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34화 (43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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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정보

내가 만들어줬다고는 하지만, 민희는 캐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뭔가 좀 그럴듯하게 차려 먹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박하게 먹는다.

플라스틱 식판에 간단한 식사. 아마 다른 캐슬의 주민들과 별반 다를 거 없는 식단이라고 생각되는 메뉴.

"생각보다 소박한데?"

그러고 보니 캐슬에서 밥을 먹는 건 처음인 거 같다.

펜스보다는 살짝 퀄이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망한 세상에서 이 정도 식사면 감사하다고 공중제비 두 바퀴는 돌면서 인사해야지.

"내가 뭐 대단하다고 먹는 거에 사치를 부려요. 굶지 않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

"그래. 그런 마음가짐 좋아. 먹자."

퀄이 떨어진다느니 이런 소리도 사실 사치스러운 소리다. 먹을 걸 못 구해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세상인데.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 뭐든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

이건 고생 안 해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식판을 비운다. 그래. 어디 먹을 걸 가지고 불평불만을 해? 일단 배 속에 쑤셔 넣고 봐야지.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소파에 널브러지듯 등을 기댄다. 야한 짓도 잔뜩 하고 배도 부르고. 이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냐.

"그래서요. 그다음은 뭐에요? 더 이야기해봐요."

밥먹고 바로 양치까지 하고 온 민희가 내 옆에 앉으며 나에게 말한다.

나는 그런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그 절대 강자…. 풉. 아무튼, 그런 이름의 일곱명이요."

"아. 그래. 맞아. 그랬지. 아무튼, 일본에는 그런 놈들이 있어. 가면이랑 무명, 검성은 별도의 세력이 없는 거 같던데 마녀랑 뇌제, 패왕, 야쿠자는 세력이 있지."

마녀라. 정세희 그년도 마녀라고 불렸지. 왜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한 걸까?

하긴 매혹이라는 게 그런 스킬이긴 하다. 악랄한 스킬. 확실하고 끔찍한 스킬.

게다가 남자의 생존확률이 높은 이상 매혹을 가진 여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강한데다가 악독한 여자를 부르는 별명으로 마녀만큼 좋은 게 없긴 하지.

"그런 야쿠자의 왕이라는 놈이 오늘 부산항에 입항한 데. 초호화 크루즈를 타고."

"초호화 크루즈?? 그런 걸 운용하는 거예요?"

"그런가 봐. 이름이 뭐더라. 쿠로하에마루인가? 암튼 그런 이름의 배인 거 같아."

"GPS 항법 장치가 없는데 배를 어떻게 운용하지…. 그 커다란 배를 수동 운전 하는 걸까요?"

"글쎄. 일본이랑 한국은 가까우니까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그런 쪽으로는 전혀 몰라서."

"아무튼, 그런 야쿠자의 왕이 부산엔 왜 오는데요?"

"고영준."

"네?"

"고영준이 그놈이 만든 약이 효과가 좋나 봐. 칵테일? 뭐 암튼 여러가지 약을 섞어서 만들었는데 그 효과가 끝내주나 봐. 일본의 거물 놈이 직접 올 정도니까."

"어휴. 하여간 쓰레기 놈들은 생각하는 것도 쓰레기네요."

"그렇지 뭐. 어차피 식량 말고는 모든 소비재가 의미 없어진 세상인데. 약은 부작용도 없어졌으니 최고의 유흥거리인 셈이지. 저놈들에겐 살맛 나는 세상일 거야."

"그런데 그 야쿠자는 어떻게 해요? 그놈이 만나러 올 놈들은 저 옆방에 있는 거 아니에요?"

"맞아. 아마 지금쯤이면 저놈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겠지."

"그놈들도 잡으려는 생각 하고 있죠?"

"당연하지. 내 눈에 안 띄었으면 모르겠는데, 알아서 한국까지 들어와 줬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잡아먹어야지."

"그럼 빨리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 서두를 필요 없어."

"왜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해요?"

"에이. 장담하는 데 그럴 일 없어. 가오에 있어선 어디 가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 뒤지려고 하는 놈들일 텐데. 한국까지 왔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바로 도망간다? 절대 그럴 일 없어. 절대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민희. 영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에헤이? 남자란 그런 놈들이야. 게다가 야쿠자라고. 자기 선발대 똘마니 하나가 한국에 와서 실종됐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튄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그럴걸?"

"하여간…."

"그래. 한심해 보이지? 그래서 내가 무리 짓는 놈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거야. 스스로 걸리는 제약 때문에 가장 좋은 패를 알아서 폐기해야 하는 꼴을 보고 싶진 않거든."

"당신이라면 바로 빠졌을 거라는 거에요?"

