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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총인원 열 명. 스킬 여덟 개 있는 경호원 두 명이 주력.
나머지 여덟은 대략 4~6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들. 스킬 사용 불가 지대도 페이즈 아웃도 없다.
페이즈 아웃은 방금 넷 있던 게 다 죽었으니까.
그리고 다가오는 본대. 정오쯤 도착. 인원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놈들은 내가 크루즈를 담가버린 건 모르는 듯했다. 호텔이 아작나자마자 바로 부산에서 남양주로 온 놈들.
소름 끼치는 건 놈들이 민희의 집무실 앞까지 왔었다는 거다.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위험할 뻔했다. 빌어먹을. 어제는 정말 실수의 대연속이었어.
어쨌든 실수는 만회해야 한다. 캐슬을 지키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놈들은 전부 죽여야 해.
근데…. 생각해보니 쉽지 않네.
분명 발신기로 위치를 알아냈다는 건 레테 놈들은 이곳의 위치를 전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레테가 알고 있다는 건 그 부산 조폭들, 어…. 극진파였나? 그놈들이랑 니지이치구미 그놈들도 알고 있다는 거다.
아니 그래. 극진파랑 니지이치구미 그놈들은 뭐 그렇다 치자.
결국, 뒤에 야쿠자의 왕 그 새끼가 있다는 거잖아.
호텔을 습격하고 자기 꼬봉 중의 하나를 납치해서 죽인 데다가 크루즈도 날렸고….
어쨌든 막대한 피해를 줬으니 그놈은 잔뜩 이를 갈고 있을 거다.
레테가 그놈들에게 정보를 공유 안 했을까? 했을 거 같은데.
그럼 결국 캐슬 여기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좆같네. 내 실수 하나로 캐슬을 버려야하는 상황이 왔어.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냅다 밟으면 네다섯 시간이면 올 텐데.
비행에 블링크를 섞으면 그거에 반도 안 걸린다. 영 좋지 않은 상황이야.
일단 빨리 저놈들을 잡는다. 그리고 캐슬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해. 최대한 빠르게.
바로 블링크를 써서 열 명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바로 페이즈 아웃.
이놈들은 페이즈 아웃이 없다. 그러니 이쪽 세상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염려는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경호원 놈…. 그러니까 감정 스킬이 있던 놈은 광역 스킬 무효화가 있다.
나처럼 심심할 때마다 써재끼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다가갈 순 없다. 벽을 이용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조심스럽게.
본대를 기다리며 정찰 나간 페이즈 아웃 네 명을 기다리고 있는 놈들.
네 명은 테이블에. 두 명은 쌍안경으로 캐슬 쪽을. 다른 네 명은 건너편 방에서 각자 편한 자세로 쉬고 있다.
교대 근무인가?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나 보네.
그렇게 녀석들을 살피고 이놈들이 있는 이 건물도 확인해본다.
상가 건물. 최상층. 무슨 필라테스 학원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 여기 온 거 같은데. 뭐 그건 그렇고.
녀석들이 나뉘어 있으면 나야 좋지. 급하게, 무모하게 녀석들을 칠 수는 없다.
방심하다가 좆같은 상황을 만든 지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잖아? 또 지랄염병을 떨 수는 없지.
일단 쉬고 있는 네 명. 녀석들을 잘 살펴본다.
두 놈은 숨 쉬는 게 느리다. 이놈들은 자고 있네. 한 놈은 테이블에 앉아 뭔가를 쓰고 있다.
다른 한 놈은 스마트 폰을 들고 뭔가를 보고 있다.
쉴 땐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저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그런 거 보면 이놈들도 정예 같은 느낌은 안 드네.
구석 사각에 숨어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바로 반사부터 건다.
그리고 무효화. 수면 네 번. 자고 있는 놈들은 더욱 깊은 잠에 든다.
뭔가를 쓰던 놈은 그대로 책상에 얼굴을 박았고, 스마트 폰 보는 놈은 스마트 폰을 놓쳐 얼굴에 떨어뜨렸다.
그걸 주우니 야동이 틀어져 있다. 캬. 이놈은 안 되겠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걸 보고 있어? 대단하다. 대단해.
녀석은 바로 죽였다.
이제 옆방에서 탐지를 써도 크게 의심은 안 하겠지.
코인은 얼마 없네. 6만 코인 정도. 이제는 천 단위를 신경 안 쓰는 내가 참 웃긴다.
근데…. 여자가 없는 게 조금 아쉽다. 여자가 있으면 조금 편할 텐데.
일이 몇 배로 간단해 진단 말이지. 매혹된다면.
테이프 질을 해야 하는데 소리가 너무 크려나? 어쩔 수 없지. 조용히 천천히 해야지.
