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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밤
어지간한 놈들이라면 테이프로 잘 묶어놓고 부산에 있는 놈들을 마저 다 잡은 다음 마지막에 기억 읽기를 했을 거다.
하지만 이놈은 그럴 수 없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도 스킬을 펑펑 써댔던 녀석.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 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인지 빨리 알아봐야겠어.
어차피 SG의 사냥개 놈들은 이제 크게 상관없다.
대부분을 여기 이 사토 녀석이 다 박살 내버렸고 남은 놈들이라고 해봐야 한 줌밖에 안 되는 데다가 서른한 명은 극진파를 잡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물론 사토에게 공격받았으니 녀석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다.
근데 그래 봐야 녀석들은 SG 소속이잖아? 돌아갈 곳이 어딘지 아는 놈들이다.
언제든지 잡을 수 있어.
그래도…. 녀석들을 지켜보긴 해야지? 마냥 놔둘 수는 없지.
일단 사토 녀석을 테이프 칠 했다. 테이프 칠은 해야지. 이걸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테이프를 세 개나 써서 코만 남기고 완전히 돌돌 감아버렸다.
누가 보면 누에고치인 줄 알겠어. 승리의 세레모니가 너무 과했나.
그리고 그런 녀석을 데리고 부산으로 갔다.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 주변의 녀석들을 전부 탐지로 볼 수 있는 위치.
기억 읽기는 여기서 해야지. 적어도 SG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서.
후후. 이제 기억 읽기의 시간.
남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썩 내키진 않지만, 이놈은 예외로 쳐준다.
정보와 코인이 가득한 보물 상자 같은 녀석. 이 정도면 관대해져도 되겠지.
느긋하게 녀석의 다리를 잡고 기억 읽기를 썼다.
키워드를 뭐로 해야 하나. 뭐, 차근차근 해보자고. 시간은 많아.
기억 읽기가 마무리 된 건 동이 터오를 무렵이었다.
남의 기억 안에서 허우적거린 데다가 스킬도 잔뜩 써서 포션을 좀 먹었기에 정신이 조금 몽롱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알아냈다. 정말 많은 것들을.
한국 놈이었으면 이 정도로 기억을 읽을 필요는 없었을 거다.
근데 이놈은 일본놈이잖아? 일본의 상황이나 다른 절대 강자들의 정보들을 얻느라 기억 읽기가 좀 길어졌다.
지난 5년의 기억을 거의 네 시간 요약본으로 훑어본 느낌.
어쨌든 상당히 유용했다. 이놈이 가지고 있는 2,420만 코인보다 더.
사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코인도 천만이 넘게 있었다.
근데 아까 레테 회장이랑 부회장 놈하고 SG 사냥개들을 처리하면서 코인이 2,420만까지 됐다.
이정도 코인을 벌었으면 즐거웠겠지.
갑자기 코인이 이렇게 들어왔는데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어. 나라도 웃었겠네.
부하가 죽은 게 아까웠을 수는 있지만, 뭐…. 어쨌든 본인은 멀쩡했잖아.
녀석을 죽이기 위해 마체테를 들었다.
기억 읽기는 더하면 더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
SG 사냥개들이 극진파 놈들을 다 처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이놈은 살려서 감금해놓고 그런 게 안된다. 매혹이면 어떻게 가능하겠지만…. 번거롭다. 그리고 불안하고 찝찝하다.
가장 좋은 적은 죽은 적이야. 짱개도 마찬가지고.
마체테를 들고 신중하게 녀석의 목을 겨눈다.
이놈은 강한 의지와 생존 의지 스킬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까 수면이 바로 걸린 건 정말 다행이네.
근데 뭐 크게 상관은 없었을 거야. 한 번에 안 걸리면 여러 번 걸었으면 되니까.
블링크와 순간이동이 없는 녀석은 도망도 함부로 못 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놈은 대단한 놈이었지. 둘 다 없는 데도 이만큼의 위치가 됐으니까.
하긴, 스킬 사용 불가 지대랑 페이즈 아웃이 있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겠지.
뭐, 그것도 오늘로 끝이지만.
정확하게 목 부분을 마체테로 노리고 체중을 실어서 한 번에 내리찍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 마체테가 목뼈에 닿는 느낌.
이렇게 확실하게 죽여버리면 패시브고 뭐고 아무 의미 없지. 목이 아작났는데 어떻게 살아남아.
빛이 되어버리는 사토 히데모리.
잘 가라. 사토. 사요나라.
[24,209,48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이야.
이야.
저절로 이야 소리가 나온다. 그것도 두번이나.
짜릿한 느낌. 이거면 앞으로 스킬 두 개는 배울 수 있겠네.
