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95화 (3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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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 폭풍

일주일 후.

베이징 근교, 한 작은 도시. 새벽 3시 반.

일주일 전부터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바닷물이 도시를 덮쳐서 상당히 혼란스러웠었던 도시다.

그건 이 도시뿐만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수도꼭지에서 짠물이 나와 고생을 했던 베이징 주변의 도시 사람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인데 이젠 대놓고 자신들을 덮치는 바닷물을 보면서 어처구니없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해봐야 발목에서 조금 더 높은 수준.

그래도 제법 저지대였던 도시는 그 정도의 물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집이고 뭐고 전부 물바다가 됐기에 종일 쓸만한 물건을 건지려고 했던 주민들은 결국 당에서 제공한 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해서 잠을 청했다.

그 숫자만 해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체육관 안을 가득 채운 인원들.

족히 몇백은 기본으로 될 것 같다.

소란스러움을 겨우 잠재우고 잠이 든 체육관 안쪽.

갑자기 천장에서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뿜어져 나왔고, 자던 이들은 화들짝 놀라 짐을 챙겨 체육관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정신없던 이들이기에…. 자신들의 발밑이 이상하다는 것은 전혀 못 느꼈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는 것도.

콰르르르르릉

갑작스럽게 학교 운동장에 벼락이 내리쳤다.

체육관 바깥으로 겨우 나왔던 사람들은 그 벼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금 먼 곳에서 또다시 내리친 벼락.

화들짝 놀란 그들은 머리를 감싸며 체육관 안쪽으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자신의 발목을 적시는 물을 보면서 순간 아연실색했다.

짭짤한 바다 냄새. 하지만 그들은 더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리치는 벼락이 쏟아지는 바닷물에 그대로 떨어졌으니까.

그런 장면들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레 폭풍은 충분히 강력하다. 하지만 그 효과를 더 넓고 확실하게 퍼트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한 바닷물. 번개에 직격당하지 않더라도 바닷물에 닿아있으면 감전을 피할 수 없다.

짱개들을 상대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결과.

스킬로 인해 떨어지는 번개는 스킬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번개가 물을 때리고 거기에 닿아 있던 사람이 감전이 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걸 막아낸 사람은 못 봤다.

우한의 제법 많은 짱개들을 감전시키고 알아낸 사실. 그렇기에 효과는 확실하다.

아마 허접한 짱개들만 죽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보호막을 찍으면 배울 수 있는 데미지 감소면 바로 죽진 않을 것 같은데.

아무튼, 어째서 물 관련 스킬들이 없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짓을 막으려고 그랬던 거 아닐까?

야심한 새벽. 온 주변을 새하얗게 밝히는 벼락.

탐지를 켜고 있는 나는 주변에 있던 기척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걸 느낀다.

정말…. 무지막지한 위력이야. 사람 죽이기엔 너무 과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변 기척 확인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사방을 블링크 하면서 압도적인 탐지 범위로 주변을 살핀다.

새벽에 게릴라로 스킬을 썼으니 아무리 빨리 대처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조금 걸릴 테지.

그사이에 우리는 유유히 스킬을 쓰고 도망가면 된다.

이번이 세 번째. 지금까지는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다. 과연 이놈들이 언제쯤 달려들까?

우레 폭풍을 시전하면 준비 시간은 1분이고 지속시간은 4분이다.

우리를 잡으러 오려면 그야말로 5분 대기조가 있어야 한다. 그게 그렇게 쉽진 않겠지.

이번에도 무사히 철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저 멀리 탐지에 기척이 걸린다.

공중에 떠 있는 놈들. 우레 폭풍 범위 바로 바깥에 서 있는 놈들.

왔다. 결국, 왔구나.

드디어 녀석들을 상대로 테스트해볼 수 있겠네.

시간상으로는 아직 우레 폭풍이 1분 정도는 남았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바로 안나에게 신호했다.

반사를 다 배우고 보호막을 배운 그녀.

바로 스킬을 쓰고 있는 미나를 감싸며 보호막을 두른다.

그리고 그런 미나와 안나를 중심으로 열리는 게이트.

가로세로 2미터의 게이트가 마치 주사위와 같이 그녀들의 전후좌우 위아래를 감싼다.

크크크크. 내가 생각해도 미친 생각이야.

보호막은 광역 스킬을 모두 막아낼 수 있다. 무려 우레 폭풍조차도.

그런 보호막을 깰 수 있는 건 보호막을 깰 수 있는 근접 스킬들과 광역 스킬 무효화뿐. 아, 스킬 사용 불가 지대도.

하지만 근접 스킬은 저 게이트 때문에 미나나 안나에게 접근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을 블링크 해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리고 그냥 접근한다면 게이트를 통과해서 이 도시 외곽으로 가게 될 뿐이다.

