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99화 (39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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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스킬

안나가 보호막을 마스터 했다.

아마 저번에 승희랑 미나, 세아가 벌에 쏘였을 때 혼자 안 쏘여서 열심히 달린 결과인 거 같다.

승희가 아직 보호막 고급 82퍼센트 인 거 보면 거의 하루는 빠르니까. 대충 맞는 거 같네.

"데미지 감소. 이거 찍어보라고요?"

"응."

"알겠어요."

"패시브 먼저 찍고. 아. 그리고."

"네."

"뭐 하나만 확인해보자. 스킬중에 '마리오네트'라고 나왔지?"

"네."

"그거 배울 수 있나 확인해볼래?"

진작에 세아랑 미나가 티어8 찍을 수 있을 때 확인해야 했는데, 잊고 있었네.

"음. 마리오네트를 배우려면 매혹 스킬이 필요하다는데요?"

"역시. 알겠어. 패시브 찍고 데미지 감소 찍어봐."

"알겠어요. 음. 찍었어요."

바로바로 스킬을 찍는 안나.

"너도 이제 코인 없지?"

"60만 정도 남았네요."

"그래? 알겠어."

코인 벌이를 좀 하러 가긴 해야겠네. 다들 바닥을 찍고 있으니까.

짱개들 조무래기는 아무리 잡아도 코인이 안 되니 참 귀찮다.

우한 같은 곳에서 물에서 건지는 걸 기다려도 생각보다 잘 안 모인다.

하긴, 500코인짜리 100개를 모아도 5만밖에 안 되잖아. 어휴.

"근데, 이건 어떻게 테스트하죠?"

"음…. 그러게. 쉽지 않네. 스킬 효과를 믿고 공격 스킬에 직격당하는 것도 좀 찝찝한데."

"일단은 스킬 숙련해놓을게요."

"그래. 테스트는 뭔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자."

"알겠어요."

그렇게 안나가 방에서 나갔다.

마지막에 나가면서 윙크를 하는 건 아까 그 피아노 방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에잉…. 가스나. 왜 사람을 설레게 하고 나가는 거야?

어쨌든 그렇게 안나가 나가고 나는 다시 편히 누워 적어놓은 스킬 표를 보면서 파티 스킬을 숙련한다.

길고도 지루한 숙련. 일단 입이 너무 아프다.

파티생성파티해제. 말이 너무 길어. 할 짓이 아냐.

그렇게 입으로는 숙련하며 스킬 표를 보고 생각한다.

일단 찍을 스킬은 다 찍었다. 이제부터는 무슨 스킬을 찍나 고민을 좀 해야 해.

공격 스킬은…. 굳이 찍을 필요 없어졌다.

내가 공격하는 것보다 공격하는 승미세안을 내가 서포트 하는 게 효율이 더 좋으니까.

물론 나중에는 내가 혼자 다 해먹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냐.

나는 눈앞의 적을 죽이는 스킬보다는 더 많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해.

일단 가장 물망에 올라있는 스킬은 역시 마리오네트.

하지만 이 스킬의 문제는…. 승미세안에게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것.

스킬을 숨기는 것은 매혹만으로도 벅차다. 이것도 사실 불안 불안하잖아.

네 여자가 스킬을 알아가는 게 많아지면서 언제 내 스킬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일단, 개수가 비니까. 지금까지는 내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크게 의심하진 않는 거 같은데.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이것 또한 일회용일 확률이 높다는 거다.

매혹과 마찬가지. 매혹과 비슷한 류의 스킬이라면 쓰는 순간부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매혹이 그렇잖아.

24시간 365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죽이거나 감금을 하면 결국 그 빈자리가 드러난다. 상대는 그 빈자리를 보고 대비할 수밖에 없어.

정확한 효과를 모른다는 것도 흠이다.

마리오네트가 어떤 스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런 페널티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하게 쓸 수는 있을 텐데.

남자에게도 쓸 수 있겠지? 스킬 이름을 보면 조종하는 스킬일 것 같고?

근데 그게 맘에 안 든다. 마리오네트라는 이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스킬이라면 낭패다.

조종당한 인간의 스킬만 쓸 수 있고 인간 자체를 평소처럼 지내게 못 한다면 그건 또 쓸모가 없다.

고민이네. 결국은 찍고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건데.

어쨌든 지금 다음 스킬로 가장 유력한 스킬은 마리오네트다.

뭐가 됐든 쓸 만하겠지. 안되면 쓸 만하게 상황을 만들면 되고.

공산당 현서기 같은 놈들을 조종해서 지급 파견대를 한자리로 모으게 할 수만 있어도 좋을 텐데.

그나저나…. 그럼 매혹은 또 어떻게 설명하나.

쓸데없는 의혹은 받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반나절. 결국, 파티 스킬을 마스터 했다.

