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88화 (48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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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노비치

일단 탐지를 돌려 주변에 누가 더 있는지 살펴본다.

근데 반경 내에 사람이 너무 많다. 맘에 안 들어. 사람이 많은 건 질색이야.

어쨌든 저택 안에 있는 놈들은 저게 다인 거 같은데.

과연 저놈들이 저 여자를 죽일까? 죽이진 않을 거다. 아마 저 여자. 카밀라는 현재 막심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내가 그렇게 보이도록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근데 이런 얄팍한 짓거리는 금방 들통난다.

매혹 한 번만 걸면 다 뽀록날 거 아냐. 매혹이 걸리면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까.

매혹을 이미 당했을까? 그럼 저렇게 얻어맞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뭐 그건 잘 모르겠고.

녀석들은 지금 잔뜩 경계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녀석들을 덮치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내 공격은 상대의 빈틈을 후벼 파는 방식이다. 저렇게 잔뜩 날이 선 녀석들을 공격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게다가 저 여자 혼자서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죽였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할 거다.

스킬이 공격 스킬이라면 모를까 저 여자는 스킬이 담배 생성이다.

담배 빵으로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공범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래. 일단 지켜보자.

저 여자가 죽어도 사실 나랑은 아무 상관 없다.

이쁘고 떡감이 좋은 여자긴 했지만, 뭐 그런 여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내가 뭐 백마 탄 왕자님이나 정의의 기사 같은 게 아니잖아? 굳이 당장 구하거나 할 필요는 없지.

심문 같지 않은 구타가 이어진다.

저 이바노비치 녀석은 왜 저 여자를 패고 있을까? 저런다고 죽은 막심이 돌아오는 건 아닐 텐데.

다른 원하는 것이 있나? 아니면 그냥 분풀이? 어쨌든 이해할 수 없다. 왜 저러는 거야 대체.

한참을 윽박지르며 뭐라고 하는 녀석은 결국 구타를 그만뒀다.

옆에서 경호원이 내미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손을 닦은 이바노비치는 그대로 방을 나서며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방에 있던 네 명의 남자들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지어진다. 야비하고 사나운 미소.

이바노비치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녀석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 거 같다.

경호원 한 놈이 허리춤을 풀었으니까.

하도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카밀라가 경호원 둘에 의해 막심의 침대에 눕혀졌다.

그리고 바지를 벗은 경호원이 그런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바지가 벗겨지고 팬티까지 벗겨지는 건 순식간.

다른 경호원 하나가 두 팔을 붙잡고 다른 한 놈도 바지를 벗는다.

우왁스럽게 카밀라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욱여넣는 경호원. 다른 한 놈은 입에다가 자지를 물린다.

순식간에 위아래로 강간당하기 시작하는 여자. 쯧. 저렇게 보니 불쌍하네. 기분도 더럽고.

근데 지금은 저 여자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지금은 이바노비치가 먼저다.

바로 밖으로 나와 자신의 차에 타는 녀석.

경호원들은 금방 그의 곁으로 와서 호위하다가 차에 타는 걸 보고 바로 뒤에 있던 차에 타기 시작한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는 모습. 뭘까? 왜 굳이 여기까지 직접 왔을까? 직접 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어쨌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녀석을 계속 지켜본다. 힐끔 막심의 집을 보니 썩 기분이 안 좋다. 쯧. 찝찝하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이라고 했을까? 음. 모르겠네. 일단은 관심을 끊자. 내가 언제부터 저런걸 신경 썼다고.

이바노비치가 움직이는 거에나 집중한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녀석. 하. 저놈을 어쩐다.

가는 길에 조금 한가한 길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걸. 납치할만한 곳이 없네.

어쩔 수 없지. 녀석의 저택 근처. 거기에서 납치하는 수밖에 없겠다. 근처에는 좀 조용했으니까.

게다가 소란을 안 피우고 녀석만 쏙 빼갈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잠시 현 위치를 저장하고 어제 마피아 아지트가 있던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불길이 많이 죽어버린 모습. 그리고 아직도 주변엔 사람이 없다.

이야. 이놈들 인망이 없었나 보네. 아무도 안 오네?

내가 없는 동안 다녀간 건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암튼 이제 관심 없어.

공중에서 한 10미터 정도 되는 곳을 저장했다.

이정도 높이에선 떨어져도 죽지는 않겠지. 아니…. 죽으려나? 조금 낮출까?

죽으면 안 되니 높이를 조금 낮췄다. 생각해보니 10미터면 거의 아파트 4층 높이잖아? 위험해. 낮추는 게 맞겠어.

5미터 되는 높이에 저장하고 다시 돌아온다.

어느덧 녀석의 차가 집 근처에 도착했고, 검문소를 넘었다.

집이 워낙 커서 검문소를 지나서도 제법 들어가게 되어있다. 좋아. 이제 보는 눈이 없지? 녀석의 차만 살짝 빼 와야지.

