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36화 (43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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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의 왕?

밤이라 어두운 주변. 원래대로라면 기척만 보일 뿐이었을 이곳.

물론 멀리서나마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은 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환히 보인다.

무너져버린 호텔 잔해를 뒤지고 있는 남자. 조명을 들고 있는 남자. 그놈이 짓고 있는 참담한 표정까지.

천리안이라는 게 어떻게 구현될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그냥 보고 싶은 대로 다 볼 수 있다.

미쳤네. 이건 정말 쓸만하다. 인터벌 없이 바로바로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는 스킬.

신기한 마음에 이것저것 훑어본다.

이젠 폐허가 된 호텔에는 제법 많은 인간이 있었다.

주변의 가로등이나 불빛 역시 우레 폭풍에 쓸려나갔기에 플래시 같은 것들을 들고 있어서 사람을 구별하기는 편하다.

휙휙 돌아가는 시선, 너무나 많은 정보. 아. 이게 문제네. 이게 단점이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장면 전환이 너무 어지러울 정도다.

FPS 프로게이머가 줌 땡기면서 스나이핑 하는 게임 화면 느낌이랄까?

어우. 어지러. 이거에 적응이 가능할까? 쉽지 않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은데, 지금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일단 너무 멀리까지는 당장 필요 없다. 탐지범위 안쪽만 확실히 볼 수 있으면 되잖아?

일부러 바다 쪽으로 나간 다음 호텔에 있는 녀석들이 탐지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리게 하고 천리안으로 봤다.

무리 없이 보이는 놈들. 크. 이 정도면 됐지. 이제 나도 관음 레벨 맥스다.

아니지. 투시를 배워야 관음 레벨 맥스인가?

어쨌든, 날이 밝으면 한번 어디까지 볼 수 있나 확인해야지.

지금은 이제 이걸로 큰일을 하러 갈 시간이야.

스마트 폰을 꺼내 지도 앱을 열었다. 부산항이라고 했지? 여기서 부산항까진 얼마나 걸리려나.

거리를 찍어보니 11킬로미터 정도 된다.

하이고. 11킬로라고? 얼마 안 되네. 이젠 그 정도 거리는 순식간이지.

스킬 한계 돌파4를 찍어서 비행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지금 속도는 아마 시속 100킬로미터. 말도 안 되는 속력이다. 정말 훌륭해. 한계 돌파는 찍는 가치가 있어.

아. 그럼 지금 수납도 가로세로높이 8미터가 됐겠네.

어우…. 미쳤네. 512세제곱미터라고?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어쨌든 금방 날아간 부산항. 그리고 나는 바로 녀석들의 크루즈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저걸 발견 못 하는 게 문제겠지.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불빛을 켜놓고 있는데.

게다가 기억에서 보기도 했고.

크루즈는…. 정말 미친 크기였다.

기억에서 읽은 바를 토대로 하면 저기에 2천 명 가까이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저 안에도 엄청나게 많은 기척이 잡힌다. 와. 이거 군침이 싹 도네.

저렇게 많이 타고 있다고? 최소 몇백은 될 것 같은데.

아니…. 왜 저렇게 많이 왔지? 웃기는 새끼들이네?

아무리 그 야쿠자의 왕인지 하는 놈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저렇게 모였다고는 하지만, 스케일이 너무 큰데?

단순히 섹스마약난교파티가 목적이 아닌가? 아닌데. 기억에서 읽은 바로는 그거 말고는 딱히 없었는데.

그렇다면 결론은 그거다. 섹스마약난교파티는 그저 중요한 일을 앞둔 여흥일 뿐이고 본래의 목적이 있다는 것.

저놈이 직접 온 진짜 이유가 있다는 거다.

그건 재벌 3세나 후쿠오카 야쿠자 두목 정도 되는 급에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겠지.

으음…. 뭐가 있지?

있을 게 있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뭐…. 머리 굴릴 필요가 있나? 그냥 몇 놈 잡아보면 되지. 기억 읽기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잖아?

근데 뭔가 경호가 제법 깐깐하다.

아마 호텔을 잿더미로 만들어서 그런 거겠지? 그정도로 사고를 쳐놨는데 저놈들이 방비를 안 하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

그럼 정말 당장 죽어도 상관없는 폐기물 수준이라는 거잖아.

그래도 저놈들은 폐기물은 아니네. 음 타는 쓰레기 정도?

하아. 그럼 저놈들을 어떻게 뚫어야 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녀석들이 배에 모여있을 때 한 번에 배를 침몰시키는 건데.

역시 호텔에서 한 짓을 반복하는 것만큼 좋은 생각이 나진 않는다.

현재로서는 누구든 그걸 깨트릴 방법이 없다.

진동파로 비행과 블링크를 죄다 막아버리고 우레 폭풍으로 지지는 방법.

게다가 세아가 저 배 옆구리에 주먹질 몇 방만 하면 그대로 침몰시킬 수 있을 거다.