으아. 지겨워. 몇 번을 해도 숙련 작업은 지겹네.

어쨌든 인내는 썼다. 이제 달콤한 열매를 먹어볼까?

일단 패시브. 스킬 반경 증가9와 스킬 지속 시간9. 이것만 해도 180만 코인.

스킬 최대 수치 증가3이랑 스킬 한계 돌파3. 이건 600만 코인.

패시브 배우는 데만 780만이 순식간에 나갔다.

씨발…. 코인회수 정말 기가 막히게 하네.

하지만 그래도 그 값을 한다.

수면과 매혹을 일곱 명씩. 저장도 일곱 개. 파티도 나 포함 여덟 명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수납도 점점 커진다. 원래 4미터인데 이번 한계 돌파로 60퍼센트가 커졌으니 6.4미터가 됐다.

이 정도면…. 뭐든 넣겠는데? 게다가 게이트 크기도 6.4미터잖아? 개수도 일곱 개고?

짱개들을 바닷물만으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무엇보다 비행 속도가 빨라지는 게 너무 좋다. 지금 속도는 시속 80킬로겠지?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생각하면 패시브에 쓰는 비용이 전혀 안 아까워.

게다가 스킬 범위랑 지속시간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탐지가 550미터. 내 기준으로 직경 1.1킬로를 본다는 거다.

슬슬 나 레이더로 전직해야 하는 거 아냐?

마리오네트고 뭐고 천리안부터 찍어야겠는데?

웃긴 건 매혹 지속시간이 11시간이라는 거다.

음…. 무한 매혹. 가능할지도? 근데 그건 역시 불가능하지. 급하게 페이즈 아웃 한번 쓰는 순간 망하는 거니까.

뭐 어쨌든 시간이 다 돼서 풀리기는 힘들 거 같다. 매혹해놓고 한숨 자고 일어나도 되겠네. 어휴.

암튼. 패시브는 그렇다 치고.

새로운 스킬이 뭐가 나왔나 봐야지.

이 새끼들 분명 또 스킬 하나 딸랑 만들어 놨겠지?

티어 12까지는 스킬 생기는 개수가 많았는데…. 13부터는 한 개씩 밖에 안 생긴단 말야?

뭐가 이유가 있는 거 같은데. 뭘까? 흠…. 아냐. 일단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스킬 목록을 살펴본다.

으음. 어어…. 엥? 이게 뭐야…. 기억 조작?

기억 조작? 기억을 조작한다고? 이 무슨 고라니 이단옆차기 하는 소리를….

기억 읽기랑 기억 삭제랑 같은 영역인가? 이거 아무리 봐도 그쪽 라인인데?

일단 바로 확인해본다.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기억 조작' 스킬은 '기억 삭제' 스킬을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역시. 맞네. 그렇네. 그렇구나.

미쳤다. 미쳤어. 기억을 읽고, 원하는 기억은 지우고, 필요한 기억은 조작할 수 있다고?

기억 삭제가 나왔을 때, 매혹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매혹을 한 다음 다 이용하고 나서 매혹당했던 기억을 없애면 되니까.

근데…. 조작이 가능하단 건 굳이 매혹만 적용되는 게 아니잖아.

간단하게 생각해서, 공산당 고위 간부 같은 놈의 기억에다가 내가 그놈의 절친한 친구라는 기억 조작만 해놓으면? 아니, 생명의 은인이라는 기억 조작을 해놓으면?

씨발? 캐사기네?

머릿속에 분주해졌다.

이 스킬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정말 쓰기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스킬이다. 일단…. 이거야말로 누구든 주물럭거릴 수 있는 스킬인 거잖아.

물론…. 분명히 페널티가 있을 거다. 없을 리가 없어.

사용 조건이 더럽게 힘들던가, 아니면 까딱 잘못하면 스킬 당한 놈이 폐인이 된다던가….

근데 어차피 당한 놈은 폐인이 되든 상관없잖아? 그래. 상관없지.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으으음.

기억 읽기. 그래. 이것도 생각해보면 좋아. 굳이 여자를 잡아서 매혹을 한 다음 아는 걸 줄줄 말하게 할 필요도 없네.

그냥 원하는 기억을 읽을 수 있는 거 아냐? 왜 지금껏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

자. 조금 천천히 생각해보자. 기억 읽기라…. 생각해보면 수면이랑 조합이 좋다.

수면으로 재우고 원하는 기억을 읽는다.

음…. 안될게 없다. 자고 있다고 기억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닐 테니까.

누군가에게 발각됐고 수면으로 재운 다음 기억 제거로 나를 발견한 기억을 지운 다음 바로 페이즈 아웃.

음…. 이것도 가능할 것 같다. 뭐, 수면에서 일어난 다음 자기가 왜 쓰러졌었는지 의아해하긴 하겠지만, 내 존재는 지울 수 있어.

