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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밤
극진파 놈들은 최선을 다했다.
녀석들의 용기는 가상했고 할 만큼 했다. 하지만 단지 실력이 부족했을 뿐.
SG의 사냥개 놈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조폭 놈들에게 절대 휘둘리지 않고 차근차근 태세를 정비한 다음 여유 있고 압도적으로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공기총이라 할지라도 쏟아지는 탄환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놈들은 없다.
간혹 보호막 있는 놈들이 있어서 총알을 막지만, 그게 끝이다.
철저하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쪽에서 공기총을 발사하는 SG의 사냥개들.
아무리 깡다구 있는 조폭 놈들이라지만 거기에 달려드는 건 자살행위다.
SG의 사냥개들은 백병전도 유능했으니까.
기를 쓰고 붙은 조폭 놈의 칼 든 손목을 스무스하게 붙잡은 다음 그대로 꺾어 땅바닥으로 내다 꼽는 사냥개 놈 하나.
그렇게 극진파 놈들은 허무하게 쓸려나갔다.
아마 SG의 사냥개 놈들에게 내려진 명령엔 극진파는 없었겠지.
레테와 야쿠자들은 전부 제압하라고 되어있었겠지만, 언급이 되지 않은 놈들까진 제압할 필요가 없다.
바로바로 쏴 죽이는 사냥개들.
결국, 극진파 놈들은 기세가 꺾였다. 깡? 가오? 그딴 게 어딨어. 목숨을 건지려면 도망가는 게 맞지.
사냥개의 지휘관 중 한 놈이 무전기로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서른 명 정도를 데리고 극진파 녀석들을 쫓기 시작했다.
이기고 있다 이거지? 욕심이 나겠지. 뭐가 됐던 코인이니까.
게다가 저런 놈들을 내버려 두는 것도 찝찝하긴 할 거다. 근데…. 서른 명으로 되나? 하긴…. 저 정도면 될 거 같긴 한데.
저걸 놔둬야 하나? 사실 극진파 놈들을 일일이 잡아 죽이긴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저대로 놔두면 알아서 저 사냥개 놈들이 다 잡아 죽이지 않을까? 그럼 난 저 사냥개만 잡아 죽이면 되잖아.
이야. 좋네. 나쁘지 않아. 사실 번거로운 걸 대신해주니 고맙지 뭐.
시계를 보니 이제 2시. 결국,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아까 자정에 건물을 둘러싸던 위치로 다시 자리를 잡는 사냥개들.
아마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바로 풀리자마자 갱신하겠지? 그럼 결국 레테와 야쿠자의 전멸은 시간문제다.
어쩌지? 뭘 어떻게 판세를 바꿔야 하나?
방법은 한가지 있다.
사토가 있는 쪽, 그쪽에 있는 사냥개 놈을 재우면 되지.
지금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에 들어가 있기에 수면이 안 먹힐 거다.
하지만 풀리는 순간엔 무방비가 된다. 그놈이 스킬을 리필하는 시간보다 내가 재우는 게 빠를 거야.
그러면 그 지역은 스킬을 쓸 수 있게 된다.
근데 문제는 그렇게 스킬을 쓸 수 있게 된 사토 새끼를 누가 막냐 이건데.
차라리 사로잡히게 놔둘까? 사토 놈을 잡는 것보단 사냥개 놈들을 처리하는 게 더 빠르고 쉽겠지?
그래. 괜히 서로 공멸하게 한답시고 제일 위험한 놈을 노마크로 놔두느니 중간에 빼돌리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어차피 사냥개 놈들은 서민준의 휘하니까 언제든지 잡아 죽일 수 있잖아.
그냥 놔둬야겠다. 이게 맞지.
극진파 놈들을 쫓아가며 착실하게 잡아 죽이고 있는 SG의 사냥개들. 쟤들은 놔두자.
극진파 놈들 다 잡아 죽이는데 시간 좀 걸리겠지. 다 잡으면 그때 처리하면 되니까.
호텔 최상층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직도 복도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레테 야쿠자 연합과 SG 사냥개들.
좁은 복도인 탓에 빠르게 점거가 안 됐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어느새 레테놈들로 보이는 녀석들은 거의 다 제압됐고 몇 명의 야쿠자만 남아있다.
방 안에 있는 레테의 회장, 부회장. 경호원 둘. 사토.
문밖에 있는 야쿠자 다섯.
SG의 사냥개 놈들이 갑자기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던졌다.
아. 저건 연막 최루탄 인가 보네.
복도를 채우는 짙은 연기. 야쿠자 놈들이 얼굴을 감싸 쥐며 자리에서 쓰러진다.
SG 새끼들. 잔인하네. 저런 게 있으면 진작 쓰지. 지금까지 아껴놨다고?
야쿠자 다섯이 모두 자리에서 쓰러지고 사냥개 놈들이 유유히 남은 녀석들마저 제압한다.
