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41화 (4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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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바로 민희의 집무실로 귀환하니 마침 모두 모여있었다.

아마 내가 급하게 사라져서 민희가 다 불러모은 거 같다. 역시 상황파악은 확실한 여자야.

"무슨 일이에요?"

"수상한 놈들이야. 내가 해결할 테니 걱정 마. 근데…."

그래. 녀석들의 스킬은 전에 재벌 3세 놈의 기억을 봤기에 다 알고 있다.

한 놈은 기절, 투명화, 비행, 반사, 탐지, 광역 스킬 무효화, 보호막, 감정.

다른 놈은 괴력, 비행, 투명화, 번개 주먹, 반사, 매혹, 탐지, 마리오네트.

신경 쓰이는 스킬이 많은 놈들. 특히 감정과 마리오네트. 두 개가 상당히 거슬린다.

대충 예상은 하지만 전혀 효과를 모르는 스킬들이잖아. 어떤 식으로 발휘될지 전혀 모르는 스킬들이다.

그러니 녀석들과 맞부딪치면 안 된다. 최대한 은밀하게 잡아먹어야 해.

어차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만 없으면 되잖아? 그게 지금 내가 가장 취약한 스킬이니까.

"일단, 너희들도 알아둬. 여기서 500미터쯤 되는 곳에 수상한 놈들이 있어. 숫자는 열 명. 두 명은 스킬이 여덟 개 있는 놈들."

내 말에 모여있는 이들이 깜짝 놀란다.

너희들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도현이한테 한 소리나 마찬가지다.

어. 이름을 아직도 기억 못 하지만, 여자 둘하고 남자 하나, 그리고 예준이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만약 저런 놈들이랑 붙으면 순식간에 죽거나 리타이어 되겠지.

그래서 그런 그들에게 공기총을 쥐여줬다.

어차피 예전에 대호에서 털어온 건 많으니 탄약이랑 가스 충전제도 잔뜩 넘겨주고 민희와 도현이에게 말한다.

"녀석들은 페이즈 아웃이 없고 블링크도 없어. 그러니 순식간에 죽을 일은 없을 거야. 웬만해선 내가 녀석들을 여기로 오지도 못하게 할 거지만, 혹시 모르니 탐지를 소홀히 하지 마."

"알았어요."

"네."

"그리고. 예준이 너."

"네."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녀석.

그래. 저놈의 눈에는 내가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겠지. 그래도 저런 눈빛은 부담스럽다.

게다가 남자 놈의 저런 시선은 더 안 내켜.

"지금 당장 모든 인원을 모아. 한자리로 모을 수 있는 곳이 어디지? 지난번에 식당? 그때도 다 한자리에 모였었지?"

"네. 거기라면 가능해요."

"그럼 당장 가서 말해. 아. 너희 셋도 가서 예준이랑 같이해. 30분 내로 모두 식당으로 가라고 해. 예외는 없어. 30분 이후에 식당 밖에 있으면 어떠한 이유를 대든 그냥 죽일 테니까 무조건 가라고 해. 가. 가서 전해."

예준이와 여자 둘, 남자 하나가 바로 내 지시를 받고 나간다.

"저 여자 둘이랑 남자 이름이 뭐였지?"

"방금 머리 뒤로 묶었던 애가 경아. 단발인 애가 정민이요. 남자는 용훈이."

"아오. 이름 외우기 진짜 힘드네. 경아. 정민. 용훈. 좋아. 그리고…. 도현이."

"네?"

"넌 가서 니 동생 데리고 여기로 와."

"어…. 하은이를요?"

"그래. 식당에 보내지 말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민희 옆에."

"알겠어요."

바로 나가는 도현. 녀석이 나가자 민희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또 그런 데선 묘하게 자상하단 말이죠."

"동생 신경 쓰여서 제대로 힘이나 발휘하겠어? 그리고…. 자상한 거 아냐. 정말 무슨 일이 있으면 너희 셋만 데리고 도망칠 거야."

