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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질
천리안을 배우기 진짜 잘한 거 같다.
탐지로 모든 걸 유추하는 것과 눈으로 뭔가를 보는 건 정보의 획득 수준이 다르잖아?
맨눈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거리. 하지만 천리안으로 보니 오고 있는 차의 제조사까지 알 수 있다.
그래. 솔직히 사기지. 50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보고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아마 천리안 하나만으로는 힘들었을 거다. 어디에 뭐가 오는지 알아야 보든지 말든지 하지.
탐지. 그리고 거리 증가 패시브. 이게 진짜 사기야. 그리고 천리안은 이것과 궁합이 너무 좋다.
뭐든지 먼저 알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건 없지.
차는 제법 많다.
승합차로 다섯대. 탐지로 차 안을 확인하니 차마다 사람이 가득 타고 있진 않다.
한심한 놈들. 티어9도 못 올린 병신같은 놈들.
이해가 안 간다.
저놈들은 분명 구출을 하기 위해서 온 놈들이다.
그리고 구출이 실패하면 복수라도 해야 할 거다. 근데 저렇게 차나 타고 다니는 놈들을 보낸다고?
아직 저놈들이 오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신중하게 생각해본다. 어제처럼 멍청한 짓을 반복할 수는 없잖아?
방심하지 말고 녀석들을 가정해보자.
게이트가 없다고 녀석들이 티어9미만의 놈들일 리는 없다.
SG 센터의 멍청이들은 티어6이 안된다는 저항선이 있다. 적어도 회귀를 안다면 SG 센터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물론 뭔지 몰라서, 본인이나 주변에 찍은 사람이 없어서 티어6이 넘었더라도 SG 센터로 온 놈들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준이 낮은 건 사실이었지. 크게 어려울 것 없는 놈들.
하지만 이놈들은 다르다. 그저 게이트가 없었을 뿐 수준은 높을 수도 있어.
게다가 레테 놈들만 왔다는 보장도 없다. 야쿠자의 왕 그놈이 직접 왔을 수도 있잖아? 복수를 위해서?
그러니 섣불리 공격하는 건 악수일 수도 있다. 괜히 잔챙이들만 쳐내고 진짜 알짜배기들은 또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럴 순 없어. 저놈들은 한 놈도 도망가게 둬선 안 돼. 그러려면 꼼꼼하게 작업해야 해.
원래의 계획은 캐슬의 성벽으로 되어 있는 컨테이너들로 차들을 찍어 죽일 생각이었지만 조금 더 지켜본다.
내 방식대로 가자. 이건 빨리 죽이기 시합이 아냐. SG 센터에 오는 잡놈들이나 그렇게 잡는 거지 저놈들은 아냐.
녀석들이 가까이 오기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경호원이 있었던 건물 근처까지 온 승합차들.
질서정연하게 주차하고 사람들이 내린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빠짐없이 지켜본다.
한 놈이라도 놓칠 수 없다. 몇 명이 있는지 어떤 놈이 위험한지, 몇 놈이나 페이즈 아웃을 쓰는지 다 확인 해야 해.
승합차 다섯대에서 내린 놈들은 총 스물 네 명. 그리고 그중에 여자가 네 명 있다.
여자가 있는 건 좋은 일이네. 매혹을 쓸 수 있잖아. 매혹만큼 사기가 없지.
그리고 딱 봐도 야쿠자같이 생긴 놈 네 명. 가오 잡는 꼴을 봐서는 만만한 놈들은 아닌거 같다.
다섯 명이 하늘로 떠올라 주변을 탐색하는 모습. 근데 저놈들은 왜 저렇게 대놓고 날아다니지?
투명화가 없나? 정찰하는 건 좋은데 저렇게 대놓고 나는 게 의미가 있나?
그리고 세 명의 기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블링크? 아니다. 주변에 이동한 기척은 없어.
녀석들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내 탐지범위를 한 번에 벗어날 만큼 블링크를 한 번에 쓸 수는 없을 거다.
