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52화 (45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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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스킬

사흘.

참 긴 시간이다.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에 사흘이라는 자유시간이 생겼다.

물론, 자유시간이라고 마음껏 늘어져 있을 수는 없으니 할 건 한다.

먼저 테이밍을 마스터 한 세아의 까마귀와 물고기를 우한과 베이징에 데려다 놓는다.

물고기 두 마리와 까마귀 두 마리. 딱 24시간을 돌려보니 일 인당 85만 코인이 들어왔다.

정말…. 아무짓도 안 하고 풀어놓기만 했는데 하루 85만이라니. 이건 사기야. 이렇게 좋을 수가.

이게 다 산샤댐 파괴와 역병으로 짱개들을 팍팍 죽여서 가능한 거지.

미리 잔뜩 죽여놓지 않았으면 이정도로 코인을 못 얻었을 거야.

일 인당 85만이라고 해서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결국 해봐야 8,500명밖에 안 된다.

숫자와 사람 수를 연결하면 정말 괴리감이 엄청나다.

산샤댐 파괴만으로도 최소 몇백만에서 몇천만은 죽었을 텐데…. 그럼 아직 강바닥에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다는 이야기잖아.

그 생각을 한 다음 안나와 함께 우한에서부터 양쯔강을 따라 계속해서 한번 내려가 봤다.

"세상에…. 이렇게 많이."

안나의 간단한 소감. 그녀의 말대로라면 강바닥에 코인들이 바글바글 있다고 했다. 바글바글.

물고기 쪽에 힘을 좀 줘야겠네. 우한부터 해서 하류로 계속 내려가라고 해야겠어.

세아에게 말해 그냥 물고기 네 마리로 테이밍을 바꾸고 강을 훑어 내려가게 지시하라고 했다.

그렇게 하자 코인을 획득했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다섯 명으로 나뉘어서 100코인씩 얻었다는 메시지지만 그게 끝도 없이 올라오니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 정도.

안나는 코인 탐지를 마스터 하고 번개 주먹을 배웠다.

데미지 감소와 보호막이 있는 승희가 안나를 부르더니 자신에게 써보라고 한다.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굉장히 아플 텐데? 죽진 않아도 죽을 만큼 아플 거라고."

"오빠 맞아 봤어요? 어떻게 알아요?"

"어…. 번개 주먹은 아닌데 번개 트랩은 밟아봤어. 두 번."

"히익. 근데 어떻게 살아있어요? 몸이 고무로 돼 있나?"

"운이 좋았지. 늘 포션 먹는 습관이 도움이 됐달까…."

"으음. 어차피 안 죽으면 상관없죠. 안되면 저한테 스스로 힐 해도 되고."

"그럴 여력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니까 해봐야 알죠. 혹시 내가 힐을 못 쓰면 포션이라도 먹여줘요."

"알겠어."

"자! 안나! 해봐!"

데미지 감소 스킬을 쓰고 보호막을 두르는 승희. 안나는 그런 승희를 보며 주저한다.

"괜찮아! 해보라니까! 어떻게 나가는지 알아야 다들 익숙해지지."

승희 쟤는 언제부터 저렇게 터프해진거야. 아무리 안 죽을 것 같다고 해도 너무 터프한거 아닌가.

머뭇거리던 안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승희를 바라본다.

"그럼…. 해볼게."

"응!"

"번개 주먹!"

안나의 주먹이 보호막을 때렸고 그 주먹에서 번개 한 가닥이 뿜어져 나와 승희에게 직격했다.

눈을 질끈 감은 승희. 걱정되는 눈빛으로 승희를 바라보는 안나. 숨죽이고 지켜보는 미나와 세아.

근데 승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완전히 멀쩡한 모습.

"얼래? 번개가 보였는데?"

"안 아파? 아예?"

내가 물어보자 승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네. 아무 일도 없는 거 같은데요…? 데미지 감소가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거예요?"

아니….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뭔가를 발견하고 어이없어서 웃었다.

"야. 파티 돼 있잖아."

"아? 아 맞다. 그러네."

코인을 먹어야 해서 파티를 풀지 않았으니 당연히 데미지가 안 들어가지.

승희가 바로 파티를 탈퇴했고 안나는 다시 주먹을 날렸다.

"으윽."

번개에 맞은 배를 움켜쥐는 승희. 하지만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히…. 힐!"

자신에게 힐을 거는 승희. 금방 찡그렸던 얼굴이 조금 편해지고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몇 번의 힐을 더 쓴다.

"아으. 따끔따끔한데요?"

"아마 하급 번개 주먹이라 그런가 보다. 마스터 하면 조금 더 위력이 세질지도."

"으으. 이것도 아픈데."

"데미지 감소가 80퍼센트 감소시켜주는 거거든? 데미지 감소 없었으면 하급 번개 주먹 맞아도 굉장히 아플 거 같지?"

