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39화 (43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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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의 왕?

한번 호되게 당했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씨발. 페이즈 아웃 있는 놈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진짜 답도 없는 스킬. 내가 쓸 때는 좋았지. 그런데 다른 놈들이 쓰니 좆같다.

그래. 이게 가장 큰 페널티일 거야. 내가 쓸 수 있는 건 남도 쓸 수 있다는 것.

별다른 조건 없이 스킬 세 개만 마스터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

어쨌든 그건 내가 뭘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나 신경 써야지.

일단 페이즈 아웃을 쓰고 들고 있던 공기총을 쏴봤다.

짤깍짤깍짤깍

아. 안되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역시 안되는구나.

페이즈 아웃 세상에서는 전자기기가 안됐었지.

공기총은 전자기기라기보단 기계식이라고 볼 수 있어서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안된다.

그래도 가지고는 있자.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또 갑작스럽게 펼쳐지면 믿을 건 공기총밖엔 없으니까.

반쯤 침몰한 크루즈. 저 안에 몇 놈이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얼마나 깔렸는지도 모른다.

근데 또 그걸 알아내는 것도 의미가 없다. 아까처럼 갑자기 써버릴 수도 있으니까.

좁은 배의 선실 안에서 싸우는 건 나에게 불리하다. 할 짓이 아니야.

저놈들을 끌어낼 필요가 있어. 그러려면 저 배를 마저 가라앉혀야겠지?

시계를 보니 자정이 지나 있다.

그래. 그럼 일단 토네이도를 깔고 시작하자. 토네이도 정도면 저 배 정도는 얼마든지 박살 낼 수 있겠지.

조금 먼 곳으로 떨어져 게이트를 열고 안나를 불러왔다.

망설이지 않고 크루즈에 토네이도를 쓰는 안나.

하루에 한 번이라고? 그럼 지금 썼으니 또 하루 동안은 못쓰게 된다는 말이잖아. 뭐…. 어쩔 수 없지. 스킬이 그런데 어쩌겠어.

"더 도와줄 건 없어요?"

"응. 일단은 돌아가 있어. 니가 한 사람 몫 이상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너까지 신경 쓰면서 싸우긴 힘들다."

"그래요. 알겠어요.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는 안나. 게이트를 닫고 나니 바람이 점점 강력해지는 게 느껴진다.

뭐든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무서운 법이다.

나는 저 토네이도의 위력을 알기에 크루즈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박살 날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우한을 찢어버린 바람은 그 정도 위력이었으니까.

스킬로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위력은 대자연의 힘 바로 그거였잖아.

점점 강해지는 바람과 진짜 용오름. 토네이도는 거칠게 팽창하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포효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 탐지를 키고 토네이도가 크루즈를 덮치는 것을 지켜본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크루즈는 박살이 나…. 지 않네?

얼래. 이게 무슨 일이야.

토네이도의 바람은 강력했다. 우한을 찢어버릴 때랑 마찬가지의 대단한 위력.

하지만 크루즈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물론 크루즈에 달려있던 자잘한 것들은 부서지면서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있긴 하지만, 몸체는 거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아…. 물리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게 없어서 그런가? 물과 바람뿐이라? 크루즈 자체는 타격을 제대로 못 주는 건가?

이건 또 예상 밖이네.

우한처럼 건물 파편이나 바람에 날릴 것들이 많은 곳은 2차 피해를 주니까 위력이 강했는데 바다에서 쓰는 토네이도는 그런 게 없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약하다.

물론 크루즈가 기우뚱거릴 정도의 엄청난 바람이긴 하지만 그런걸 원한 게 아니었잖아.

10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결국 잔뜩 엉망이 된 크루즌 그대로 남았다.

아. 이게 아닌데.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었어.

음…. 미나를 다시 부를까? 우레 폭풍을 다시 쓰면 되긴 할 거 같은데….

오히려 배 자체를 부수는 건 우레 폭풍이 더 나은 거 같잖아?

아니…. 벼락은 배를 박살 내는데 더 높은 티어에 있는 바람은 배를 못 부수는 거야?

이게 말이 되나?

그렇게 생각하며 크루즈를 바라본다.

여전히 반쯤만 바다에 파묻혀 있는 크루즈.

저 윗부분. 저 물 위에 튀어나와 있는 부분. 저것만 날리면 되는데.

적어도 녀석들이 배 바깥으로만 나오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저렇게 숨어 있을 자리가 없어야 해.

뭐가 좋지? 방법이 없을까? 불을 지른다고 해도 어차피 녀석들은 페이즈 아웃으로 숨어 있으면 된다.

게다가 불로 크루즈를 태울 순 있어도 저걸 무너뜨리거나 할 수는 없을 거다.

물리력. 강력한 물리력이 필요해. 적어도 우레 폭풍보다는 더 효과가 큰….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내 눈에 기가 막힌 게 눈에 띄었다.

