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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쉬운 사냥이다.
넷 다 티어8이기에 스킬 반경 증가2 패시브가 있다. 그렇기에 어쭙잖은 놈들의 탐지에 걸리지 않고 상대를 살펴볼 수 있다.
아니, 굳이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리가 노리는 놈들은 SG센터에 차를 끌고 오는 놈들.
차를 끌고 오는 것 자체가 좆밥들이라는 소리다.
실력이 있거나 쓸만한 파티라면 이미 순간이동이나 게이트로 왔을 거다. 아니면 비행과 블링크로라도.
그렇기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오르는 놈들은 다시 내려갈 걱정을 안 해도 되게 되었다.
죽음의 고속도로. 뭔가 B급 공포 영화 제목 같네.
차 한 대가 고속도로에 올라가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그걸 따라가는 우리들. 도시와 적당히 거리가 멀어지자 승희가 블링크를 연속으로 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차를 따라가는 모습.
퍼엉! 퍼엉!
그리고 차에서 폭발이 두번 일어났다. 차 안쪽에서 빛이 네 번 터졌고 탐지에는 아무것도 안 잡히게 됐다.
세아가 다가가 수납으로 차를 삼켰다. 사라진 차. 바닥에 남은 네 개의 코인 주머니.
[11,45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7,52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5,40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5,6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다섯 등분 되어 들어온 걸 치면 뭐, 나쁘지 않은 코인.
파티로 되어있으면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코인이 균등 분배된다.
사실 한 세 명 정도는 집에서 엉덩이 긁고 있어도 아무 문제 없다. 아니지. 나 혼자 해도 상관없지.
"인력 낭비 아냐?"
내게 다시 블링크 해서 돌아온 세아.
세아도 비슷한 생각인가 보다. 하긴, 지금이 오버파워인건 사실이니까.
"처음이니까. 앞으로는 하루에 한 명씩 돌자."
"흠. 그래. 알았어."
다시 게이트를 열었고, 다들 포탈에 탄다.
SG센터 앞으로 돌아왔고 바로 고속도로를 올라가는 차가 보였다.
"저거 잡자. 차 안에 세 명 있다."
쉴 틈이 없네. 돌아가는 놈들을 한 놈도 빼먹지 않고 잡으려니 바쁘다 바빠.
차는 방금 우리가 잡았던 놈들 쪽으로 달려간다.
쯔쯔. 불쌍한 놈들.
아까 위치쯤 되자 이번엔 세아가 블링크 했다.
콰앙!
달리던 차의 옆구리가 음푹 파이다 못해 뚫려버렸다. 그리고 운전석 쪽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는 그 속도 그대로 가드레일을 박고 도로 가장자리로 처박혔다.
바로 차로 붙은 세아는 다시 주먹을 휘둘러 차의 지붕을 내리친다.
안쪽에서 빛 두 개가 터져 나왔고 상황은 종료된다.
[8,49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4,59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1,98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음. 아무리 엔빵 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코인이 적은데?
시시한 놈들 밖에 남지 않았나? 내가 잡고 다녔을 때는 이것보단 많았던 거 같은데.
어쨌든 뭐, 질이 안 되면 양으로 대결하면 되지. 잡을 놈들은 넘쳐나니까.
다시 SG 센터로 게이트를 연다.
음. 아직 나오는 놈들은 없군. 그렇게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또 한 팀이 차에 짐을 싣는다.
움직이는 차. 이번엔 고속도로가 아니다. 국도로 향하는 차. 느긋하게 따라간다.
이번엔 안나가 나섰다. 차 위쪽으로 가서 바람 칼날을 여러방 날렸다.
차 천장을 찢어버리고 안으로 날아드는 바람 칼날. 안에서 빛이 터지고 차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다가 도로를 벗어나 건물에 처박혔다.
다들 참…. 망설임 없어.
그런 점은 참 고맙다.
아니,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하자는 일이라면 전혀 의심하지 않고 행동하는 여자들.
어떻게 보면 신뢰라고 할 수 있을 거고 어떻게 보면 맹목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뭐가 됐든 나에겐 잘된 일이지.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까.
"다음엔 제 차례에요?"
가볍게 웃는 미나. 근데 미나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너는 달리는 차를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우레 폭풍을…."
"아냐. 그거 아냐. 참아. 빈대 잡겠다고 초가집 태운다는 거랑 다를 게 없어."
"그래도 한가한 곳에서 쓰면…."
"아냐. 아무도 너보고 뭐라고 안 하니까 참아. 참아도 돼."
"음. 알겠어요."
"이런 일에서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하지 않아도 돼. 충분히 여러 곳에서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네."
미나가 저러는 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에게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한데 말야.
그렇게 계속 반복해서 SG 센터를 벗어나는 차들을 때려잡는다.
