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89화 (389/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열네 번째 스킬

쿵 쿵 쿵

멀리서 세아의 주먹질하는 소리를 들으며 게이트를 반복해서 연다.

고급 98퍼. 이제 10번 남았다. 10번이야 뭐. 일도 아니지.

10번을 깔끔하게 반복하고 드디어 게이트도 마스터 했다.

크아. 스킬 열세 개 마스터! 힘들다. 힘들어.

블링크랑 순간이동, 게이트를 대체 언제 마스터 하나 했는데 이걸 결국 해내네.

솔직히 스킬 마스터 하면 팡파레라도 울려줘야 하는 거 아냐?

하여간 센스가 없어. 센스가.

흥겨운 마음으로 스킬 창을 열어본다.

과연, 이번엔 어떤 씹사기 스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스킬 표를 꺼내서 신나게 스킬 창을 열고 훑어본다. 그리고….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뭐여, 또 꼴랑 하나야? 이 새끼들…. 뒤로 갈수록 존나 설렁설렁 만드네?"

티어 13일 때도 천국의 문 하나밖에 없더니…. 이번에도 새로 생긴 건 하나밖에 없다.

카타스트로피라고 적혀있는 스킬.

그리고 패시브 네 종류.

스킬 반경 증가 8, 스킬 지속시간 증가 8, 스킬 최대 수치 증가 2, 스킬 한계 돌파 2.

일단 패시브는 다 배운다. 그리고 바로 저장 목록을 살펴봤다.

아…. 스킬 최대 수치 증가는 패시브당 한 개씩 밖에 안 오르네.

1일 때 한 개, 2일 때 두 개, 3일 때 세 개…. 이렇게 늘어날 줄 알았는데.

하긴, 그러면 너무 사긴가? 아니 그래도 스킬 2단계 됐다고 코인은 200만씩 가져가면서…. 이 개새끼들.

어쨌든 하나씩이라도 늘려주는 게 어디야. 게다가 사실 이것도 사기긴 하다.

스킬 하나에만 최대 수치를 늘려주는 게 아니잖아?

수면도 늘고 매혹도 늘고 순간이동 저장 목록도 늘고, 게이트 숫자도 늘어나니까.

게다가 이제 파티 스킬도 배울 거니까 파티도 최대 인원이 늘어나겠지?

물론 나는 네 명까지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패시브를 다 찍자 560만이라는 돈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80만 두 개랑 200만 두 개. 하하. 정말…. 사기야 사기. 나는 방금 만천 명이 넘는 인간이 가지고 있던 코인을 태운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인명을 경시하는 짱개 새끼들이지만, 과연 이걸 감당할 수 있나?

물론 권력과 힘이 있는 놈이면 사람 만천 명 갈아 넣는 거야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람 만 명은 애 이름이 아니다. 아무리 억대로 있는 놈들이라지만…. 이렇게 쉽게 인간을 소모할 수 있을까?

흐음…. 모르겠네. 내가 짱개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나?

반발이 엄청날 텐데. 다 같이 해 먹으면 되는 거니까 상관없나?

어쨌든 됐어. 그것까진 내가 알 것 없고….

카타스트로피?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분명 게임에서 봤는데.

암튼 존나 센 느낌이었다. 거의 최종 스킬 같은 느낌으로.

근데 효과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 맞으면 좆되는 느낌이었는데.

당연히 그냥 배워지진 않겠지? 선행 스킬이 있을 거야.

그거 보고 유추해봐야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밖에는 없으니까.

['카타스트로피' 스킬은 '기본 스킬 10개'를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엥? 뭐라는 거야? 뭔가 이건 또 신선한 조건이다?

기본 스킬 10개 이상?

기본 스킬이라니. 뭐가 기본 스킬이야? 아. 설마 티어 1에 있는 스킬들을 말하는 건가?

얼음 화살이나 비행, 투명화, 기름 생성 이런 거?

허…. 참. 이건 또 뭐 조건이 이래?

기본 스킬 열 개라니…. 잠깐, 내가 기본 스킬이 몇 개 있지? 나도 제법 있을 텐데.

수면, 탐지, 매혹, 반사, 투명화, 비행…. 얼래. 여섯 개밖에 안 되네.

그럼 이걸 배우려면 기본 스킬을 4개만 더 마스터 하면 되는 거야? 근데…. 효과가 뭔 줄 알고?

패스. 언젠간 배우게 되는 날이 있겠지. 근데…. 티어 1에서 스킬 배울 게 더 있나?

음, 마땅히 없는데? 지금 당장은 계획도 없고 생각나는 것도 없다.

결국, 기약 없는 스킬이라는 거네. 하기야 이런 스킬이 한두 개인가.

암튼 이번 티어도 정말 성의 없다는 것 말고는 알아낸 게 없다.

그냥 내 계획대로 파티나 찍자. 더는 미룰 수 없는 스킬이니까.

['파티'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고민 없이 예를 눌렀다.