"글쎄. 노린 건 아니지만, 상황만 봐서는 누가 봐도 함정이잖아? 그것도 자기 홈그라운드가 아니고 어웨이라고. 몸을 사리는 게 맞지. 여벌 목숨이 몇 개 있는 놈이 아니라면."

"흐음…. 그럼 언제 나갈 거예요?"

"글쎄. 이제 막 도착했으면 적어도 하루는 있겠지. 기억 조금 더 읽다가 새벽쯤에 가봐도 크게 문제없을 것 같아."

안 그래도 기억 읽기가 거의 마스터 직전이니 마무리 짓고 딱 움직이면 될 것 같다.

민희와 대화를 마치고 옆방으로 가서 기억을 읽으려는데 고영준의 연구소에 있던 남자들이 보였다.

아. 저놈들은 이제 필요 없잖아? 고영준도 죽었는데 저놈들을 살려둘 필요는 없지.

"민희야!"

내가 부르자 바로 오는 민희.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까 고영준 잡고 코인 얼마나 나왔지?"

"어…. 정신없어서 얼마 나왔는지도 못 봤네요."

"그럼, 지금 얼마 있어?"

"110만 코인요."

"그래? 그럼 이놈들은 죽여."

"아. 그래요? 그럼 칼 좀 빌려줄래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나이프는 고영준과 함께 사라졌으니 내 마체테를 빌려준다.

받자마자 바로 다가가서 복부와 가슴 사이를 푹 찌르는 민희.

그렇게 세 남자를 바로 처리한 다음 나에게 마체테를 돌려준다.

"셋은 얼마 나왔어?"

"셋이 합쳐서 25만요."

"나쁘진 않네."

"파티해서 나눴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일단 네가 다 먹어둬. 그래야 광역 스킬 무효화도 마스터 하고 패시브도 찍고 다음 것도 올리지."

"알겠어요."

"이 세 놈도 코인 네가 먹으라고 할 거야."

"그래요. 나야 뭐 당신이 하라고 하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흐음. 진짜?"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보자 민희는 고혹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내게 말한다.

"또 야한 생각 하고 있어요?"

"어우. 당연하지. 하란 대로 한다는데 야한 생각이 안 나면 비정상이지."

"말해봐요. 들어줄 테니."

"어우야. 진짜?"

"너무 이상한 것만 아니면요."

"이야…. 이거 잘 생각해봐야겠네. 고민 좀 해봐야겠다."

"어머. 지금 바로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아직도 부족한 거야?"

민희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얼굴이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변한다.

아이고. 도도한 여왕님이 이런 표정 보여주는 건 반칙 아닌가? 기억 읽기고 뭐고 당장 자빠뜨리고 싶네.

하지만 조금 애태워 보기로 했다. 밀당이라기 보단 조금 더 절실하게 만들고 싶달까?

"기억 읽기 마저 하고 끝낼 테니까, 내가 좋아할 만한 거로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 봐. 한 한 시간 정도면 될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그러고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간다.

이뻐 죽겠네. 참 나는 복도 많지. 어떻게 저런 여자를 알게 되었을까. 운도 참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기억 읽기를 계속한다.

극진파, 레테, 니지이치구미, 야쿠자의 왕, 절대 강자, 일본 상황….

재밌는 내용도 많고 신기한 내용도 많다. 기억 읽기라 부정확하거나 뜬소문들도 많기에 그런 거는 적당히 넘어간다.

직접 눈으로 본 위주로 녀석들의 기억을 읽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기억을 읽자 대충 윤곽이 잡혔다.

일단, 부산에 들어온 야쿠자의 왕이라는 놈은 친다. 일본 놈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은 해둬야지.

녀석이 몇개나 스킬을 가졌는지. 어떤 스킬을 가졌는지는 봐야 알잖아.

그렇다고 방심하거나 얕잡아보는 짓은 하면 안 된다.

어떤 기상천외한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까.

어느 정도 기억 읽을 만한 건 다 읽었고, 스킬도 마스터 했다.

열다섯 개 마스터. 크으. 스킬을 찍고 가야겠지?

근데 지금은 스킬도 스킬이지만 옆방에 있는 민희가 궁금하다.

대체 어떻게 하고 있을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

집무실로 가니 책상 너머로 보이는 민희.

나를 발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흰색 블라우스, 엉덩이 라인이 다 드러나는 검은 치마, 스타킹, 하이힐.

전형적인 오피스 룩.

"어….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처음 봤을 때, 그때가 기억나서…. 그냥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민희. 아. 젠장. 존나 귀엽네. 왜 저렇게 귀여운 거야?

바로 다가가 처음 그날처럼 바로 블라우스를 잡고 앞섶을 뜯어버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가슴과 레이스가 많이 달린 까만 브라.

