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75화 (47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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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469화 부터 업로드가 꼬인걸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상 기온

습격자 중의 반 정도는 그대로 모습이 사라졌다.

보니까 블링크를 쓴 거 같다. 저만치 앞에 나타난 기척들이 방금 사라진 그놈들이겠지.

남은 반 정도는 공중을 날아서 감옥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놈들은 뭘 어쩔 생각이지?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잖아? 저렇게 간다고 뭘 해볼 수 있을 거 같진 않은데.

안으로 침투해서 빼 올 생각인가? 파룬궁의 그놈들처럼?

계속해서 지켜본다. 근데 이놈들은 제법 체계적이다.

상당히 천천히 진입하기 시작하는 놈들. 아마도 최루연막탄인 것들을 왕창 풀어버리고 방독면을 쓴 채로 진입한다.

게다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밖에서 대기 하는 놈들이 제법 많다.

그것도 흩어져서 있는 게 아니고 뭉쳐서 공중에 떠 있다.

지난번 놈들이 아닌가? 그때 놈들보단 상당히 빡빡한데?

아니지. 지난번 놈들이 실패를 겪고 보완했을 수도 있다.

천리안을 배워보고 나니 주변의 녀석들만 정리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진짜 멀리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건 뭐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혼자서 의문을 가지고 있어 봐야 아무 의미 없잖아? 일단 누구든지 한 놈을 납치해서 기억을 읽어봐야겠다.

그래야 속이 좀 시원하지. 혼자 추측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내가 있는 곳은 조금 멀리 떨어진 건물의 옥상. 현 위치를 저장하고 천리안을 리필했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놈 중에 비교적 낮게 날고 있는 녀석들을 찾아본다.

아. 저놈들 좋네. 저놈들로 하자.

공중에 떠 있긴 하지만 땅 위에서 그리 높게 떠 있지 않은 넷.

저놈들은 분명 광역 스킬 무효화의 범위에 닿을 거다. 그럼 뭐 간단하지.

낮게 날고 있는 너희가 잘못한 거야.

바로 블링크. 무효화를 쓰고 바로 수면 연타.

비행 버프가 사라져 깜짝 놀랐다가 잠들어버린 놈들의 바로 밑에 게이트를 열었다.

바로 게이트를 닫고 그대로 아까 있던 건물 옥상으로 순간이동.

방금 무효화와 수면을 맞은 놈들이 옥상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깨어 꿈틀거리고 있다.

다시 무효화와 수면. 통증이 있지만, 다시 잠들어버리는 녀석들.

바로 수납에서 테이프를 꺼내 칭칭 감아버린다.

후후. 간단하지. 무효화의 범위에만 닿으면 어려울 게 없어.

순식간에 정보원 네 명을 얻었다. 이젠 이놈들이 쓸만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기를 바랄 뿐.

천리안과 투시 쓴 눈으로 감옥 쪽을 지켜보며 잠깐잠깐 기억 읽기를 했다.

어디 안전한 곳에 가서 느긋하게 읽고 돌아오고 싶지만, 감옥 쪽의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여기서 할 수밖에 없다.

800미터는 떨어진 곳인데 설마 여기를 알아챌 수는 없겠지. 그 정도 탐지가 가능한 놈이 있었다면 이미 아까 걸렸을 거야.

감옥 근처에서 폭발음과 번개 같은 것이 치기에 바라보니 여럿이 블링크와 비행을 하면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밖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바쁘네. 전투도 봐야 하고 기억도 읽어야 하고. 정신없어 진짜.

날아가는 번개 구체. 솔직히 맞을 속도는 아닌데 또 그거에 맞는 놈이 있다.

근데 맞아도 죽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오르는 모습. 저놈은 데미지 감소가 있나 보다. 저걸 버틴 거 보면.

근데 데미지 감소도 있는 놈이 블링크 하나 없어?

