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01화 (4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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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느덧 400화. 독자님들의 성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사계절

다음날.

승희가 보호막을 마스터 했다.

다들 체력 증가를 올린 이후로는 성장 속도가 쭉쭉 빨라진다.

역시 일단 사람 구실을 하려면 스킬 네 개 마스터부터 해야 해.

그래야 뭔가 조합을 하고 숙련 속도도 빨라지지.

게다가 이들은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데다가 포션 값이 안 든다.

아마 그게 클 거다. 포션 값 구하는 게 만만치 않지.

사냥도 하고 코인도 벌고 식량도 구하고 숙련도 하려면 지금 이 네 여자처럼 미친듯한 성장은 불가능하니까.

"데미지 감소죠?"

"어. 이번에 데미지 감소 찍으면 돼."

"흐음. 안나랑 미나 언니 테스트해보는 거 보니까 살벌하던데."

안나는 데미지 감소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다소 무식한 방법을 썼다.

데미지 감소를 쓴 상태에서 미나에게 번개를 직빵으로 맞아버린 여자.

미쳤어.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길길이 화를 냈다. 제발 무모한 짓 하지 말라고.

하지만 안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승희가 힐 해 줄 건데 왜 걱정을 해요?"

아니…. 번개를 맞고 머리에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 정말.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내가 아는 번개는 사람을 한 방에 죽이는 스킬이다.

하늘이 보여야 쓸 수 있는 스킬. 페널티가 큰 만큼 효과는 확실한 스킬.

그걸 맞고 멀쩡했다고? 그렇기에 데미지 감소는 무조건 배워야 하는 스킬이 되었다.

강제로 해제만 되지 않는다면 여벌의 목숨을 챙길 수 있는 거잖아? 그만큼 소중한 스킬이 어딨어.

문제는 나도 배우긴 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내 철학과는 안 맞는다. 데미지 감소 덕분에 맞고 죽을걸 안 죽으면 무조건 이득인 건 이해한다.

하지만 맞을 상황을 아예 안 만들어야지. 그게 핵심이잖아.

나는 데미지 감소를 믿고 상대의 공격을 맞아준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뭐, 그건 그거고 스킬은 스킬이지만. 어쨌든 한방에 안 죽는 건 소중하지. 암.

어휴. 밤낮으로 숙련해야겠네. 체력 증가 다음 거 또 나오지 않나? ‘회복 포션 대’가 있으니 분명 하나 더 나오지 싶은데.

그렇게 패시브와 데미지 감소를 찍고 밖으로 나가는 승희.

나도 슬슬 숙련하러 가야지. 기억 읽기는 이게 불편하네.

나가기 전에 말이나 해두고 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다들 앉아있고 미나만 번쩍번쩍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다 같이 블링크 할 때 같이 숙련하게 할 걸 그랬나?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네.

"미나!"

내가 부르자 미나가 바로 내 코앞에 나타났다.

"왜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생긋 웃는 미나. 이럴 때면 미나가 걸그룹 아이돌이었다는 게 이해 간다.

따듯한 봄과 어울리는 여자. 보고만 있어도 흐믓한 생각이 든다.

"미나 블링크 몇 퍼센트지?"

"저 95퍼센트요."

"아? 정말? 엄청 달렸네?"

"블링크가 너무 재밌네요. 게다가 이거 쓸 때는 포션 멀미가 좀 덜한 거 같아요."

음…. 뭔가 연관이 있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암튼. 95퍼센트라고?

"얼마 안 걸리겠네?"

"네. 5퍼센트니까 250번이면 뭐…. 금방이죠?"

"오케이. 알았어. 계속해. 빨리 마스터 하는 거 보게."

"네."

다시 공중으로 블링크 한 미나. 다시 이곳저곳으로 블링크 하기 시작했다.

정말 감개무량하네. 질병 해제를 가지고 나를 따라오면서 벌벌 떨던 미나가…. 어느새 저렇게 발전했어.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보단 미친 듯이 사는 게 훨씬 낫지.

"썽철."

안나가 나를 불렀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번개에 맞아서 상한 머리카락을 조금 쳐낸 안나.

하지만 그렇게 머리가 조금 짧아진 것으론 그녀의 미모를 가릴 순 없다.

미나도 그렇고 안나도 그렇고….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니까.

안나가 겨울이고 미나가 봄이다. 그럼 승희가 여름? 세아가 가을?

생각보다 많이 어울리네. 사계절을 닮은 여자들이라니.

"기억 읽기 숙련. 어떻게 하고 있어요?"

"뭐, 아무나 잡고 쓰는 거지. 적당히 밖에서 찾고 있어."

고성연에게만 계속 쓰고 있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나한테 써요."