한 세팀쯤 더 잡았을까? 차 한 대가 또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그 차를 보더니 미나가 내 쪽으로 다가와 말한다.
"저 차는 내가 할래요. 괜찮죠?"
"너무 요란하게는 안 돼."
"네. 걱정 마요."
그러더니 차가 청주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앞으로 블링크 한다.
왜 저 차는 자기가 한다고 한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살펴보는데, 녀석들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며 가고 있었다.
아. 창문이 열렸구나. 그러면 가능하겠네.
블링크로 차를 따라간 미나가 차 옆으로 블링크 하더니 차 안에 파직거리는 번개 구체를 던져넣는다.
비명과 함께 차 안에서 요란하게 번쩍번쩍하는 빛이 터져 나온다.
스킬 효과 때문에 죽을 때 나는 빛이 구분이 안 되네. 뭐, 탐지로 안에 걸리는 건 없으니까 다 죽은 거겠지.
그렇게 SG 센터가 문을 닫는 시간인 10시가 되자 네 여자를 벙커로 보내놓고 마지막 팀 하나를 쫓아간다.
비행이 80킬로 속도를 뽑아낼 수 있게 되었기에 비행만으로도 차를 쫓기가 수월해졌다.
도로 사정이 그리 완벽한 상황은 아니라 차도 속력을 함부로 내지 못하니까.
게다가 처지는 거 같으면 블링크 쓰면 되고.
그렇게 쫓아가며 생각에 잠긴다. 코인 벌이에 대해서.
10시까지 사냥해서 한 명당 35만 코인을 얻었다.
역시 엔빵을 하니까 만족스럽지 않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히 많은 거지만 높아져 버린 눈은 이 정도론 이제 만족하지 못한다.
쯧. 역시 짱개 코인을 빨아야 하는데.
영 맘에 안 드네. 좋은 방법 없나.
지난번에 봤던 오십만 코인짜리 짱개들. 총 스무명. 대체 그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걸까?
500코인을 들고 있는 2만 명을 죽여서 압축해야 하는 작업이다.
2만 명. 적은 숫자가 아니다. 말이 안 되는 숫자잖아. 말이 2만 명이지…. 어휴.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게다가 만드는 시간. 결코, 금방 만들 수는 없을 거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 필요할 때마다 만드는 오더 메이드는 아닐 거란 말이지.
아니다. 아니야.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코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절대 조건이다. 누군가가 스킬이나 상점 물품으로 사지 않는 이상 코인은 죽어도 남는다.
그렇다면…. 그 코인을 굳이 사람 안에 넣어놓을 필요가 있나?
금고 같은 데에 한 50만 정도 가지고 있는 인간을 결박한 채로 집어넣고 닫아버리면?
인간은 죽지만 코인은 남아있을 거다. 그리고 아무도 줍지 못하겠지.
그럼 그것만으로도 보존이 된다는 소리다. 음…. 나름 말이 되네. 못 할 짓은 아니야.
아니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에 넣어놓고 있는 것보단 낫잖아? 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그러다가 필요하면 원하는 인간을 잘 제어한 다음에 그 코인을 먹게 하고 지난번처럼 가공하는 거지.
그럴듯해. 만약 나보고 그런 시스템을 준비하라고 하면 그런 식으로 하겠어.
코인 탐지. 필요할까?
스킬 낭비가 너무 심한데…. 일단 동물 탐지를 찍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든다. 동물 탐지라니. 대체 그딴 게 왜 필요 한 것인지.
테이밍 하는 사람이면 필요하긴 하겠다. 근데…. 그것도 웃기네. 벌은 곤충이지만 따지고 보면 동물이다.
게다가 테이밍이 된 거 보면 어쨌든 동물 탐지에 벌레도 들어갈 것 같다.
그렇다면 동물 탐지를 돌리면…. 어휴 끔찍한 거 아냐? 주변에 있는 곤충의 기척까지 싹 잡아낸다는 거잖아?
어우…. 나는 잠 못 자. 주변에 있는 벌레들 박멸하지 않는 이상 나는 못 자.
막 집안 구석에 바퀴벌레 같은 게 있다고 감지에 뜬다면…. 아니네. 오히려 좋은 거네. 잡아 죽일 수 있다는 소리니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겠지만…. 진실을 알아버린다면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끔찍한 것만은 아니네. 오히려 안심되겠어.
으. 내가 찍기엔 아깝고, 필요는 할 거 같고.
계륵 같은 스킬들이 너무 많다. 어디 코인 탐지 있는 사람 없나? 여자로? 매혹으로 부려먹으면 딱 좋은데.
근데 또 그건 관리하기가 귀찮잖아. 더 번거로워지는 건 사절이다.
