의 목을 잡은 염력을 뿌리쳐내려 하는 짱개.
아직 적용되는 힘이 적은 편이라 그런지 염력 하나를 벗겨낸다. 하지만 아직 동시 적용은 얼마든지 가능해.
잔뜩 동원해서 그대로 목을 졸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다 못해 푸르죽죽해진 얼굴이 된 짱개는 빛이 되었다.
하…. 그래. 이게 되는구나. 좋네. 정말 좋아.
바닥에 떨어진 코인. 혹시나 해서 염력으로 집어보지만 그건 안된다.
아. 아깝네. 이건 또 왜 안돼. 뭐 어차피 상관없다. 그냥 직접 줍지 뭐.
[13,5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미묘한 코인이네. 27명의 목숨이라.
직접 죽인 걸까? 아니면 죽은 사람 걸 먹은 걸까? 근데 사실 상관할 필요 없지. 27명이든 27만 명이든.
바로 다음 짱개를 찾아간다. 목조르기는 해봤으니 이번엔 무기.
마체테를 들고 하려다가 조금 찝찝했기에 다른 무기를 찾는다.
괜히 막 멀리서 휘두르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 마체테는 내가 직접 손으로 잡고 쓸 때만 써야지.
근처 집으로 들어가 식칼과 중식도를 찾았다. 음. 좋네. 그럼 가볼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식칼과 중식도. 저것도 잡고 투명화하면 될 텐데…. 귀찮다. 그냥 가자.
눈에 보이는 짱개 하나. 던질까 하다가 그냥 후려쳤다.
운용 거리가 넓어서 굳이 던질 필요를 못 느낀다. 다만 단점은 시야 밖을 벗어나는 곳에선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
투시로 사물 뒤가 보여도 그건 어쩔 수 없다. 이건 좀 아깝네. 이게 됐으면 그냥 완전 개씹사기가 되는 건데.
네모난 중식도가 목 뒤를 찍었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남자. 음. 한방에 안 죽네. 힘이 약해서 그런가?
아직 하급이라 그런 걸까? 음. 뭐 한방에 안되면 두번 휘두르면 되지.
이번엔 식칼. 휘두르려다가 그냥 찔렀다.
옆구리에 박힌 식칼을 못 믿겠다는 듯 바라보다가 목 뒤에 중식도를 또 맞고 그대로 빛이 되는 짱개.
음. 좀 더 전문적인 무기가 필요하려나? 역시 무기빨을 많이 받네.
차라리 도끼나 이런 게 낫겠다. 기왕이면 무거운 게 낫지.
이번엔 좀 허름한 민가에서 장작 패는 도끼를 찾았다.
와. 이건 좀 살벌하네. 맘에 들어. 그럼 바로 써봐야지.
도끼는 역시 위력이 좋았다. 발견한 짱개의 목덜미를 그대로 내려치니 원킬로 죽는다.
허무하네. 그간 사람을 죽인 숫자가 결코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죽인 적은 없다.
재우고 다가가서 마체테로 후려치고…. 그런 번잡함이 필요 없어. 그냥 도끼만 보내서 찍으면 끝이니까.
계속해서 보이는 족족 쳐 죽이면서 무기를 수집한다.
흉측한 사이즈의 오함마도 주웠기에 바로 써본다. 역시 원킬. 무거운 무기가 괜찮네. 별다른 수고 없이 휘두르기만 하면 되니까.
어느새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기는 여덟 개가 됐다.
그리고 짱개가 보이는 족족 무기를 보낸다. 찌르고 휘두르고 내리치고….
내가 직접 조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이거 괜찮은 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이런 물리 공격이면 이걸 막을 수 있는 건 금속화나 보호막뿐이다. 아니면 보고 피하던가.
근데 어지간한 사람이 금속화나 보호막을 키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니 무기를 휘두르는 족족 짱개들은 죽어 나간다.
음…. 쉽네. 너무 쉬워. 일단 조작 반경이 넓은 게 가장 큰 사기다.
짱개들이 시야가 다 들어오도록 공중에 떠서 무기들만 보내면 되니 반격당할 일도 없고.
말도 안 되네 정말.
