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35화 (43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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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스킬

민희와 또다시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이젠 스킬을 찍을 시간.

알몸에 스타킹만 신고 있는 민희를 끌어안고 스킬 창을 누른다.

"스킬…. 몇 개 마스터라고요?"

"열다섯 개."

"사람이 아냐. 사람이."

스킬 목록을 보며 역시 내가 가진 스킬 표를 업그레이드한다.

스킬 반경 증가 10, 스킬 지속시간 증가 10, 스킬 최대 수치 증가 4, 스킬 한계 돌파 4.

역시나 존재하는 패시브.

근데 저거 스킬 반경 증가하고 스킬 지속시간 증가는 대체 어디까지 나오는 거지?

이번에 저걸 찍으면 무려 650퍼센트 증가다. 100미터 짜리 범위가 650미터로 바뀌는 놀라운 효과.

밸런스 붕괴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차이가 너무 난다.

티어15인 놈이랑 티어16인 놈이 붙으면 서로의 탐지거리가 100미터는 차이나게 되있다.

티어가 낮은 놈은 무조건 높은 놈에게 비빌 수가 없는 구조.

아니…. 그게 맞긴 하겠지. 어떻게든 스킬 하나라도 더 배운 놈이 유리해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너무 심하다. 이러니 스킬 배우는 걸 게을리할 수가 없어.

그리고 계속해서 스킬을 본다. 어디…. 새로 나온 스킬은 뭐가 있나. 또 꼴랑 한 개 나오고 말겠지?

한참을 비교한 끝에 새로 생긴 스킬을 찾았다. 근데 두 개네. 웬일이래.

하나는 데스윈드.

어…. 이름에 무려 '데스'가 붙었다. 죽음이라니. 맙소사.

이렇게 확실하게 목적을 밝히다니. 정말 노골적이네.

일단 한번 눌러본다. 역시 그냥 배워지지는 않는 스킬.

선행 스킬은 독무, 출혈, 토네이도. 하하…. 미치겠네.

선행 스킬만으로도 대충 무슨 효과인지 알겠다.

바람이 불고, 바람에 닿은 이들은 독에 걸리며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고 죽는 거야?

이야. 상상만으로도 살벌하다.

근데 웃기네? 이미 독무만으로도 치명적인 거 아냐?

독무는 지금까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때 언제냐. 대학교. 그래. 거기서 짱개놈이 썼던 걸 한 번 봤지.

분명 지가 쓰고 지가 당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맞나? 암튼 그런 병신같은 스킬이었어.

그리고 출혈. 이걸 본 적은 없다.

출혈이라니. 이런 스킬이 대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힐 한방에 낫는 거 아냐?

뭐…. 힐도 상당히 귀한 스킬이긴 한데.

게다가 토네이도가 들어있는 게 가장 웃긴다.

토네이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한 스킬이잖아?

자연재해라고. 그보다 더 확실한 죽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건가?

궁금해졌다. 대체 얼마나 위험한 스킬일지.

어차피 안나는 곧 토네이도를 찍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코인 탐지를 배울 테지?

출혈과 독무만 배우면 되는데…. 문제는 티어 16이라는 거네.

이건 대체 언제 배우나. 안나가 배우기엔 한참 멀었네.

어쨌든 티어가 높을수록 페널티는 적고 효과는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티어16의 데스윈드는 결코 시시한 효과가 아닐 거다.

배우게 해야지. 무조건 배워야지. 어차피 시간은 많다. 코인이 문제일 뿐이야.

"데스윈드? 와. 이름 정말 살벌한데요?"

"그치? 효과도 대충 예상이 돼. 선행 스킬이 출혈, 독무, 토네이도야."

"세상에. 너무 노골적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알고 있는 스킬이랑은 뭔가 스케일이 다르네요. 당신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거 같아."

"어차피 나도 찍을 수 없는 스킬들이야. 그림의 떡 같은 거지."

"스킬이 열다섯 개나 있으면서 찍을 수가 없다니. 아이러니하네요."

"원래 선발대라는 건 그런 거지.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니까. 대신 이렇게 정보를 얻어 놓으면 유리한 고지에 서는 건 확실하잖아?"

"그렇긴 하죠. 다만, 그렇게 고생한 선발대가 그 유리함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냐 이거죠."

민희의 말은 제법 중요한 것을 담고 있다.

그래. 그게 무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누군가가 앞서나가서 정보 공유와 최적의 테크트리를 구상했다고 한다면 그걸로 이득 보는 사람이 생길 거다.

그리고 그렇게 이득 본 이들이 잘나가게 된다면? 결국, 나중에 선발대를 챙길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선발대는 자신의 이득과 위치까지 유지하면서 후발대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승희, 미나, 세아, 안나.

네 여자는 내 계획대로 스킬 테크를 올리고 있고, 상당히 강력해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이 충분히 강해지면, 나를 소홀하게 대할까?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생각을 멈췄다.

