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86화 (48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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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노비치

그렇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된 막심의 저택 공중에서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바노비치라고 했지. 지금으로써는 이고르에 대한 정보를 아는 유일한 녀석.

문제는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녀석의 거주지는 막심 녀석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 군데.

이곳 루블료프카에도 한 곳이 있지만 여기 있을 확률은 낮다. 있었다면 아까 발레 공연을 왔겠지.

가장 짜증 나는 건 막심이 알고 있던 곳들 말고도 별장이 더 있다는 거다.

워낙 땅덩이가 넓은 러시아인데다가 이놈들은 휴양을 위한 별장을 이곳저곳에다가 깔아놓는 게 취미인 놈들이다.

여름 별장, 겨울 별장, 뭐시기 별장 이러면서 곳곳에다가 자기 집을 만들어 놓는단 말이지.

그걸 다 어떻게 알아내냐. 피곤하네. 만약 안다고 하더라도 잘하면 이거 러시아 전역을 빙빙 돌 수도 있다.

어휴. 다른 방법 없나.

일단 아까 불태운 마피아 놈들의 아지트 쪽을 가본다.

이제는 구경하는 놈들도 없어진 곳. 여기는 글렀나? 아니지. 아직 하루도 안 지났잖아?

여유를 가지자. 이놈들이 그정도로 서로 매너 없는 놈들은 아닌거 같으니 기다려보자고.

몸을 움직여 이바노비치의 루블료프카에 있는 집으로 가본다. 근데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낯선 도시에서 기억만 가지고 어딘가를 찾아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 기억 역시 막심은 항상 뒤에 타고 있어서 정확하지 않다. 아. 경호원이었던 놈들을 너무 일찍 죽였네.

그놈들 기억에는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근데 기억을 동영상처럼 저장해놓을 수도 없었으니 어쨌든 쉽진 않았겠지.

뭐,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현지인의 조력을 빌리면 되지.

탐지에 걸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조건은 간단하다. 여자. 운전 가능. 내가 말하는 주소를 듣고 거기까지의 길을 알고 있을 것.

한명 한명 찾아가 매혹을 걸고 물어본다. 조건에 맞지 않으면 기억을 지우고 다시 떠난다.

그 짓을 열 명 정도 했을 때 아는 여자가 하나 나왔다.

한 저택에서 나온 여자였다.

여자가 저택에서 나와 자신의 차에 타는 순간 내가 페이즈 아웃으로 차의 뒷자리에 들어가 바로 해제하고 무효화와 매혹을 걸었던 여자.

정장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비서 스타일. 뭐 하는 여자인지는 크게 관심 없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곳을 알고 있었으니까.

바로 차를 몰고 운전을 시작했기에 느긋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다리 하나를 무릎 위에 올렸다.

음. 운전기사를 부리는 게 이런 기분일까? 편해서 좋네. 가만히 있어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니.

그렇게 한 15분 정도 운전하던 여자는 차를 멈추더니 나에게 다 왔다고 말한다.

"여기야?"

"이 안쪽입니다. 여기 이후로는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 왜?"

"이 앞쪽으로는 검문을 합니다."

"검문?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그래. 암튼 알았다."

검문이라니. 그런게 의미가 있나? 정말 이해 못 할 새끼들이네.

여자를 재우고 기억을 지웠다. 잠에서 깨면 자기가 왜 여기 와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하겠지.

바로 페이즈 아웃. 차 밖으로 나가 해제 후 비행. 하늘 위로 블링크.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간 다음 탐지를 썼다. 이 앞쪽이라고 했지? 그럼 저기 보이는 저게 이바노비치의 저택인가 보네.

그리고 여자가 말한 검문소같이 생긴 것도 보인다.

흐음…. 저게 효과가 있나? 그저 인력 낭비 아냐?

막심의 저택에 있던 경호원들. 녀석들의 기억을 읽고 알아낸 게 있다.

그때 내가 가졌던 의문들. 경호하면서 어떻게 코인을 얻고 스킬을 배우는 가에 대해서.

경호원들. 그 녀석들이 속한 곳은 스멜리 코퍼레이션이라는 경호회사였다.

원래부터 주요 인사나 VIP 경호를 많이 하던 회사. 그리고 세상이 망한 뒤에도 녀석들의 일거리는 전혀 줄지 않았다.

그 이전까지는 신체 능력이 좋고 사격이나 특수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을 원했다면, 이제는 거기에 스킬 능력이 하나 추가되었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한 녀석들이다.

다만 스킬은 단순하게 훈련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코인이라는 재화가 필요하다.

내가 품었던 의문. 경호하면서 어떻게 사람을 죽이며 그 코인을 충당하냐는 것.

중국의 흑해방 녀석들이 했었던 코인 50만씩 들어있던 여자…. 그런 걸 생각해보긴 했는데 그건 사실 상당히 번거롭다.