아마도 저건 페이즈 아웃. 기척을 벗어날 수 있는 건 블링크와 페이즈 아웃 말고는 없지. 순간이동으로 돌아간 게 아닌 이상.
페이즈 아웃 쓴 놈들의 방향으로 봐선 여기 캐슬 자리를 보러 오는 것 같다.
높은 건물 위쪽으로 이동해서 페이즈 아웃을 쓰려는데…. 아. 코인 아깝네.
아직도 코인이 들어오는 메시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으. 220만 정도 들어왔는데. 나머지는 세아가 다 먹겠네.
뭐…. 괜찮아. 나는 이놈들 다 잡아먹으면 되지. 이놈들도 적당히 코인은 있겠지. 설마 없겠어?
미련 없이 페이즈 아웃을 쓰고 녀석들이 올 만한 경로를 지켜봤다.
뿌옇게 변한 세상에서 일직선으로 걸어오고 있는 놈들.
세 명이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대형을 갖춰서 오고 있다.
그래도 이놈들은 뭔가 각이 살아있네. 아까 그 선발대 놈들보다 조금 더 경험이 많은 것 같은 모습이야.
좋아. 일단 저놈들부터 잡는다. 숫자도 줄이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찬스.
게다가 저놈들을 잡아 죽여도 저 본진 놈들은 알아챌 방법이 없다.
페이즈 아웃이란 그런 스킬이잖아? 고립되는 스킬이야. 단체에선 쓰기 힘든 스킬이라고.
캐슬 근처까지 걸어간 녀석들은 서로 대화를 하더니 세 방향으로 갈라졌다.
아이고. 거기서 또 갈라져 준다고? 아주 선물 같은 놈들이네.
녀석들의 본진까지의 거리는 한참 되니 저 녀석들이 저기서 죽어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보들인가? 야쿠자의 왕 그놈이 정보를 제대로 안 줬나? 내가 페이즈 아웃을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알고 있을 텐데?
공조는 하지만 모든 정보를 공유하진 않는 건가?
그래 뭐 그건 이해한다. 한 집단이라도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될 텐데 레테와 야쿠자가 그렇게 협력이 잘되리란 보장은 없지.
게다가 레테랑 니지이치구미 사이면 모를까 야쿠자의 왕이 있는 곳과는 서로 유대가 별로 없을 테니까.
어쨌든 녀석들이 갈라졌으니 빠르게 사냥한다.
페이즈 아웃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은 좀 당해봐야 깨닫겠지.
세상에 만능 스킬은 없다는 걸. 어제의 나처럼.
페이즈 아웃을 해제 한 다음 본진 쪽에 하늘을 바라봤다.
어라? 하늘에서 탐지 쓰고 둘러보던 놈들은 어디 갔지?
얼래? 탐지에는 걸리는데? 뭐야. 투명화야? 아까는 다 보였는데?
바로 천리안을 썼다. 그러자 하늘에 떠 있던 놈들의 모습이 보인다.
뭐지? 설마…. 천리안이 투명도 보나?
와. 천리안 좋네? 투명화를 볼 수 있다고?
이야…. 이건 의외다. 멀리 보는 것뿐만 아니라 투명화까지 볼 수 있다니. 이러면 평가 급상승이지.
탐지는 항시 유지할 수 없는 스킬이잖아. 유지하고 있으려면 코인이 미친 듯이 깨지는 스킬인데.
천리안은 켜두는 것만으로도 투명화를 볼 수 있어? 이런 걸 이제야 알다니. 참나. 헛살았구먼. 헛살았어.
어쨌든 좋다. 뜻밖의 수확이니까.
그동안 이걸 못 알아챘던 게 신기하네. 하긴 천리안 찍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근데 그럼…. 지금까지 투명화 쓰고 하늘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적이 많았는데.
거리가 멀어서 탐지범위 바깥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보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거잖아?
오우.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하네. 밤이야 어차피 어두우니 안보였겠지만, 낮에는 본 놈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거네.
앞으론 낮에는 조심해야겠어. 아. 귀찮네 정말.