믿음과 신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그걸 나 스스로 의심하면 곤란하다.

그래. 그녀들이 나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 그래. 없을 거야.

단지 그렇게 믿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

민희가 그런 걸 알고 의도해서 말한 건 아닐 거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예시였겠지. 그리고 그 말은 틀린 게 아니고.

게다가 어차피 이 스킬 시스템에서는 패시브가 압도적이기에 스킬 한두 개로는 상황이 쉽게 뒤집히진 않는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직 나의 자리를 공고하게 지켜낼 수 있어.

그녀들의 신뢰와 믿음을 의심할 필요도 없고.

"뭐, 선발대가 하기 나름이겠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스킬을 본다. 나온 스킬은 두 개. 한 개는 데스윈드였고 또 다른 한 개는….

"잭팟."

"잭팟?"

"어. 티어16에 생긴 두번째 스킬."

"모르겠네요. 뭐가 잭팟이라는 건지."

"그러게. 일단 선행 스킬이 뭔지 봐야겠네."

바로 스킬을 배우겠다고 눌러본다. 역시나 선행 스킬은 있다. 근데…. 하. 웃기네.

"선행 스킬이 약탈이야."

"약탈요?"

"어. 그 약탈 스킬의 선행 스킬은 복권이고."

"아…. 설마?"

"하. 이거 진짜 웃기네. 복권이랑 약탈이 한 트리에 있는 것도 웃기는데 그다음 스킬이 잭팟이라고?"

"복권은 말 그대로 그 복권이겠죠? 1등 당첨되는 그거?"

"그렇겠지. 난 또 복권이라고 해서 뭔가 권리나 권력을 다시 찾는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약탈을 보고 그쪽은 접었지."

"그렇겠죠. 느낌상으로 그쪽은 아니겠네요. 약탈은 남의 것을 빼앗아오는 거고요. 그리고 빼앗을 거라곤 코인이 가장 유력하겠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체력이 아닐까도 생각해봤는데…. 지금으로 봐선 코인이 가장 유력하지."

"체력이라. 그것도 말이 되긴 하네요."

"그치. 근데 코인이 맞을 거 같아. 복권이랑 잭팟이 모든 걸 설명해주잖아. 결국은 그거네. 복권은 코인 놓고 코인 먹기. 약탈은 상대 코인 삥 뜯기. 잭팟은…. 그걸 뻥튀기시키는 거고."

"그럼 잭팟이 제일 좋은 스킬 아니에요? 얼만큼을 잭팟이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체력은 회복 포션으로 회복이 되니까 회복 포션 값만 넘어서면 무조건 이득인 스킬 같은데."

"글쎄. 모르겠어. 티어16이나 되니 페널티는 상당히 적겠지. 없을 수도 있고. 근데…. 그렇게 쉽게 코인 복사를 허가해줄까?"

"으음…. 하긴, 그건 쉽진 않겠죠. 어쨌든 그건 이 시스템에 속하는 일이니까."

"맞아. 잭팟이 어떤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래 얻을 수 있는 코인보다 더 크게 얻을 수 있는 종류의 스킬 같긴 하잖아? 근데 아무리 봐도 그건 말이 안 된단 말이지. 세상을 이렇게 만든 놈들이 코인을 그렇게 쉽게 얻게 할 리가 없어."

"맞아요.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어떠한 코인 획득 방법도 없이 양도도 못 하게 만들어 놓은 이들이니까요."

"어쨌든 나는 이쪽은 크게 관심 없으니까 신경 끌래. 확률에 의존해서 뭔가를 얻어보려는 건 싫어. 확정이면 모를까."

"흐음. 그건 당신답네요."

"나는 0 아니면 100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내일 비 올 확률 40퍼센트 이런 건 믿지 않아. 비는 오는 것과 안 오는 것 두 가지밖에 없어."

"와. 그건 너무 심한데요."

"심해도 어쩔 수 없어. 내 성격이 그런걸."

그리고 잠시 침묵.

그래. 내 성격은 그렇다. 95퍼센트의 성공률이라고 안심하거나 그렇진 않아.

99.99999퍼센트 정도 돼도 신경 쓰이는 게 난데.

아무튼. 일단 스킬 두 개는 다 확인했다.

문제는 이제 뭘 찍냐는 건데.

아니 그전에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코인. 빌어먹을 코인.

스킬 최대 수치 증가4랑 스킬 한계 돌파4 두 개만 찍어도 각각 400만 코인씩 800만 코인이다.

지금 내 코인 총합은 860만 코인.

이 빌어먹을 패시브들을 배우면서 코인들이 뭉텅뭉텅 빠져나간다.

봐봐. 벌써 얼마야. 100만, 200만, 300만. 합이 600만씩 두 개. 합이 1,200만.

게다가 이번에 800만을 빼가면 2,000만이다. 끔찍한 숫자. 끔찍한 액수.

