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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스킬
사람을 존나 심란하게 만든 스킬 삭제1.
신경 안 쓴다고 해놓고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아니. 말 그대로 세상에 있는 모든 인간이 가진 스킬을 삭제하는 거라면…. 존나 짜릿하잖아.
비행을 지우면? 그냥 모두 다 뚜벅이 되는 거야.
게이트를 지우면? 순간 이동을 지우면? 블링크를 지우면?
생각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한 방법이 떠오른다.
앞으로의 판도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잖아.
유리한 스킬을 선점하고 불리한 스킬들을 다 쳐내면 상성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보호막을 지워버리면? 그때는 광역 스킬 쑈가 되는 거지.
와씨.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네.
일단 코인을 모아야 하겠지만…. 이건 틈틈이 생각을 해둬야겠어.
무엇보다 가장 웃긴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스킬을 지울 수 있다는 거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스킬이 사라진다? 그럼 이제 좆되는 거지. 특히 수면.
이게 삭제되면 나는 잠을 못 잔다. 아니. 승희를 끼고 자면 되겠지. 어떻게 잠은 잘 수 있을 거야.
근데 어쨌든 애로사항이 마음껏 꽃피긴 할 거다. 물론…. 누가 수면 따위를 지우겠느냐마는.
게다가 수면은 광역 수면이 있으니 그걸 먼저 지우긴 해야 할 거다.
그럼…. 지워졌을 때 가장 타격이 큰 스킬은 뭐가 있지?
아. 광역 스킬 무효화….
이건 그냥 바로 지울 수 있네. 어우. 그럼 상당히 골치 아파지겠는데.
비행이야 뭐 없어져도 블링크를 연속으로 쓰면 비슷한 효과는 낼 수 있을 거다.
투명화? 아. 투명화는 뭐가 있지? 아. 이거면 모든 스킬의 선행 스킬을 다 알 수 있겠구나?
투명화 삭제를 눌러보니 페이즈 아웃을 삭제해야 한다고 나온다.
크. 역시 그랬어. 투명화가 없으면 페이즈 아웃을 못 배우는구나.
마리오네트도 매혹이 선행 스킬이 맞네. 또 뭐가 있지?
없네. 이렇게 애매한 걸 확인할 수 있군. 좋아. 그럼 됐고…. 그다음은?
아니다. 어휴. 이것만 생각해도 몇 날 며칠은 생각할 수 있겠다.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자. 아직 스킬이 뭐가 더 나왔는지도 안 봤네.
그렇게 비교하다 보니 새로 나온 스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이름은 오토 스킬.
바로 눌러본다.
['오토 스킬' 스킬은 '반사', '상태 회복', '괴력', '비행', '투명화', '축소', '가속화', '금속화' 스킬을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얼래?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뭐가 선행 스킬이 이렇게 많아?
게다가 선행 스킬들이 전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 스킬. 그리고 바로 쓸 수 있는 버프 스킬.
말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는 스킬들.
뭐지? 뭘까? 오토 스킬이라니.
스킬의 이름과 선행 스킬들의 공통점으로 미루어 생각해봤을 때 대충 생각나는 건 한 가지밖에 없는데.
자동으로 스킬을 써주는 스킬.
그러니까 말 그대로 상시 켜주는 스킬인 거다. 스킬이 끝나면 알아서 계속 유지되게 해주는…. 그런 스킬.
토글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인데.
잠깐만…. 이건 적용되는 방식에 따라서는 상당히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역 스킬 무효화 같은 걸 맞아도 자동으로 스킬을 써준다는 거잖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아니면 페이즈 아웃에서 나온 다음이라던가? 실수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밟은 다음 뒤로 빠져도 바로 써지려나?
만약 그런다면 굉장히 좋은 스킬이다.
근데 작동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 오토 스킬 자체도 스킬 아냐? 그럼 광역 스킬 무효화에 오토 스킬도 꺼지지 않나?
아.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광역 스킬 무효화로 안 지워지는 것처럼 되려나?
으음…. 모르겠다. 확실한 걸 모르니 답답하네.
무엇보다 선행 스킬이 지랄 맞다.
반사, 상태 회복, 괴력, 비행, 투명화, 축소, 가속화, 금속화.
미쳤네. 무슨 선행 스킬이 여덟 개야.
아니 뭐 높은 티어의 스킬이니 선행 스킬이 많은 건 이해 간다.
근데 잡 스킬이 너무 많아. 상태 회복? 축소? 이런 것도 찍어야 해?
아. 그 카타스트로피! 와. 저거 배우려고 하면 카타스트로피는 바로 찍을 수 있겠네.
근데 그것도 무슨 스킬인지 모르잖아? 됐다. 때려치우자. 저런 건 찍고 싶은 스킬 다 찍은 다음에나 슬금슬금 건드려 봐야지.
그렇게 새로 생긴 스킬도 확인했으니…. 이제는 내가 찍고 싶은 스킬을 찍는다.
투시. 남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스킬.