아무튼…. 흩어진 페이즈 아웃 삼돌이 부터 잡자. 지금은 그게 먼저잖아?
하늘을 날며 한 놈이 갔던 방향으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리면서 날아간다.
두번째에 모습을 드러내는 한 놈. 자신이 현실로 끌려 나온 걸 인지할 때쯤에 재워진 녀석.
바로 테이프 질을 하고 민희 집무실 게이트를 열어 던져넣었다.
그리고 다시 날아가서 다른 놈들이 있는 근처에서 페이즈 아웃.
아. 저기 있네. 두번째 놈.
다시 해제하고 버프를 두른 뒤 하늘을 날아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린다.
또 드러나는 놈. 그리고 수면. 테이프 질. 집무실로 게이트.
마지막 한 놈까지 똑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좋아. 이제 스물 네 명 중에서 세 놈 잡았다. 남은 놈은 스물하나.
바로 집무실로 가서 페이즈 아웃 세 놈의 기억을 빠르게 읽는다.
이놈들이 정찰하고 복귀하는 시간. 그게 가장 먼저야.
한 시간. 녀석들이 정잘하고 돌아갈 때까지의 시간.
세 놈 전부 기억을 읽어보니 똑같다. 뭐. 똑같겠지. 같은 자리에서 지시를 들었으니까.
저놈들이 출발하고 15분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45분 남았다.
적어도 그 시간 안에는 저 본진 놈들이 자리를 이탈하거나 수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
일단 기억을 읽자. 저놈들의 정보를 알아내야지. 그래야 녀석들의 빈틈을 파헤치지.
그렇게 기억을 읽고 제법 쓸만한 정보를 얻었다. 좋아. 이 정도면 쓸만 하겠어.
바로 마체테를 휘두른다. 세 놈을 잡고 14만 코인. 뭐, 그럭저럭 이네.
그렇게 정리하고 다시 본진 쪽이 잘 보이는 건물 위로 올라간다.
아까처럼 하늘에 둥실 떠서 녀석들을 볼 수는 없다. 저쪽에 천리안이 있다면 내가 보일 테니까.
으. 이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동안 탈이 안 난 게 다행이네. 근데…. 천리안은 사실 찍을 생각이 잘 안 들긴 하지.
나처럼 탐지 거리가 맨눈의 시야보다 압도적으로 넓지 않은 이상은 필요성을 못 느낄 테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진짜 다행이네. 정말로.
하늘을 날며 탐지하던 다섯은 다시 본진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스물 한 명이 차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35분. 녀석들은 저 자리에서 꼼짝 안 할 거다. 그 사이에 쇼부를 봐야 한다는 소린데.
저 야쿠자 네 명. 저놈들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럴 만하겠지. 페이즈 아웃 놈들의 기억을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저놈들은 야쿠자의 왕 쪽 인간들.
내가 크루즈를 침몰시킬 때 타고 있던 놈들이다. 그렇기에 지금 화가 잔뜩 나 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여기로 오는 내내 레테 놈들을 엄청나게 닦달했었다.
그리고 레테 놈들은 저놈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어쨌든 한가락 하는 놈들이라 이거지. 주의해야 할 놈들.
시간제한이 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들이칠 수는 없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흩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볼 텐데. 그게 안 되니 조금 아깝네.
그렇게 10분 정도를 더 지켜보니 기회가 생겼다. 역시.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맞다니까.
여자 하나가 화장실을 가는지 옆의 건물로 들어갔다.
바로 블링크 한 뒤 페이즈 아웃.
여자가 간 화장실로 따라 들어간다.
관리가 안 된 것 치고는 나름 깔끔한 화장실. 변기 칸으로 들어가는 여자.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가 페이즈 아웃을 풀고 무효화와 매혹을 걸었다.
"조용히 하고 내 말들어."
화장실 칸 옆에 불쑥 솟은 내 머리를 보고 활짝 웃는 여자. 으. 오랜만에 보네. 이 끔찍한 미소.