광역 스킬 무효화는 바닥을 찍어야 하니 불가능하다.

아마 이걸 파훼할 수 있는 건 우리 발밑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사용하는 방법 정도?

하지만 땅바닥에 그걸 깔러 오면…. 그놈은 내 밥이다. 나는 그것만 막으면 돼.

저놈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연 저놈들이 남은 시간 동안 여길 들어오려고 할까? 제발 저놈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녀석들도 멍청이들은 아닌가 보다. 하긴, 지들도 목숨은 소중하겠지.

게다가 내가 게이트로 만든 정육면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 거다.

멀리서 봤을 땐 거의 안 보일 거거든.

게이트를 바라보면 건너편 장소가 보이게 된다.

내가 저장해놓은 곳도 하늘이기에 멀리서 보면 게이트 안쪽은 그저 하늘이 보일 뿐이다.

정육면체의 모서리 부분, 그러니까 포탈의 베젤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안에 있는 미나와 안나는 보이지도 않을 거고.

가까이 와서 살펴보고 있어도 이게 뭔가 하고 쳐다봐야 알아챌 판인데 저렇게 멀리서는 이게 뭔지 알아채기 힘들 거다.

아. 천리안 같은 게 있으면 알 수도 있겠네. 아니지. 굳이 천리안이 아니더라도 쌍안경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

어쨌든, 우레 폭풍은 끝났다. 미나와 안나는 바로 게이트로 들어갔고, 주변에서 경계하고 있던 나와 승희, 세아도 바로 게이트로 들어갔다.

우레 폭풍이 펼쳐졌던 도시의 외곽으로 온 우리.

바로 게이트 전부 해제. 깔끔한 마무리.

"오늘 또 한 건 할거에요?"

"어. 가서 잠시 쉬고 있어."

승희의 물음에 벙커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어줬고, 네 여자는 바로 게이트를 탄다.

바로 게이트를 닫아버리고 다음 지역으로 날아간다. 코인을 회수 못 한 건 아쉽지만…. 저거 다 회수해 봐야 얼마 안 된다.

열심히 모아두라고. 나중에 일시불로 찾아갈 테니까.

중국 땅은 넓다.

그렇기에 깽판 부릴 만한 곳은 넘쳐난다.

지난 일주일간 사전 작업으로 베이징 주변 도시에 잔뜩 바닷물을 뿌려놓아 줬다.

넘쳐나는 먹잇감 대충 아무 데나 뿌려도 짱개놈들은 어디에도 잔뜩 있다.

지키는 쪽은 게릴라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그게 저 녀석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

나는 나와 네 여자의 안위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아니지. 멍청한 놈들.

우리의 게릴라가 늘어날수록 저녀석들은 피로가 누적되는 거지.

가성비로 따지면 정말 최고다. 고작 우리 다섯 명에 몇 명의 짱개들이 밤을 새워야 할까?

다 망해버린 세상에서 왜 저런 걸 유지하고 있는지 몰라.

하여간 사상, 이념, 종교, 철학 같은 쓸모없는 거로 머리가 맛 간 놈들은 안돼.

놓아줄 건 빨리 놓아줘야지. 그런 걸 아직 붙잡고 있으면 쓰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분명히 이 짱개놈들 중에서도 그런 놈들이 있을 거야.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는 척, 지들의 사상에 이상적인 세상을 구현하는 척하면서 사리사욕을 만땅으로 채우고 있는 놈들.

없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놈들 중에 유능한 놈도 분명 있을 거고.

이 짱개 대륙에서 가장 주의할 놈들은 그놈들뿐이다. 문제는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른다는 것.

게다가 이런 식으로 들쑤신다고 그놈들이 튀어나올 리도 없다.

제일 까다로운 놈들이지. 엉덩이 무겁고 똑똑한 놈들이.

잡생각은 대충 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간다.

놈들은 지금쯤 물난리가 난 도시 위주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겠지?

멍청이들. 싸우고 싶은 전장은 내가 고를 거다. 그리고 그건 니들이 예상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닐 거야.

완벽한 랜덤을 위해서 주사위를 굴린다.

짝수면 북쪽, 홀수면 남쪽. 이얍. 좋아 북쪽. 다음엔….

짝수면 동쪽, 홀수면 서쪽. 음. 이번엔 서쪽이구나.

좋아. 다음엔 북서쪽으로 간다. 다음엔 주사위를 세번 굴렸다. 2와 4와 3.

음…. 좋아. 그럼 2랑 4를 더해서 63으로 하자. 완전 내 마음대로 정하는 진정한 랜덤.

그러면 정해졌다. 북서쪽으로 블링크 63번. 고고고.

대충 블링크 63번을 한 위치 주변을 둘러보고 가장 큰 도시로 향한다.