코인이 전부 바다에 수장된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그건 뭐 어쩔 수 없지. 이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

좋아. 일단 생각했으면 바로 해야지. 뭘 고민해.

일단 이곳을 이번에 새로 생긴 저장 목록에 저장했다.

그리고 바로 벙커로 순간 이동한다.

"애들아! 출동할 시간…."

"그거 하지 마요. 쫌!"

"미안."

말도 다 안 끝났는데 승희한테 격추당했다. 그걸 보고 옆에서 미나와 세아가 승희에게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린다.

그게 그렇게 끔찍했나. 쳇.

"나가야 해요?"

"어. 지금 바로."

"급해요? 우리 대박인 거 몇 개 있는데?"

"어? 대박? 뭔데?"

"시간 돼요? 급한 거라면서요?"

"어…. 그정도로 막 급한 건 아냐. 이야기 들을 시간 정도는 있지."

"세아야. 말해."

"응? 세아?"

승희의 말에 세아가 목을 흠흠 다듬더니 나를 보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대박인 걸 발견했어."

"그건 방금 승희가 말했잖아."

"아잇! 내가 처음부터 말할 거라고!"

"어. 그래. 말해봐. 귀 활짝 열고 들을게."

약간 빈정 상한 듯한 세아. 내가 양쪽 귀에다가 손을 가져다 대고 빤히 바라보니 표정이 일그러진다.

"와. 진짜 말하기 싫게 만드는 표정이랑 몸짓이다."

"미안."

"좀 진지해져 봐! 대체 왜 맨날 그러는 거야?"

"알았어. 진지하게 할게. 뭔데?"

"에이. 김 팍 새네."

"미안해. 장난 안 치고 잘 들을게."

"에휴. 그래. 암튼. 테이밍 숙련하다가 알았는데. 테이밍 한 동물들이 코인에 닿으면 나한테 들어와!"

"어? 정말? 진짜? 대박. 진짜 대박이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 아까 렉스랑 놀다가 알았는데."

"아니. 코인이 어디 있어서 렉스가 코인을 주워?"

"그게…. 나도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는데. 내가 원반을 조금 멀리 던졌거든?"

"어."

"그게 저기 마을 뒤쪽까지 날아갔어. 근데 렉스가 그걸 주우러 갔단 말야? 근데 갑자기 나한테 코인을 획득했다고 뜨더라고. 500코인이!"

"엥…. 500코인? 뭐지? 마을 뒤? 거기 뭐가 있나?"

"그래서 나도 가봤는데 따로 뭔가 이상한 건 못 느꼈어. 암튼…. 그렇게 됐어."

"또 실험은 해봤어?"

"엉? 뭘 어떻게 실험해."

"아니 사람 하나 잡은 다음 죽여서 렉스보고 코인 닿게 해보면…."

거기까지 말하다가 다들 표정이 별로 안 좋은 걸 느꼈다.

아. 그래…. 그렇지. 내가 비정상적이긴 하지. 너무 쉽게 말했나?

테스트를 위해 사람 죽인다는 말을 너무 쉽게 했구나.

"미안."

"에휴. 아니…. 오빠가 그런 사람인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인제 와서 우리가 깔끔한 척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좀 조심은 하자."

"그래. 내가 좀 필터 없이 말했네."

"아냐. 오빠가 잘못했다는 소리는 아냐. 그냥 다들 너무 과격한 표현에 놀란 거지. 그치?"

승희와 미나가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안나 쟤는 세아 말 못 알아들을 텐데. 뭘 저렇게 고개를 끄덕이냐.

"아무튼, 그렇다는 거야. 이제 안나가 코인 탐지만 배우면 우리가 일일이 줍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동물들 테이밍 해서 지시하면 되니까. 그치 안나?"

"맞아요. 아까 세아하고 그 이야기 했어요. 아마도 가능할 것 같아요. 동물 탐지로 내가 위치 알려주고 그 위치로 렉스를 바로 보내는 건 해봤거든요. 아마 코인 탐지도 같은 방식이라면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아. 그래? 세아랑 안나가 벌써 그걸 해본 거야? 그건 잘했네. 잠깐…. 안나 너 어떻게 세아 말을 알아듣지? 세아 아직 통역 없을텐데?"

"제가 동물 탐지를 마스터 했으니까요."

"어? 정말? 아. 그럼 너 통역 찍었어?"

"네. 패시브들은 미리 먼저 찍었어요."

"와! 잘했네! 그럼 이제 세아하고도 무리 없이 대화가 되겠구나?"

"맞아요! 둘이서 오늘 종일 붙어있었어요. 엄청 이야기하던데."

승희의 말에 세아랑 안나가 살짝 부끄러운 듯이 어색하게 웃는다.

쟤들 둘은 왜 저래? 왜 부끄러워 하는 거야?

