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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내가 관광객이었다면, 느긋하게 도시를 구경했을 거다.
그런 도시였다. 특별할 것은 없는데 확실히 도시는 동양권에 속한 분위기가 아니다.
왜 가장 가까운 유럽 어쩌고 했는지 알 거 같네. 확실히 여기는 그 유럽 느낌이 있어.
정작 나는 유럽에 제대로 안 가봤지만.
뭐, 모스크바에 저장은 되어있으니 유럽 정도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갈 수 있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텅 빈 도시. 익숙한 상태.
역시 비어있는 도시가 맘에 든다. 이놈 저놈 나다니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위협이 안 되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비어있는 이 상태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역시 이게 편해.
뭐든지 섬멸전을 최고로 여기는 건 나와 소련의 공통점일 거다. 물론 그 소련은 죽었지만.
저장만 하고 돌아갈 거라고 했지만, 이고르 녀석의 코앞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기왕 왔으니 일단 가볍게 겉핥기만이라도 해보자. 본격적인 공략은 내일부터 하고.
이바노비치의 기억에서 이고르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단순한 해결사에서부터 시작한 밑바닥 인생.
확실한 일 처리로 점차 신임을 받으며 성장한 그는 결국 거물들을 상대하고 처리하는 업계의 큰손이 되었다.
이바노비치 역시 이고르를 많이 부려먹었다. 그만큼 보상도 확실했고.
결국, 그런 이고르는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눌러앉게 되었고 자체적인 힘을 기르게 됐다.
용병. 혹은 용병대. 그렇게 부르는 게 맞을 거다. 그러니까 사설 무력집단이라고 해야겠지.
그 수준이 거의 군대와 맞먹는다는 점이 대단한 거고.
그 근거지는 블라디보스토크 동쪽 어딘가의 작은 도시 근처라고 했는데….
이름이 뭐더라. 내가 적어놨었는데.
아. 그래 볼쇼이카멘이라는 도시 근처. 그래. 이름이 특이했었지. 볼쇼이라니. 발레단 이름이네.
설마 그 이름이 여긴가? 볼쇼이란 도시가 따로 있나?
어쨌든 날아가 본다. 맛만 보자. 맛만.
거리는 가깝기에 금방 도시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판에서 보이는 볼쇼이카멘이라는 글자. 그래. 여기 근처일 텐데. 문제는 어디 있냐는 거지.
이 도시 역시 사람이 전혀 없다. 슬슬 정말 여기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바노비치의 기억에서 이고르의 기억이 나온 가장 최근은 반년 전. 그 이후에는 소식을 들은 게 없다.
반년이라니. 이미 죄다 죽었을 수도 있는 시간인데.
어쨌든 살펴본다. 반경이 1킬로미터나 되는 탐지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짓.
그게 아니었으면 막막했을 거야. 이 넓은 땅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겠어.
그렇게 한 시간을 뒤졌지만, 기척은 못 찾았다.
모스크바에서 그렇게 개 짓거리를 하고 얻어낸 정보인데…. 이렇게 끊기다니. 조금 허무하네.
반년 전의 정보만으로는 역시 찾기 힘든가? 이 정도까지 지역을 특정하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바노비치의 기억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봐야 할까?
정보대로라면 녀석들의 규모는 상당히 크다고 알고 있다.
어설픈 용병대가 아니다. 거의 만 단위가 넘어가는 용병단. 거기에 전투원들을 제외한 인원들을 전부 합치면 몇 배의 인원이 될 거다.
그런 인원이 있다면 어떻게든 표가 날 수밖에 없을 텐데?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그렇게 잠깐 살펴본다는 걸 몇 시간을 더 있었다.
아. 젠장. 이렇다니까. 슬슬 어두워지니 오늘은 그만하자. 아니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오히려 찾기 편하지 않을까?
불빛이 보이는 곳만 찾으면 되잖아? 그래. 조금 있다가 다시 와봐야겠다.
그럼 일단 저장하고….
바로 의정부로 순간 이동한다.
저장 목록이 많아져서 좋네. 이래서 패시브를 안 찍을 수가 없어.
마침 집무실에 있던 민희.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놀라기보단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어서 와요."
자연스러운 포옹. 내게 착 달라붙어 나를 살짝 올려보는 모습은 언제 봐도 두근거린다.
승미세안 네 여자도 10년 뒤에는 민희처럼 되려나? 아.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행복하네.
"바빴어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은 나와 내 무릎 위에 앉는 민희.
이 여자는 내가 왜 좋을까? 신기한 일이야. 고마운 일이고.
"러시아를 다녀오느라."
"러시아요? 진짜 여기저기 다 다니네요."