결국, 승미세안 넷 중의 하나를 배우게 해야 할까?
탐지야 결국 다들 찍어야 하는 스킬이니 배우겠지만, 동물 탐지가 결국 문제다.
테이밍이라. 테이밍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승희나 미나, 세아는 배우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근데 테이밍을 배워도 쓸만한 게 있나?
벌을 쓴 짱개 새끼. 그놈은 제법 그럴듯했어. 벌이라니. 상상도 못 했네. 진짜로.
하지만 벌 말고 더 쓸만한 동물이 있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벌보다 더 좋은 동물을 생각하기가 힘드네.
뭐…. 굳이 테이밍을 배울 필요는 없으니까. 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코인 탐지를 배워버릴까?
딱 열흘 정도만 죽어라 하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민이네 고민이야.
근데 그것도 기억 삭제랑 조작이 먼저잖아? 으. 정말 귀찮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차는 아직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오. 씹. 너무 오래 걸린다. 안 되겠어. 그냥 잡자. 잡고 난 다음에 기억 읽기로 알아보자.
진작 이럴걸. 난 왜 이놈들을 쫓아가고 있었지? 등신같이?
적당히 주변으로 가서 차 한 대를 수납으로 담아왔다.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와 녀석들의 앞에 차를 떨군다. 피할 수 없는 위치에.
끼이이익 쾅!
스트라이크. 다행히 죽은 놈들은 없네.
"뭐야! 씨발!"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갑자기 차가 왜 날아와!"
"아오…. 야. 준성아! 야! 씨발 준성이 피난다! 포션! 포션!"
한 놈은 기절했고 두 놈은 이런 세상에서도 허리를 붙잡으며 차에서 내린다.
미친놈들. 보험사에 대인 접수라도 할 셈인가? 허리는 왜 잡아? 하여간 새끼들….
남은 한 놈이 포션을 사서 피나는 친구 놈에게 억지로 먹이려고 노력한다.
쯧. 쓸데없는 짓을.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갈겼다.
픽픽 쓰러지는 세 놈. 피나는 놈에게도 수면을 걸고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음…. 결국 남자에게 손도 대야 하는군. 으. 싫다 정말.
손가락 하나를 일단 피나는 놈에게 먼저 가져다 댔다.
그리고 기억 읽기. 키워드는 집.
잔뜩 떠오르는 기억 중에서 가장 최근 것부터 보기 시작했다.
어…. 문제는 이놈들의 집에 대한 기억은 나오는 데 주소라던가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아. 이거 좀 지랄이네. 키워드를 잘 써야 기억 읽기가 수월하겠어.
그나마 겨울이 지난 시점이라 밤이 별로 안 추워서 다행이다.
겨울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이 지랄 하고 있었으면 속이 터져서 죽었을 거야.
우편 번호, 집 주소, 집 앞 편의점, 집이랑 가까운 마트….
하여간 별의별 키워드를 다 떠올려보면서 네 명의 기억을 전부 읽었다.
그 자리에서 한 시간을 넘게 기억을 읽어서 그나마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다.
사는 곳, 주변에 아는 놈들, 지인, 생존자들 등등.
됐어. 이제 이놈들은 필요 없어. 무려 집 비밀번호도 알아냈으니까.
파티는 아직 유지 되어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죽였다.
넷이 합쳐서 6만 코인. 적은 양은 아니다. 결국, 30만 코인이라는 거잖아.
이놈들의 집은 전주.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다.
게다가 거긴 살아있는 놈들이 제법 있었다. 좋아 맘에 들어.
살아있다는 건 좋은거지. 그것도 오늘까지지만. 아니다. 곧 열두 시가 되니 내일까지만.
살짝 고민이 된다. 이걸 승미세안을 부를까…. 아니면 혼자서 처리할까.
아니, 혼자서 처리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게다가 페이즈 아웃을 써야 하는데 그럼 파티가 풀려.
게다가 그 넷도 이런 습격에 익숙해져야 해. 다 같이 하자. 그게 낫겠어.
기억으로 읽었던 녀석들의 수준은 스킬 네 개 정도다. 이 정도도 못 이기면 안 되지.
이 정도는 압도적으로 쓸어버릴 수 있어야 해.
그렇게 길고 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정오가 됐을 무렵, 전주에는 남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직경 1.1킬로의 탐지로 꼼꼼하게 훑어보고 내린 결론이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없다.
얻은 코인은 일 인당 85만 코인. 미친 듯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뭐 훌륭하지.
어쨌든 코인이 생겼다. 풍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어차피 SG 센터를 계속 쥐잡듯이 잡을 거니까. 코인은 점점 쌓여가겠지.
뭐, 그건 됐고. 그럼 이제…. 미나가 역병을 배울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