아. 파티하고 승미세안이랑 나눌 걸 그랬나?
아니다. 내가 먹는 게 맞다. 코인이 없어서 스킬 배우는 게 늦어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사토 놈은 끝났고. 이제 보너스 스테이지를 즐길 시간.
남아있는 SG 센터의 사냥개들. 녀석들을 마무리해야지.
비행도 없는 놈들. 허접한 새끼들.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들떴을 때 방심하다가 골로가는 경우가 많아. 사토 새끼도 그랬잖아.
비행을 쓰고 옥상에서 몸을 띄운 다음 옆으로 가서 공중을 저장했다.
그리고 SG의 사냥개들에게 다가간다.
힘들게 놈들을 잡아 죽이고 할 필요 없다. 그냥 발밑에 게이트만 열어도 되니까.
"으아아아악!"
게이트에 빠지며 소리 지르는 녀석들.
가로세로 10미터의 게이트다. 발밑에 깔리는 순간 끝이다.
비행과 블링크가 없으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어.
탐지에 녀석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땅에 닿으면서 하나둘씩 죽어간다. 정말 간단하게 죽일 방법. 이렇게 쉽게 죽여도 되나 싶다.
그렇게 녀석들을 낙사시키며 사토 놈의 스킬들을 생각한다.
녀석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역시 스킬 때문이었다.
봉인.
선행 스킬로 침묵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티어11의 스킬.
나는 이게 상대의 스킬을 봉인하는 스킬인 줄 알았다. 선행 스킬이 침묵이니까.
그렇게 연상할 수 있잖아.
그리고 그것도 맞긴 했다. 상대방에게 쓰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봉인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하나만 가능하다는 것.
사토 녀석은 상당히 실망했었다. 상대의 스킬을 모두 봉인할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녀석의 컨셉 자체가 스킬 없는 세상에서 맞다이 까는 걸 좋아하던 놈이었다.
자신의 무력에 자신이 있으니 가능한 짓. 그렇기에 배웠던 봉인 스킬.
근데 단지 스킬 하나를 봉인하는 거니 실망이 컸다. 똥 밟았다며 지랄지랄 하던 녀석의 표정.
근데 녀석은 스킬 숙련을 위해 자신의 스킬을 봉인하던 중 우연히 신기한 걸 알아냈다.
스킬 봉인의 다른 효과. 자신이 가진 스킬을 봉인하면 다른이의 그 스킬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숙련을 위해 자신의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한 상태로 돌아다녔던 녀석.
그러고 비행으로 다른 부하 놈이 쓴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쪽에 들어갔는데 스킬이 풀리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때 녀석은 정말 미칠 듯이 좋아했다. 우연히 발견했지만,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효과니까.
그래서 녀석은 항상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하고 다녔다. 스킬은 다른 부하 놈들이 쓰고.
자신이 깔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누가 쓰던 깔리기만 하면 되잖아.
그렇기에 녀석은 SG의 사냥개가 돌입했을 때 속으로 찐하게 웃을 수 있었다.
상대방은 모르는 자신만 가지고 있는 회심의 한 수.
말하자면…. 녀석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스킬.
근데 그걸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효과는 알아도 실전에서 쓴 건 오늘이 처음.
하긴, 봉인은 티어 11이다. 배운지 얼마 안 됐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마무리가 어설펐던 거고.
어쨌든 좋은 걸 알았다. 봉인이라.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리고 그만큼 페널티도 크고.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 난건 광역 스킬 무효화.
적어도 누군가에게 내 버프가 지워질 생각은 안 해도 된다. 문제는 나도 못쓴다는 것.
효과에 비해 페널티가 확실하다. 이래서야 별 이득이 없지. 또 뭐가 있지?
수면? 에이. 누가 수면을 쓴다고. 게다가 나는 수면이 없으면 병신이다. 유일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스킬인데.
탐지? 오. 이건 좀 무섭네. 탐지를 봉인하면 내가 상대의 탐지에 안 걸리려나? 근데 이것도 페널티가 너무 크다.
탐지 없으면 내가 답답해서 뒤질 거 같은데.
매혹…. 이건 좀 나쁘지 않네. 근데 차라리 반사를 쓰고 말지.
반사? 반사. 반사라. 나쁘진 않네. 무효화를 일일이 쓸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
문제는 나도 무방비가 된다는 거지만 사거리가 압도적으로 긴 내가 무조건 유리하다.
오….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결국엔 상대의 반사 생각을 안 하고 가불기로 초장거리 수면을 걸 수 있다는 소린데.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니까.