일단 무기를 다루는 것은 어느 정도 테스트가 됐다. 그럼…. 숙련을 좀 하자. 중급으로 올려봐야겠어.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서 바로 스킬 숙련을 한다. 어차피 중급은 금방 찍지.
바로 물약을 마셔가며 중급을 찍고 다시 짱개들이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무기들은 이미 내다 버렸으니 다른 걸 해보자.
아까 목을 조를 때 하급이어서 그런지 남자의 몸을 들어 올리는 건 무리였다.
아마 염력으로 들 수 있는 무게에 한계가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중급으로 올랐으니 두 배로 올랐겠지?
조금 왜소한 짱개 남자 하나를 발견하고 그대로 발목을 잡아봤다. 그리고 번쩍 들자 남자는 그대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졌다.
"으아아악!"
정말 겁에 잔뜩 질린 비명. 하긴, 비명을 안 지르는 게 더 이상하겠다.
저런 상황에서 침착하면 그 새끼는 진짜 위험한 새끼겠지.
그대로 하늘로 들어 올렸다. 지면과 멀어지면서 공포로 눈이 커지는 녀석.
비명은 더 커졌고 덕분에 주변 짱개들이 수군거리면서 나타난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남자를 보고 경악하는 모습.
손을 놨다. 그대로 떨어지는 짱개남.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남자는 그대로 빛이 되었다.
코인 주머니 하나만 남고 남자가 살았었다는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본 짱개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도망가는 중년 여자 하나의 발목을 잡고 똑같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른 남자 하나도 잡고 들어 올리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신 발목을 잡고 있어서 녀석은 넘어졌다. 다리가 잡힌 채로 비명을 지르며 질질 기어가는 녀석.
공중에 들어 올린 여자를 내려놓자 남자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중년 여자가 이상한 각도로 바닥에 부딪히며 빛이 되었고 남자는 그걸 보며 공중에 매달린다.
음. 대충 알겠네. 최대 무게가 한도가 있고 그건 내가 염력 몇 개를 운용하든 그 무게를 공유한다 이거지.
대충 100킬로? 그 정도는 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방금 남자가 그 정도 무게는 되었을 거 같으니까.
그 정도 무게면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엔 도망가는 다른 남자 하나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벽에 휘둘렀다.
조금 버겁긴 하지만 가능하다. 그대로 벽에 머리를 박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남자.
벽에 묻은 피가 징그럽다. 으. 한 번에 못 죽이면 시각적으로 불쾌해지네.
바로 남자를 들어서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빛이 되어 사라지면서 벽에 묻은 핏자국도 전부 사라진다.
이번엔 보이는 대로 바로바로 다리를 잡고 한 2미터쯤 띄웠다가 땅바닥에 찍는 짓을 반복했다.
굳이 무기를 쓰지 않아도 충분하네. 중력이 무기라 이거지. 비행이 없는 놈들이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건 뭐 게이트 여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크게 놀라울 건 없는데.
뭐가 됐든 활용도가 엄청나다. 말이 안 돼.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어졌어.
이래도 되나 싶다. 그리고 엄청나게 무서워졌다.
염력 스킬을 가지고 고티어가 된 놈을 만났다면 이렇게 당했을 수 있다는 소리잖아.
물론 나야 순간 이동도 있고 블링크도 있으니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근데 기습적으로 목을 조르면?
아니지. 목을 조를 필요도 없어. 상대의 입안에 염력으로 만든 손이라도 집어넣고 혓바닥을 잡으면?
입도 못 다물고 혀도 못 움직이면 그냥 끝이다. 스킬이고 나발이고 그대로 죽는 거야.
이건…. 말이 안 된다. 방어고 대비고 의미가 없어. 한순간에 바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
잘하면…. 이걸로 공중에 떠 있던 놈들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결국은 보호막이 문제인데.
보호막째로 끌고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테스트해봐야겠네.
역시 뭐든지 해봐야지. 그래야 필요할 때 바로바로 써먹지.
바로 벙커로 돌아간 뒤 밖에 나가 미나부터 찾는다.
"미나야!"
"어머. 일찍왔네요?"
"나 질병 해제 좀 걸어줄래?"
