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94화 (3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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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 폭풍

드디어 우레 폭풍을 찍는 건가.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구나. 미나에게 이쪽 트리를 권할 때만 해도 상당히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배웠어.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드디어 볼 수 있겠네.

"일단 패시브 부터 찍고."

"네."

바로 패시브를 배우는 미나. 미나도 드디어 스킬 반경 증가1이랑 스킬 지속시간 증가1을 찍게 되네.

"바로 배울게요?"

"어."

허공에 손을 놀리며 스킬을 배우는 미나.

"어라라?"

"왜? 안 배워져?"

"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상한데요?"

"왜. 뭔데?"

"우레 폭풍을 배우고 나니까…. 스킬 선택 창이 또 나왔어요."

"뭐?"

"뭐지? 왜 이러죠?"

"우레 폭풍은 배운 거야?"

"네. 스킬 창에는 떠 있는데요."

얼래. 뭐지? 잠깐 생각 좀 해보자. 무슨 패시브야? 아니…. 그게 말이 되나? 딱 봐도 존나 짱짱쎈 스킬 이름이잖아.

막 쓰기만 해도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그런 개쩌는 스킬.

근데 패시브라고? 그럼 발동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니, 이런 스킬이 어떻게 패시브가 된다는 거야?

"우레 폭풍 비용은 얼마였어?"

"배우는 데요? 50만요."

"50만? 뭐지? 진짜 패시브인가?"

잠시 스킬 창을 바라보는 듯한 미나가 나를 보고 말한다.

"어? 오빠. 스킬 반경 증가2랑 스킬 지속 시간2 패시브가 나와 있는데요?"

"엥?"

그런 미나의 말을 들으니까 그제야 한 번에 이해됐다. 아. 그렇게 된 거였어?

"우레 폭풍은 스킬 숙련이 필요 없는 거구나!"

"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네. 항상 스킬 표에서 메테오를 보면서 생각했거든. 이거 스킬 숙련은 어떻게 하나? 메테오라고 하면 운석이 떨어지는 건데 스킬 숙련하다가 지구가 망해버리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했단 말야?"

"아…."

"그러니까 이건 스킬 숙련이 필요 없는 스킬인 거야. 배우면 바로 끝나는 스킬."

"아하!"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너무 강력한 스킬이라 숙련이 필요 없는 스킬. 배우기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는 스킬.

선행 스킬을 세 개나 마스터 했으니 마지막 스킬은 그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별도의 숙련을 안 해도 되는 거지.

"패시브 두 개가 떠 있다고?"

"네."

"그럼, 심연이랑 마리오네트, 감정, 이런 스킬들 혹시 리스트에 있니?"

"어…. 네. 있네요."

"내 말이 맞는 거 같네. 이거 생각지도 못한 이득인데."

사실 이곳 백령도로 온 이유도 미나 때문이긴 했다. 우레 폭풍 같은 걸 집 근처에서 숙련할 수 없으니까.

근데 숙련할 필요가 없다니…. 뭐 좋네. 숙련 시간 벌었네.

"그럼 빨리 테스트해보자."

"네. 아. 그럼 새 스킬은요?"

"음. 블링크를 해야겠지? 없으면 안 되는 스킬이니까."

"아. 블링크요. 좋아요. 저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스킬을 찍는 미나. 그러더니 바로 써본다.

"블링크!"

거리 증가 패시브를 2까지 찍었으니 미나의 블링크 거리는 26미터 밖에 안될 거다.

그래도 자기가 이동한 걸 보고 신기해하는 미나. 하긴, 블링크 처음 쓰면 저런 반응이 당연하지.

"신기해요!"

"블링크는 신기하긴 하지. 그러면…. 우리는 더 신기한 걸 써보러 가볼까?"

"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미나에게 파티를 초대했다.

그리고 승희가 진동파 숙련을 하는 곳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세아와 안나 쪽으로 가서 말했다.

"미나 우레 폭풍 찍고 테스트하러 갈 건데 보러 가자!"

"오오!"

"진짜!? 가자!"

"와!!"

승희와 세아, 안나도 모두 파티에 넣었다.

캬. 처음으로 파티에 모두 들어온 거 같네.

신기한 건 파티로 보는 기척만으로도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거다.

멀리 있어도 누가 승희고 누가 미나인지 알 수 있다. 쟤는 세아고 쟤는 안나고…. 이야. 신기한 스킬이네.

한 명씩 있거나 가까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여러 명이 들어오니 바로 알 수 있네?

참 놀라워.

아무튼, 파티에 들어와 있으니 우레 폭풍의 효과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우리에겐 피해가 없을 거다.

없겠지? 없을 거야. 없어야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범위 밖으로는 나가자.

