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68화 (46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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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특별한 이유

오랜만에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MT를 갔었다. 씨발. MT라니. 대학교 꿈을 꾼다는 건 나에겐 악몽이다.

좋을 일이 하나도 없는 꿈. 대체 뭣 때문에 이런 꿈을 꾸는 거야?

웃긴 건 꿈에서 나는 세희와 CC였다. 미쳤네. 미쳤어. CC라니. 그것도 정세희 그년이랑.

동기들의 질투와 부러움 섞인 시선, 선배들의 고까운 눈초리.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정세희 그년은 나에게 다정하고 살갑게 굴었다. 근데 뭔가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약간 집착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의 반응? 에이 씨발. 내가 그렇지. 연애나 CC를 해봤어야 꿈이라도 그럴듯하지.

데이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꿈에서 나는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썩 좋은 시선은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세희 그년은 나를 끔찍하게 아끼고 챙겨줬다.

그게 너무 불쾌했다. 아무리 꿈이라도 어느 정도는 현실성이 있어야 몰입이 되지…. 아무리 꿈이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그래서 그런지 금세 꿈인 걸 자각했다. 그래. 꿈인지 모를 수가 없지. 정세희 그년은 내 손으로 직접 죽였는데.

마지막 그 모습. 떨어질 때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잖아.

그렇게 꿈인 걸 자각하는 순간 나의 품에 안겨있던 정세희가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날 왜 죽였어?"

그걸 마지막으로 꿈을 깼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안도감. 따듯한 이불과 조용한 주변. 그리고 느껴지는 부드러운 온기.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승희라는 것을.

익숙한 체형, 익숙한 자세, 익숙한 감각.

내 팔을 베고 등을 돌린 채 자는 승희.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꿈에서 느꼈던 더러운 기분과 감각이 한 번에 씻겨 날아가는 느낌.

왜 죽였냐고? 죽을만하니까 죽였지.

속으로 이미 죽어버린 멍청한 여자를 한껏 비웃어주고 승희의 가슴에 손을 넣는다.

손에 느껴지는 말캉한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잠시 더러워졌던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운다.

에휴. 나란 놈도 정말 웃기는 새끼네. 실컷 복수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놓고 왜 또 그년 꿈을 꾸냐고. 병신같이.

그러면서 부지런히 승희의 가슴을 만진다.

손 한가득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귀여운 젖꼭지.

가슴을 주무르며 꼭지를 살살 만지작거리니 승희가 조금씩 움찔거린다.

"아응…."

작은 신음. 그걸 듣자마자 내 물건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빳빳해지는 물건.

살짝 남아있던 잠기운이 확 달아났고 꿈 같은 건 이미 기억 저 너머로 사라졌다.

기억 삭제가 별거야? 이런 게 기억 삭제지.

팔베개를 해주던 손을 빼고 승희를 똑바로 눕힌 다음 가슴에 입을 가져갔다.

"하으."

힘껏 가슴을 빨자 승희의 야한 신음이 잔뜩 내 귀를 간지럽힌다.

달콤한 목소리와 짜릿한 기분.

손가락을 승희의 아래쪽으로 가져간다. 이미 젖어 들기 시작하는 아래쪽을 손끝으로 살살 만지다가 바로 손가락을 넣었다.

"허윽."

허리가 튕겨 오르듯이 꿈틀거리며 내 머리를 꼭 끌어안는 승희.

내 손가락 움직임이 잔망스러워질수록 나를 끌어안는 힘이 더 세진다.

"아으…. 오빠…. 읏."

게걸스럽게 가슴을 빨면서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자 움찔거림이 심해진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래쪽. 이미 애액은 흥건해서 손이 흠뻑 젖을 정도.

"손가락 말고…. 오빠 거 넣어줘…."

속삭이는 승희 말. 그 말을 듣자마자 빨던 가슴에서 입을 뗐다.