"아. 그래요. 중국 갔다 왔어요? 질병 해제!"
여러 번을 계속해서 써주는 미나. 대충 된 거 같은데도 몇 번을 더 쓰는 모습.
"스킬 숙련하고 있었어?"
"네. 이것 볼래요? 나 스킬 쓰는 거 못 봤죠?"
그러면서 나를 두고 저 멀리에 스킬을 쓴다.
"서리 폭발!"
미나가 목표로 한 바위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얼어붙더니 그대로 와장창 깨져버렸다.
제법 큰 바위였는데 그대로 쪼개져서 우르르 쏟아지는 모습.
"와. 무섭네. 사람한테 쓰면…. 근데 진짜 무슨 판타지 마법사 같네."
"번개도 쓰고 얼음도 쓰고. 마법사 맞죠. 뭐."
그러면서 웃는 미나.
"그럼 옷을 로브 같은 거 입자. 노출이 많을수록 고레벨 장비니까 노출 많은 거로. 그런 거 있잖아. 비키니처럼 생겼는데 요 앞에는 천하나 이렇게 늘어뜨리고, 어깨에는 좀 멋진 갑옷 같은 거 하나 달고…."
"부끄럽게 그런 걸 어떻게 입고 다녀요."
"코스프레라고 생각하고 다니면 되지. 부끄러울 게 뭐 있어."
그렇게 내 개인적 희망 사항이 잔뜩 담긴 이야기를 좀 하다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 다들 어디 갔지?"
"승희랑 세아는 시내 쪽으로 나갔어요. 잠금 해제 쓴다고."
"음? 굳이 나갈 이유가 있나?"
"모르겠어요. 그냥 나간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는데요."
"그래. 뭐 크게 문제야 없겠지. 안나는?"
"안나는 출혈 숙련한다고 산 쪽으로 갔어요."
"아. 출혈. 맞다. 그게 문제네. 숙련 더럽겠구나."
"뭐든 대상이 있어야 하니까요. 자기한테 썼다가 출혈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걸 또 자신에게 써본 거냐…. 걔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텐데."
"아. 눈치챘어요?"
"어? 아. 어. 안 그래도 이야기 한번 해줬어."
"아아. 잘했어요. 역시 믿음직스럽네요."
그러면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안나는 일단 이야기했지. 다음은 너야. 이 아가씨야.
"잠깐 나 스킬 배운 것 좀 도와줄래?"
"스킬요? 뭐 배웠는데요?"
"염력."
"염력요?"
"응. 그래서 테스트할 게 있어. 일단…. 보호막 좀 써볼래?"
"네. 보호막."
"그리고 비행 써서 몸 좀 띄워봐. 너무 높게 띄울 필요는 없고."
비행이라고 중얼거리고 몸을 띄우는 미나. 자. 그러면….
"어…? 어머?"
염력으로 미나를 붙잡으려 하나 일정 범위 안으로는 안 가진다.
아마도 보호막을 쳐서 그런 거겠지? 이리저리 더듬듯이 보호막을 느껴본다. 대략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큰 구체 모양의 보호막.
그런 보호막이 대충 파악되자 염력으로 그 보호막을 붙잡고 땅으로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거…. 오빠가 하는 거예요?"
"어."
보호막째로 바닥으로 끌어당겨 지는 미나.
비행을 쓰고 있기에 저항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끌어내려 져서 바닥에 닿았다.
이야. 이게 되네.
"흐아. 조금 무서운데요?"
"그래? 어떤면이?"
"비행은…. 오빠도 써봐서 알잖아요? 자기가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이죠?"
"그렇지. 생각만 해도 움직이니 정말 편하지."
"근데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기분? 무섭다는 게 그런 거예요. 내 의지 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공포스러운?"
"아아. 이질감 같은 거구나."
"네! 맞아요."
그렇군. 미나처럼 알고 당해도 저 정도인데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면 훨씬 무섭긴 하겠구나. 이거 좋은 거 알았네.
근데 완전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렇게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건 조금 더 연구를 해보긴 해야겠네.
"그럼 일단 이게 되는건 알았으니 됐고. 다음 거 하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