"그렇게 심술궂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요. 이런 거 보면 어린애 같단 말이지."

그러면서 내 양쪽 뺨을 잡고 가볍게 키스한다.

쳇. 진심인데. 자기 맘대로 좋은 사람을 만들어버리네.

어쨌든 도현이가 하은이를 데려왔고, 탐지로 사람들이 식당에 몰려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다.

이제는 잡초를 제거할 차례.

"민희."

"네."

"내가 나가면 주기적으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려. 숙련이 안 되더라도 상관없어. 무효화를 썼을 때 뭔가가 튀어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써. 그건 오늘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생각해야 해."

"그거 때문이에요? 페이즈 아웃.?"

"어. 보이는 놈만 열 명인데 데려온 놈 중에 페이즈 아웃이 있는 놈이 없을 리가 없지. 만약 없다면 그건 저 새끼들이 병신이라는 소리고."

"애들 앞에선 욕은 자제해요."

"풉.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 같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민희는 약간 복잡한 표정이 됐다.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닌거 같은데, 뭐지? 뭔가를 건드렸나?

"암튼! 좀 자제하라면 자제해요!"

"알겠어. 나는 그럼 밖으로 나간다. 너. 민희를 부탁한다."

"알았어요!"

고작 열여섯 살짜리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뭐, 열여섯이면 다 컸지.

보통 전설의 용사는 저 정도 나이면 충분히 가능하잖아?

딱 중2병 있을 나이니까. 아. 쟤는 중3인가? 뭐든 간에.

탐지를 돌려보니 저 멀리에 있는 기척들은 그대로다.

섣불리 들어오지는 않는 건가? 신중한 면이 있네. 하긴 내가 한 짓이 있으니 녀석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을 거다.

발신기가 있어서 여기라는 것은 특정했을 수 있었겠지만, 그 재벌 3세 녀석이 죽으면서 발신기는 같이 사라졌겠지.

그리고 녀석들도 알 거다. 이미 늦었다는 것을.

그렇다고 포기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거다. 하는 데까진 해보려 하겠지.

저렇게 망을 본다는 건 결국 침투할 생각이 있다는 건데…. 아직 안 들어온다는 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그게 뭘지 먼저 알아내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론 두 가지다. 페이즈 아웃으로 침투한 놈이 정보를 들고 오는 것.

아니면 저놈들이 선발대 겸 탐색조고 본대가 온다는 것.

자…. 이제 혹시라도 껴들어 와있을 미꾸라지들을 잡아봐야지.

먼저 민희가 있는 건물을 훑는다.

탐지를 켜놓은 상태에서 꼼꼼하게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리면서 건물을 곳곳을 살펴본다.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페이즈 아웃을 써서 벽 너머나 바깥까지 바로바로 확인한다.

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으니 그것 역시 확인한다.

정말 거추장스러운 스킬이야. 내가 쓸 땐 좋았지. 당할 때는 좆같고.

이런 걸 생각하면 정말 페이즈 아웃의 침투는 사기다.

물론…. 그걸 믿고 있다가 크루즈에서 당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건물을 다 훑었지만 한 명도 발견되질 않았다.

음…. 이상하네. 설마 없는 건가? 이놈들 진짜 병신인가?

뭐…. 이놈들이 병신이고 진짜 없더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놓여.

이번엔 바깥. 30분이 지나서 캐슬의 주민들은 모두 식당으로 갔으니 이곳엔 아무도 없어야 한다.

언제라도 기척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탐지는 항상 유지하면서 계속 주변에 무효화를 뿌린다.

뭐가 하나 튀어나올 법한데. 진짜 없다고? 그냥 쌍안경으로 확인하는 게 다야?

아무리 우리나라 놈들이 허접한 놈들 투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엉망진창일 줄은 몰랐는데.