탐지를 켜놓고 옆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조용히 테이프 질을 한다.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감느라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다. 뭐, 어쨌든 됐어.
세 명은 일단 놔두고 방에서 잠시 기다린다.
이제 옆방에 있는 여섯 차례인데.
잠시 기다려 본다. 뭔가 움직임이 있길 바라면서.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한 놈이 방 바깥으로 나갔다.
어딜 가지? 왜 나가지? 아. 화장실 가는구나.
기척 하나가 간 곳은 화장실이다. 그래. 화장실은 가야지. 몸은 비워야 할 거 아냐.
잠시 고민. 바로 방을 나간다.
페이즈 아웃은 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옆방에서 누군가가 탐지를 쓰더라도 쉬고 있는 놈 중 하나가 화장실 간다고 생각할 거다.
바로 투명화를 쓰고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린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기척. 문이 열렸고, 나는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바로 풀썩 쓰러지는 녀석을 붙잡은 뒤 화장실 안으로 끌고 갔다.
변기에 앉혀놓고 몸과 입을 테이프로 감는다.
여기서는 소리가 저기까지 안 갈 테니 빠르게 감았다. 좋아. 됐어. 이제 다섯 놈.
근데 이놈을 잡았으니 이제 시간이 없다. 똥 싸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5분이 넘으면 의심할 테니까.
남은 녀석은 다섯. 예전 같았으면 심하게 고민했겠지만, 스킬 최대 수치 증가 패시브 덕분에 다섯도 상관없다.
다만 거의 랩 하듯 말을 빨리해야 한다는 것? 뭐 그거야 자신 있으니 됐고.
어쨌든 경호 두 명의 제압이 먼저다. 남은 셋은 광역 스킬이 없으니 상관없어.
광역 스킬 무효화가 있는 경호원 녀석만 먼저 제압하면 끝난다. 그럼…. 바로 가보자.
페이즈 아웃. 방 안으로 들어가 구석으로 향한다.
필라테스 학원이라 사각도 많고 방 크기도 큼직큼직하다.
덕분에 구속에서 버프를 전부 건 나는 바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리고 경호원 둘부터 수면을 걸었다.
오케이. 허무하게 잠이 드는 두 놈. 나머지 세 놈 중 하나가 나에게 감전을 썼다가 바로 자신이 감전된다.
병신인가? 반사 여부도 확인 안 하고? 이렇게 생각이 없어서야 원…. 한심하게.
남은 두 놈도 바로 재워졌다. 끝.
좋아. 삽질 없이 끝냈어. 이제 정리 시간.
감전을 쓰고 반사 당한 놈. 이놈은 살기 글렀다. 바로 죽였다. 11만 코인. 올. 고맙다. 짜식아.
하나하나 기억을 훑어본다. 역시 경호원 두 놈 말고는 크게 정보가 없다.
시키는 대로 하는 놈들.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 놈들.
이런 놈들이니 그렇게 의욕이 없지. 충성심이고 사명감이고 아무것도 없는 쭉정이 새끼들.
자투리 놈들은 먼저 다 죽였다. 합쳐서 54만. 그래도 코인은 조금 있네. 정보다운 정보는 없었지만.
이제 경호원 두 놈 차례.
이놈들에겐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내가 박살 낸 크루즈에 대한 것. 레테의 재벌 3세 녀석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원래부터 야쿠자와 인연이 있었기에 레테와 홋카이도의 야쿠자 니지이치구미는 서로 오랜 교류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망하고 야쿠자 세계가 통합되면서 니지이치구미는 저울질을 하게 된다.
어느 쪽에 붙어서 자신들의 세를 유지할 것인가.
하지만 나에게 죽은 그 두목 녀석은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었나보다.
두 가지 동아줄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전부 잡는 것을 선택하기로 한 것.
바로 레테와 야쿠자의 왕을 서로 소개해버렸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머리가 좋은 놈이다.
아무리 야쿠자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그것도 재벌그룹은 만만하지 않다.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 야쿠자가 가진 무력. 두 가지를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관계.
그게 잘 됐기에 니지이치구미의 두목 놈은 자신의 입지가 상당히 높아졌다.
그래. 그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레테는 그렇지 않았다. 니지이치구미야 오랫동안 교류한 짬이 있다고는 하지만…. 야쿠자의 왕은 아니다.
괜히 동맹이니 했다가 쪽바리 깡패 새끼들에게 이것저것 뜯어먹히면 그것도 웃기잖아.
그렇기에 재벌 3세 그놈은 야쿠자의 왕을 자기 선에서 확인해보려 했던 거였다. 이놈 둘을 보내서.