스킬 구성 진짜 끔찍하네. 이 시대의 참된 전투원이라면 블링크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지.

그리고 또다시 터져 오르는 폭발. 희뿌옇게 보이는 보호막. 거기에 나타나 주먹을 휘두르는 한 남자.

그걸 슬쩍 피하는 또 다른 남자.

전투 수준은 그래도 나름 볼만 했다. 스킬 몇 개 없는 놈들의 시시한 막싸움이 아닌 알 거 다 알고 가질 거 가지고 있는 놈들의 치밀한 전투.

일단 전투로 죽는 놈들이 거의 없었다. 한 번씩 정타가 들어가는데도 안 죽는 거 보면 저 새끼들이 대부분 데미지 감소가 있다는 소리.

그건 이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잡아 온 넷. 이놈들도 스킬이 일곱 개, 일곱 개, 여덟 개, 일곱 개. 이렇게 있는 놈들이다.

특별한 스킬은 없지만, 이놈들 하나하나가 적어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놈들이다.

내가 손대고 있는 이놈도 그렇다. 비행, 적수, 투명화, 보호막, 데미지 감소, 반사, 블링크. 이렇게 가지고 있는 녀석.

탐지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 녀석이 높게 떠 있기만 했어도 나는 손가락 빨고 지켜봐야 했을 거다.

양산형 같은 느낌이 나긴 하지만 전투원으로는 충분한 전력이 되잖아? 그거면 됐지.

감옥 바깥에서는 소규모 접전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감옥 안쪽으로는 두 무리가 차근차근 안쪽을 점거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놈들이 지난번에 파룬궁 그놈들이라는 걸 알아냈다.

어쩐지 방법이 비슷하더라. 그럼 지난번의 실패로 업그레이드된 게 맞긴 하나 보네.

이야. 졸지에 내가 이놈들을 레벨업 시켜줬네. 그래. 뭐. 다들 이렇게 실패에서 배우는 법이지. 죽지만 않는다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이제 스킬에 대해서 기억을 읽는다. 어쨌든 내가 알고 싶은 건 스킬과 그 효과니까.

근데 감옥 상황을 읽으면서 봐야 하니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괜히 안전한 곳에서 느긋하게 기억을 읽고 왔다가 상황이 전부 끝나버리는 것보단 낫지.

그렇게 힘겹게 기억을 읽어 내면서 결국 원하는 기억들을 찾아냈다.

근데…. 의외네. 이 한파가 날씨 변환이 아니라고?

아직도 영하권으로 느껴지는 이 날씨. 탁상시계를 꺼내서 살펴보니 아직 영하 8도다.

따듯한 날씨를 이렇게 한겨울로 만들어버린 이 스킬은 날씨 변환이 아닌 카타스트로피라는 스킬이었다.

카타스트로피. 기본 스킬 열 개 배우면 배울 수 있던 스킬. 분명 티어14 스킬이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조건을 만족하고 이런 스킬을 배운 거야? 정말 대단하네.

기본 스킬 10개 찍을 게 있긴 한가?

암튼 카타르스토피에 대해서 네 명의 기억을 계속 읽어봤다.

근데 별다른 기억이 없다. 한 놈은 아예 떠오르는 기억이 없고 다른 한 놈도 크게 아는 건 없었다.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

마지막 한 놈의 기억을 읽는데 의아한 기억을 찾아냈다.

스킬 여덟 개 있는 녀석. 이놈의 기억에서 동료와 대화하면서 나온 내용.

시기로 봐서는 굉장히 최근인 거 같다. 아마 거의 일주일 안쪽인 거 같은데.

카타스트로피 스킬로 해일을 일으켰다는 대화 내용이다.

아니. 이상 한파를 만들었던 스킬이라며? 해일은 뭐야? 갑자기 웬 해일이야?

더 기억을 찾아보지만, 이놈들도 다른 정보는 더 없는 거 같다. 아무리 뒤져봐도 그에 대한 기억이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 귀찮네. 감질나. 똥 싸다가 끊은 느낌이잖아.