"잠깐만요. 그럼 이거에 다섯 배는 아프다는 소린가?"

"수치상으로는."

"안돼 안돼. 안돼요. 데미지 감소 없으면 죽을지도 몰라. 안 죽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뭔가를 하지는 못할 거에요."

"그 정도인가?"

"아. 오빠도 맞아 봤으면 딱 아는데. 오빤 왜 데미지 감소 안 찍어요?"

"보호막도 없는걸."

"그럼 오빠가 가장 위험한 거 아니에요? 우린 다 있는데 오빠만 없어."

"세아도 없는데."

"아. 맞다. 세아도 빨리 찍어야겠다. 아. 세아도 보호막 없지?"

세아의 표정이 좋지가 않다.

하긴 우리 중에서 가장 일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세아인데 정작 본인은 데미지 감소가 없으니 아차 싶겠지.

"으. 먼저 찍을 걸 그랬나."

"수납이랑 테이밍을 먼저 택한 벌이지."

"우씨. 그래도 나 때문에 테이밍으로 좋은 거 알았잖아!"

"뭐, 그건 그렇지. 아. 승희 초대받아라."

"네."

승희를 다시 초대하고 각자의 스킬 숙련을 다시 시작한다.

자기에게도 코인이 들어오는 메시지가 나오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승희.

자. 그럼 이제 나도 숙련을 마저 해야지.

내일 하루가 다 지나가고 찾아오는 자정. 그때까지 투시를 배워야 한다.

서민준이 '분실한' 파일을 보고나니 투시가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어차피 원래 배울 거였지만 더 다급해졌어. 배울 거면 빨리 배워야지. 팝콘도 준비해놓고.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고 나는 천리안을 마스터 했다.

마스터를 하긴 했지만, 대체 뭐가 달라졌는지는 전혀 알기 힘든 스킬.

일단, 새로운 스킬을 찍기 전에 한번 효과나 봐야지. 어느 정도까지 보이나.

밖으로 나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천리안을 쓰고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본다. 에고. 이래서야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

그렇게 둘러보다가 굉장히 낯익은 건물을 발견했다.

"얼래. 저건…. 남산 타워?"

어처구니없게도 내 눈에 보이는 건 남산 타워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나는 지도를 켜서 남산 타워까지의 거리를 재봤다. 17.8 킬로미터.

헐. 맙소사. 그 정도 거리에 있는 남산 타워를 이렇게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본다고?

미친 스킬이네. 어처구니가 없어.

그래. 이름이 천리안인데 이정도는 해야지. 사실 말 그대로 천 리면 400킬로잖아. 부산까지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맞지.

물론, 그러면 개씹적폐 스킬이 되겠지만.

어쨌든 효과는 잘 알았으니 다시 방으로 순간 이동한다.

이제 스킬을 봐야지. 룰루. 뭐가 나왔으려나. 이번엔 어떤 사기적인 스킬이 나왔을까?

느긋한 마음으로 스킬 목록을 확인해본다.

스킬 반경 증가는 10이 지나면 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11이 나왔다.

와. 씨발. 대체 얼마큼까지 늘릴 생각이지? 진짜 끝도 없이 계속 나오는 건가? 어이없네 정말.

문제는 또 패시브를 다 못 찍는다는 거다.

지금 가진 코인은 1,170만. 스킬 최대 수치 증가 5랑 스킬 한계 돌파 5를 찍는 거로 천만이 뚝딱 나간다.

게다가 스킬 반경 증가11을 찍으면 110만, 그러면 남은 코인은 60만.

물론, 지금 계속해서 코인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스킬 지속시간 증가10도 이번에 못 찍는다.

어이구. 계속 밀리네. 암튼…. 패시브 찍기 전에 뭐가 나왔는지 스킬부터 마저 보자.

그런데…. 눈에 이상한 게 보였다.

"스킬…. 삭제1?"

하도 어이없어서 나도 모르게 입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스킬 삭제1 이라니. 뭐지? 삭제? 삭제라고? 그리고 뒤에 붙은 1은 뭐야?

조금 생각이 필요하다. 이건 대체 뭘 삭제한다는 뜻인가.

내가 배운 스킬을 삭제한다는 뜻인가? 재분배야? 아니…. 근데 그게 의미가 있어?

배운 스킬을 삭제하면 새로 스킬 포인트를 하나 더 주나? 어…. 모르겠네. 씨발.

그리고 뒤에 붙은 1. 이 씨발…. 이건 대체….

그래. 일단 모르겠으면 눌러봐야지. 눌러보면 알겠지.

나는 스킬 삭제1을 눌렀고, 내 눈앞에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원하시는 스킬을 선택하세요.]

그리고 뜨는 스킬 목록.

어라…? 뭔가 이상한데? 내가 배운 것을 삭제하는 게 아니야? 왜 스킬 목록이 전부 다 뜨지??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만 뜨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봐온 모든 스킬들이 목록에 다 있다.