블링크. 그리고 이바노비치의 차 밑에다가 게이트.

목적지는 방금 내가 저장해 둔 마피아의 아지트. 차는 그대로 빠져서 2층 높이에서 떨어질 거다.

그 충격이면 죽진 않지만 다들 제정신 못 차리겠지. 워낙 순식간이라 탈출하기도 힘들 거고.

근데.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내 버프도 몽땅 꺼졌다.

깜짝 놀란 나는 바로 반사적으로 블링크를 썼다.

두번 연속으로 블링크를 쓴 다음 공중에서 재빨리 반사와 비행, 투명화, 천리안, 투시를 바로 켰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밑을 바라본다. 씨발. 뭐였지? 내 게이트가 사라졌어?

생각나는 건 딱하나. 광역 스킬 무효화. 내 버프까지 모두 꺼졌으니 확실할 거다.

차는? 어떻게 됐지?

차는 뒤집혀 있고 뒤에서 내린 경호원들이 부랴부랴 차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안 빠졌어? 게이트에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게이트가 사라져서 튕겨 나오고 뒤집힌 건가?

씨발.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어떻게 게이트를 보고 바로 무효화를 썼지? 어떤 새끼가 쓴 거야?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내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과 방금 죽을 뻔했다는 것.

블링크가 생기기 전에는 만약 모든 버프가 꺼지면 바로 반사를 쓰자고 항상 생각하고 다녔다.

블링크가 생기고 난 다음에는 실내라면 반사를, 실외라면 블링크를 쓰자고 생각했었고.

그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 그래. 목숨은 건졌지만, 상황은 최악이 되어버렸다.

기습은 성공하지 못했고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걸 녀석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셈이다.

게다가 반응속도가 엄청났던 녀석. 그런 놈도 이바노비치의 곁을 지키고 있다.

존나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데…. 이놈들은 수준이 다르네. 막심이 데리고 다니던 허수아비 같은 놈들이랑은 다르구나.

하긴, 그놈들도 제대로 된 실력은 못 봤지. 미인계에 홀려서 어이없이 당했을 뿐.

어쨌든 상황이 좆같아졌다.

괴력을 쓴 듯한 경호원 녀석 하나가 차를 뒤집었고, 이마에서 피가 나는 이바노비치가 비틀거리면서 차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를 보호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싸고 지키는 경호원들.

저건 글렀네. 당분간은 못 건드리겠어.

머리를 굴려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바노비치는 무리다. 녀석들이 잔뜩 경계하고 있으니까.

아까의 난이도가 10 정도 됐으면 지금은 100 정도 되지 않을까?

정보. 정보가 필요하다. 경호원 놈들의 능력, 수준, 그런 것들.

녀석들은 재공격이 올지 모르니 저 상태에서 꼼짝 못 할 거다. 그러면? 정보를 얻을 방법은?

하나 있네.

카밀라를 강간하고 있는 놈들. 그놈들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겠지.

이바노비치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동료들 정보는 어느 정도 알 거다.

그래. 거기로 가자. 지금 이녀석들이 꼼짝 못 할 때 빨리 그쪽을 털자.

바로 블링크. 막심의 저택으로 향한다.

탐지를 돌리니 저택 주변엔 다섯 개의 기척밖에 없다. 막심의 방 안에 있는 네 남자와 카밀라.

그 짧은 사이에 상당히 많이 당한 모습. 경호원이었던 네 남자 놈은 이미 모두 알몸인 짐승이 되어있다.

쯧. 내가 뭐라고 할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눈꼴시네.

어쩌겠어. 나는 내로남불의 화신이잖아. 내가 하는 건 되지만 남이 하는 건 꼴 보기 싫다고.

블링크에 페이즈 아웃. 그리고 방안의 사각지대로 가서 해제. 버프를 다 걸고 광역 스킬 무효화. 그리고 수면 다섯 방.

아까 게이트를 취소당해서 놀랐지만, 그렇게 실력 있는 놈은 여기 없을 거다. VVIP인 이바노비치를 지키고 있겠지.

바로 게이트를 남자들의 밑에다가 열었다.

하나씩 순서대로 빠지는 놈들. 아차. 마피아 아지트는 아까 2층 높이에다가 저장해놨는데.

뭐…. 죽지는 않겠지. 2층 높이인데 죽겠어?

침대 시트를 집어 들어 만신창이가 된 카밀라의 몸을 한번 감고 안아 든 채 게이트를 넘었다.

잠자던 상태로 바닥에 부닥쳐서 신음을 내는 놈들. 무효화를 한 번 더 뿌리고 수면을 한 번씩 다시 건 다음 게이트를 닫았다.

됐어. 이제 됐고….

알몸인 남자 놈들은 꼴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놔두자. 좀 싸늘하긴 한데 이정도로 얼어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무효화를 써서 카밀라를 깨웠다. 잠에서 깨자마자 시트에 돌돌 감겨있는 자신의 모습과 나를 보더니 눈이 커지는 여자.