어쨌든 사람을 잡아 와야 하니까. 물론…. 이놈들 하는 짓으로 봐선 그게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근데 녀석들은 더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그냥 동유럽 쪽으로 원정을 갔다.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이는 짓을 서슴지 않고 해서 코인을 벌었다.

실전 훈련과 코인 벌이를 동시에 하는 작업.

그것도 체계적인 장비를 갖추고 팀 단위의 습격을 하면서 착실하게 경험과 코인을 동시에 얻는다.

그렇게 두 달 빡세게 코인을 번 다음 다시 두 달 동안 경호 임무에 투입한다.

경호 임무를 하면서 스킬 숙련을 하고 다시 두 달이 지나면 다시 교대해서 사냥을 나간다. 이걸 반복하는 것.

녀석들은 지난 일 년간 그걸 반복했다.

덕분에 멀티 스킬이 풀린 이후 동유럽과 터키 쪽은 그야말로 이놈들 덕분에 쑥대밭이 되었다.

하긴. 경호원 세 녀석 코인이 제법 많았지. 셋 다 각각 100만 정도씩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머지들은 다 거지였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경호'라는 것을 고집하고 있기에 효율이 똥망으로 떨어지는 게 문제지.

아니 저런 놈들이 왜 경호를 고집하지? 차라리 경호회사 저놈들이 경호대상 다 죽이고 지들이 그 부를 누릴 수 있지 않나?

물론 가족들이 인질처럼 잡혀있는 건 이해한다. 보호라는 명목하에 있지만, 인질이지 뭐.

가족이 없는 자들은 아예 경호원으로 뽑지도 않으니까 저들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한다.

근데…. 나라면 저렇게 안 살아. 가족을 구출하고 내 꼴리는 대로 살겠지.

물론 저놈들은 그게 안 되니까 저 삶에 안주하는 걸 거고.

어쨌든 경호원 녀석들은 크게 위협 거리가 안 된다. 스킬 여섯 개, 많아야 일곱 개. 그런 놈들.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건 동유럽 쪽 현지에 상주하는 교관이라는 놈들이었다.

경호 임무에 들어가지 않고 코인 충당하러 오는 경호원들을 인솔하는 교관들.

그놈들이 알짜배기다. 경호원 녀석의 마지막 기억에서 본 바로는 교관의 스킬이 열 개였었다.

그게 두 달 전. 지금은 그보다 스킬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야겠지.

일주일에 스킬 하나라고 하면 두 달이라고 계산했을 때 스킬 열여덟 개도 가능한 숫자다.

절대 무시할 수 없어. 열여덟 개면 나랑 비슷한 수준이잖아.

가장 궁금한 건 패시브를 다 찍을 수 있었냐는 거다.

들어가는 코인 양이 어마어마한데…. 그걸 자잘한 녀석들 잡아가면서 충당하는 게 가능할까?

모르겠다. 뭐가 어쨌든 방심할 수는 없어. 이런 경호원 찌그레기들은 그저 양산형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보다간 하나뿐인 목숨을 날릴 거다.

물론, 내가 방심하고 꼴값만 떨지 않으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쨌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저택부터 확인한다. 지금 내 목표는 이고르. 그리고 그놈을 찾기 위한 이바노비치.

저택 안에 기척은 있다. 문제는 이바노비치인 것 같은 놈은 없다.

저택을 관리하는 듯한 사용인들. 경호원들. 잡일꾼 같은 녀석들. 뭐 그런 놈들.

주인이 저택에 없는데도 저런 사람들은 저택에 상주하고 있는 건가?

세상이 망했어도 권력과 재력이 있으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건가?

시간이 늦었기에 경호원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방에서 잠들어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조금 특이한 여자가 하나 보였다.

다른 이들에 비해 세련된 방. 방도 크고 안에 있는 집기들도 고급스럽다.

침대에 누워있는 젊은 여자. 이불을 덮어쓰고 있긴 하지만 투시가 있으니 별문제는 없다.

이불뿐이야? 옷도 투시 가능한걸? 여자의 몸매는 제법 나이스하다.

얼굴은…. 돌리고 있어서 잘 안 보이네.

이건 투시가 있어도 뭐 어떻게 할 수는 없지.

딸일까? 아니면 정부?

뭐가 됐든 특별 취급을 받는다는 건 이바노비치와 뭐든 관계가 있을 거다.

기왕이면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정부면 이바노비치가 어디 있는지 모를 거 아냐. 대신 딸이면 뭔가를 알 수도 있잖아?

좋아. 일단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제 실행만 남았다.

내가 또 저런 곳에 침투해서 좋은 일 하는 데는 도가 텄잖아?

근데 저 순찰하는 놈들이 맘에 안 든다.

탐지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놈들. 게다가 놈들은 탐지도 자주 쓴다.

코인이 넉넉하니 포션 먹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 하니까.

안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기억 읽기나 매혹을 할 수가 없다.

저 방안에서 기척이 두 개 잡히는 게 탐지에 걸리면 경호원 녀석들이 냅다 올 거다.