아니. 레테 놈들은 일본이랑 계속 거래를 했으면 그 절대 강자인지 나발인지 하는 놈들이 하는 걸 들었을 거 아냐.

그럼 정보력은 더 갖췄어야지. 좋은 스킬들. 스킬들에 대한 효과.

이런 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 적재적소에 쓸 줄은 알아야 할 거 아냐.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계속 캐슬 안쪽을 확인하는데 갑자기 기척이 하나 생겼다가 바로 사라졌다.

저기다!

바로 블링크 해서 기척이 있던 곳 하늘로 올라가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렸다.

모습이 드러나는 녀석. 그리고 바로 수면.

역시. 없을 리가 없지. 이 녀석은 아마 지속시간이 끝나서 리필하려 했던 것 같다.

멍청한 놈. 잠깐 쓰고 다시 페이즈 아웃 하면 눈치 못 챌 줄 알았지?

그때 또 기척 하나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얼래? 한 놈 더 있었네. 바로 블링크와 무효화. 수면. 또 한 놈이 쓰러졌고 나는 바로 집무실로 게이트를 열었다.

"민희야. 이놈 좀 기절 걸어놔!"

녀석을 던져 놓고 외친 다음 아까 재웠던 놈 쪽으로 가서 바로 또 게이트를 열고 던진다.

"이놈도!"

그리고 게이트를 닫았다.

두 놈. 시간이 엇비슷한 거로 봐선 동시에 스킬을 쓰고 들어온 거 같다.

이게 다일까? 캐슬은 아주 큰 곳은 아니니 두 명 정도면 충분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끝까지 탐색은 한다. 기왕 시작한 거 두 명 잡았다고 여기서 끝낼 수는 없지.

캐슬의 모든 지역을 확인한 후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과 밥을 다 먹고 한쪽에 앉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주민들을 통솔하고 있는 예준이와…. 어. 그러니까. 그래. 경아. 경아랑…. 정민!

그리고 저 남자 놈은…. 으…. 으. 그래! 용훈!

캬. 기억해냈어. 후후. 이렇게 또 이름을 외웠군.

아무튼, 주민들은 그들의 통제에 별 불만 없이 순순히 따르고 있다.

그런 걸 보면 평상시에 완만하게 잘 지내는 거 같네.

하긴, 캐슬은 원래 있던 성채 놈이 워낙 개판이었으니 조금만 잘해줘도 차이가 확 났겠지.

"모두 주목!"

밥을 먹고 있던 사람들, 한쪽에 앉아있던 사람들, 통솔하고 있던 네명.

모두 갑자기 나타나 외치는 나를 보며 깜짝 놀란다.

"지금부터 만약 주변에 누가 갑자기 나타나면 바로 크게 '여기'라고 외치고 그 놈을 가리켜요! 바로 갑니다!"

그러면서 식당 안에 광역 스킬 무효화를 골고루 뿌렸다.

이미 두 놈이나 발견했지만 더 없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그렇게 무효화를 뿌리는데 갑자기 웅성거림이 생기더니 남자 하나랑 여자 하나가 약간 시간 차를 두고 '여기!'라고 외친다.

바로 그쪽 공중으로 블링크 하자 한 남자와 여자가 어떤 한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녀석이 바로 모습을 감췄고, 나는 바로 무효화를 뿌렸다.

나까지 영향이 닿아 모든 버프가 꺼졌지만, 방금 페이즈 아웃 했던 놈 역시 모습이 드러났고 내 수면에 당했다.

쓰러지는 녀석. 나는 바로 바닥에 구르며 반사와 비행을 걸었고 아직 안 뿌린 곳에다가 또 무효화를 썼다.

이번엔 '여기!'라고 외치는 소리가 여러 개 들렸고 나는 바로 블링크 했다.

퍼억

조금 전 녀석처럼 이번에 드러난 녀석도 다시 페이즈 아웃을 쓰려 했지만, 어떤 젊은 주민 남자 하나가 바로 그 녀석의 머리를 걷어찼다.