"아…. 저거라면?"

바로 블링크를 해서 빼곡하게 쌓여있는 컨테이너로 향했다.

이 정도 무게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배도 박살 나겠지?

그야말로 질량 무기잖아? 게다가 수납이 커져서 이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바로 수납을 열어 컨테이너 하나를 삼켰다.

여유 있게 들어가는 컨테이너. 그리고 바로 배 위쪽으로 블링크 했다.

아직도 배 안에서 꼼짝도 안 하는 녀석들. 대체 왜 나오지 않는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나오고 싶어 질 거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 배 위인 걸 확인하고, 그대로 하늘로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왔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이 엄청 싸늘해 질정도다.

게다가 숨도 약간 쉬기 힘들 정도.

일단 저장을 하고 수납을 열어 컨테이너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밑으로 블링크를 연속으로 쓴다.

휘유우우우우 콰아아앙!!!!

와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끝내주는 효과다.

괜찮은데? 맘에 드는 위력이야.

옷을 껴입고 조금 더 위로 올려볼까? 그러면 위력이 더 세지겠지?

수납에서 두꺼운 옷을 껴입고 아까 그 위치로 순간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더 하늘 위로 블링크 한다.

얼굴에 닿는 공기가 엄청나게 차갑게 느껴질 때쯤,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다시 아래로 블링크 했다.

어우. 졸라 춥네. 대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간 거야?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바로 컨테이더 더미로 가서 바로 게이트를 열어버렸다.

수납으로 컨테이너를 담아 게이트 입구로 넣기를 반복하니 얼마 있지 않아 내가 떨어트린 컨테이너가 크루즈에 작열했다.

쾅! 콰앙! 쾅! 콰앙!

문제는 떨어지면서 바람에 조금씩 밀려서 그런가 한자리에 이쁘게 떨어지진 않는다는 것?

뭐, 그래도 상관없다. 계속 떨어뜨리면 결국 맞을 테니까.

그렇게 한 5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낙하시켰을 때쯤엔 크루즈는 맨 윗부분만 남기고 거의 물에 잠겨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아마 죽을 맛일 거다.

크루즈 주변은 내가 계속 블링크 해가며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고 있기에 함부로 나올 수 없다.

이제 녀석들은 물 안에 갇힌 셈이다. 광

역 스킬 무효화를 당하지 않으려면 장애물 뒤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페이즈 아웃의 지속시간은 마스터 시 20분.

녀석들이 스킬을 얼마나 마스터 했는지 모르겠지만, 스킬 지속시간 증가 패시브는 티어 7부터 나온다.

그래 봐야 2분 늘어나지. 티어 10 정도 돼야 총 40분이 될 거고.

물 안에 있는 크루즈에 숨어 있는 놈들. 과연 어떻게 할까? 안쪽에 숨을 쉴 공간이 있을까?

그러면 잠시 해제하고 다시 쓸 수 있겠지만, 탐지에 잡히게 될 거다.

그럼 컨테이너를 몇 번 더 떨궈주면 되겠지. 결국은 시간 싸움이 될 거야.

가장 걱정인 것은, 녀석들이 바다 밑을 걸어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다.

아니면 하늘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모르겠다. 녀석들이 그런 계단 같은 걸 만들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걸 할 수 있을까?

어찌 됐건 가장 불만인 점은 그거다. 이놈들이 뭘 할지 모른다는 것.

나는 지금 녀석들을 완벽하게 외통수로 몰아가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하는 짓이 뻘짓일 확률도 있으니까.

녀석들이 다 빠져나가 버린 빈껍데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

육지로 올라올 수 있는 곳에 계속해서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리는 것.

그리고 혹시 순간이라도 탐지에 녀석들의 기척이 걸리는 것.

멍청했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너무 멍청한 방법이었어. 이건 정말 내 실수가 크다.

우레 폭풍으로 크루즈를 박살 내면 안 됐어. 어떻게든 조용히 침투해서 하나씩 잡아 죽였어야 했지.

물론 그렇게 했더라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때문에 낭패를 당했을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일본에서 절대 강자 소리를 듣는 놈이다. 조금 더 신중하고 얍삽하게 접근했었어야 했는데.

반성할 것도 많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승희, 미나, 세아, 안나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이 세계의 전투 방법은 맞대결이 의미가 없다.

맞대결이란 건 상대방이 항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몰살시킬 때나 쓰는 거다.

지금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내 실수다.

다시는 이러지 말자.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이렇게 고생을 하지.

그렇게 속으로 나 자신을 책망하며 10분 정도가 더 흘렀다.

시간은 정말 드럽게 안 가는 것 같다. 탐지에도 걸리는 게 없고.