그것도 티어1부터 17까지 이쁘게 정리돼있는 상태로.

하. 모르겠다. 일단 아무거나 하나 눌러본다.

['캔맥주 생성' 스킬을 삭제하는데 1억 코인이 소모됩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나는 내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그대로 굳었다.

뭐? 이 메시지가 뭐라고 지껄인 거야? 1억 코인? 1억 코인????

아니…. 그래. 1억 코인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치자.

근데 나는 캔맥주 생성 스킬이 없다. 근데 삭제한다고? 삭제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진짜 삭제 하는 거야? 이 세상에서?

고작 1억 코인으로???

황당함이 느껴진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정도.

스킬 만든 새끼들. 이 미친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봐도 지금의 상황은 그거다. 내가 코인을 투자해서 스킬 삭제를 하면 모든 사람의 스킬이 삭제되는…. 그런 시스템.

그거 말고는 따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닌가? 내 목록에서만 지우는 거야? 그건 아닐 거 아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만약 내 목록에서 지운 다음 나에게 코인을 주는 방식이라면 다르게 이해했을 거다.

앞으로 절대 배우지 못하는 대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것.

그래. 그거라면 이해할 수 있었을 거다.

근데 그게 아니잖아. 코인까지 내면서 삭제할 이유 같은 건 하나밖에 없다.

세상 모든 놈들에게 좆 돼 보라고 엿 먹이는 것.

게다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스킬 삭제 뒤에 숫자 1이 붙어있잖아.

아마 이걸로 스킬 하나를 지우면…. 다음번에도 또 나오겠지. 스킬 삭제2로.

그리고 코인은 2억이 되겠지? 이 새끼들 방식은 여태까지이랬으니까?

뭔가…. 머리가 마구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뭔가 상황을 신나게 만들 수 있어. 내가 가진 스킬들의 카운터 스킬들. 껄끄러운 스킬들.

그런 것들을 스킬 삭제로 지우면서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와. 미쳤네. 진짜 미쳤어.

근데 이상한 건, 지금까지 스킬이 삭제된 걸 느낀 적은 없다.

적어도 내가 배운 스킬들은 삭제되지 않았다. 그럼 지금 목록에서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비교했다. 제법 오랜 시간을 들여서.

그리고 확인해보니 지금까지 나온 스킬들은 여기 스킬 목록에 전부 다 있다.

그렇다면 아직 그 누구도 스킬을 지운 적이 없다는 이야기.

설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스킬이 많은 사람은 아닐 텐데?

티어17을 제일 먼저 올렸다고? 그런 거야? 아. 아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구나.

티어17에 도달했어도 코인이 없으면 스킬 삭제는 못 하는 거잖아. 아니면 굳이 삭제하고 싶은 스킬이 없을 수도 있고.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좋아. 그래. 하긴 1억 코인이나 여유가 되는 놈이 많지는 않겠지.

1억 코인이면 무려 사람 20만이다. 얼래. 또 이렇게 계산해보니 그렇게 많은 숫자도 아니네.

일단…. 중국 놈들 중에는 티어17까지 온 놈은 없을 것 같다.

그 새끼들이라면 가능했겠지. 인간을 얼마든지 갈아서든 스킬 몇 개는 지웠을 거야.

으음. 좋아. 그래. 좋은 걸 알았네. 하하. 씨발.

1억 코인이라. 이걸 대체 언제 모으지? 모으긴 할 수 있나? 내가 피크로 모았을 때도 2천만 정도였는데.

하…. 진짜 짱개놈들을 갈아버리는 수준으로 죽여야겠는데? 미치겠네.

일단 나온 김에 이것저것 확인은 전부 해본다.

내가 가장 지우고 싶은 스킬. 그건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이것만 없어지면 무서울 게 없다.

그럼 어디…. 눌러볼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스킬은 '성역' 스킬이 삭제되지 않아 삭제할 수 없습니다.]

얼래? 씨발. 이게 뭐야. 아. 이건 또 역순이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지우려면 이걸 선행으로 하는 스킬들을 먼저 다 지워야 해?

미치겠네. 돌아버리겠어.

['성역' 스킬은 '절멸' 스킬이 삭제되지 않아 삭제할 수 없습니다.]

['절멸' 스킬을 삭제하는데 1억 코인이 소모됩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지랄을 한다. 그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삭제하려면 절멸부터 지워야 한다고?

절멸로 1억. 성역으로 2억. 스킬 사용 불가 지대로 3억?

그럼 합이 6억이네? 와. 사람 120만 명 분이네. 별거 아니네! 껌이야. 껌.

지랄. 어휴. 한숨이 팍 나온다.

억 억 하니까 억이 우습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

치우자. 이건 나중에 코인이 생긴 다음에나 신경 쓰자. 지금은 뭐 알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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