다시 감옥 쪽을 지켜보며 잠시 생각해본다.

카타스트로피. 뭐지? 스킬 효과가 여러 개야?

일단 확실한 건 이 이상 한파와 기억에서 확인한 해일 두 가지 효과가 있다는 거다.

두 개의 공통점은 뭐지? 천재지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조금 전에 썼던 그 지옥 같은 스킬. 그 스킬의 정체를 알았으니까.

그건 진짜 지옥이 맞았다. 티어12에 있는 지옥. 그 스킬.

미나에게 천국의 문이랑 지옥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했었는데 이게 그거네.

이 녀석들에게 주의 사항 같은 걸 단단히 주는 기억이 있었다.

절대 자기가 있는 곳에 알 수 없는 어둠이 깔리면 절대로 환각에 속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웅크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

보호막 같은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 절대로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당부가 계속 이어졌었다.

그걸로 미루어 보건데…. 지옥은 환각계 스킬인가 보다. 정신착란 같은 걸 일으키는? 그런 스킬.

어쨌든 당하더라도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적어도 스스로를 죽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존나 웃기네. 이제는 별의별 스킬이 다 나오는구나.

근데 선행 스킬은 왜 그 모양이었지? 망자의 지대랑 역병이었을 텐데.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어쨌든 좋은 걸 알았으니 됐다. 이제 이놈들은 쓸모없지. 좀 더 영양가 있는 놈들을 잡아먹으러 가봐야겠어.

바로 파룬궁 짱개 넷을 잡아 죽이고 67만 코인을 얻었다.

이제는 67만을 먹었는데도 감흥이 없다니. 사람이란 참 무섭지.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

어쨌든 다시 자유로워진 상황. 이제 다음 타겟을 살펴봐야지. 어떤 놈들이 좋을까.

감옥 주변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한창이다.

데미지 감소가 있어서 그런지 전투는 상당히 야만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간 내가 봐왔던 한방 싸움과는 조금 다른 양상.

그래. 광역 스킬 무효화와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없으면 저런 식의 전투가 가능하다.

무슨 스킬을 맞든 한 방에 죽거나 사지가 떨어지지 않으면 힐이나 포션으로 회복이 가능한 전투.

물론 괴력 쓴 강화 주먹이나 공간 절단 같은 걸 맞아버리면 데미지 감소고 나발이고 그냥 찍 하고 죽어버리겠지만, 저렇게 공중을 날아다니고 블링크를 하는 놈들에게 그런 걸 맞추기는 상당히 어렵겠지.

분명 화려한 전투긴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무의미한 힘 빼기로 밖에 안 보인다.

저래선 이길 수 없어. 멍청한 짓이야.

서로의 실력과 능력을 한껏 보여주면서 힘 싸움을 하는 것. 더없이 한심해 보인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변수와 변칙적인 상황을 무수히 만들고 있는 거잖아? 솔직히 저러면 이기는 것도 운이다.

나는 절대 하지 않을 방식의 전투야.

내가 승미세안 네 여자에게 저런 스킬을 올리게 한 것도 저런 놈들이 많아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스킬을 그렇게 찍으라고 한 거지 절대 앞장서서 저렇게 싸우라고 시키진 않을 거다.

애초에 전투라는 말 자체가 나랑은 어울리지 않아.

전투가 아니다. 습격, 암살, 납치, 기습 이런 거지. 아니면 학살이라던가.

그래도 녀석들이 화려하게 날뛰고 있기에 나는 편했다.

기회를 노릴 수 있는 틈이 잔뜩 보이니까.

일단 전투를 피해서 지면 근처로 내려온 놈들은 다 내 밥이다. 무효화만 닿으면 끝이니까.

아마 다른 놈들이 광역 스킬 무효화를 가지고 있어도 이 정도로 활용을 못할 거다.