음. 여긴 확실히 안 왔던 곳 같네. 그럼 일단 외곽에 저장을 좀 하고.

짱개놈들이 가장 많은 지역을 찾아본다. 여휴. 여기 좋네. 바글바글하네.

땅덩이가 워낙 큰 데다가 베이징 주변은 진짜 바퀴벌레 굴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인간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서 물 좀 뿌리고 우레 폭풍을 싸질러도 티도 안 나는 거 같아.

이 짓을 대체 몇 번을 해야 피해가 누적되려나.

우레 폭풍의 범위는 반경 200미터. 미나는 지금 범위 증가2 패시브를 받고 있어서 260미터.

아무리 범위가 크다고 해도 지름 520미터의 원형 지역밖에 안 된다.

빨리 미나도 패시브를 쭉쭉 찍어야 해. 그래야 범위가 왕창 커지지.

어쨌든 지금은 신나게 물을 뿌린다.

게이트 여섯 개를 총동원해서 골고루 빠짐없이 주변에 뿌려준다.

하늘에서 뿌리는 거라 이놈들은 비가 오는 줄 알겠지? 물론 비치고는 엄청난 물의 양이지만.

벙커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고 머리만 집어넣은 다음 외쳤다.

"친구들! 일할 시간이야!"

네 여자가 모두 나왔고, 게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미나가 바로 스킬을 쓴다.

"우레 폭풍."

지이이이이잉

미나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거대한 노란 선.

이제는 저 선만 그어져도 몸에서 엔돌핀이 솟구치는 느낌이다.

저 선은 사망의 경계선. 이 원안에 있으면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스킬이 보호막이길 빌어야지.

쿠르르르릉

모여드는 먹구름. 이 예비 시간 1분. 상당히 길다. 정말 이걸 어떻게 기다리나 싶을 정도로 길다.

하지만 첫 번째 벼락이 떨어지고 나면 그 기다림을 보상받는 화려한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번쩍! 콰르르르릉!

땅으로 내리꽂히는 벼락. 그리고 질세라 그 뒤를 잇는 두번째 벼락.

그다음부터는 누가 먼저인지 셀 수가 없다. 무수하게 떨어지는 죽음.

건물이고 나발이고 그냥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벼락을 로열석에서 바라본다.

이 상태에서 파티를 풀면 미나 말고는 다들 몰살당하겠지?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니네. 승희랑 안나는 보호막이 있구나. 나랑 세아만 당하겠네. 으윽.

승희랑 안나는 반사를 마스터 하고 보호막을 배웠다.

탐지를 배우게 할까 하다가 우레 폭풍을 보고 급선회한 스킬.

역시 보호막은 필요하다. 물론 카운터는 있지만…. 어디 카운터 없는 스킬이 있긴 있나? 다 똑같지.

승희랑 안나가 빨리 티어9랑 티어10이 됐으면 좋겠다.

EMP와 토네이도가 나올 테니까.

상당히 궁금하다. 우레 폭풍은 스킬 트리가 있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티어5의 스킬이다.

그게 이정도인데…. 티어 높은 스킬들은 어떨까?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어.

게다가 미나는 한방이 더 있다.

블링크를 마스터 하면 배울 수 있는 스킬. 역병.

안 그래도 물난리로 고생하고 있는 짱개 친구들에게 좀 더 많은 선물을 줄 수 있게 되겠지?

정말 설레는 일이 아닐 수가 없어.

그렇게 잡생각을 하고 있지만, 주변을 탐지하는 것을 게을리하진 않는다.

너무 랜덤으로 왔나? 우레 폭풍 끝나기 전엔 안 오겠네.

"아까 그놈들 또 안 오나?"

"와도 아까 그놈들은 아닐걸? 거리가 꽤 되니까 다른 파견대가 올 거야."

"후우. 그래? 그렇구나."

스킬은 잔뜩 배웠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전은 없는 세아. 비록 댐은 부쉈지만, 사람과 직접 상대한 적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살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련과 훈련을 아무리 실전처럼 했다고 하더라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

4분간의 우레 폭풍이 끝나고 먹구름이 흩어진다.

또 한 번의 성공적인 게릴라. 아직 나타난 놈들은 없지만, 바로 게이트를 타고 다들 우르르 돌아간다.

"어? 더 할거에요? 안 들어와요?"

승희가 게이트에 얼굴을 쑥 내밀고 나에게 물어본다.

"아냐. 밑 작업 조금만 더 하고 다른 지역 저장만 한 다음 금방 갈 거야. 먼저 자도 돼. 다들 고생했어."

"알겠어요. 빨리 돌아와요! 걱정하니까!"

"파티 있잖아. 걱정 마."

"알겠어요!"

바로 게이트를 닫았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역시 주사위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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