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71화 (4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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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469화 부터 업로드가 꼬인걸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메모리

내가 스킬을 너무 믿었나 보다.

아니면 사람의 머리를 너무 과대평가했던가.

분명 내가 뭔가 기억을 잘못 지웠기에 이런 상황이 온 걸 거다.

문제는 내가 뭘 잘못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지금 성연의 상태는 스마트폰을 켰는데 아무런 화면도 뜨지 않고 열만 잔뜩 나는 상태랑 다를 게 없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아. 씨발. 스킬 진짜 좆같네. 스킬 설명서라도 주던가.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

이래서 아무도 안 찍어본 스킬은 찍기가 싫다.

무슨 스킬이 어떻게 나가는지, 정확한 효과는 뭔지, 페널티와 부작용이 뭐가 있는지 직접 하나하나 알아봐야 하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공돌이의 마인드가 잔뜩 녹아있는 시스템이야.

스킬 만든 새끼들. 모쏠아다에 배나오고 안경 낀 너드 새끼일 거야.

아니. 꼭 그래야 해. 개새끼들. 에휴.

스킬 만든 놈들을 탓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어쨌든 내가 저지른 짓이니 내가 마무리 지어야지.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 머리를 굴려본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생각해보자고. 뭐가 문제인지.

분명 어제까지는 괜찮았다. 어제 기억을 지운 양도 만만치 않았어. 근데 오늘 봤을 땐 멀쩡했단 말야?

어제와 오늘 사이에 있었던 일도 기억 읽기로 봤을 땐 크게 문제없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잖아? 평소와 다름없는 상황이었지. 문제 될 건 없었어.

뭐가 있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변수가 뭐가 있었는지를 체크해보자.

정상적으로 활동했을 때와 지금 머리가 아플 때의 차이.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 일단 이게 가장 가능성이 크다.

뭔가 내가 기억을 덜 지웠을 확률이 있어.

그러니까 그런 거다.

나라는 기억을 전부 지워야 하는데 97퍼센트나 98퍼센트만 지운 거지. 그래서 남아있는 2~3퍼센트가 버그처럼 작동하는 거야.

보통 이런 경우가 많잖아. PC도 그렇지.

게임 같은 걸 제대로 언인스톨 하지 않고 그냥 폴더를 지워버리면 레지스트에는 남았는데 게임 폴더는 날아가 버려서 제어판 같은 데서 제대로 지우지 못하게 되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이 된다. 내가 뭔가 적합한 절차로 기억을 안 지운 거야.

그럼…. 일단은 해봐야지. 아직 남아있는 기억들을 더 찾아보자.

나와 관련된 기억, 내가 연상되는 기억…. 그런 것들까지 다 꼼꼼하게.

다시 성연의 알몸을 붙잡고 기억 읽기와 기억 삭제를 쓴다.

키워드를 계속 바꿔가면서 나에대한 기억들을 더 찾아본다. 혹시나 어딘가 남아있을지 모르는 흔적. 그걸 찾아서.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다행히 이곳 벙커 안에 가둬놔서 그런지 기억들은 그다지 복잡하거나 다채롭지 않다.

잠, 식사, 운동이 거의 대부분. 진짜 재미없고 건전하기 짝이 없는 삶은 산 성연이기에 기억을 뒤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내 가설이 틀린 건가?

물론 틀릴 확률이 높지. 뭔지도 모르는데 한 번에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했으니까.

그럼 다른 가설을 생각해보자. 뭐가 있지?

아니, 일단 지금 다시 한번 깨워보자. 또 머리가 아픈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잖아?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기계는 한번 잘못되면 고쳐질 때까지 계속 잘못된 채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간은 뭔가 잘못된 걸 스스로 자체 복구할 수 있잖아?

자기합리화도 이런 류라고 볼 수 있지.

뭔가 잘못됐다는 걸 확실히 알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기에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이는 것.

기억도 마찬가지일 거야. 뭔가 잘못됐다고 해도 스스로 어느 정도는 정리하려 들 거다.

계속해서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태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잊든지 스스로의 기억을 조작하든지 알아서 하겠지.

무효화를 쓰고 바로 반사를 썼다. 수면에서 깨어나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성연.

잔뜩 찡그린 얼굴.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상 쓰고 있는 저 얼굴이 이쁘다고 생각했다.

어휴. 나란 놈은 씨발….

"으…."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내 쪽을 바라보더니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너….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

얼래?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역시 일시적인 상황이었나? 잠깐 쉬었다고 괜찮아졌나?

"머리 아픈 건 괜찮냐? 안 아파?"

"너! 누구냐고!"

"아이….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사람이 걱정해주는데."