"너한테?"

"네."

"괜찮겠어? 본인의 기억이 모두 나한테 보여지는 건데?"

역시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말하는 안나.

"당신이라면 상관없어요. 오히려 당신이 별로 보기 싫어하면 모를까."

하긴…. 안나의 기억을 읽게 된다면 상당히 보기 힘든 장면들이 많이 나올 거다.

물론, 본인이 당했던 안 좋은 기억들을 전부 선명하게 기억하진 않겠지.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싶어 할 테니까.

하지만 완전히 지우진 못했을 거다.

괜히 기억을 읽었다가 안나가 당하고 있는 기억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 분노를 참을 수 있을까?

"조심조심 읽어야겠네."

"싫으면 거절해도 되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을 거야."

"아. 그리고…. 미안한 부탁이지만, 이거 하나는 꼭 기억을 읽어주세요."

"응? 어떤 거?"

"이고르 트미트렌코."

해맑던 안나의 표정이 한순간 북풍의 혹독한 바람처럼 변했다.

그 순간은 4월인데도 봄에 쫓겨 도망가던 겨울이 잠시 매서운 반격을 한 느낌.

등줄기로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번역이 필요 없는 단어. 아니, 이름. 안나가 하고자 하는 복수의 가장 끝에 있는 놈.

"이고르 트미트렌코."

"그자의 얼굴이나 이런 걸 봐뒀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러시아에 가서도 알아볼 수 있지."

"그래. 알았어."

"그럼. 자요."

안나는 내가 앉은 의자 앞에 자신의 의지를 하나 가져오더니 앉았다.

"응? 손만 잡아도 되는데?"

"아. 그래요? 나는 또 몸을 만지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당연히 가슴을 만질 줄 알았죠."

"어….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아무래도 옆에 있는 승희와 세아가 살짝 눈치 보인다. 잠깐의 고민. 에이. 가슴도 좋지만, 적당히 눈치는 챙기자.

"손만 잡을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약간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아이고야. 큰일 날뻔했네.

이 가스나 지금 나를 시험한 거야? 하여간 다들 요망해.

그렇게 잡은 안나의 손. 바로 기억 읽기를 시작한다.

이고르 트리트렌코라 그랬지? 그 키워드로 기억을 떠올려 본다.

커다란 저택 안이었다. 두 남자가 안나의 팔을 잡고 있다.

한 남자가 총을 든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과 저택 문으로 들어오면서 안나를 바라본다.

경호원인 듯한 남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남자. 전형적인 러시아 남자처럼 생겼다.

반쯤 벗겨진 머리, 회색 머리카락, 움푹 파인 눈, 넓적한 코, 회색 수염.

안나를 바라보는 표정에 묘한 탐욕이 어려있는 모습. 그리고 안나의 얼굴에는 주머니 같은 게 씌워졌다.

첫 번째 기억은 그게 끝.

그리고 또 다음 기억. 살짝 어두운 방. 상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

안나는 침대 위에서 얇은 잠옷을 입고 있다. 내게도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

방문이 열리고 알몸의 남자가 들어왔다. 방금 본 남자. 이고르 트미트렌코.

적나라한 녀석의 알몸. 안나에게 다가오는 모습. 기분 나쁜 웃음.

이 이후에 무슨 짓을 당할지는 뻔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억 읽기를 중단시키진 않았다.

이를 악물고 지켜보았고, 기억 속의 안나는 비명을 질렀다.

날아오는 손바닥. 기억은 거기에서 끊겼다. 아마…. 기절했던 걸까?

"썽철…. 썽철!!!"

"오빠!"

"괜찮아? 뭐야!? 무슨 일이야!"

"피! 피! 승희야! 어서 힐!"

기억 읽기가 끝나자 내 앞에는 네 여자가 나를 걱정하듯 바라보고 있다.

아직 놓지 않은 안나의 손. 근데 턱으로 뭔가가 흘렀다.

손등으로 쓱 닦으니 피다. 피? 왠 피가?

그제야 입술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입술을 닦으니 피가 한가득 묻어나온다.

"미안해요. 내가 괜히 보라고 해서…. 미안해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안나.

승희는 나에게 힐을 걸었고 입술에서 통증이 사라졌다.

수납에서 물티슈를 꺼내 손등을 쓱쓱 닦았다.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파악된다. 내가 입술을 씹었구나. 피가 철철 날 정도로.

"아. 별일 아냐. 괜찮아. 걱정 마. 걱정 안 해도 돼."

"아니! 피를 그렇게 철철 흘리면서 뭐가 괜찮아요! 대체 뭘 했길래!!"

"아냐. 스킬 숙련하면서 일어난 작은 헤프닝이야. 너무 걱정 마."