그리고 아래쪽에 넣었던 손가락도 빼고 바로 몸을 일으킨다.

불이 꺼져있어서 캄캄한 어둠 속. 살짝 거칠어진 승희의 숨소리만 들리는 방.

무드등을 키니 승희가 눈을 조금 찌푸린다.

"불은 왜…."

승희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두 손으로 다리를 벌린 내가 그대로 물건을 밀어 넣었으니까.

"으음."

손가락 말고 내 물건을 받아들인 승희는 입을 살짝 벌리며 한껏 야한 표정이 되었다.

불을 왜 켰냐고? 이런 표정을 보려고 켰지.

천천히 몸을 움직일 때마다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

평소엔 털털하고 똑 부러지며 당찬 표정을 짓는 승희지만 지금은 더없이 야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허리를 밀어 넣을 때마다 살짝씩 벌어지는 입. 비음이 살짝 섞인 신음. 흔들리는 가슴.

한껏 야해진 그 몸을 느긋하게 맛본다. 움직임이 누적될수록 쌓이는 쾌감.

반쯤 눈을 뜨고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눈.

매혹이 아닌데도 저런 시선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다.

아슬아슬한 복장이나 망사 스타킹, 육감적인 몸매나 아찔한 골반, 터질듯한 가슴도 좋지만 나는 저런 시선이 가장 좋다.

단지 몸의 쾌락이 아닌 정신적인 교감이 섞인 섹스. 이게 나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런 승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순식간에 뒤엉키는 혀. 위와 아래로 이어져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몸을 탐한다.

만져지는 손길에 반응하는 몸. 그리고 거기서 피어나는 쾌락과 전율.

단순히 야한 행위인 섹스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서로의 몸을 잇고 체온과 온기를 나누며 마음마저 연결하고 싶은 행위.

그렇게 뭉근하고 부드러운 행위가 계속됐다.

승희가 절정을 느끼는 만큼 나 역시 만족감을 느낀다.

서로에 입이 떨어지고 가슴을 만지던 손도 뗀다. 그리고 아래쪽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조금씩 빨라지는 허리. 점점 커지는 승희의 눈. 소리를 내진 않지만, 잔뜩 벌어진 입.

서로가 아득한 절정에 올랐을 때 그녀의 안에 잔뜩 사정했다.

해방되는 전율. 아찔한 감각.

이렇게 완벽한 섹스는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아니…. 지금껏 했던 것 중에 가장 최고였을지도?

승희 역시 나와 비슷한지 한껏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

그런 그녀의 이마에 살포시 키스해줬다. 키스할 때 살짝 눈을 감는 승희의 모습이 상당히 아름답다.

분명 승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약간 미나나 안나에게는 미안한 느낌이네. 근데 어쩔 수 없어. 그 둘하고는 조금 다른 성질의 아름다움인걸.

그렇게 잠깐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방금까지 격렬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지금 이렇게 가만히 안고 있는 게 유독 더 차분한 느낌이 든다.

"자면서 끙끙거리던데 악몽이라도 꿨어요?"

승희의 조용한 질문에 거의 잊고 있었던 꿈 내용이 살짝 떠올랐다.

근데 어느샌가 벌써 흐릿해진 꿈이다. 어차피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으니까.

꿈은 꿈이야.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 무서울 게 없지.

"내가 그랬어?"

"오빠가 꿈꾸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뭐, 그랬나 보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하자 승희 역시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내 품에 깊게 파고든다.

부드러운 몸과 따듯한 온기. 몇 번을 강조해도 중요한 것들.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누릴 수 없던 것.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나 씻어야 하는데."

"그래? 그럼 씻을까?"

"목욕해야 해요. 머리도 감아야 하고."

"그래? 그럼 같이 씻지 뭐."

그렇게 둘이 화장실로 들어가 따듯한 물을 틀어놓고 잠시 기다린다.