찍는다 찍는다 해놓고 이제야 이걸 찍네. 정말 오래 걸렸다. 어휴.

어디 보자. 그럼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거지?

"파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으음. 이 씹망 쓰레기 같은 놈들. 설명서를 첨부하라고 이 새끼들아아!

그래도 방법이 그렇게 어렵진 않아 생각보다 금방 방법을 알아냈다.

이 새끼들이 기본 개념은 있어서 다행이야. 양심은 없어도 근본은 있어.

'파티 생성'이라고 외쳤을 때 파티가 만들어졌다는 메시지가 나왔고 파티 초대를 하고 싶은 사람을 보고 '파티 초대' 라고 말하면 초대가 되는 시스템.

"엑? 뭐에요? 오빠! 이상한 거 떴어요!"

"뭐라고 떠?"

"오빠가 저를 파티에 초대했다는데요? 수락할 거냐고 물어요!"

"혹시 내 이름이 나오니?"

"네. 권성철 님이 파티에 초대했다고 나오네요?"

"어우. 개인 정보 살살 녹네. 암튼 수락해봐!"

['최승희'님이 파티에 참가했습니다.]

와. 이름이 이렇게 막 뜬다고? 함부로 구라치다 걸리면 민망하겠는걸?

"오! 이거 뭐에요!? 오빠 위치가 보이는데?"

그러더니 신기한 듯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건물 뒤로 숨어도 승희의 위치가 훤히 보인다. 음…. 뭐랄까? 탐지랑 거의 비슷하긴 한데 약간 느낌이 다르네.

중복도 되려나? 탐지를 켜보니 상당히 신기하다. 탐지의 기척과 파티의 존재감이 동시에 겹쳐져 있어.

"잠깐 여기 있어 봐!"

그대로 블링크를 연달아 세 번 정도 썼다.

적어도 1킬로미터 이상은 멀어진 상태. 그래도 승희의 존재가 바로 느껴진다.

와. 이거 정말 좋네. 이런 맛에 파티 쓰는구나?

혹시 몰라서 순간이동으로 산샤 댐에 가봤다.

승희와 나 사이의 거리는 거의 천 킬로가 넘을 텐데…. 그래도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거 방향 잡고 가기엔 좋겠네.

캄캄한 밤이나 그럴 때는 이 존재감만 따라가도 방향을 알 수 있는 거 아냐.

어두운 바다에서 보이는 등대…. 그런 건가?

뭐, 승희는 내 삶의 등대가 맞긴 하지만.

다시 백령도로 순간 이동하자 승희가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오빠. 이거 제대로 되는 거 맞아요? 저 멀리에서 오빠 기척이 느껴지다가 갑자기 완전 반대편에서 느껴지던데? 그것도 아주 멀리."

"제대로 된거 맞아. 내가 순간이동 썼으니까."

"아. 그래요? 난 또 뭐가 이상해진 줄 알았지."

어쨌든 좋은 스킬이다. 상당히 유용해. 아군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상당히 좋다.

걱정을 하나 줄이는 셈이니까.

"뭐에요? 승희랑 뭐 하고 있어요?"

"아. 안나 너도 해볼래?"

나는 안나를 보고 파티 초대라고 말했고, 안나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Анна Старцева'님이 파티에 참가했습니다.]

오. 안나는 러시아어로 나오네. 본명이 나오는 건가.

근데 이건 봐도 뭔지 모르겠다. 안나 스타르체바랬지? 그걸 이렇게 쓰는구나.

안나는 의외로 신기해하진 않았다.

아. 맞네. 안나도 탐지가 있지. 그럼 그리 놀라지 않는 게 맞겠구나. 익숙할 테니까.

그래도 신기하긴 신기한가 보다. 아마 내가 신기하게 느낀 만큼 안나도 신기하게 생각하겠지.

여기저기로 블링크하면서 돌아다니더니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는다.

"이거라면 길 잃어버리진 않겠네요."

"그치? 상당히 편해."

승희와 안나는 파티에 들어있는 채로 서로 술래잡기를 하기 시작했다.

위치가 바로 확인되니 서로 잡는 빈도수가 높아진다.

아. 그동안 안나가 잡는 횟수가 많은 건 역시 탐지 덕분이었구나? 하긴, 반응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지.

어디 있나 한번 둘러보는 것보단 탐지로 기척 걸리는 곳에 바로 블링크 해버리면 되니까.

그렇게 둘이 놀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테스트를 계속 해야 해.

일단, 이렇게 좋은 파티라도 단점이 있다.

광역 스킬 무효화에는 풀린다는 것.

그건 이미 예전에 확인해 봤지. 컴퍼니의 그…. 누구냐. 암튼 뭐시기 부장에게.

그럼 그건 안 해봐도 되고…. 페이즈 아웃으로도 당연히 풀리겠지?

내가 페이즈 아웃으로 사라지면 파티 자체가 사라질 테고?

"페이즈 아웃."