그러면서 성연의 이마를 만져보려고 팔을 뻗었다.

"뭐야!? 치워!"

내 손을 쳐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성연.

와. 놀랐네. 생각보다 피지컬이 좋구나? 손을 쳐내네.

혼란스러움과 불안함, 혐오감을 잔뜩 담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여자.

아마 자신이 알몸이라는 게 이유가 큰 거 같다.

하긴, 그 어떤 여자도 정신을 차렸는데 자기가 알몸인 상태로 생판 모르는 남자 앞에 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게다가 성연은 지금 재벌가 며느리 모드다.

대호 그룹의 회장인 시아버지와 이사이자 차기 회장인 남편이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

저 나잇대 여자 중에는 가장 프라이드가 높을 만한 여자잖아? 그러니 저렇게 표독스러운 것도 이해가 가지.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 나를 노려보는 성연.

아까 머리 아팠던 건 괜찮아졌나 보다. 인상을 쓰고는 있지만, 통증을 호소하거나 아파하는 기색은 없어보인다.

"머리 안 아프냐고."

내 물음에도 대답 없이 노려보기만 하는 성연.

"사람이 물어보면 좀 대답을 해라. 대답을."

내 푸념에도 말없이 노려보는 성연. 인상을 쓰곤 있지만, 통증을 느끼는 것 같진 않다.

음. 괜찮나 보네. 역시 알아서 낫는 거였나 봐.

뇌가 뭔가 에러 가나서 그걸 자체 복구하느라 머리가 아팠던 게 아닌가 싶다.

역시 인체의 신비는 대단하다니까. 이런 것도 알아서 고치고.

일시적인 걸 안 이상 크게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거 같다.

어쨌든 좋은 걸 알았잖아? 함부로 막 지우면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

근데 어제는 왜 괜찮았던 걸까? 어제랑 오늘이랑 지운 양은 크게 차이가 없는데.

한계 같은 게 있나? 어제는 물이 넘치기 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고, 오늘은 물이 넘쳐버린 건가?

그래도 속 시원하게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좋아. 한 번만 더 물어보자.

"머리 안 아프냐고! 대답 좀 하라니까!?"

"넌 뭔데 자꾸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아이씨…. 귀찮네. 뭔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기가 너무 귀찮다.

그래. 지금 상황은 저 여자에게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잖아?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채우기 위해 기억 삭제를 한 건데 지금 상황도 충분히 잘못된 상황이긴 하다.

쯧. 이렇게 시작하면 안 되지. 좀 더 스토리를 만들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야 해.

뭐, 상관없다. 이 상황도 지우면 되니까. 기억 삭제가 부작용이 있지만, 일시적인 걸 알았으니 크게 문제는 없다.

일단 그래도 확인할 건 확인 해 봐야지. 근데 저런 꼬라지면 죽어도 내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할 거 같으니 편한 방법을 쓰자.

바로 무효화와 매혹을 썼다.

복잡한 과정을 단숨에 줄여주는 마법의 스킬. 이러면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하겠지.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성연.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 머리가."

또다시 두통을 느끼고 머리를 움켜잡는 성연.

뭐지? 아! 매혹이 문제구나. 매혹 때문에 머리가 아픈 거였어.

바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고 수면을 썼다. 잔뜩 인상 쓴 채로 잠들어버린 여자.

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 매혹이 문제였구나. 근데…. 왜?

원인은 알아냈다. 원인은 알았는데…. 그게 왜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을 모르겠다.

매혹과 기억 읽기는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매혹과 기억 삭제는 상관이 있다고?

뭐가 있지? 잠든 성연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야? 진짜 모르겠네.

아니, 어제도 매혹은 썼잖아. 매혹을 처음 당하는 것도 아니고.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뭔가를 잘못 지웠어. 근데 그게 매혹이랑 상관 있다?

과정으로 봐선 그런 흐름인데…. 자세한 걸 모르겠네.

이렇게 답이 나오지 않는 걸 계속 골머리 썩여가며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는 건 없다.

돌겠구만. 이렇게 되면 상당히 귀찮은데. 매혹을 쓸 때마다 머리 아프다고 저렇게 웅크려버리면 쓸모가 전혀 없는 거잖아.

일단 시간이 아까우니 자는 성연의 기억을 마저 지운다.

방금 있던 일들까지 전부 다 지우고 다시 한번 무효화와 매혹을 써본다.

또 머리가 아프다고 푹 수그리는 성연. 에이. 귀찮아졌네. 뭔 이딴 부작용이 생겼어.

다시 재우고 또 기억을 지웠다. 일단 두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네.

근데 또 문제가 생겼다.

이 여자는 나를 만나본 적도 없게 기억이 모두 삭제된 상태.