이제 남은 건 방 안에 있는 다섯이 전부.
복도에 있는 SG 사냥개 놈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지.
남아있는 가구와 침대 같은 거로 입구를 틀어막았지만, 답이 없다.
뚫리는 건 시간문제. 레테의 회장이 입술을 깨물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한 듯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그걸 바라보는 부회장, 그러니까 회장의 아들. 그리고 침울한 표정의 경호원 둘.
하지만 사토 녀석의 표정은 평온하다. 뭐지? 체념한 건가?
아니다. 그런 표정은 아니다. 뭘까? 저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평온함. 뭐지? 이해가 안 가는데?
자기 부하들을 모두 잃어서 실성한 건 아닐 거고.
앞으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해탈했나?
문밖에서 방문을 부수고 있는 SG의 사냥개들.
다른 놈들은 옆방으로 가서 벽을 부수고 있다. 그게 되나? 하긴 모든 벽이 다 콘크리트는 아니겠지.
몇 명은 옥상으로 올라가서 창문으로 침투할 준비를 하는 거 같다.
치밀한 녀석들. 어떻게든 도망치게 두진 않겠다는 거지.
이제 얼마 있으면 이 싸움이 끝날 거다. 일방적인 SG의 승리로.
이제 나는 저 사냥개 놈들을 어떻게 전부 잡아죽이고 사토를 중간에 빼돌리나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네.
그러면서도 사토 녀석을 계속 지켜본다.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까지 확인해야지.
그래야 마음이 놓이지.
근데…. 녀석이 웃었다.
웃어? 이 상황에서?
그러더니 창문 쪽으로 향하는 녀석. 뭐지. 자살이라도 하려나?
추하게 죽느니 자살로 끝내겠다. 이런 건가?
근데 그러기도 쉽지 않을 건데. 거기에도 곧 사냥개 놈들이 침투해 올 거라고.
죽을 거면 일본놈답게 할복이라도 하던가. 아니지. 죽으면 안 되는데. 뽑아내야 할 정보가 많아.
취소. 죽지 마라. 그냥 얌전히 순순히 잡히라고.
창밖을 바라보던 녀석이 목 단추를 하나 풀었다.
그리고 녀석의 손이 빨갛게 변했다.
어?
순식간에 녀석의 손이 경호원 하나의 가슴팍을 등 뒤에서 찔렀다.
옆의 경호원이 그걸 바라봤을 때는 녀석의 배도 뻥 뚫려버렸다.
두 개의 빛이 연속으로 터지고 깜짝 놀란 레테의 회장과 부회장이 그쪽을 바라봤지만, 그 둘 다 머리가 꿰뚫린다.
단숨에 방 안에 있는 모두를 죽여버린 사토.
아니…. 씨발. 뭐지? 지금 저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범위 안쪽이잖아?
저 새끼 저거 지금 스킬 쓴 거 같은데? 저거 적수 아냐?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녀석이 저벅저벅 걸어서 한쪽 벽으로 향했다.
벽 건너편에는 옆방에서 벽을 부수고 있는 SG의 사냥개가 있는 쪽.
아마 벽을 뚫는 소리가 난 곳으로 간 거 같은데.
그렇게 벽으로 간 녀석은 벽을 향해 손을 휘두른다.
푹푹푹 하고 벽이 뚫리고 벽 건너에 있는 사냥개들이 그대로 빛이 되어버린다.
미친놈. 저게 뭐 하는 짓이야. 저게 말이 되는 거야?
반대편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지만 계속해서 벽을 몇 번 더 적수로 찌르는 사토.
그러더니 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아. 저 새끼 저거 저걸로 길을 낸 거야? 옆방으로 가려고?
그렇게 넘어간 녀석은 여유롭게 방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연다.
그 앞에 있다가 깜짝 놀라는 사냥개들. 순식간에 적수로 몸이 꿰뚫리고 죽는다.
아직 최루연막탄이 남아있는 복도. SG 놈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거 같은 모습.
사토는 사냥개 한 놈의 팔을 휙 잡아끌더니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방독면을 빼앗고 바로 죽인다.
느긋하게 방독면을 착용한 녀석.
그리고 다시 문밖으로 나가 복도를 향해 손을 뻗는다.
뭉텅이로 사라지는 사냥개들. 씨발…. 저게 뭐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네.
몇십 명이 바글거리던 복도는 불과 몇 분 만에 전부 처리됐다.
코인까지 전부 다 주운 사토 놈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창문으로 침투했던 놈들도 마저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몸을 띄우더니 깨진 창문 밖으로 나간다.
비행? 아니…. 적수도 쓰고 비행도 쓴다고? 저기 지금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아닌가?
녀석의 근처로 블링크 해보지만 역시 안된다. 지금 저긴 스킬 못 쓰는 곳이 맞아. 맞는데…. 저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스킬을 쓰고 있어.
그렇게 지상으로 쑤욱 내려온 녀석. 고민하는 모습.