욕조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나. 내 무릎 위에 기대앉은 승희.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며 욕실 안에 수증기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뿌옇게 변하는 욕실 안에서 승희가 샤워기를 들어 물 온도를 조절하더니 내 몸에 뿌린다.

"여기 앉아볼래요? 내가 씻겨줄게."

그런 그녀의 말에 플라스틱 의자를 당겨와 그 위에 앉았다.

"고개 뒤로 젖혀봐요."

내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하는 승희.

가느다란 손끝이 내 머리를 긁자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남의 손길이 닿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그렇게 내 머리를 감겨주고 비누칠한 거품타올로 내 몸까지 닦아준 승희.

그러더니 당당한 포즈로 내게 말한다.

"자. 이제 내 차례."

"아. 이게 목적이었구나."

"후후. 빨리 일어나요. 내 차례라니까?"

나를 살짝 밀면서 말하는 승희. 뭔가 당한 느낌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아니. 내가 좀 손해인 거 같은데."

"어허. 나는 이미 다 해줬는데? 지금 다 받아놓고 시치미 떼는 거예요?"

"머리 길이가 차이 나잖아. 내가 손해라고."

"손해가 어딨어요. 손해가. 솔직히 내 몸 씻어주는 거 좋아할 거면서."

사실 승희의 말이 맞다.

머리가 길어서 감는 게 조금 걸리긴 해도 몸을 비누칠해주는 건 좋다.

그걸 생각하면 뭐, 할만하네. 잔말 말고 해야지. 게다가 승희 말도 맞지.

손해가 어딨어. 이런 거에.

그렇게 머리를 감아주는데 승희가 슬쩍 입을 열고 말한다.

"나 테이밍 마스터 했어요."

"아. 그래? 언제? 어젯밤에?"

"네. 오빠 오면 말하려고 했는데 늦게 와서 그냥 잤지."

"근데 왜 아침엔 내 침대에서 자고 있냐."

"불만?"

"아뇨. 조금 더 자주 오시라고요. 승희 님이 와주셨는데 제가 불만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요."

내 말에 승희가 꺄르르 웃는다.

감귤 계열의 과즙이 터지는 듯한 웃음에 나 역시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거 같다.

서투른 솜씨로 머리에 샴푸를 왕창 뿌려서 잔뜩 거품을 낸다.

손해니 어쩌니 말했지만, 여자의 머리를 샴푸 해주고 있으면 조금 특별한 기분이 든다.

이 여자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 머리카락은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까.

"으악. 무슨 샴푸를 이렇게 많이 썼어요. 아깝게."

"어차피 회귀 쓰면 끝인데 뭐하러 아껴."

"근데 환경이…."

"환경? 어차피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 인간이 없어져서 이 정도는 괜찮아."

"아. 그러네요."

세상은 이제 남은 인간이 무슨 지랄 난리 부르스를 피워도 지구에게 아무런 영향을 못미칠 수준이지 않을까?

아마 그럴 거 같다. 줄어든 인간. 더는 늘어날 수 없는 인간. 좆된건 인간이지 지구가 아니다.

오히려 지구는 바이러스 같은 인간들이 사라져서 점점 건강해지고 있겠지.

"스킬 뭐 찍어요? 우웁. 페페."

샤워기로 머리를 헹궈주는데 그렇게 물어보다가 샴푸랑 물이 얼굴에 튀어서 오만상을 쓰고 입에 들어간 것을 뱉어내는 승희.

샤워기를 가져가더니 얼굴과 입을 씻어내고 다시 돌려준다.

"탐지 쪽 배우는 게 낫겠지?"

"역시 그렇겠죠? 그럼 주변 인간 탐지 배우면 되죠?"

"응. 패시브 다 배우고."

"알겠어요."

"니가 티어 12인가?"

"이번에 스킬 배우면 열두 개요."

"맞네. 코인은 넉넉하지?"

"그럼요. 밤마다 잔뜩 들어오는 걸요. 어제는 안 했지만."

