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서면의 밤
자정이 되자 SG의 사냥개들이 빠르게 건물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멀리에서 탐지와 천리안, 투시로 지켜보고 있으니 그 움직임이 확실하게 보인다.
매우 일사불란한 움직임. 그럴 만하다. 녀석들은 전직 특수부대 녀석들이니까.
내가 수원 비행장 구석에서 전멸시켰던 대호의 경호팀. 그놈들이랑 비슷한 녀석들.
서민준이 놓고 간 파일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대호에서 그런 경호팀을 만든 이유가 있었어.
저들은 저런 전투가 당연한 거였다. 스킬은 그저 보조일 뿐 저런 식으로 싸우는 게 익숙한 놈들.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알고 있다면 저 방법은 틀린 게 아니었다.
그래. 그때 내가 쳐죽인 놈들 중에도 저 스킬을 쓸 수 있는 놈들이 있었을 수도 있을 거다.
그걸 썼다면 매혹에 걸린 부대원들도 다 제정신이 돌아왔었겠지.
아마 스킬 특성상 함부로 쓰지는 못했을 거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그런 스킬이다.
쓰고 나면 스킬의 편의성을 모두 포기해야 하잖아. 게다가 자기 마음대로 취소할 수도 없다.
그러니 함부로 못 썼겠지. 게다가 그럴 시간도 없이 자다가 죽었고.
뭐, 매혹의 무서운 점은 그런 거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는 데는 그만한 스킬이 없지.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녀석들이 건물로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경계태세를 갖추는 모습. 그리고 나는 녀석들이 스킬을 쓰는 게 보였다.
아마 저들은 건물을 빙 둘러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았을 거다.
저렇게 건물에 딱 붙어서 깔면 건물의 내부는 전부 스킬을 쓸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잔인한 새끼들. 그래. 저러면 이해가 가지.
나 같은 놈이 안에 있었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잖아.
지금 저 안에서 통용되는 건 오로지 주먹과 무기뿐이다.
그리고 지금 돌입하는 저 SG의 사냥개들은 공기총을 들고 있다.
열병기가 사라진 이 세상에서 무기로 쓸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무기.
비록 총보단 번거로운 공기총이라고 한다지만…. 어차피 위력만 나오면 되잖아?
이놈도 한방. 저놈도 한방. 원하는 놈들을 손가락 까닥 한 번에 침묵시킬 수 있는 마법의 막대기.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절 혹은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무기.
그래. 저게 저 부대의 정식 운용 방법이었던 거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로 순수한 폭력만 허용되는 지역을 만들고 그 안을 인간 흉기 특수부대가 공기총을 들고 처리하는 것.
호텔 내부로 게임이나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그림 같은 침투가 이뤄진다.
신속한 움직임. 이야. 저게 대체 몇 명이야.
서민준이 준 파일에는 총 작전 인원이 220명이라고 되어있었다.
새끼. 진짜 다 떠밀어 보냈나 보네. 존나 많이도 보냈어.
어쨌든 그중에 반 정도는 호텔과 백화점을 포위했다.
그리고 남은 반이 호텔 내부로 돌입하고 있다. 저 정도 인원이면 정말 이 잡듯이 안을 쓸어 담을 수 있겠네.
역시 대기업 정도 되니까 저 정도 지원이 가능하구나. 징그러운 새끼들.
느긋하게 수납에서 팝콘을 꺼낸 다음 천천히 씹어먹으면서 SG의 침투를 구경한다.
음. 캬라멜 팝콘. 달콤하네. 더 맛있는 느낌이야.
시원시원한 돌입. 마주치는 레테놈들을 깔끔하게 제압하는 인상적인 모습이 보인다.
공기총은 저게 좋다. 일반 총은 쏘면 죽지만 공기총은 제압이 가능하다는 거?
스킬을 쓰지 못해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레테의 녀석들은 압도적인 전력에 휩쓸려 신속하게 제압당한다.
으음. 대호의 그 경호팀 녀석들을 보고 그렇게 욕을 했는데…. 생각보다 무섭네.
대호 놈들이 병신이었던 거야? 아니면 저놈들이 잘하는 거야?
백화점 쪽은 애초에 인간이 별로 없었기에 이미 아까 점거당했고 호텔은 이제 막 로비를 점거했다.
저러면 끝이지 뭐. 도망갈 길이 없다.
건물 벽에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바짝 붙여서 설치했으니 건물 벽 외부로도 30미터는 스킬을 못 쓴다.
저 위에서 다른 건물로 로프라도 타고 건너지 않는 이상 답이 없는 상황.
그리고 밑에서 그런 걸 순순히 보고 있을 리는 없다. 그런 짓을 하면 그냥 바로 벌집이 되겠지.
결국, 저 안에 있는 놈들은 다 끝났다고 봐야 해.