"그치? 근데 거긴 진짜 웃겨. 걔들은 발레 공연을 보더라니까?"
"발레? 지금?"
"어."
그렇게 러시아 이야기를 해주자 민희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해진다.
마치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하긴, 내가 말하는 게 거의 동화 같은 이야기긴 하지.
"그게….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요? 유지가 되는 게 신기한데."
"나도 그게 가장 신기해. 나같이 미친놈 한두 명만 있어도 이미 다 몰살당했을 텐데."
"그 경호 업체인가 그 사람들만으로 유지가 되는 걸까요?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드네요."
"아마…. 그리 오래가진 않을 거야."
"왜요?"
"생각해보면, 세상이 망하고 4년. 그 정도는 어떻게든 유지가 됐겠지. 스킬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람당 하나였고 신체 능력으로 커버 되는 부분이 많았으니까. 게다가 사회적으로 통제 하면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잖아?"
"그렇긴…. 하죠. 대량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그런 건 힘들었으니까. 물론 우리나라는 안 그랬지만."
"그치. 근데 스킬이 풀렸잖아? 그리고 이제 1년 정도 됐다고. 분명 나같이 기형적으로 스킬을 많이 올린 녀석들이 있을 거야. 물론 녀석들도 그런 놈들이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빈틈은 분명히 있어. 그러니 곧 노리는 놈들이 나오게 될 거야. 지금까지 무사한 건 그저 그만큼 원한이 큰놈이 없을 뿐이었다고 생각해."
"한 번도 제대로 공격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 철저한 방어 체계가 아니었어. 거기도 그냥 운이 좋아서 아직 살고 있는 거지."
"당신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
그러면서 내 가슴팍에 손끝으로 천천히 그림을 그리는 민희. 간지럽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다.
나도 할까? 그럼 너무 선정적으로 변하는데.
내가 물끄러미 자신의 가슴을 보자 민희는 피식하고 웃는다.
나 역시 너무 빤히 보고 있던 게 뻘쭘해서 시선을 돌리자 민희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다시 돌린다.
"보고 싶어요?"
그러더니 자신이 입은 블라우스 단추 두 개 정도를 푼다.
드러난 가슴골. 남자라면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마성의 골짜기.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크 침소기가 너무 컸네. 근데 뭐 들으면 어때.
"그거 알아요? 나도 이제 30대 초반이 지나가니까 자신감이 점점 줄어드는 거?"
"엥? 니가?"
"그럼요. 나도 여잔데."
"그런 걱정은 아직 10년은 이른 거 같은데."
"10년이라니. 너무 후한 거 아니에요? 10년 뒤면 40대라고요."
"괜찮아.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할걸?"
"내가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는 그런 거에 되게 무디구나?"
민희가 자기라고 부르자 뭔가 느낌이 묘했다. 등골이 짜릿한 기분? 절대로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약간 간질간질한 기분. 아까 손끝으로 가슴에 그림을 그렸을 때보다 더 그런 느낌이 든다.
"방금 그거 좋네. 다시 한번 말해볼래?"
"뭐요? 자기?"
"그래. 그거."
"남들이 보면 나이든 아줌마의 주책이라고 할 거 같은데."
"걱정 마. 너랑 내가 둘이 이러고 있는 건 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흐응. 그런가? 그럼 이 아줌마가 욕심 조금 부려도 되나?"
그러면서 손을 뻗어 내 목 뒤를 슬그머니 감싼다.
부드럽고 끈적한 손길. 그저 손이 닿았을 뿐인데도 아래에 힘이 들어가는 거 같다.
오늘의 민희는 뭔가 농염하네. 본인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자꾸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여자가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면 하나도 안 어울려."
"그럼…. 누님이라고 할까?"
말투도 반쯤은 장난인 거 같지만 자연스러운 반말이다.
솔직히 이런 민희도 좋네. 맘에 들어.
"누님? 캬. 좋네. 누님이라. 이러면 무슨 부잣집 사모님에게 꼬리 치는 호스트 같잖아? 물론 내가 제비 할 정도의 외모는 아니지만."
"흐응. 호스트가 무조건 잘생긴 애들만 있는 건 아니던데."
"그래도 기본 베이스라는 게 있어야지. 적어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기긴 해야 할 거 아냐."
"자기도 제법 괜찮잖아요? 너무 자신감 없는 거 아니에요?"
목 뒤를 쓰다듬던 손이 슬슬 가슴팍으로 내려온다. 그저 손길이 닿고 있을 뿐인데도 이렇게 좋네. 짜릿짜릿해.
"외모 가지고 괜찮다는 소리는 살면서 처음 들어보네."