"어젠 내가 파티를 나갈 일이 있어서. 그럼 이제 오늘부터는 물고기 여덟 마리로 코인 줍겠네. 너랑 세아랑 네 마리씩."

"그러게요. 근데 이거 물고기 언제까지 더 주워요?"

"글쎄. 아직 한참 남았을걸? 다 주울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이제 겨우 우한 근처다. 아직 양쯔강은 많이 남았고 죽어버린 짱개 역시 수없이 많을 거다.

우리가 얻은 코인이라고 해봐야 다섯이 합쳐서 천만 되려나? 천만은 넘는 거 같은데.

암튼 그렇게 해봐야 고작 2만 명 밖에 안된다.

죽어버린 놈들을 생각하면 십 분의 일은커녕 백 분의 일도 안될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니지. 백 분의 일이 뭐야. 천분의 일도 될걸?

어쨌든 양쯔강은 그야말로 코인 밭. 물론 날이 조금 더 따듯해지면 짱개놈들이 주워갈 수도 있을 테지만, 그럴 여력이 있나 모르겠다.

이미 거긴 역병도 퍼지고 있으니까. 아. 이따가 미나에게 역병 상황도 물어봐야겠네. 어느 정도인지.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 반. 이것저것을 했는데도 이것밖에 안 됐어? 신기하네.

승희의 머리를 말려주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세아가 들어왔다.

쟤는 왜 노크도 안 하고 막 벌컥벌컥 들어오는 거야?

나와 승희의 모습을 보더니 짓궂은 미소를 짓는 세아.

"어우 되게 야하네."

"엥?"

"윽…."

어이없는 나의 말과 정곡을 찔린듯한 승희의 말.

그런 반응을 보며 세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와 승희 쪽으로 다가온다.

사실 별거 아닌데 왠지 나쁜 짓 하다 들킨 사람 기분이 든다.

아니…. 다 큰 딸래미한테 야한 짓 하다 걸린 부부가 이런 느낌일까?

"흐응…."

그러면서 나를 보고 웃는 세아.

생각해보니 웃기네. 왜 이 녀석이 우쭐하는 거야?

"왜? 너도 할래?"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승희가 바로 내 말에 맞장구친다.

"그러게. 세아 이리 와봐. 같이 또 할까?"

내 반응보단 승희의 반응에 깜짝 놀란 세아. 생글거리던 표정이 금세 굳는다.

이야. 역시 최승희. 얼굴 표정 하나 안바뀌고 저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거 봐.

역시 대단하다니까.

"어? 뭐…. 뭘 같이해?"

"알면서 왜 그래. 오빠. 아직 괜찮죠? 할 수 있죠?"

"당연하지. 자. 세아 이리와."

내가 발을 벌리고 세아에게 오라는 듯한 시늉을 하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

"뭐…. 뭐라는 거야? 둘 다 제정신이 아니야!?"

"뭔 제정신이 아니야. 이미 해본 적 있으면서.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이리와."

승희는 한술 더 떠서 일어나더니 세아에게 다가간다.

나와 승희는 씻고 나와서 알몸인 상태.

알몸의 승희가 다가오자 세아가 슬슬 뒷걸음질 친다.

"미…. 미쳤어?"

"뭘 미쳐. 이리 오라니까?"

내가 능글거리는 것보다 승희가 그러는 게 훨씬 효과가 큰 거 같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렇네. 남자가 거시기를 덜렁거리면서 '같이 할래요?' 이 지랄 하고 다가오면 소름 돋을 만하지.

세아도 여자니 같은 여자가 저렇게 다가오면 기겁하는 거고. 보는 나야 좋지만.

"으악!"

바로 도망가는 세아. 문을 쾅 닫고 나갔고 그런 모습을 본 승희가 웃긴다는 듯 큭큭 웃는다.

하여간 재밌다니까. 아침부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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