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86화 (386/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대결

다음날.

세아가 수납을 마스터 했다.

그리고 승희와 안나도 블링크 마스터 직전까지 됐고, 미나도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

확실히 체력 증가를 찍으니까 숙련이 팍팍 되네.

포션 먹는 게 반으로 줄어버리니 속력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지.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어.

게다가 재미없이 벙커 안에서 숙련하던 것보단 재밌긴 할 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야외에서 숙련하니 물약 멀미도 좀 덜 할거고.

어쨌든 강해지는 것은 좋은 거야. 물론…. 아직 짱개놈들 지급 파견대 하나보단 못하긴 하지만.

세아가 이제 스킬 여섯 개 마스터.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번 스킬로 어느 정도 구색은 갖췄다.

"자. 이제 스킬 배우자. 강화 주먹. 아. 그전에."

"어?"

"스킬 반경 증가1이랑 스킬 지속 시간1 나왔을 거야."

"어. 있네."

"지금 너에겐 그다지 쓸모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배워놔. 어차피 둘 다 1이라 10만씩밖에 안 하니까."

지난번에 짱개 코인 선물 세트를 획득해 놔서 다행이다.

그때 얻은 천만 코인. 넷으로 나눠서 250만씩밖에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고 있어.

이제 그걸로 짱개들을 쳐 죽이러 가는 거지. 후후. 기대되네. 무럭무럭 자라렴. 윤세아.

"배웠어. 그다음 강화 주먹?"

"어."

"이거면 보호막이고 뭐고 다 때려 부술 수 있다고?"

짱개 년에게 들었던 건 이미 모두에게 공유했다.

물론 매혹은 아직 설명할 수 없기에 출처는 적당히 둘러댔지만.

그리고 세아는 근접 공격 스킬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상당히 호전적이야. 게다가 인파이터라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쉽게 예상 못 하겠지.

하긴, 그런 의외성이 미세하게라도 우위에 설 수 있는 거니까.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 나도 직접 보지 못한 거라 확인은 안 되지만. 게다가 데미지 감소 있으면 그것도 아니고."

매혹으로 말한 거니 그 짱개 년이 잘못 말했을 리가 없다.

설령 공산당 새끼들이 잘못 알려줬더라도 본인이 봐온 게 있으니 틀렸으면 정정했을 거다.

그러니 정보 자체는 틀린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거짓은 없었어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맹신할 수는 없다.

내 눈으로 보고 겪지 않는 이상 확신은 금물이야.

"흐음…. 그럼 그것들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냐?"

"아냐. 지금은 이게 더 급해."

"대체 뭘 할 셈인데? 좀 알려줘 봐."

"알겠어. 준비가 다 되면 알려줄게."

"별걸 다 비밀로 하네. 어휴."

그러면서 자신의 앞 빈공간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하여간 웃긴다니까. 투덜거리면서도 시키는 대로 다 하잖아?

"찍었어."

"그래? 그러면…. 잠깐 나랑 가자."

승희와 안나, 미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잠시 나갔다 온다고 말해놓고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로 냉큼 들어가는 세아. 그런 세아를 미나가 살짝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긴, 쟤도 때가 되긴 했어.

부러워 마라. 미나야. 너는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단다. 얼마 뒤면 너는 나랑 질리도록 다니게 될 거야.

나도 게이트로 들어가자 세아가 나를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 여긴 집이잖아?"

"따라와."

"뭐야? 결투야? 결투 신청이야?"

"뭔 결투야. 그리고 넌 나랑 싸우면 바로 져."

"엥? 과연 그럴까? 예전의 내가 아닌데?"

"자신감이 넘치시네?"

"당연하지. 나도 블링크 마스터라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세아. 호오. 이것 봐라?

"야. 너 다시 게이트 넘어가 봐."

아직 닫지 않은 게이트. 세아가 바로 넘어간다.

나도 넘어가자 승희와 안나, 미나는 나와 세아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뭐 놓고 갔어요?"

"아니. 뭣 좀 하고 가려고."

승희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나는 세아를 향해 말했다.

"자. 여기서 하자. 장소는 여기 백령도의 육지 전역. 룰은…. 그래. 너는 괴력 쓰지 말고 내 몸 어디 한 군데라도 건드리면 승리. 나는 너 재우면 승리. 내가 너에게 핸디를 줄게. 나는 투명화 안 쓴다. 오케이?"

"왜? 투명화 쓰지?"

"넌 탐지도 없잖아. 솔직히 너는 내가 투명화 쓰면 나를 건드릴 수도 없어. 그러니 내가 핸디를 주겠다 이거야."

세아는 그 생각까지는 못했나 보다. 핸디라는 말에 약간 찝찝해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너는 투명화 써도 돼. 근데 쓰나 마나 상관없긴 하다. 체력 아까우니까 쓰지 마라."

"어? 뭐야? 왜?"

"너 블링크 거리 해봐야 220미터 밖에 안돼. 그리고 나는 탐지 범위가 380미터라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아니다. 그냥 써라. 그게 더 스릴 있겠네."

살살 약 올리자 세아가 슬슬 발끈하는 게 보인다.

쯔쯔. 이래서 안 돼.

세아야. 대결은 이미 시작한 거란다. 이런 거로 발끈하면 넌 이미 지고 있는 거야.

물론 저게 연기일 가능성도 있지만…. 과연?

"아. 그리고 포션 챙겨라. 니 코인 써서 포션 먹지 말고."

그것도 까먹고 있었는지 후다닥 가서 중급 회복 포션을 몇 개 주머니에 챙긴다.