['투시'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바로 배운다.
이젠 거지가 된 코인. 30만 조금 넘게 남았다.
와. 매번 빡쎄네. 다음번엔 더 많이 모아야 하는데.
어쨌든 코인은 지금도 찔끔 이긴 하지만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 일단 기다려본다.
게다가 오늘 자정에는 코인 이벤트가 있잖아. 레테 놈들, 야쿠자 놈들, SG에서 보낸 토사구팽이 될 사냥개들.
한꺼번에 먹어치우면 그건 제법 코인이 되겠지. 후우. 나오지 않으면 곤란해져.
투시를 배웠으니 바로 써본다.
자. 가자. 남자의 로망! 발동!
"투시."
근데 변하는 게 없다.
음. 이것도 상상력인가? 역시 그렇겠지? 이놈의 스킬들은 상상력이 빈약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스킬이 많으니까?
문을 바라보고 바로 상상해본다. 문이 투명해지는 상상. 문이 없어지는 상상. 문 너머를 보는 상상….
"오."
거실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거실. 와우. 됐어. 역시 이런 거였네.
좋아. 그럼 바로 다음 단계. 문이 아닌 천장. 탐지를 돌려 네 여자가 밖에 있는 위치를 확인한다.
그리고 벽을 지운다. 보일 거야. 보이겠지? 오? 보인다!
먼저 보인 건 들개의 배.
아니. 그게 왜 보이냐고. 내가 보고 싶은 건 들개 배 같은 게 아니야.
옆을 보니 승희가 보였다. 아. 들개에 테이밍 하고 있구나? 개에게 번갈아 가면서 스킬을 쓰고 있는 모습.
독순술이라고 했던가? 그런 걸 몰라도 입 모양을 보니 테이밍이라고 말하는 거 같다.
오. 이거 좋네. 투시 만세다.
자…. 그럼 이제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승희를 바라보며 제발 되기를 바란다. 옷도 투시되기를. 과연 이것만 가능한가?
옛날에 만화에서 그런걸 본 적 있다. 투시 능력을 가진 남자가 투시 강도를 너무 강하게 해서 좋아하는 여자의 뼈를 보는 장면.
그런 것도 있었는데. 좋아하는 여자의 자궁 안에 애기 들어있는 모습.
설마 그런 것도 가능한가? 모르겠다. 가능하더라도 별로 보고 싶진 않네.
내가 원하는 건 옷 너머의 모습. 정신을 집중하고 승희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참 노력한 끝에 해냈다. 옷만 투시한 승희의 알몸.
크으으으으.
좋아. 훌륭한 세상이야. 스킬 만든 새끼들…. 오랜만에 칭찬해주마. 고맙다. 씹새끼들아.
밑에서 보고 있는 각도라서 승희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으음. 밑에서 위로 보는 각도는 이렇게 아찔하구나. 다리 사이로 적나라하게 보이는 음부.
로우 앵글로 보는 가슴의 볼륨.
이야. 아름답다. 행복해. 좋은 세상이야.
다음으로 미나를 봤다. 날씬하게 빠진 슬랜더 스타일. 하지만 가슴은 크다.
행복해. 물론 이미 몇십 번은 본 몸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꼴림의 정도가 달라. 침대에서 알몸으로 누워있는 것과 알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걸 보는 건 느낌이 다르다고.
다음은 세아. 키는 작지만, 비율 좋은 몸매. 그리고 키에 비해 큰 가슴.
계속 가슴에만 눈이 가네. 근데 어쩔 수 없다. 나는 남자라서 말이지.
남자라면 이럴 수밖에 없어. 당연한 거야. 하하하.
그렇게 안나를 보려는데 투시가 꺼졌다.
얼래. 생각보다 되게 짧네. 얼마나 지났지? 시간을 쟤 봐야겠네.
스마트 폰을 꺼내 스톱워치를 켜고 다시 투시를 쓴다. 다시 천장을 투시해서 이번엔 안나를 본다.
크. 언제 봐도 아찔한 몸매야. 아름답네. 손뼉을 치고 싶을 정도.
그렇게 네 여자를 멋진 각도로 살펴보다가 투시가 꺼지는 걸 확인하고 스톱워치를 봤다.
114초. 어디 보자. 그럼 내가 지금 760퍼센트 증가니까…. 계산해보면…. 어. 15초네.
그럼 15, 30, 45, 60 이렇게 가려나? 으음. 1분만 되도 7분 36초 유지잖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시간은 뭐 상관없겠네.
어쨌든 좋은 스킬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스킬.
그럼 이제 실전을 써봐야지. 일단 천리안이랑 호환이 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하고.
마음 같아서는 네 여자의 알몸 보는 거로 숙련을 하고 싶지만, 일단 오늘 밤의 이벤트를 위해서 할 게 많다.
미리 가서 준비해둬야지. 스킬이 딱 원하는 대로 나와서 이정도면 만족스럽다.
고마운 일이지. 이런 좋은 스킬을 얻다니.