결국은 코인 벌이다. 어휴. 젠장. 어떻게든 사람 쳐 죽이는 것을 종용하는구나.

욕심을 줄이지 못하게,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채찍질하겠다는 거네.

"아. 이제 나가야겠네."

"거기 가는 거예요? 크루즈?"

"어. 가야지. 코인 벌러 가야 해."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네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하아. 그러게. 세상이 나를 가만히 있질 못하게 하네."

내가 일어나자 아쉬워하는 민희.

가야지. 가야 하는데…. 가기 전에 이놈들은 먼저 처리하고 가자.

"이놈들은 내가 죽일게."

"그건 당신이 정할 일이죠. 나한테 허락받을 필요 없잖아요."

"그건 그렇네."

뭔가 더 쓸모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필요 없다. 여자면 모르겠는데 남자는 필요 없어.

바로 마체테를 휘둘러 한 놈씩 처리한다. 빛이 되는 놈들, 바로바로 들어오는 코인.

[325,99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54,00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00,0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우. 적은 양은 아니네. 역시 이래서 대가리들을 잡는 거지.

근데 이 레테 이 새끼는 코인이 왜 딱 300,000코인이냐. 이새끼. 이거…. 조금 의심스러운데?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였다면 끝자리가 이렇게 딱 떨어질 수는 없다.

근데 이 새끼는 딱 떨어진다. 둘 중 하나네.

일부러 자기가 끝자리에 맞춰서 코인을 정리했다던가, 아니면 전에 봤던 흑해방이 제작한 인간 코인 주머니를 썼거나.

아니지. 그럼 끝자리가 500코인이 남아야 하는데?

으음…. 모르겠다. 흑해방에 대한 기억을 읽어볼걸.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뭐, 레테 놈들이 이놈만 있는 건 아니니까. 다음에는 꼭 읽어봐야지. 흑해방에 대해서.

"갔다가 다시 와요?"

그걸 물어보는 민희의 말투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있다.

하. 이렇게 말하면 또 내가 그냥 갈 수가 없잖아.

그래…. 뭐 오랜만에 오기도 했으니 조금 더 민희와 함께 있어도 되겠지.

나도 이 여자와 함께 있는 건 좋으니까. 너무 자극적이긴 하지만.

"다시 올게."

내 대답을 들은 민희는 표정이 밝아진다.

아이고. 우리 여왕님. 오늘은 여왕님이 아니고 감성적인 소녀 같네.

뭐, 그런 모습도 좋지만.

옷을 주워입고 민희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알몸의 여자를 두고 가기란 역시 쉽지 않다. 크. 진짜 이대로 누워서 민희 몸이나 주물럭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더 있다가는 진짜 못할 것 같아서 단호하게 순간이동을 썼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전, 잠시 마주쳤던 민희의 눈.

그 갈색 눈동자. 다시 볼 수 있겠지.

순간 이동해서 온 부산. 버프들을 몸에 감고 공중에 떠오르니 아까 우레 폭풍을 맞은 호텔이 보인다.

그쪽으로 다가가니 기척들이 느껴진다. 후우. 그래. 당연히 와봐야겠지.

그 조폭 새끼들이나 레테, 야쿠자 놈들이 병신이 아니라면 무슨 일이 있었나 확인은 해야 할 거 아냐.

저놈들을 다 잡을까? 아니. 일단 스킬을 찍을까?

원래는 코인을 다 모은 다음 패시브랑 스킬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아까 그 세 놈을 잡아 죽이고 제법 나와서 보유 코인이 941만이 되었다.

이거면 스킬 최대 수치 증가4랑 스킬 한계 돌파4, 스킬 반경 증가10이랑 스킬 하나는 찍을 수 있단 말이지.

스킬 지속시간 증가10은 다음번에 몰아서 찍어도 상관 없을 거다. 지속시간이 크게 중요한 스킬은 없으니까.

음…. 그럼 뭘 찍나. 결국, 그 고민이네.

마음 같아서는 기억 삭제를 먼저 찍고 싶은데…. 지금은 천리안이 시급하다.

좀 더 효과적인 관음을 위해서라면 멀리에서 지켜볼 방법이 필요해.

그래야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어떤 놈이 어떤 놈인지를 확실하게 구별하지.

그래. 일단 찍자. 아끼다가 똥 되는 거야. 일단 찍고 다시 신나게 모으면 되지.

게다가 천리안은 아마도 자기 버프형 스킬일 테니 스킬 숙련도 쉬울 거고.

바로 스킬 창을 열고 스킬을 찍었다.

패시브 3개. 그리고 천리안.

['천리안'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바로 예를 눌렀다. 스킬 창에 생긴 천리안 스킬.

자…. 그럼 새로운 스킬을 한번 써봐야지? 비록 하급이지만 어차피 패시브 빨이 낭낭하니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을 거야.

"천리안."

그렇게 스킬이 발동됐고,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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