"나가서 야쿠자 놈들 근처에 있다가 소란을 일으켜. 그래. 야쿠자 중 한놈이 니 엉덩이를 만졌다고 해. 그리고 최대한 나쁜 놈으로 몰아가면서 시끄럽게 굴어. 악바리같이. 한 대 맞을 정도로. 어렵지 않지?"
"네. 물론이죠."
"나가봐. 자연스럽게. 아. 볼일은 보고가. 그냥 가지 말고."
그렇게 말한 나는 바로 순간이동을 써서 집무실로 돌아왔다.
누가 탐지로 본 놈이 없어야 할 텐데. 설마 여자가 화장실에 갔는데 그걸 탐지로 지켜보는 변태 놈이 있었을까?
나 빼고.
그래도 같이 있던 시간은 얼마 안 되니 괜찮을 거다. 뭐…. 들키면 어쩔 수 없지. 저 여자만 죽어나겠지.
다시 녀석들이 있는 곳 근처로 가서 건물에 몸을 숨기고 천리안으로 지켜본다.
과연 아까 그 여자가 잘 할 수 있을까? 부디 소란스러워져야 할 텐데.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가 일행이 있는 쪽으로 갔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야쿠자들 근처에서 알짱거리기 시작한다.
음. 그다지 자연스럽진 않은데. 연기 드럽게 못하네.
그렇게 잠시 알짱거리던 여자는 노골적으로 야쿠자 옆으로 다가간다.
어휴. 저게 뭐 하는 짓이야. 씨발. 괜히 시켰나? 다 말아먹을 것 같은 연기력인데.
그리고 얼마 있다가 여자가 얇고 높은 비명을 질렀다. 얼마나 컸는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나에게 들릴 정도로.
바로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 여자.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야쿠자 놈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본다.
하나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그리고 통역하는 놈인지 대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놈이 나와 여자에게 뭐라고 말한다.
씩씩거리며 야쿠자에게 삿대질하며 뭐라고 말하는 여자. 오. 이건 좀 리얼한데? 이 부분은 연기가 아닌거 같아.
중간에 껴든 남자는 야쿠자에게 뭐라고 물어봤고 야쿠자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뭐라고 말한다.
다시 그걸 전달해주는 남자. 다시 소리 지르는 여자.
자신을 말리려는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야쿠자에게 고래고래 악을 쓴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야쿠자 쪽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저 야쿠자 놈들의 행실이 좋았다면 이런 방법은 안 먹혔을 거다.
하지만 저 야쿠자 놈들은 저놈들에게 합류하면서도 항상 고압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니 가능한 일. 이제…. 슬슬 양념을 쳐줘야겠지?
매혹을 걸었기에 내가 지시한 일은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여자.
이제는 막 악을 쓰면서 야쿠자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와. 근데 저걸 참네. 슬슬 야쿠자도 빡칠 때가 됐는데.
그리고 내가 원하던 순간이 왔다.
여자에게 가슴을 찔리던 야쿠자 놈이 손을 들어 여자를 후려치려 하다가 동료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
지금이다.
바로 녀석들의 무리에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고 손을 들었던 야쿠자를 재웠다.
손을 들었던 야쿠자가 풀썩 쓰러지자 그놈을 말리던 야쿠자 셋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한다.
매혹이 풀려서 당황한 여자. 그리고 자신들의 버프가 모두 풀리고 야쿠자가 쓰러져서 깜짝 놀란 레테 놈들.
누가 스킬을 썼는지 확인하려고 서로 두리번거린다.
차마 내가 했으리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자신들의 일행 중 하나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저 레테놈들도 한 팀에서 온 게 아니다. 그나마 잘나가는 놈들을 모아서 만든 팀.
서로에 대한 파악을 완전히 못 했기에 이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야쿠자 하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나는 다시 무효화를 쓴 다음 재웠던 야쿠자와 레테의 아무나에게 마구 수면을 걸었다.
그리고 여자 넷에게도 매혹을 건다. 자. 이러면 세팅 끝.
이제 어떻게 되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