이야. 서민준 새끼. 뭐가 승률 85퍼센트라는 거야? 저 정도면 거의 100퍼센트 아냐? 저걸 대체 어떻게 막아?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리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이미 깔려버린 이상은 질 수가 없다.
그런 걸 상정한 확률일까? 흐음. 모르겠네.
하긴 원하는 필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녀석들이긴 하지.
특히 이동 중일 때. 그럴 때는 완전 취약할 거고.
로비를 점거한 SG의 사냥개들은 전열을 가다듬더니 한 층씩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꼼꼼하고 물샐틈없는 점거. 한층씩 한층씩 차근차근 잡아먹는 모습이 먹이를 삼키는 뱀 같다.
으음. 생각보다 시시한데? 상대가 안 되잖아 상대가.
여섯 명이 한 조로 이뤄진 사냥개 놈들은 방을 하나하나 따면서 안에 있는 놈들을 차곡차곡 제압한다.
잠긴 문을 따는 선두의 브런쳐가 배터링 램으로 문고리를 박살 내면 방패와 공기총을 든 포인트 맨 두 명이 바로 안으로 들어가 안쪽을 확보한다.
그리고 바로 뒤를 따라 들어가는 두 명. 한 명은 끝까지 뒤를 지키고 그다음 문을 땄던 브런쳐가 진입한다.
멋지네. 저런 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손발이 딱딱 맞는 능수능란한 침투, 그리고 제압.
싱거운 전투. 아니 전투라고 부르기도 미안하지. 설마 이대로 끝나나?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들이 서로 어느 정도 치고받으면서 전력이 깎이리라 예상했는데.
그래서 서로 싸우고 남은 놈들의 마지막 뒤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다. 으음. 골치 아프네. 이걸 어쩐다. 예상이랑은 조금 다른데.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는 놈들.
잡은 포로들을 천천히 아래로 이동시키면서 야금야금 위쪽을 먹어들어간다.
지금까지 사상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 속도는 느리지만 완벽한 승리를 위해 신중을 기하는 놈들.
나는 위쪽, 그러니까 최상층을 살펴봤다.
사토 히데모리. 그 녀석은 레테의 회장과 부회장이 있는 방에 한꺼번에 모여있었다.
그래. 저기가 보스 방. 중요한 인물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곳.
저기가 목적지다. 저기만 털면 모든 게 끝나잖아?
아직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녀석들. 아니. 행동을 할 수 있는 게 없지.
근데 녀석들이 쉽게 당하리라는 생각은 안 한다. 저놈들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있는 놈들이잖아?
이런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도 그런 거고.
한 시간.
SG의 사냥개들은 거의 최상층 근처로 접근했다.
그리고 야쿠자 놈들은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호텔에 있는 집기를 잔뜩 뜯어다가 계단 쪽을 틀어막는 녀석들.
오. 머리 좋네. 저러면 밑에서 올라오진 못하겠지.
근데 그것뿐이다. 이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없다.
아무리 틀어막아도 밑에서 계속 치우면 끝이잖아. 안에 있는 집기가 무한한 것도 아니고.
비상계단 두 개에서 이뤄지는 공방.
웃긴 건 공방이라고 해봐야 한쪽은 계단을 막고, 한쪽은 계단을 치우는 것일 뿐.
그렇게 시시하게 상황이 흘러가는데…. 어디선가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오…. 그래. 그렇지. 헬기.
스킬이 있으면 헬기를 운용하기 쉽지 않다.
막말로 비행에 폭발만 있어도 헬기 같은 건 고철덩이로 만드는데 몇 초 안 걸리니까.
하지만 지금은 스킬이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 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호텔 옥상으로 날아가는 헬기. 그리고 로프가 내려오고 SG의 사냥개들이 로프를 타고 옥상에 내려온다.
다시 내려가는 헬기. 계속해서 인원을 실어 나른다.
이야. 3센치 드랍. 이건 막기 힘든데.
헬기가 왔다 갔다 할수록 옥상의 인원이 점점 많아진다.
한 번에 여섯 명씩 일곱 번.
그러니까 옥상에는 마흔 두 명이 올라가게 됐다. 저러면 이제 끝이지. 저걸 무슨 수로 막아.
옥상 문을 따고 아래로 내려가는 녀석들.
일사불란하게 내려가서 차츰차츰 땅따먹기하듯 구역을 클리어한다.
계단을 막고 있던 레테와 야쿠자 놈들이 당황하며 좁은 복도를 이용해서 SG 사냥개 놈들의 접근을 막지만 어림없다.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하는 놈들.
음. 이제 끝인가? 저러면 못 막는데.
근데 탐지에 사람의 기척이 잔뜩 느껴졌다.
뭐지? 저건?
레테 야쿠자 연합 대 SG의 사냥개가 격전을 치르고 있는 호텔과 전혀 다른 방향.