그렇다고 저 여자를 납치해서 어디론가 갈 수도 없다. 역시 방에 아무도 없다는 게 탐지로 잡히면 비상이 걸리겠지.

으음. 고민이네. 어쩐다.

들어가서 딱 붙어있어 볼까? 그래도 기척이 두 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축소 같은걸 배워야 하나? 축소 같은 스킬이 있으면 탐지에 쉽게 걸리진 않을 텐데.

일단 지금은 새로운 스킬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단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뭐가 있을까.

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밑에서 움직이는 차가 보였다.

아까 내가 매혹했던 여자. 나를 이쪽으로 데리고 운전했던 여자.

잠에서 깼는지는 꽤 됐지만 이제야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떠나나 보다.

그런 그 여자를 보니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 한번 해보자. 뭐 잘못돼도 내가 죽는 거 아니니까.

차를 돌리고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여자. 그 차에 다시 페이즈 아웃으로 들어가 해제했다.

그리고 다시 무효화. 매혹.

"야. 차 좀 한가한 곳으로 가봐."

다짜고짜 명령해도 매혹에 걸렸으니 순순히 내 말대로 한다.

이바노비치의 저택에서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에 멈춘 여자.

"차에서 내려."

"네."

그리고 불타는 마피아 아지트가 있던 곳의 게이트를 열었다.

여자를 넘어가게 하고 수면을 건다. 그리고 테이프 질.

다시 나만 넘어와서 게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바로 이바노비치의 저택으로 블링크를 섞어 빠르게 날아갔다.

바로 페이즈 아웃. 그리고 딸인지 정부인지 모르는 여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해제와 동시에 무효화. 수면. 그리고 마피아 아지트가 있는 곳 게이트를 열고 자고 있던 여자를 안아 들고 게이트 밖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바닥에서 테이프에 묶인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를 침대로 옮겼다.

내가 페이즈 아웃 써서 수면이 풀린 모양이네. 어휴. 그만 좀 노려봐라. 눈 빠질라.

다시 테이프 칠 돼 있는 여자를 재우고 게이트 너머로 건너갔다.

좋아. 됐어. 이제 탐지를 해도 저 방에는 한 명의 기척만 느껴지겠지.

게이트는 그대로 열어놓은 채 잠든 여자의 기억을 읽는다.

음. 딸이네. 나에겐 좋은 일이야. 딸이면 알고 있는 정보들이 더 많겠지.

키워드를 이바노비치로 하면 기억이 미친 듯이 많이 나오겠지? 그런 바보짓을 하진 않는다.

일단 별장에 대해서 기억을 읽었다.

으음. 나이스. 역시 가족이네. 막심이 알고 있던 별장 두 군데 말고 다른 두 군데의 위치를 알아냈다.

좋아. 그럼 이제 이바노비치가 어디로 갔는지만 알아내면 되겠어.

키워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한참을 헤매다가 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멍청해. 매혹 걸고 물어보면 되지 왜 이걸 기억을 뒤지는 거야? 하여간 머리가 점점 굳는다니까.

여자를 깨워서 물어본다. 의외로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하는 딸.

으음. 딸에게도 행선지를 말하지 않는다? 상당히 치밀한 녀석이네. 그럼 대체 누가 알고 있으려나.

적어도 이 저택에 있는 놈 중엔 없을 것 같다. 이거 번거롭네. 정말 귀찮아.

어쨌든 이바노비치의 행적을 모른다면 더 이 여자에겐 볼일 없다.

뭐 나름 이쁘장하긴 한데…. 방금 이쁜 여자한테 세 번이나 사정하고 와서 별다른 생각이 안 든다.

다시 재우고 기억 삭제. 이러면 이 딸은 마지막에 자기 방에서 잠들고 깬 적이 없는 거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를 다시 게이트 너머로 보내고 딸을 다시 침대로 놨다.

그리고 페이즈 아웃.

게이트가 닫히고 침대에서 잠들었던 딸이 부스스 눈을 뜬다.

깨긴 깼는데 자기가 왜 깼는지 모르는 여자.

미간을 조금 찌푸리더니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잠을 청하는 모습.

저택을 나간 다음 바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하늘 위로 블링크 했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비행을 비롯한 버프들을 건다.

아까 여자가 차를 세웠던 곳으로 온 나는 다시 게이트를 열었다.

또 게이트 너머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 어휴. 눈 빠지겠다고! 작작 좀 노려봐라.

게이트를 넘어가서 여자를 재우고 몸에 붙은 테이프를 떼준다.

그리고 여자를 안아 들어 게이트를 넘어온 다음 차 운전석에 앉혔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지웠다.

음. 다됐다. 이상한 거 없지? 어디 보자. 없는 거 같네.

그럼 고마웠어. 두번이나. 다음에는 다시 보지 말자. 그게 너도 좋은 일이겠지.

공중으로 거리를 벌린 다음 무효화를 썼다.

잠에서 깨고 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여자.

여자의 이름은 디아나.

오늘은 그녀에게 상당히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물론 본인은 전혀 기억 못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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