누군가에게 발각됐고 수면으로 재운 다음 나를 친한 친구라고 기억 조작을 한 뒤 깨우고 친하게 이야기한다.

음…. 될까? 되려나? 이게 된다면 개씹사기가 되는 건데.

아니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누군가를 재운 다음 기억 읽기를 해서 가장 친한 친구나 중요한 인물을 알아낸 다음 그 사람이 철천지원수라고 기억 조작을 한다.

이러면…. 일어나자마자 쳐 죽이러 갈까? 충분히 말은 되는 거 같은데.

으으음. 머리를 많이 쓰게 하는 스킬이다.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좋은데. 페널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고민된다. 고민고민. 근데 가장 무서운 건 이걸 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누군가가 와서 승미세안 네 여자한테 나는 당장 죽여야 하는 나쁜 놈이고 네 여자가 그놈의 성노예라고 기억을 조작하면?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정말 끔찍해.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해.

아무튼…. 당하는 건 뭐 신경 쓰지 말자. 기억을 조작당할 처지면 어차피 죽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근데 궁금한 게 생겼다.

기억 조작은 영구적인가? 기억 삭제는? 아예 삭제인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는 건가? 근데…. 그러면 매혹이랑 다를 게 뭐지?

그렇게 생각하면 또 마리오네트도 의문이 생긴다.

기억 조작과 마리오네트는 차이가 뭐지? 능동적인 것과 수동적인 거?

아이씨…. 머리 아프네.

대가리 나쁜 놈은 스킬도 못쓰게 생겼네. 빌어먹을 젠장.

조금 고민해본다. 으음…. 고민이 길어진다.

일단 확실한 건 정해졌다.

기억 읽기는 좋다. 이견이 없을 만큼 좋다.

누군가를 납치하거나 매혹하지 않고 정보를 얻을 방법.

페이즈 아웃으로 자는 녀석의 방으로 침투해서 기억을 읽고 다시 나와버리면? 완전 범죄잖아?

자기가 당했는지도 모를 거다. 아니면 잠깐 재우고 읽어도 되겠지. 꾸벅 졸았던 거로 알 거 아냐.

그래. 기억 읽기는 확실히 좋아. 내가 왜 이걸 지금까지 신경 안 쓰고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 삭제. 여기부터가 조금 애매한데….

삭제한 기억이 영구적이냐 일시적이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영구적이어도 장단점이 있고, 일시적이어도 장단점이 있어.

영구적이라면 장점은 명확하다.

어떤 사람이든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그래. 가장 큰 예로…. 최신영. 그 여자가 있다.

만약 내가 그녀 앞에서 사용인과 오너 일가를 다 죽였던 그 기억을 다 삭제해버린다면?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구하러 왔다고 말한다면?

가능…. 할까?

근데 일시적이라면 그건 불가능하겠지. 결국은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니까.

고민이다. 고민이야.

이 씨발 새끼들은 스킬 설명을 안 적어놔서 사람을 이렇게 머리 빠개지게 만드냐?

어우 씨발…. 아우. 젠장.

일단, 기억 읽기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보 수집 면에서는 마리오네트보다 기억 읽기가 훨씬 좋아 보인다.

매혹의 상위 스킬만 아니었어도 비슷하게 비벼보겠는데….

매혹을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게 크네.

['기억 읽기'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예를 누르려다가 잠시 머뭇머뭇하게 된다. 후. 이게 맞겠지?

버튼을 앞에 두고 또 한참을 생각한다. 으. 안돼. 이러다간 답이 없어.

예를 눌렀다. 스킬 창에 생긴 기억 읽기 스킬.

이제 바로 써봐야지. 써보는데…. 승희나 미나, 세아나 안나에게는 쓰고 싶지 않다.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생각은 없어.

게다가 어차피 나에겐 아주 좋은 실험체가 있잖아.

이러려고 잡아놓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거지.

바로 수원으로 순간이동 했다.

탐지. 잡히는 기척 두 개. 바로 페이즈 아웃을 쓰고 벙커로 내려간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을 하는 고성연.

인조 정원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최신영.

둘 다 매혹.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보낸다.

음…. 누구부터 할까.

살아온 나날이 많은 고성연이 하기 편할까? 아무래도 읽을 게 많겠지?

혹시 무슨 페널티가 있을지 모르니 최신영을 침대에 누우라고 하고 재운 다음 손과 다리, 입을 테이프 질 했다.

고성연도 마찬가지. 그냥 하려다가 오늘은 운동한 지 좀 됐는지 땀 냄새가 너무 심했다.

씻으라고 말한 다음 알몸의 그녀를 침대에 재우고 손이랑 발, 입을 적당히 테이프 질 했다.

됐어. 이러면 뭐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문제는 없겠지.

알몸의 고성연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스킬을 썼다.

"기억 읽기."

그렇게 나는 고성연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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