"다들 눈이 별로인가 보죠."
그러면서 다가오는 입술. 어느새 나는 그녀의 립스틱 맛을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립스틱 맛. 그리고 얽혀오는 혀.
이러려고 온 건 아녔는데….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네.
그렇다고 마다할 이유는 없잖아?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게다가 지금은 민희가 먼저 유혹한 거라고.
끈적하고 야한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단추를 모두 풀자 민희의 입술에서 입을 떼고 브라를 위로 젖힌 뒤 바로 가슴에 입을 가져갔다.
"하윽…."
조금 힘줘서 입으로 빨자 민희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이 나온다. 야하고 귀여운 신음. 한 번 더 듣고 싶다.
"으음. 집요하게 가슴만…."
가슴에서 잠시 입을 떼고 야한 표정을 짓는 민희를 바라본다.
이렇게 이쁜데 나이 걱정을 해? 멀었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근데 민희의 가슴에 불그스름한 게 묻어있다. 내가 너무 격렬하게 빨았나 싶어서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슴에 립스틱 다 묻었네."
"당신 입술은 어떻고요."
"하긴, 그렇겠네."
그러면서 다시 가슴을 빨기 시작한다. 가슴을 빨고 혀로 꼭지를 굴리고 유두를 입술로 살짝 깨문다.
내가 뭔가를 할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허리를 세우는 민희. 덕분에 그녀의 잘록한 허리가 유난히 가늘어 보인다.
두 팔로 안아도 내 팔꿈치를 내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는 허리.
그대로 소파에 민희를 눕혔다. 치마를 위로 올리자 스타킹 안에 비춰 보이는 속옷.
"나 좋아지라고 항상 스타킹을 신고 있는 거야?"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너무 티가 났나?"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여자가 블라우스와 정장 치마, 스타킹을 신고 있는 건 너무 좋다.
세상에서 오피스룩이 가장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오라고 하면 주저앉고 민희를 꼽을 정도?
그런 그녀의 스타킹을 두 손으로 잡고 힘을 줬다.
투둑하고 뜯기는 다리 사이의 스타킹. 그리고 온전한 색이 드러난 속옷. 브라와 마찬가지인 자주색.
흰 블라우스 안에 이렇게 진한 색 브라를 입는 건 정말 너무 도발적인 거 아냐?
여기 밑에 있는 남자 놈들 꽤 힘들겠네. 도현이나 예준이 같이 어린놈들은 자극 좀 심하겠어.
하지만 그런 녀석들도 이런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을 거다.
소파에 누워 한껏 흐트러져있는 민희의 모습. 앞섶이 풀어지고 밀려 올라가 가슴이 훤히 드러나 있는 가슴.
역시 말려 올라간 치마, 찢어진 스타킹. 그리고 젖혀진 속옷.
"빨리…. 넣어줘요."
그리고 민희의 야한 표정으로 보채는 모습.
이런 표정은 나만 볼 수 있다. 내거니까.
"으읏."
이미 충분히 젖어있는 그녀의 안쪽으로 나의 물건이 저항 없이 들어간다.
끝까지 밀어 넣자 들리는 허리. 살짝 벌어지는 입. 야한 신음.
눈을 감았다가 반쯤 뜨고 사랑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저 표정.
매혹 따위에 걸린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달콤하고 황홀한 표정. 보는 그것만으로도 중독 될 것 같은 느낌.
그런 민희의 가슴을 움켜잡고 몸을 움직인다.
지금 머릿속에는 그녀에게 절정을 안겨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깊게. 그리고 자극적이게.
허벅지를 만지자 매끄러운 스타킹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 진짜 좋아. 안 좋을 수가 없어.
"아. 좋아. 거기…. 읏. 거기 너무 좋아."
오늘따라 적극적인 민희. 덕분에 내 물건은 터질 것 같다.
조금 더 집중해서 정성껏 몸을 움직인다. 입을 앙다물고 자신에게 닥친 절정을 만끽하는 여자.
그런 그녀의 안쪽에 세차게 사정한다. 개운함이 느껴질 정도의 사정. 배가 꿀렁거릴 정도로 격렬한 느낌.
소파에 파묻힌 민희가 두 팔을 벌린다. 그녀의 몸에서 물건을 빼지 않은 채 그렇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
뺨에 닿는 옷의 감촉과 눈앞에 이쁘고 탐스럽게 솟아있는 가슴. 이야. 뷰 좋네. 최고의 광경이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줘야 해요."
내 귀에 조용히 속삭이는 민희의 말은 간지럽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다.
기분 좋은 소름. ASMR이 따로 필요 없어. 이렇게 좋은 게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