스킬 반경 증가 패시브로 넓어진 무효화니까 이 정도로 쓰는 거지, 패시브가 없었으면 쥐똥만 한 반경으로 무효화를 걸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병아리를 낚아채는 솔개처럼 잠시 내려온 한 놈에게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바로 게이트를 써서 납치. 손님이 또 하나 오셨네. 이랏샤이마세다 새끼야.

바로 기억을 읽고 내 전용 스킬 마체테를 쓴다.

적중률과 치명타 확률 100퍼센트의 스킬. 게다가 쓰면 무조건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그야말로 개사기 스킬.

그런 마체테가 파룬궁 수련자의 목을 꿰뚫고 오늘도 킬 수를 하나 더 늘렸다.

음. 파룬궁 놈들만 다섯이나 죽였네. 밸런스가 안 맞잖아.

기억 읽기도 중요하지만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잖아? 내가 너무 평등하지 않았네.

짱인지감수성이 부족했어. 좀 더 노력해야겠네.

이번엔 누가 봐도 감옥 쪽인 녀석을 납치했다.

기억을 읽어보지만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리 높은 직책은 아닌가 봐.

그러고 보니 어깨에 직급을 나타내는 계급 표 같은 게 붙어있긴 하다. 근데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계급 표도 모르는데 짱개놈들 계급 표를 내가 알 리가 없지. 하. 이래서 교양 상식이 중요한 건데.

어쨌든 오래 살려두고 느긋하게 기억을 읽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 그냥 죽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한놈씩 한놈씩 납치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피해를 누적시킨다. 그러니까 그런 거지.

별거 아닌 5,900원짜리 폰게임 과금이 월말에 살펴보니 몇십만 원으로 나오는 셈이 되는 거야.

누적 피해라는 건 이렇게 무섭다. 별거 아니라고 방심하고 있다간 정신 차려보면 어마어마해져 있거든.

한참을 사냥한 끝에 감옥 쪽 열한 명. 파룬궁 쪽 열 명. 현재 스코어는 엄대엄.

크. 파룬궁 녀석 하나만 더 잡으면 다시 듀스인데.

근데 녀석들도 이젠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거 같다.

하긴 저놈들이 아메바도 아니고 눈치채는 게 당연하겠지.

지금까지 서로 사상자 없이 투닥투닥 거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놈들이 많아지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거 아냐?

음. 이제 조무래기는 그만 잡아야겠다.

다들 그리 아는 게 많지 않았어. 괜히 경각심만 키워준 꼴이 됐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놈을 잡아 죽여야 하는데. 그런 놈을 노려봐야겠어. 알짜배기들을.

기왕이면 파룬궁 쪽 녀석으로 가자. 그래야 밸런스가 맞지.

잠시 사냥을 멈추고 타겟을 물색하는데 감옥 안으로 침투했던 파룬궁 놈들이 보였다.

웃긴 건 감옥 안에서 감옥 간수 같은 놈이 죄수를 잡고 인질극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하. 뭐야 저건. 진짜 또라이 새끼들이네.

무슨 간수가 죄수를 인질로 삼고 배짱을 부리고 있어?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상당히 효과적이긴 하다.

저 지랄 하는 상황이 잘 안 그려져서 그렇지 어차피 침입자의 목표는 죄수 구출이잖아?

그 죄수를 잡고 인질쑈를 하면 구출하러 온 놈들이 벙찌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존나 어려움을 무릅쓰고 죄수를 구출하기 위해 침투한 파룬궁의 정예들. 어디 보자. 한 스무명 되는 거 같은데.

방독면으로 가려져 있는 얼굴. 투시로 방독면 너머를 보니 기가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하. 그래. 니 마음 내가 이해한다.

근데 이해만 한다는 거지 나는 재밌어. 흥미진진해. 짜릿하다고.

과연 저 파룬궁 놈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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