한 무리의 기척이 느껴진다. 숫자는…. 제법 많다. 뭐지? 저건?
그대로 호텔 쪽으로 몰려오는 놈들. 녀석들을 살펴보니 대충 정체를 알 거 같다.
극진파. 서면 일대를 근거지로 한 조폭 놈들.
아마 레테에서 연락을 한 거 같다. 그래. 대가리와 간부들이 해운대 호텔에서 다 뒤졌다고 해도 남은 놈들이 있긴 있었지.
그놈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어디서 났는지 경찰 방패와 날붙이 같은 것을 들고 기세 좋게 호텔로 다가온다.
이야. 새끼들. 의리 있네. 그냥 무시해도 됐을 텐데.
아니, 생각해보면 저건 의리라기보단 기회가 될 수도 있을거다.
극진파의 두목이랑 주요 간부가 대거 날아간 시점에서 저놈들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레테와 야쿠자들의 똘마니로 살았던 놈들이지만 이제는 완전 안중에도 없게 된 녀석들.
하지만 이렇게 위기에 빠진 레테와 야쿠자들을 도와주게 되면 저놈들의 입지가 올라가겠지.
아마 남아있는 간부 놈 중에 머리 돌아가는 놈이 있나 보다.
아니면 그냥 유행에 지난 건달들의 의리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녀석들의 목표는 건물을 포위한 다음 경계하고 있는 SG의 사냥개인가 보다.
그래. 괜찮은 생각이다. 확실히 극진파에는 똑똑한 놈이 있는 거 같아.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무제한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녀석들이 스킬 지속시간 증가 패시브를 찍었을 리도 없으니 마스터 기준으로 지속시간 2시간.
자정에 썼으니 지금 저놈들을 처리하면 새벽 2시에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SG에서 온 사냥개 놈들은 유리함이 없어진다.
솔직히 말해서 사토 놈에게 학살 당할 거야. 내가 해봐서 알지.
기세 좋게 몰려온 극진파 놈들을 발견한 외부 경계인원들은 잔뜩 긴장을 하며 총구를 겨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사격하기 시작했다. 투칵투칵하며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공기총 소리.
하지만 쓰러지는 녀석들은 별로 없다. POLICE 라고 쓰여 있는 경찰 방패가 생각보다 튼튼한가 봐. 공기총 총알을 막네?
자세히 보니까 방패 뒤에 뭔가를 덧대놨다. 어쩐지. 그냥 멍청하게 돌진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SG의 경계인원들은 의외의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지만 안쪽에서 총소리를 들었는지 SG 사냥개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얼굴이 조금 환해지는 경계인원들.
근데 좋아하기는 이르다. 어느새 극진파 놈들이 제법 가까이 다가왔으니까.
사냥개 놈들은 아군이 휩쓸릴까 봐 차마 총을 쓰지 못하고 전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뭐라고 외치자 경계인원들이 사냥개들 있는 쪽으로 우르르 피하기 시작한다.
아. 이러면 극진파가 이긴 거잖아.
싸우지 않고도 이긴 거다. 2시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갱신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저놈들에겐 이득이다.
그걸 아는지 극진파 놈들도 무리해서 엉겨 붙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니, 오히려 공기총을 피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놈들.
극진파 사이에서 한 놈이 뭐라고 뭐라고 지시하자 뒤쪽에 있는 놈들이 건물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아. 판단 좋네. 그래. 한쪽에 머무를 필요가 없지. 어쨌든 건물 일부라도 스킬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면 된다.
스킬이 써지는 순간 사냥개 놈들은 우르르 썰려 나갈 테니까.
으음. 어쩐다. 고민이네.
어느 쪽을 도와줘야 양쪽의 출혈이 커질까?
일단 SG 사냥개들 중에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쓰는 놈들은 제압되는 게 좋다.
그래야 내가 편하지. 남은 놈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저 스킬 쓰는 놈들이 있으면 껄끄러워져.
근데 또 그렇게 사토 히데모리가 노마크로 풀려버리면 그것도 귀찮아진다.
녀석은 페이즈 아웃이 있잖아. 혹시 도망가버리거나 해버리면 다시 찾기 힘들어진다.
이번 기회에 사로잡아야 해. 아니면 죽이기라도 하던가.
그래도 야쿠자인 데다가 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가오가 있으니 막 도망갈 거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목숨 앞에서 그런 게 어딨어.
일단 살고 봐야지.
일단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다. 2시가 되기 전에 사토가 제압당하면 밑에 있는 놈들은 쓸려나가도록 놔둔다.
사토가 2시까지 제압이 안 되면? 그럼 극진파 놈들을 적당히 조져야겠네.
지금 시간은 1시 40분. 남은 시간은 20분. 조금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어떻게 흘러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