미쳐 스킬을 쓰지 못하고 데굴데굴 구르는 침입자. 나는 바로 녀석에게 수면을 걸었고 녀석은 풀썩 쓰러졌다.

"오. 나이쓰. 당신 제법 민첩한데?"

"어…. 이놈 때려도 되는 거였죠?"

"물론이지."

그렇게 식당 내부는 전부 확인했다. 아마도 이놈이 마지막 인원인 거 같다.

아. 더 확실하게 알 방법이 있구나? 멍청하긴. 첫 번째 놈을 잡고 기억 읽기를 바로 했으면 됐는데.

게이트를 연 다음 방금 쓰러진 놈을 잡고 집어 던졌다.

그리고 세 번째로 잡았던 놈도 게이트로 집어 던진다.

"거기 당신. 스킬 뭐야?"

네 번째 놈을 발로 차서 페이즈 아웃을 막았던 남자. 그 남자가 당황해 하며 말한다.

"저…. 저요? 담배 생성…."

"어휴. 너도 게이트 타."

"네!?"

"아. 타라면 타. 시간 없어."

바로 게이트를 타는 남자.

나는 예준이와 경아, 정민, 용훈에게 아직 사람들을 식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으라고 말한 뒤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게이트를 닫고 바로 아무나 잡고 기억 읽기를 한다.

침입, 침투, 정찰, 이런 키워드로 기억을 읽으며 마지막 기억들부터 뒤진다. 아. 나왔다. 오. 그래. 페이즈 아웃으로 정찰온 놈은 네 명.

역시 네명 맞구나. 진작 기억 읽기부터 할걸. 어디 보자. 얼굴들은…. 이놈이랑 저놈이랑 요놈. 오케이 맞네.

그렇게 정찰 온 놈들을 다 잡았다는 확인이 됐으니 녀석들의 전체 정보를 확인해본다.

스킬, 총인원, 후발대의 여부, 전체 수준….

가장 중요한 건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있느냐의 여부.

다행히 없다. 없으면 됐어. 그럼 됐지. 이 녀석들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건 다 뽑아냈어.

"거기 용기 있는 담배 생성. 이름이 뭐야?"

"저…. 저요? 전 오현민이라고 합니다."

"코인은 얼마나 있어?"

"어…. 2천 3백…."

"아. 됐어. 없다는 소리구나. 이리와. 용기 있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500코인이 아니라는 건 사람 죽인 적 있는 거지?"

이제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잔뜩 주눅 들어있지만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며 묘한 기대감에 차 있다.

하지만 내 질문에 다시 안 좋아지는 표정. 하긴.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겠지.

"자. 절호의 기회야. 담배 생성…. 뭐 그 선택을 한 건 본인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방금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선택의 기회가 열렸어. 이놈들을 죽이면 나온 코인을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난 그쪽에게 투명화를 배우게 한 다음 여기 방어 인원으로 돌릴 거야. 어때? 할 생각 있어?"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남자. 그러더니 굳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하겠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자. 받아."

나는 마체테를 내밀었고 그다음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세 놈을 잡고 20만 코인이 넘은 남자.

투명화를 배우고 처음 쓰고 난 다음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뭐, 고생했겠지. 그리고 이제는 남은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을 거고.

남은 한명은 내가 직접 처리하고 4만 코인을 얻은 뒤 민희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됐어. 저 사람도 방어 인원으로 써. 뭐…. 투명 하나로는 아직 아무것도 못 하겠지만."

"알겠어요."

"이제 나는 남은 놈들을 처리하러 갈 거야. 이 남자는 다시 돌려보내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다들 식당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

"당신이 무슨 일 생길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래도 조심해요."

"당연하지. 그럼 다녀올게."

바로 페이즈 아웃을 쓰고 집무실을 벗어난다.

아까보다 정보를 많이 얻었으니 이제 어설프게 훔쳐보는 놈들을 마무리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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