근데…. 이놈들도 뭐 아는 게 없다. 크루즈의 경비는 생각보다 견고했고, 이 두 놈도 그다지 얻은 정보가 없다.
하긴, 이놈들이 어설프게 침투했으면 이미 예전에 죽었겠지.
내가 그 지랄 염병을 떨지도 않았을 테고. 그 크루즈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으니까.
됐어. 이 두 놈은 이제 필요 없다. 바로 쳐 죽여야지.
빛이 되어버린 두 경호원. 그리고 35만 코인.
하. 이제 161만 코인이네…. 이래서 어떻게 하냐. 다음에는 천만을 넘게 모아야 하는데.
아오. 이게 문제가 아니야. 어쨌든 캐슬을 옮기는 게 중요해.
바로 탐지를 돌려보고 주변이 깔끔한지 확인해본다.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기척.
됐어. 그럼 됐고. 바로 순간이동 해서 민희의 집무실로 갔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나에게 써지는 무효화. 바로 반사를 쓰자 민희가 나를 알아보고 기절 쓰려던 것을 멈춘다.
"놀랐네요."
"좋은 반응이었어. 계속 그렇게 해야 해."
"괜찮아요? 별일 없죠?"
"어. 일단 나타난 놈들은 다 잡았어. 잡았는데…. 문제가 있네."
"문제요?"
"캐슬을 비워야겠어."
"네??"
짧게 왜 캐슬을 비워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걸 듣고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는 민희.
"근데…. 이 많은 인원을 어디로 옮기죠?"
"생각나는 곳은 있어. 민희. 사람들에게 이사할 거라고 말 좀 해주겠어? 아직 다들 식당에 모여있을 테니 전달하기는 쉬울 거야. 가서 짐은 옮길 수 있는 만큼 다 옮기라고 해줘. 어차피 금방 갈 수 있으니까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라고 해."
"아. 게이트. 알겠어요."
"도현이 너도 하은이랑 바로 가서 짐 챙겨.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이사 가게 됐네. 미안하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으니까."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 녀석을 볼 때마다 약간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그건 내가 이놈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 놈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럼 빨리 준비하고 있어. 본진이 오는 건 그렇게 금방 오진 않을 거니까. 난 바로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써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해제. 비행, 투명화, 반사, 천리안을 걸고 바로 북쪽으로 날아간다.
동두천까지 가는 건 순식간이다. 시속 100킬로의 비행과 1.3킬로미터의 블링크. 대낮에는 압도적인 기동력을 자랑한다.
몇 분 안돼서 도착한 동두천. 급하게 바로 정 부장의 방으로 간다.
"부장님!"
"아! 깜짝이야! 웬일입니까!? 이렇게 빨리!?"
"그럴 일이 있어요. 펜스가 있던 의정부 부지. 지금 거기에 있는 사람 아무도 없죠?"
"보셨잖습니까? 아무도 없는 거."
"혹시나 해서요. 그럼 거기는 아예 철수한 거죠?"
"네. 다시 갈 일은 없겠죠. 오랫동안 있던 곳이지만 아까워도 어쩔 수 없죠."
"그럼 거기 좀 당분간 쓰겠습니다."
"네? 거길요?"
급하니까 빠르게 캐슬에 대해서 설명했다.
레테. 야쿠자. 일본…. 암튼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니 정 부장의 눈이 흥미진진하게 변한다.
"아니…. 중국도 모자라서 이젠 일본도 건드려요? 진짜 대단하군요."
"암튼 그건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죠. 펜스 사람들에게도 전달해주세요. 의정부에 있는 이들은 아군이니 서로 싸우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별일은 없죠!?"
"네. 별일은 없습니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급한 거 같으니 천천히 하시죠."
"알겠어요. 일 끝나면 한번 들를게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다시 나간다. 목적지는 의정부. 예전 펜스가 있던 곳.
바로 날아가 옛 펜스 자리 위에서 탐지로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기척. 누가 오진 않았네.
아래로 내려가 공터 중앙을 저장했다. 그리고 민희의 집무실로 순간이동.
바로 식당 쪽으로 가니 어수선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나는 거기에서 바로 옛 펜스 자리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오오오…."
가로세로 8미터. 엄청나게 커다란 게이트.
그런 게이트 여덟 개를 전부 열었다. 이 정도면 이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데는 아무 문제 없겠지.
"뭐에요!? 이건!?"
급하게 내게 다가오는 민희.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말했다.
"사람들 모두 준비되면 여기로 넘어가라고 해. 가서 전기 울타리 안쪽에 있는 건물은 마음껏 써도 되니까 임시로 자리 잡으라고 하고."
"어…. 알겠어요. 어디 갈 거예요?"
"응. 조금 바쁘지.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거야. 민희 너는 대피부터 먼저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