그러더니 다시 로비로 들어간다. 녀석들의 사이로 들어가 마음껏 허공을 찌른다.
사냥개 놈들이 비명을 지르는 게 여기까지 들리는 거 같다.
압도적인 무력. 아니 씨발…. 저건 사기지. 스킬을 못 쓰는 지역에서 어떻게 저 지랄이 가능하냐고.
내가 지금 천리안으로 보고 있어서 그렇지 저 새끼는 지금 투명화도 쓰고 있는 거 같다.
사냥개 놈들이 녀석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왜 죽는지도 모르고 뭉텅이로 지워지고 있는 사냥개들과 제압된 레테 직원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냥개들은 부리나케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토.
아. 저 녀석 탐지가 없던가? 스킬을 쓸 수 있어도 탐지가 없으면 쓸 수가 없지. 그래. 그건 그렇지.
어쨌든 보이는 모든 인간을 다 잡아 죽인 녀석. 그 짧은 시간에 엄청 죽였다. 살아서 도망간 놈이 몇 없을 정도.
그렇게 로비를 모두 정리한 녀석은 당당하게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 녀석의 목표는 호텔과 백화점을 둘러싸고 지키는 경계 인원들.
하나하나 쳐 죽이는 녀석. 건물을 빙 돌아가면서 한명 한명 잡아 죽인다.
그걸 보고 있던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저걸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면 안 돼. 지금 끝내지 않으면 답이 없다.
저놈이 어떻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에서 스킬을 쓸 수 있었는지 알아내야 해.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저 녀석을 놓치면 다시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직 남아있는 먹잇감이 남아있을 때 기회를 노려야 해. 근데 그것도 시간이 얼마 없다.
SG의 사냥개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저놈이 밖으로 나오기만 한다면.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밖으로 한 걸음만 나오면 된다.
저놈은 순간 이동도 블링크도 없다. 도망갈 방법은 없어.
페이즈 아웃이 있긴 하지만 그거론 장거리를 도망갈 수는 없다. 크게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게 생각하니 조바심은 많이 없어졌다. 그저 녀석을 놓치지만 않으면 되잖아.
차라리 지금 저렇게 사냥개들을 다 잡아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내가 하기엔 번거로운 걸 대신 잡아 죽여주는 거니까.
마치 산책하듯 호텔과 백화점 주변을 한 바퀴 느긋하게 도는 녀석.
보이는 사냥개들을 다 잡아 죽인다. 이제 사냥개들은 삼 분의 일도 남지 않았다.
로비에서 도망친 녀석들,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경계 인원들, 극진파를 잡으러 나간 서른 한 명.
이게 남은 녀석들의 전부. 그리고 그 경계 인원들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다섯 정도. 아니, 이제 넷.
로비에서 도망친 사냥개 놈들이 사토를 발견하고 공기총을 쏘기 시작했다.
호텔 안쪽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라서 탐지를 못 썼지만, 지금은 밖으로 나왔기에 탐지로 녀석을 발견한 사냥개들.
하지만 사토는 여유 있게 보호막으로 모든 탄환을 막았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있는 놈들을 하나하나 적수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멈춰서 여유 있게 포션을 하나 꺼내 마시는 녀석.
그런 모습을 본 사냥개 놈들은 공포에 질려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망가야지. 저걸 어떻게 잡아.
믿을 건 공기총밖에 없는 놈들인데. 게다가 사토 녀석은 반사도 있다고. 어쭙잖은 공격도 안 먹혀.
도망가는 사냥개들을 보면서 킬킬거리고 웃는 사토.
아니…. 저런 능력이 있으면 부하들 다 죽기 전에 진작 쓰지. 왜 안 쓴 거야.
게다가 레테 회장이랑 부회장은 왜 죽였지? 이해가 안 가네.
아니지. 짐작 가는 건 있다.
저 새끼 저거 자기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스킬 쓸 수 있다는 걸 밝히고 싶지 않은 거야.
그거라면 어느 정도 말이 된다.
저놈도 확실히 싸이코 새끼야. 중증이라고.
그렇게 바로 도망가는 사냥개들을 쫓아가기 시작한 사토.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초장거리 광역스킬 무효화. 그리고 수면.
지면에서 한 2미터 높이로 날아가던 사토 새끼는 그대로 수면에 당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충격에 잠에서 깬 놈에게 다시 수면을 걸었고 녀석은 인상을 잔뜩 쓰면서 잠든다.
바로 그 밑에 깔리는 게이트.
녀석은 게이트에 빠졌고 나는 바로 게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순간 이동. 목표는 수원 비행장.
크크크크.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사토.
중년의 아저씨를 보고 이렇게 즐거운 건 정말 처음이네.
멍청한 새끼. 학살에 정신이 팔려서 마지막에 방심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다. 가지고 있는 정보, 그리고 코인.
그게 온전하게 내 손안에 들어왔으니까.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