왜 나타나질 않지? 슬슬 페이즈 아웃이 끝날 시간은 된 거 같은데.

살아남은 모든 녀석이 전부 티어10이라고 해도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정도 됐으면 한 두 놈씩 더 튀어나와야 할 때가 됐는데?

그렇게 긴장을 풀고 있을 수가 없으니 시간이 더욱 늘이게 가는 것 같다.

포션을 벌컥벌컥 먹어가며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잡힌 기척. 그리고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날아가는 녀석들.

제길. 이렇다니까. 각잡고 도망가면 내가 방법이 없잖아.

근데…. 설마, 싸우지 않고 도망가는 거야? 가오고 뭐고 다 내다 버리고? 이야…. 실리적이네.

몇 놈은 블링크로 도망갔고 몇 놈은 비행으로 도망간다.

급하게 물 위에 남은 배의 윗부분에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니 두 놈이 비행이 꺼졌고 그런 녀석들에게 바로 수면을 걸었다.

풍덩 퍼억

한 놈은 물에 빠졌다가 바로 잠에서 깼는지 다시 비행을 써서 날아간다.

제길. 이게 또 이렇게 되네. 물에 빠지니까 바로 잠에서 깨버리잖아. 하긴, 물에 빠져서도 자면 그것도 웃기겠지.

기절이면 그대로 빠져 죽었겠지만, 수면은 깰 수가 있어. 이런 적이 없어서 생각을 못 했네.

다른 한 놈은 운 나쁘게 크루즈의 남은 부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놈은 뭐가 잘못 찍혔는지 꿈틀거리다가 빛이 되었다.

아…. 죽지 말지. 기억 읽기라도 했으면 좋은데.

한 놈이라도 잡아야 한다. 블링크 썼던 놈들은 못 잡는다고 보고…. 비행 쓴 놈들이라도 잡아야 해.

그렇게 바로 쫓아가려는 데 갑자기 떨어져 죽은 놈 근처로 기척이 하나 느껴진다.

바로 그쪽을 쳐다보니 아까 배 안쪽에서 봤던 놈이다. 머리를 빡빡 밀고 까만 와이셔츠를 입고 있던 놈.

그리고 녀석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바로 먼 곳으로 블링크 했다.

저 새끼. 저게 야쿠자의 왕인가? 저놈을 따라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탐지에 걸린 까만 와이셔츠 녀석이 있는 방향으로 블링크 하려는데….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굳는 느낌. 온몸의 솜털이 전부 일어서는 느낌.

끼에에에에에에엑

끔찍한 괴성에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건 귀를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머리를 꿰뚫는 것 같은 기분.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무언가.

방금 죽었던 녀석이 있던 곳, 그 검은 와이셔츠가 잠시 왔다 간 곳.

거기에서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건…. 페이즈 아웃 세상에서 봤었던…. 검은 연기 같은 구체.

그리고 녀석은 나를 정확하게 노려봤다.

휘리리릭

페이즈 아웃 세상에선 엄청나게 느리게 꾸물꾸물 다가왔던 검은 촉수.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에게 날아온다.

"브…. 블링크!"

와. 블링크를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특별하게 용기가 있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한 몸부림. 생존에 대한 욕구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블링크를 했는데, 그 검은 촉수는 재빨리 방향을 바꿔 내 쪽으로 다시 날아온다.

아직 거리가 제법 되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엄청난 공포.

저것에 도망가려면 뒤를 돌아서 블링크 하는 게 더 멀리 도망갈 수 있을 텐데…. 뒤를 돌 자신이 없다.

내가 뒤를 도는 순간 내 등짝을 꿰뚫을 것 같은 두려움.

간신히 내게 닿기 전에 닥치는 대로 블링크를 몇 번 더 썼다.

조금 멀어진 거리. 하지만 알 수 있다. 촉수는 나에게 아직 오고 있어.

"순간 이동!"

다급하게 순간 이동을 외쳤다. 그리고 최대한 먼 곳을 선택했다.

베이징. 아니, 우한이 더 먼가? 어쨌든!

뭘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한은 아니다. 아마도 베이징.

그제야 나는 조금 몸이 움직여지는 게 느껴졌다.

온몸은 물에 빠진 것처럼 땀에 젖어있었고, 하도 주먹을 꽉 쥐어서 손바닥에 손톱자국 모양으로 상처까지 생겼다.

"하아."

한숨을 내쉬자 이제야 조금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뒤늦게 밀려오는 욕지기.

"미친…. 씨발, 좆같은 거, 와. 돌겠네. 씨발. 아오."

누구한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야쿠자의 왕? 아까 그 검은 구체? 아니면 나 자신?

어쨌든 욕을 하며 화를 내니 기분은 조금 풀어진다.

하아. 그래. 됐어. 이제 진정하자. 그리고 차분하게 그게 뭐였는지 생각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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