밖으로 나가 여자들에게 나간다고, 좀 늦을 거라고 말하고 부산으로 순간 이동했다.
적당한 거리에 있는 빌딩의 옥상에 올라가 심호흡을 한번 한다.
그리고 천리안과 탐지, 투시를 쓴다.
자. 이제 벽을 투시하는 거야. 탐지에 느껴지는 놈들이 있는 벽. 그 너머를 본다.
오오오오.
씨발. 이게 되네. 이게 된다. 본격적인 관음의 시작. 지난 관음과는 수준이 다르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고 장애물이 있어도 뚫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맵핵. 무한으로 스캔을 뿌릴 수 있는데…. 이게 사기지.
호텔 맨 위에서부터 탐지에 걸리는 놈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보통 좋은 방은 위에 있잖아? 그러니 살펴본다.
이놈은 아니고, 이놈도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 저놈!
재벌 3세 놈의 기억에서 봤던 남자. 그놈의 아버지.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지금 레테의 회장 놈 아들.
나이는 40대 후반 정도 되는 남자. 그 앞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
회의…. 는 아닌거 같고. 혼내는 중인 거 같다. 음. 뭐 저건 신경 쓸 필요 없지. 일단 패스.
천천히 계속 하나씩 살펴본다. 투시 지속시간이 짧지만, 어차피 숙련한다 생각하고 계속 쓴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녀석. 야쿠자의 왕. 사토 히데모리.
엎드린 여자의 뒤에서 존나게 박고 있는 새끼. 이쪽을 보고 있어서 다행이다. 못 알아볼 뻔했잖아.
캬. 그나저나 투시 배운 날부터 이런 걸 구경하네. 남이 섹스하는 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니.
여자의 몸매도 좋고 가슴도 크다. 어우. 아까부터 계속 가슴만 눈에 보이네.
오오. 얼굴도 이쁘잖아? 이거 완전 야동이네. 물론 이젠 야동 보면서 딸 칠 일은 없으니 필요는 없지만.
아. 그러고 보니 외장 하드도 구해놓고 한 번도 안 봤네. 뭐, 안 본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건 언젠간 좋은 일에 쓰겠지.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 새끼도 팔자 참 좋네. 지 부하들은 다 죽고 부두목이란 놈도 뒤졌는데 저렇게 호텔 방에서 여자나 따먹고 있다니.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왜 안 돌아가지? 지금 저기 남아있는 이유가 있나?
뭐, 그건 나중에 알아봐도 되겠지. 어쨌든 저기 저놈이 있는 것만 확인하면 됐다.
저놈은 오늘 죽을 테니까. 85퍼센트의 확률로.
내가 할 일은 그 15퍼센트를 마저 채워주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자정이 될 때까지 열심히 염탐해야 한다.
그래. 저놈은 열심히 섹스하라고 하고 마저 살펴볼까.
그렇게 탐지범위 안에 있는 모든 놈을 다 한 번씩 훑어봤다.
정말 좋은 스킬이야. 음습하게 남의 뒤통수를 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스킬.
한 가지 아쉬운 건 투시가 된다고 해서 벽 너머로 스킬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뭐…. 이건 예상했으니까. 아무리 벽 너머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사이에 장애물이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만약 이게 됐으면 정말 씹사기였겠지. 그건 말이 안 돼.
하지만 천리안이 있으니 창문 너머로는 스킬을 쓸 수 있다.
나는 이게 가장 웃긴다. 왜 창문 너머는 스킬이 써지고 투시를 쓴 벽이나 투명화된 사물은 너머서 스킬을 못 쓰는 건지.
창문도 투명할 뿐이지 그 사이에 장애물이 있는 건 똑같은 데 말야.
참 알 수 없어. 이 세상의 원리는.
시간이 남기에 방향을 바꿔 서면 일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서면을 중심으로 하는 극진파. 그리고 그 두목이 사라져버린 지금 찌끄레기만 남은 잡놈들.
저것들도 다 잡아 죽여야 하는데. 뭐…. 그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니까.
저 녀석들 수준이면 승미세안 네 명으로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어.
슬슬 해가 지는 모습. 어휴. 아직 자정이 되려면 한참 멀었네.
그래도 날이 춥지 않기에 얼마든지 이러고 있을 수 있다. 이정도 날씨면 행복하지. 한겨울에도 이러고 있었는데 뭐.
숙련도 할 겸 계속해서 녀석들을 살펴본다.
또 그렇다고 자정에 포션 멀미를 하면 안 되니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탐지 숙련을 한다.
근데 이건 시간 말고 뭐 늘어나는 거 없나? 스킬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게 있나?
그렇게 숙련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차량의 움직임이 보였다.
왔구나. SG의 사냥개들.
아직 자정까진 조금 시간이 있지만, 생각보다 일찍 온 녀석들.
하긴 녀석들도 준비를 해야 하니 자정 땡하고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사냥개 녀석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서민준의 파일을 다시 한번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