"자. 그럼 씁니다?"

"잠깐잠깐. 어떻게 나가는 스킬일지 모르니까 우리 거리 벌리고 써."

"아. 알겠어요."

"우린 좀 벗어나자."

"근데 어디까지요?"

승희가 물어봤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름 한 스킬 트리의 최종 스킬인데, 범위가 코딱지만 하진 않겠지? 게다가 미나는 범위 증가 패시브도 2까지 찍었잖아?

"일단 많이 벌려보자."

넉넉하게 300미터는 떨어진 거 같다.

그렇게 공중에 떠 있는 승희와 세아, 안나를 잠시 두고 미나에게 블링크 했다.

"이제 내가 다시 저쪽으로 가면 바로 스킬 써. 알았지?"

"네."

다시 여자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300미터라 그런지 공중에 떠 있는 미나가 몹시 작아 보인다.

스킬을 쓴 듯한 미나. 그렇게 미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지이이이이잉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리고 미나를 중심으로 바닥에 동그랗고 거대한 노란 선이 그어졌다.

이건…. 썬더 필드에서 봤던 그런 바닥이다.

거의 우리 앞까지 올 정도로 거대한 원.

그리고…. 하늘에 먹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승희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상당히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발동이 느리다고? 게다가 친절하게 바닥에 스킬이 발동됐다고 표시도 돼? 다들 여기서 움직이지 마!"

다시 미나에게 블링크. 내가 나타나자 미나는 아까 서 있던 그 상태로 나를 보며 다급하게 말한다.

"오빠! 이거 이상해요! 움직일 수가 없어!"

가지가지 하네. 사전 고지도 모자라서 채널링이라고? 전개 중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거야?

"취소는?"

"취소요? 어떻게 하죠? 우레 폭풍 해제! 우레 폭풍 취소! 안되는 데요!?"

"채널링에 취소 불가…. 알았어. 일단 지금은 계속 써봐. 딱히 문제 될 건 없으니까."

"네? 저기 우리 펜션이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는데요?"

"얼래. 그러네. 그래도…. 건물은 괜찮지 않을까? 일단 해봐."

"알았어요."

몰려든 먹구름에서 번개가 파직 거리기 시작했기에 나는 미나에게 바로 말했다.

"범위 밖에 있을게! 계속 있어 봐!"

"네!"

다시 승희와 세아, 안나가 있는 곳으로 블링크를 했고, 먹구름은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한다.

"지금 우레 폭풍이 발동된 거 맞아요?"

"어. 그런 거 같아."

"되게 오래 걸리네요?"

"그러게."

승희와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데…. 첫 번째 벼락이 땅으로 내리쳤다.

콰르르르르릉!!!!

"꺅!"

"꺄악!"

승희와 세아가 비명을 질렀다. 세아 쟤는 저런 거 보고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은데 상당히 무서워한단 말이지. 웃긴다니까.

그런 둘에 비해 안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쟤도 참 대단해.

단지 벼락이 떨어졌을 뿐인데, 바닥은 난장판이 됐다.

건물 하나가 그대로 박살 나버린 모습.

아니…. 이건 제일 높은 것부터 박살 내는 게 아냐? 게다가 건물을 부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두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벼락이, 번개가 세상을 뒤덮었다.

요란한 굉음과 폭음. 산산이 흩날리는 땅의 비명.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처음에 표시된 영역 안쪽에서만 내리치고 있지만…. 바로 코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그저 세상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번개의 신이 땅을 폭행하는 느낌.

건물이고 전봇대고 하여간 닥치는 대로 번개가 내리쳤고, 그 영역 안에 있는 것들이 박살 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대체 얼마나 많은 벼락이 떨어지는 거야?

승희와 세아는 완전히 넋이 빠진 모습으로 벼락이 치는 것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본다.

뭘 보길래 저런 표정이야?

안나가 보는 곳을 바라보니 우리가 있었던 펜션이 완전히 박살 나 폭삭 무너져있는 게 보였다.

"아…."

"나름 좋았는데."

"그러게."

그제야 승희와 세아도 펜션 쪽을 바라본다. 역시나 안타까운 표정이 돼버리네.

"뭐, 저기 놓고 오고 그런 건 없지?"

"어…. 있긴 하죠. 컵이라던가, 그릇이라던가."

승희의 중얼거림.

"냉장고에 콜라…."

세아의 한탄.

"내 베개…."

안나의 안타까움.

"아니…. 그런 거 말고 중요한 것들 말야."

"내가 아끼던 컵이었다고요!"

"콜라는 소중해!"

"맘에 드는 베개였어요…."

됐어. 크게 문제는 없나 보네.