바로 뿌옇게 변하는 주변. 나는 바로 해제했고 술래잡기하던 승희와 안나가 내 쪽으로 블링크 한다.

"아. 뭐에요. 재밌게 하고 있는데 없애버리면!"

투덜거리는 승희. 저 마음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술래잡기에서 잡는 횟수가 높아지니 한창 재밌었겠지.

"그러니까 너도 탐지를 배워."

"끄응."

그렇게 승희의 입을 막고 다른 테스트를 계속해본다.

파티 생성 후 파티 해제.

숙련도는 잘 오른다. 음…. 말을 더 줄일 수 있나?

"생성."

안되네. 제길. 이거 숙련하려면 래퍼가 되겠네.

파티생성파티해제파티생성파티해제파티생성파티해제….

얘들 숙련 방식은 좀 뭔가 이상해. 어지간한 건 좀 하기 편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냐?

파티 생성만 하고 있어도 일정 시간마다 숙련도가 오르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정말.

어쨌든 대충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럼 이제 중급으로 올려봐야지.

중급 효과가 그거랬지? 파티원끼리는 광역 스킬 공격으로 데미지를 받지 않는 것?

정말 맘에 드는 효과다. 사실 이게 파티 스킬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승희의 폭발, 미나의 번개 스킬들, 안나의 바람 칼날.

실수로라도 잘못 휘말리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스킬들. 그러니 이 효과는 상당히 소중하다.

소수 정예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스킬이야.

중급을 위한 250번 정도야 금방이지. 바로 올려본다.

말만 조금 빠르면 충분히 금방 찍을 수 있는 숙련도.

포션 7개만 먹으면 되는 간단한 작업. 이정도야 껌이지.

금방 중급 파티로 올린 다음 승희와 안나를 불렀다.

다시 둘 다 초대를 한 다음 안나에게 말한다.

"안나야."

"네?"

"어…. 여기 내 팔에 바람 칼날 한번 쏴봐."

"네??"

"팔이 잘리진 않게, 스치기만 할 정도로 한번 해봐."

"갑자기요? 무슨 테스트를 하는 데요?"

아. 설명을 먼저 해줘야지…. 하여간. 나는 이 모양이라니까.

중급 파티의 효과를 설명하자 안나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나를 향해 바람 칼날을 쓸 준비를 했다.

어차피 승희도 있으니 바로 힐도 가능하니까…. 뭐 문제는 없겠지.

"바람 칼날!"

분명 내 팔에 뭔가 스치는 느낌이 났는데, 피해는 없다.

신기한 듯 내 팔을 바라보는 안나.

"바람 칼날!"

어…. 이번엔 팔 전체에 느낌이 났다. 이거 분명히 파티 아니었으면 내 팔이 잘렸을 거야.

안나를 바라보자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안나…. 무서운 여자야. 웃는다고 용서가 될 거 같아? 음…. 되네.

"신기하네요? 그럼 광역 스킬은 모두 피해를 안 받는 걸까요?"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

"흐음…. 그럼 폭발도 되나?"

"되지 않을까?"

"근데 폭발은 자기 자신도 피해를 받는단 말이죠? 파티 효과로 본인도 피해가 안 가게 될까요?"

"어…. 그건 조금 애매하네. 안나야."

"네?"

"바람 칼날도 자기 자신에게 피해 주지?"

"해본 적은 없는데, 잠시만요. 근데 이거 파티는 어떻게 나가죠?"

"글쎄. 파티 탈퇴라고 한번 말해볼래? 상식적으로 그러면 탈퇴가 돼야 할 건데."

"파티 탈퇴."

['Анна Старцева'님이 파티에서 나갔습니다.]

되네. 확실히 이놈들 근본은 있다니까.

"바람 칼날!"

내가 잠시 딴생각하는 사이 자신의 팔을 향해 바람 칼날을 쓰는 안나.

옷이 찢어지면서 팔에서 피가 팍 튀긴다.

깜짝 놀란 승희가 바로 다가와 바로 힐을 걸어주자 상처는 빠르게 낫는다.

하지만 나는 깜짝 놀라서 안나를 보고 약간 화내듯 말했다.

"테스트는 좋은데 조금 살살해!! 그정도로 할 필요는 없어!"

"괜찮아요. 어차피 승희도 있고 포션도 있잖아요.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런 건 별거 아니에요."

얼굴에 피가 튄 상태에서 그런 말을 하니 약간 섬뜩하잖니.

약간…. 맹목적인 부분이 있는 그녀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나가 무섭거나 하진 않다.

이뻐서 그런 걸까? 모르겠네. 이쁘지 않은 안나는 상상이 안 가니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이야. 조심해."

"알겠어요."

승희의 힐 덕분에 바람 칼날로 났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승희에게도 해맑게 웃어주는 안나. 뭐야 승희 너는 왜 부끄러워하는데.

물론…. 안나의 미소가 파괴력이 세긴 하지. 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