근데 최신영은 아니다. 뭐, 둘이 사이좋게 대화를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둘을 한 장소에 두는 건 썩 좋은 생각은 아니야.

둘을 나눠야겠어. 근데…. 어디로? 누구를?

장소야 있다. 내 본진 벙커. 많은 여자가 거쳐 지나간 곳.

자물쇠와 화장실까지 완비되어있는 친절한 독방.

어차피 기억 삭제 이후에 기억 조작을 배우게 될 때까지만 있으면 되니 잠시 두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근데…. 누굴 보내지?

최신영과 고성연. 둘 중에 누가 나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운동기구가 보였다.

음. 최신영을 보내자. 이 여자는 여기서 운동이나 하라고 하자.

뭐, 수납이 있으니 운동기구도 한 번에 다 가져갈 수는 있지만…. 귀찮다. 내가 뭐하러 그런 짓까지 해야 해.

최신영은 몸만 보내면 되는데.

일단 비행장을 저장했던 저장 목록에 이 위치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순간 이동.

성연과 신영을 깨우고 싶진 않기에 페이즈 아웃을 쓰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 빠르게 중동으로 날아간다.

블링크를 섞으니 정말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다. 이야…. 옛날에 걸어 다니던 시절이 정말 꿈만 같네.

대체 어떻게 그러고 다녔지? 대단하다 정말.

페이즈 아웃을 배우고 나서는 벙커문을 열고 들어갔던 적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벙커문을 열었더니 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지난번에 그 뭐야 그 여자 실장 가둬놓았던 이후로 처음인가?

어쨌든 아무런 문제 없이 멀쩡한 벙커. 바로 들어가 문을 닫고 방 자물쇠를 확인한다.

좋아. 됐어. 이러면 됐고.

방문을 열고 게이트를 열었다.

벙커에서 벙커로. 다이렉트 게이트를 통한 친절한 격리.

최신영의 방으로 들어가 자는 여자를 안아 들고 게이트를 지난다.

"도착했습니다. 공주님."

내게 안겨있는 최신영에게 말해보지만 자는 여자가 대답할 리가 없다.

아니…. 대답을 하면 겁나 무서운 상황이지. 순식간에 장르가 스릴러로 바뀌는 거 아냐.

어쨌든 혼자서 헛소리를 지껄이며 많은 여자가 거쳐 간 방 침대에 최신영을 눕혔다.

아. 맞다. 이방은 알몸으로 있어야 하는 곳인데.

침대에 눕힌 신영의 옷을 하나씩 벗긴다.

벙커에만 있던 여자라 옷은 그리 많이 입고 있지 않다.

면티와 츄리닝 바지를 벗기니 수수한 브라와 팬티 차림이 된 신영.

그 모습을 보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음. 갑자기 확 꼴리네. 하긴 여자 옷을 벗기는 데 아무런 미동도 없으면 그건 남자 새끼가 아니지.

생각났으면 해야지. 뭘 망설이나.

브라와 팬티를 마저 벗겼다. 무방비한 상태로 알몸을 잔뜩 드러내고 있는 여자.

보기만 해도 불끈불끈한 나체의 신영을 보면서 나도 옷을 벗었다.

자는 여자를 덮치는 건 짜릿하단 말이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손끝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듯 살짝 쓰다듬는다.

이정도로는 자는 신영이 깨어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마음껏 온몸을 구석구석 만져본다.

누워있어도 존재감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가슴. 역시 가슴만 한 게 없지.

근데 이 여자는 가슴 말고도 근사한 부분이 많다.

잘록한 허리나 배꼽 어림도 라인이 괜찮다. 살짝 나온 아랫배. 적당한 그 몸의 라인이 딱 보기 좋다.

그리고 허벅지.

몸매도 그렇지만 허벅지가 정말 훌륭하다. 아마 이 여자도 레깅스 같은 걸 입으면 아주 기가 막힐 거야.

남자들이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릴 허벅지잖아?

그렇게 허벅지를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매끈한 종아리를 넘어 발바닥을 바라본다.

사람 중에 발 패티쉬가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데…. 신영의 발을 보니 그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발이 이쁘다는 생각은 처음 드네.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발까지 신경 쓴 적이 없었지. 발 말고도 다른 좋은 게 많이 있었으니까.

발을 계속 보고 있으니 발가락을 입에 한번 넣어보고 싶어졌다.

어우. 이런 식으로 발 성애자가 되나 봐. 나도 모르게 입문할뻔했네.

근데 지금은 안 씻었잖아? 아직 그 정도 레벨은 아냐. 그런 플레이는 나중에 하자고. 지금은 평범하게 가자 평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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