"흰 블라우스를 입고 까만 브라를 하는 건 봐달라는 의미인 거잖아?"

"아니…. 어차피 당신밖에 없어서…."

"에이. 상황극 같은 건데."

"아? 아아…."

"됐어. 어차피 만족했어."

그러면서 브라를 내리고 가슴을 입으로 빨았다.

"읏…."

짧은 신음. 아. 진짜 좋다. 내가 오피스 룩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나를 기억 읽기 했나?

그렇게 엉덩이와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가슴을 빤다.

반들반들한 치마의 감촉과 매끈하면서도 까슬 거리는 스타킹의 감촉.

손을 치마 안으로 넣으니…. 팬티가 없다. 노팬티? 이야…. 대범하네. 대범해.

손가락 끝으로 음부를 지그시 누른다. 천천히 젖어 드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고 손가락이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부드러운 살들을 헤치고 민희의 따듯한 몸속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입에서는 앙큼한 신음이 연달아 나온다.

내 얼굴을 꼭 끌어안고 앙앙거리는 민희의 신음은…. 야하다.

그래. 이 맛이지. 이 맛에 하는 거지.

한참을 그렇게 민희의 가슴을 맛보며 따듯한 안쪽을 자극한다.

이미 흥건해진 애액. 가슴에서 입을 떼고 민희를 보니 나를 간절히 원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집무실 책상 위를 손으로 쓸어서 공간을 만들고 민희를 번쩍 들어 그 위에 앉혔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자 치마가 말려 올라가며 촉촉하게 젖은 음부가 훤하게 보인다.

바지를 벗고 단단해진 물건을 음부 앞에 가져다 대자 민희의 표정이 한껏 기대감에 차 있는 표정으로 변했다.

귀여운 여자.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할지 한 시간이나 고민한 거잖아?

귀여워죽겠어. 아주.

바로 넣어버리려다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민희를 보면서 짓궂은 말투로 그녀에게 물어본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네?"

"이제 어떻게 해줄까? 말해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눈치챈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는 주춤거리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넣어…. 줘요."

"아까는 이것보다 격렬하게 말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수줍어?"

"아이…. 아까는 아까고…."

"그래서? 지금은 못하겠어?"

"아니. 그건 아닌데…. 아이. 진짜!"

"진짜 뭐? 똑바로 이야기해야지."

"장난치지 말고…. 넣어줘요. 어서."

"장난 아닌데? 이대로 그만두면 어쩌려고?"

"안돼요. 그럼 안돼. 진짜 미워할 거에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어차피 우리 둘밖에 없잖아."

"진짜…. 못됐어. 못된 남자야. 넣어줘요. 넣어달라고요! 나를 꽉 채워서 기분 좋게 만들어달라고요!"

"좋아. 잘했어."

바로 민희의 안쪽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충분히 적셔뒀기에 물건은 끝까지 쑤욱하고 들어갔고 민희의 표정에는 만족함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적당히 애태우고 적당히 놀렸으니 이제 거기에 걸맞은 만족감을 줘야지.

민희만 좋은 게 아니잖아. 나도 좋은 거니까.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격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매달리다시피 한 민희. 그녀의 가버린 표정은 그야말로 관능적이다.

퇴폐적이고 예술적이며 아름다워.

별다른 기교나 체위 변화 없이 그냥 순수하게 밀어붙인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섹스란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기상천외한 체위와 자극적인 행위. 물론 그런 건 당연히 좋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성생활이 조금 더 만족스러워지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럴 필요는 없다. 서로 만족하고 절정만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나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아니, 다른 남자들도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몇 초 안 되는 사정의 쾌감보단 여자를 절정으로 보냈다는 만족감이 더 큰 거 같다.

조금이라도 오래. 조금이라도 더 크게 절정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게 내 사정만큼이나 즐겁다.

한껏 달아오른 민희의 몸 안에 사정하고 만족감에 휩싸인 그녀와 키스한다.

오늘 몇 번이나 한 거지? 기억도 안 나네. 근데도 부족하다. 더 하고 싶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더 하고 싶다고.

민희 역시 마찬가지 인 거 같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사람 같은 모습.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면 내가 더 참을 수가 없어.

민희를 번쩍 안아서 옆방의 침대로 갔다. 그리고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기고 스타킹은 남겨둔다.

스타킹은 소중하니까. 얼마나 아름답니? 신의 축복 같은 물건이야.

그렇게 침대에서 우리는 계속 사랑을 나눴다.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닌 섹스. 사랑이 담긴 섹스. 서로의 몸이 이어져 있다는 건 이런 뜻이다.

단지 육체의 연결이 아니다. 그렇게 이어진 몸으로 서로의 마음도 연결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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