그렇게 한참 벼락이 떨어지고 나서 천천히 먹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을 표시하던 영역 역시 옅어지더니 사라졌고, 처참하게 박살 난 지상의 모습만 남았다.

"와…."

승희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바로 미나에게 블링크 했다.

미나 역시 자기가 한 행동에 엄청 놀라워하는 모습.

그리고 잔뜩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가쁜 숨을 몰아쉰다.

"괜찮아? 왜 그래?"

"모르겠어요. 스킬을 잔뜩 쓰고 체력이 바닥났을 때의 그런 느낌인데요…. 허억…. 허억…."

중급 회복 포션을 하나 사서 건네주자 미나는 그걸 받아서 한 번에 비운다.

그제야 다시 괜찮아져 보이는 미나.

"후우. 살 거 같네요. 근데…. 이거 엄청나네요."

"그러게. 박살이 났네. 아주. 우리 펜션도 박살 났어."

"어!? 정말요! 어머나…."

"중요한 걸 놓고 오거나 하진 않았지?"

"네? 아…. 네. 그런 건 없었는데…. 어떻게 해요? 펜션이 부서져 버려서?"

"괜찮아. 뭐, 이제 여기도 올 일 없으니까."

"네?"

"아냐. 일단 고생했어. 근데 조금 더 고생해줘야겠어."

"네. 그거야 당연하죠. 이것저것 테스트 해볼 거죠?"

"응. 일단은…. 조금 알아낸 거 정리부터 하고."

"알겠어요. 저는 그럼 뭐 해요?"

"블링크 숙련하고 있어 봐. 아니면 쉬고 있어도 되고."

미나는 블링크를 연속으로 쓰면서 다른 여자들 쪽으로 갔다.

모두 모인 여자들은 펜션이었던 것으로 가더니 쓰러진 잔해를 뒤지기 시작한다.

특히 자신의 베개를 찾으러 가는지 무너진 집 쪽으로 들어가는 안나.

베개가 그정도로 소중했던 거였어?

어쨌든 그런 여자들은 잠시 두고 우레 폭풍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다. 리스크와 리턴 모두.

일단, 리스크가 너무 많다. 이건 뭐 쓰라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

친절한 사전 고지. 게다가 범위까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모이는 먹구름을 보면 누가 봐도 우레 폭풍을 쓴다고 광고하는 꼴이다.

게다가 그 먹구름을 따라가고 바닥의 영역을 보면 시전자가 어디 있는지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벼락이 바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참을 기다려야 첫 번째 벼락이 떨어진다.

그런데 그게 끝도 아냐. 채널링과 취소 불가에 이동 불가.

왜 이 스킬을 지금껏 볼 수 없었는지 알겠다.

신나게 배워서 처음 이 스킬을 썼다면 첫 번째 벼락이 떨어지기 전에 시전자가 죽을 확률이 99퍼센트 정도는 될 것 같다.

무방비로 노출되어있잖아. 답이 없어. 그냥 죽어야 한다.

보호막을 두르고 있더라도 세아 같이 보호막 파훼가 가능한 근접 스킬 가지고 있으면 유유히 가서 시전자를 끔살 낼 수 있어.

보호막이 없다면? 그냥 원거리에서 저격해버리면 된다. 바람 칼날이든 암석 탄환이든 다 가능하겠지.

시전자가 바닥에 있다면 일은 더 쉽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광역스킬 무효화 한번 걸고 재워버리면 끝이다.

시전자가 쓰러지면 스킬은 취소될까? 뭐, 상관없지. 그냥 빠져나오면 되니까.

이건 그냥 양학 스킬인 거다.

다 스킬 보유자들의 싸움에서 쓰이는 게 아닌 잉여들을 잡아 죽이는 스킬.

건물을 파괴하는 건 조금 의외였다.

사실 번개류 스킬들의 최단점은 실내에서 못쓴다는 거였으니까.

번개 구체는 쓸 수 있긴 한 거 같은데…. 썬더 필드 같은 건 피뢰침에도 막히고, 건물 안에 있으면 그리 데미지를 받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우레 폭풍은 건물 자체를 부숴버린다.

으음…. 건물은 남기려고 메테오 대신 우레 폭풍을 선택한 건데….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아무튼…. 그러한 모든 페널티를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그 위력 하나는 맘에 들었다.

다른 모든 단점을 다 무시할 수 있는 위력.

페널티를 감수하고 발동에 성공만 한다면, 그리고 시전자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 스킬.

게다가 범위가 상당히 넓다. 무엇보다 저 범위는 패시브의 영향을 받을 거잖아?

딱 내가 원하는 파괴력과 범위다.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워.

페널티? 페널티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단점은 지우고 장점을 부각하는 것.

그게 내 역할이잖아? 대충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니까…. 이정도면 만족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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