투명화, 비행, 페이즈 아웃…. 이런 건 의미 없고. 블링크, 순간이동, 게이트. 이것도 의미 없고.
파티나 기억 읽기, 천리안도 의미 없다. 결국, 활용도는 크게 없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만큼 임펙트 있는 건 없어.
어쨌든 나쁘지 않은 스킬. 근데 배울 생각까지는 크게 안 든다. 일단 침묵을 먼저 배워야 하는 게 크다.
게다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와 연계하려고 해도 나는 그렇게 기동성 떨어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지킬 게 많은 놈들은 쓸만한 콤보네.
됐어. 지식이 늘어난 것으로 만족하자. 내 스타일은 아냐.
그렇게 스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SG 사냥개 놈들을 모조리 해치웠다.
이런…. 이렇다니까. 녀석들은 나와 상성이 안 좋아.
어딘가 짱박혀 있는 놈들을 잡아 죽이는 데는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사냥개 놈들.
하지만 공격받을 때는 취약하다. 근데 나쁘진 않아. 펜스나 이런 데서 이런 부대를 운영 하는 것은 괜찮을 거 같다.
어쨌든 부산도 말끔하게 처리됐다.
레테. 극진파. 그리고 야쿠자.
거기에 SG에서 버린 사냥개들까지.
남은 녀석들을 모두 잡고 얻은 코인 1,450만. 캬. 보너스치고는 달달하네.
극진파 놈들을 싹 써낸 게 컸다. 숫자가 많았으니까.
게다가 SG 사냥개 놈들도 코인은 적당히 가지고 있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놈들이었지만 결국은 모두 빛이 되었고 코인이 되었다.
부산은 평화로워졌어. 중간에 삽질을 많이 했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됐으면 된 거지.
물론 조금 더 꼼꼼하게 뒤져보면 사람이 없진 않을 거다. 그래도 이정도면 평화롭지. 크게 위협은 안될 거야.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녀 보며 탐지를 돌려본다. 일단 탐지에 걸리는 놈들은 없다. 됐어. 그거면 된 거지.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해운대 쪽으로 향했다.
인간들이 싸우든지 말든지 평화롭게 반짝이는 바다.
그 바다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저 바다 넘어, 일본 놈들이 있다는 거지?
거리로 200킬로.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다. 하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이젠 200킬로는 우스워졌다.
순수 비행으로도 두 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 블링크를 섞으면 30분 컷도 가능하지 싶은데.
저 너머에도 아직 많은 놈이 남아있다. 이제는 여섯 놈이 된 일본의 절대 강자.
가만히 놔두면 계속해서 강해질 텐데…. 근데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일본에 갈 순서가 아니야.
사토 녀석의 기억에는 절대 강자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보. 다만 사토 녀석의 기억에서 패왕이라는 놈의 정보는 약간 있었다.
근데 조금 예전에 만났을 때의 일이라 크게 도움은 안 될 거 같다. 봤을 때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어쨌든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 햇살이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은 정말 거의 없는데.
아마 코인이 3,900만 정도 있는 게 크게 작용하는 거 같다.
역시…. 금융치료가 최고야. 세상이 망했어도 역시 금융치료만 한 게 없구나.
개운한 마음으로 질릴 때까지 바다를 바라봤다.
끊임없이 철썩거리는 파도를 보고 있으니 질리지 않는다.
나는 꼭 나중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아야지. 그리고 바다가 질릴 수도 있는지를 확인해봐야겠어.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한다. 준비라고 해봐야 순간이동 한방이면 끝이라 할 것도 없지만.
혹시나 뭐 빼먹은 게 없나 살펴봐야지. 이렇게 돌아가면 당분간은 이쪽으로 안 올 거니까.
레테는 다 잡아 죽였고. 극진파도 잡아 죽였고. 야쿠자는…. 일본에 남은 놈들이 있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사냥개들. 아. 맞다. 사냥개들 장비 같은 건 다 챙겨야겠다.
펜스 사람들 줘야지. 바닥에 떨어져있는 공기총이나 차에 있는 장비 같은 것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야.
비록 특수부대는 아니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그런 부대를 한번 만들어봐야겠어.
그렇게 레테의 호텔로 돌아가서 바닥과 차에 있는 장비들을 회수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건들. 녀석들이 죽으면서 총을 떨구고 죽었기에 거의 백 단위로 주울 수 있었다.
이거 진짜 부대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보급품 같은 게 문제긴 한데…. 그건 서민준이를 쪼으면 얻어낼 수 있겠지.
그러라고 있는 놈이니까.
녀석도 이번에 골칫덩이들을 깔끔하게 치웠으니 그 정도는 요구해도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