"걱정을 안 하게 생겼어요!"

불같이 화를 내는 승희.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안나.

미나가 승희의 어깨를 감싸며 말린다. 눈치를 보더니 내게서 물티슈를 뺏어서 내 입가를 닦아주는 세아.

"미안해. 걱정 안 끼칠게. 다시 숙련해. 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는 승희. 거듭된 내 말에 결국 승희는 벙커 안으로 들어간다.

어휴. 가시나. 피 조금 흘렸다고 저렇게 화를 내냐.

"걱정 좀 끼치지 마. 오빠 나갈 때마다 승희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기나 하냐? 그런데 집에 있는데도 걱정을 끼쳐?"

툭 던지듯 내뱉는 세아.

그래. 그걸 모르진 않는다. 나와 가장 먼저 만난 것도 승희고 가장 많이 기다린 것도 승희지.

나갔던 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 하루 이틀이 아닐 거다. 그래. 그 걱정을 내가 모르는 건 아니지.

"미안해요. 그리고…. 가서 승희 좀 달래줘요."

안나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그리고 나를 보는 미나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쩔 수 없이 난 자리에서 일어나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쩝. 뭔가 억울하네.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래야 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대세를 따르는 남자.

속상한 게 있다면 바로바로 풀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에 투덜거리지 않고 승희에게 갔다.

탐지를 돌려보니 자신의 방에 있는 승희.

바로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벌컥

"뭐에요! 아무 대답 안 했는데 막 들어오고!"

"내가 언제 그런 거 따졌어?"

약간 나를 째려보는 승희. 음. 효과 없죠? 그저 귀엽죠?

"유혹하는 거야?"

"진짜!"

"나도 알아. 니가 어떤 마음인지는."

"아는 사람이 왜 말을 그렇게 해요!"

"별거 아니니까 별거 아니라고 말한 거야."

"우리가 손에 가시만 찔려도 벌벌 떨면서, 왜 본인이 피를 철철 흘리는 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냐고요!"

"알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아. 이리와."

"오긴 뭘 와요! 또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앙탈을 부리지만, 결국 승희는 나에게 안겼다

결국, 이런 상황이 된 승희는 한숨을 푹 쉬고 한탄하듯 중얼거린다.

"좀…. 자신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요. 안 죽었으면 땡이 아니란 말이에요."

"음? 안 죽었으면 된 거지. 봐봐. 니가 나 치료해 줬잖아."

"아. 정말!"

몸을 뒤로 빼더니 나를 또 째려보는 승희.

"어허. 자꾸 그렇게 유혹하면 나 못 참아?"

"뭘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요! 능글능글하게 넘어가려고 하지 마요! 왜 맨날 자기 일에는 그렇게…. 읍."

그대로 뒀다간 계속 땍땍거릴 것 같아서 입으로 입을 막았다.

손으로 나를 밀어내 보지만 승희의 팔에 힘이 별로 안 들어가 있다.

내 혀가 승희의 입술을 파고들자 밀어내던 손마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간다.

조금 긴 키스가 끝나고 입술을 떼자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승희.

"나도 내 몸 소중한 건 안다고. 이렇게 널 두고 내가 내 몸을 막 굴리겠니? 나는 오래오래 살 거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으…. 진짜."

"니가 가장 많이 내 걱정하고 가장 많이 마음 졸이는 거 알아. 그러니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몰라요! 진짜 항상 이런 식이야!"

쯧. 쉽게 안 풀리려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야한 승희로 만들어줘야지.

승희의 등을 받치고 몸을 침대로 훌렁 눕혔다.

어? 하는 사이에 침대에 누워버린 승희. 마침 벗기기 쉽게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어서 냅다 벗겨버렸다.

"아 진짜! 뭐해요!"

"뭐하긴. 좋은거지."

바로 팬티를 벗기자 한껏 다리를 오므리며 반항하는 승희.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다리를 벌리고 몸을 다리 사이로 밀어 넣으며 바로 가슴을 쭉 빨아버렸다.

"아잇…. 정말…. 하으…."

그러면서 한 손으로 바지춤을 풀고 바로 벗어버렸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각 때문인지 살짝 느끼는 승희.

바로 입을 떼고 잔뜩 서버린 물건을 손으로 잡고 승희의 아래에 쓱쓱 비볐다.

"아이….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아읏."

아직 완전히 젖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건이 반 정도 쑤욱 들어갔다.

한 두어 번을 앞뒤로 움직이니 그제야 완전히 끝까지 들어간다.

"아…."

승희의 입에서 터지는 낮은 신음. 좋아. 이제야 조용해졌네. 야한 모드 스위치는 참 성능이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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