"설 수 있냐?"

"이…. 목소리는!?"

목소리? 아. 어제 내가 마지막에 했던 말? 이야. 그걸 듣고 기억을 하는 거야?

대단하네. 목소리가 그렇게 쉽게 구별이 되는 거였나?

설 수 있다는 카밀라의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내려줬다.

몸을 지탱해서 서려다가 그대로 쓰러지는 여자. 쯧. 하긴 방금까지 그렇게 당했는데 쉽진 않겠지.

포션 하나를 사서 여자의 머리에 부어줬다.

자신의 머리에 뭔가가 부어지자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지만, 나를 보고 있기엔 포션의 효과가 너무 좋다.

자신의 상처가 급속도로 낫는 걸 보면서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모습.

그렇게 포션 하나를 다 부어주고 다른 포션 하나를 사서 건네줬다.

"마셔."

방금 효과를 봐서 그런지 받아들고는 망설이지 않고 마신다.

"근처에 빈집 있으니까 가서 씻고 와. 상처에 마저 바르고 오고."

포션 하나를 더 건네면서 말하니 힘이 어느 정도는 돌아온 듯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순순히 내가 내민 포션을 받아들고 절뚝거리며 비어있는 집 쪽으로 걸어가는 여자.

됐어. 이제 쟤는 됐고. 이제 이놈들 차례인데.

아무리 봐도 벌거벗은 남자들은 꼴 보기 싫다.

발로 녀석들의 몸을 밀어 엎드리게 했다. 아래쪽에서 덜렁거리는 더러운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엉덩이도 그다지 볼만한 건 안 된다. 어우. 진짜. 안구 테러야. 끔찍하네.

뭐, 좀만 참자. 금방 죽이면 되지. 그 전에 기억부터 읽고.

녀석들의 기억을 읽기 시작한다. 이바노비치와 그의 다른 경호원들에 대해서.

총인원, 구성, 스킬, 실력, 경험…. 뭐 될 수 있는 대로 다 읽었다.

똑같은 실수를 두번 반복할 수는 없지. 진작 이래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어.

그렇게 한참 기억을 읽었다. 시간이 꽤 지나자 저 멀리에서 카밀라가 걸어온다.

아까의 참혹한 몰골은 없어지고 다시 이쁘장한 상태로 돌아왔다. 옷도 어디서 구했는지 제법 말끔한 옷을 입고 있다.

어제는 야한 옷에 짙은 화장도 했어서 뭐랄까…. 이쁘긴 했는데 약간 싼 티 나고 천박한 부분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평범한 롱스커트에 스웨터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데다가 화장도 전부 지우고 머리도 차분하게 내려서 그런지 상당히 수수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미모가 사라지진 않았다. 개인적으론 이게 더 보기 좋네.

"저…. 그…. 고맙습니다."

"너도 제정신 아니네. 왜 고마워하냐? 설마 내가 지금 너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

"네? 네."

"나 때문에 니가 이런 꼴을 당했다고 생각하진 않고?"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요."

기억을 지워놨으니 저게 정상이긴 하지.

저 여자의 시점에서 생각하면 분명 막심이랑 같이 집까지 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쓸만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라는 말만 남았던 셈이니까.

그렇게 도망갔지만, 녀석들에 의해 잡혔고 난폭한 짓을 잔뜩 당한 셈이다. 그리고 나에게 구해졌고.

어쨌든 저 여자가 나에게 직접 악의를 품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그래도 일단은 거리를 둔다. 굳이 도움 되는 여자도 아니고.

"아. 저놈들 니가 죽일래?"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바닥에 엎어져 있던 놈들이 방금까지 자신을 강간하던 놈들이란 걸 알아차린 카밀라.

나는야 복수의 인도자. 복수를 원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걸 이뤄주는데 망설이지 않는 놈.

남자들을 본 카밀라는 표정이 굳는다. 그렇지만 당장 죽이겠다고 나서지는 않는다.

희한하네. 이걸 망설인다고?

"뭐야? 강간 당한 거 아냐?"

"그렇긴 한데…. 제가 죽이는 건…."

"뭐야. 사람 죽여본 적 없냐?"

"평범한 사람이라면 사람 죽여본 적 없는 게 당연한 거예요!"

빼액하며 소리 지르듯 말하는 여자. 하. 예상했던 이미지랑은 완전 다르네.

아니, 저게 정상이겠지. 아무리 증오해도 자기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건 쉽지 않는 거. 그래. 잊고 있었던 감정이야.

"그럼 뭐 할 수 없지."

마체테를 들어 네 녀석을 모두 찍어 죽였다. 신기한 건 이 녀석들도 코인이 거의 한 명당 백만씩은 있다.

이야. 씨발. 동유럽 쪽에 가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놈들도 대단하네. 정말 쑥대밭을 만들고 있나 본데?

그렇게 일단 정리는 끝났다. 이제 이 여자의 처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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