"와. 그거 나이스네. 잠깐, 그럼 안나 토네이도 나왔어?"

"네. 나왔어요."

"오오. 토네이도. 오오."

지금 야쿠자 왕인지 꼬봉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네. 일단 토네이도부터 써봐야겠어.

"어…. 그럼 바쁘다. 일단 지금 다 나갈 준비해 봐. 빨리 테스트 하러 가자."

내 말에 네 여자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 왔다.

음. 토네이도는 어디서 써보지? 아. 뭘 고민하냐. 좋은 연습장이 있는데.

"자. 파티 받고 게이트 타."

우한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었다.

지상은 역병으로 가득 차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공중에 떠 있을 테니 크게 상관없겠지.

그렇게 우한 상공으로 이동한 우리.

물난리로 쓸려버린 우한에는 빛이 거의 없다. 있긴 있는데….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다.

아. 아직 천리안 안 꺼졌지? 저거 한번 봐볼까?

그렇게 불빛 있는 쪽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캠핑용 랜턴 옆에서 뭔가를 끓여 먹고 있었다.

음. 잘 보이네. 신기하다. 거리가 엄청 멀 텐데 저게 보이네.

"자. 그럼…. 일단 안나?"

"네."

"토네이도 배우는 데 얼마야?"

"아까 봤었는데 50만이었어요."

"그래? 좋아. 그럼. 일단 배워봐."

"네."

그러더니 손을 움직여 스킬을 배운다.

스킬을 찍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

"바로 스킬 선택 창 또 나왔어요."

"오. 그래? 패시브 아까 다 찍었다고 그랬지? 그럼 지금 스킬 반경 증가5랑 스킬 지속시간 증가5 나와 있나?"

"네."

"좋아 좋아. 그럼 패시브 다 찍고 코인 탐지 배워. 코인 있지?"

"지금 다 배우고 150만 있으니 될 거 같아요. 잠시만요. 네. 됐어요. 20만 남았네요."

"배웠으니 됐어. 이제 코인 주우러 다니면 되니까. 자. 그럼…. 토네이도부터 써보자."

"어디다 써요?"

"일단, 저기 도시 있던 자리에다가 써봐."

"알겠어요. 후우. 토네이도."

안나가 낭랑하게 외쳤다.

근데…. 우레 폭풍처럼 뭔가 확실한 이펙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네?

"쓴 거…. 맞지?"

"네. 체력이 쭉 빠지는 게 느껴졌는데요."

"아. 그래? 승희야. 너도 EMP 쓸 때 체력 빠지는 기분이 들었어?"

"어…. 약간요?"

"그래? 그럼…. 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바람이 서서히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조금 전까지에 비해 확실하게 강해지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은 점점 더 심상치 않은 기세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자리를 옮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되는지 미나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를 보고 말했다.

"안나! 움직이지 못하거나 그런 거 없지?"

"네. 괜찮은데요?"

"그럼 우리 뒤로 좀 빠지자! 나 따라와!"

내가 자리를 이탈하며 외쳤고 다들 나를 쫓아온다.

그리고 그러는 도중에도 바람은 엄청나게 강해진다.

아까 우리가 있던 자리로 몰려오는 바람 때문에 나와 네 여자는 바람을 거스르며 피하는 모습이 되었고 우리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렇게 바람을 뚫고 제법 먼 거리까지 가니 그제야 안나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됐다.

용오름.

그래 저게 바다에서 생겼으면 용오름이라고 했을까? 우한 시내를 뒤덮은 강물을 휘감으며 지상에서부터 생겨난 용오름.

그 용오름이 점점 커지면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장된다.

그걸 본 우리는 조금 더 뒤로 이동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 저기에 닿으면 갈가리 찢겨나갈 것 같다.

이게 정말 인간이 쓴 스킬이라고? 진짜? 와. 씨발.

진짜 씨발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이건…. 인위적으로 만든 대자연의 폭거다.

아니 씨발 이게 말이 되냐고? 밸런스 이거 맞아? 괜찮은거야? 이런거 막 팡팡 써도 괜찮은 거냐고.

완전히 생성된 토네이도는 이미 물로 박살 난 우한을 한 번 더 부관참시하고 있다.

서서히 움직이는 토네이도에 맞춰서 신나게 날아가는 건물의 잔해들, 솟구치는 물방울들, 그리고 굉음.

바람으로 만들어진 믹서기가 닿는 모든 것을 갈아버리며 도시에 그림을 그린다.

"와…."

한참 만에 승희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말…. 저 말이 맞다. 저거 말고 다른 표현이 안 돼.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토네이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체감상 한시간은 된거 같은데 막상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밖에 안 지났다.

그리고 그 10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아작났는지는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박이다."

이게 나의 소감이었다. 승희의 '와….'를 이은 한마디.

이거…. 쓸만한 카드가 하나 더 생겨서 너무 신나네. 탭댄스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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