"어…. 그리고."

"아! 뭐가 그렇게 주절주절 말이 많아?"

"어휴. 다 너를 위한 거잖니. 수면 걸려도 다 알아서 받아줄 테니 높은 곳 무서워하지 말고 덤벼도 된다고."

"으…. 빨랑 해!"

크크. 한껏 열받아 보이는 세아. 자. 그럼 슬슬 해볼까?

"어디보자. 이걸로 할까?"

나는 주변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들었다. 그걸로 뭘 하려는지 궁금해 하는 세아가 한껏 텐션을 올린채로 나를 바라본다.

"이걸 던져서 땅에 떨어지면 바로 시작이야. 알았지?"

"알았어! 빨리 하기나 하자고!"

"둘이 대결 하는 거에요?"

미나가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나는 돌멩이를 든 채로 미나에게 대답한다.

"응. 세아가 나한테 덤비네? 그래서 교육 좀 해주려고."

"캬악! 빨리 시작이나 하라고!"

연기일까? 아닌데. 저건 진짜 약오른 표정이네.

미나는 세아의 모습에 살짝 놀란 듯 뒤로 물러섰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돌멩이를 던졌다.

하늘로 올라간 돌멩이는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땅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바로 스킬을 썼다.

"무효! 수면!"

내 앞에 나타났다가 비행이 풀리며 자세가 무너지는 세아가 바로 잠들어 버렸다.

수면이 들어간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손을 뻗어서 쓰러지는 세아를 받아낼 수 있었고 그걸 바라보던 승희와 미나, 안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효."

잠에서 깨 내 품에서 눈을 뜬 세아.

자신의 상황을 보더니 표정이 빠르게 일그러진다.

"으악!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진 거지."

"아니! 왜!? 어째서!? 이게 뭐야!? 반칙 아냐?"

"반칙은 무슨. 그렇게 정직하게 달려드는 애가 어딨냐?"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말이 안 되잖아! 말이! 블링크 할 위치를 어떻게 아냐고! 그걸 아는 스킬도 있는 거야!?"

"스킬은 무슨. 평소의 너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 살짝 약오른 상태였으니 바로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서 내 명치에다가 주먹을 꼽고 싶었겠지?"

내 말에 뜨끔한 표정을 짓는 세아.

뭐,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시퀀스 대로 움직였으면 되는 거니까.

세아는 나를 직접 쳐야 하는 입장이니 결국 팔을 뻗어서 닿는 위치로 올 수밖에 없다.

시작하자마자 블링크로 달려들었으면 결국은 주먹을 뻗는 순간에 내가 수면을 걸 수 있다.

만약 그게 아니고 거리를 벌렸으면 나는 무효 다음에 블링크로 멀리 도망갔을 거다.

아주 간단한 이지선다.

근접 공격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타격이 결국 내 몸 한정이라면 말이 주먹보다 빠르다.

물론 세아가 복싱선수였다면 내가 먼저 얻어맞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무효화를 당했으니 그냥 맨주먹이 될 뿐이다.

그건 예전에 안나를 구했을 때 겪어봤잖아. 가속화에 괴력을 썼던 그 남자.

"이익…. 그래도…. 이건…."

"다시 해?"

"다시 해!"

"좋아."

내가 흔쾌히 승낙하자 세아는 당황한 듯 나를 본다.

너무 쉽게 그러자고 해서 놀랐나?

"왜?"

"뭐가 왜야. 다시 하고 싶은 거 아냐?"

"아니…. 나야 다시 하고 싶지. 근데 왜?"

"뭐, 나도 재밌으니까? 그리고 나도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고."

사실 나는 마주칠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는 주의긴 하지만…. 나중에는 피치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하려면 연습을 하긴 해야겠지. 적어도 그런 상황에 가서 어버버 하는 것보단 낫잖아.

세아를 내려주고 다시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이번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세아.

흐음. 아까 살살 긁었던 거는 다 날아갔네. 이번엔 집중해야겠는걸?

돌멩이를 던졌고 땅에 떨어졌다.

이번엔 바로 블링크를 써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비행을 쓰고 다시 블링크 했다.

일부러 초장거리 블링크는 하지 않는다. 세아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하니까.

한번은 따라와서 내가 사라진 곳을 헛스윙하더니 다시 블링크로 빠르게 거리를 벌린다.

흐음. 블링크 하는 속도가 조금 늦네? 맞는 걸 확인 하고 블링크를 쓰나?

저런 영점 몇 초가 결국 생사를 가르게 된다. 굳이 휘두르는 주먹을 끝까지 볼 필요는 없을 텐데?

다시 블링크. 한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지. 바로 먹잇감이 될 거다.

게다가 블링크에 패턴을 줘서도 안 된다. 이건 몸에 익혀야 해.

나 스스로가 습관에 얽매이지 않고 랜덤하게 블링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한 습관적인 블링크가 파악되면 한순간에 골로 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랜덤으로 블링크를 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결국 위급한 순간에 눈에 보이는 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

게다가 상대방이 블링크 위치를 노리고 시야를 가릴 수도 있다. 결국,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해.

세아는 계속해서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거 쫄깃하긴 하네. 스릴 있어.

비록 괴력이나 공격 스킬을 쓰지 않는 세아지만, 맞으면 죽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확실히 짜릿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질 수는 없잖아? 세아에게 지면 얼마나 놀림을 당할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싱글거리면서 나보고 '허-접-' 소리를 할 세아를 생각하면…. 죽어도 질 수 없지.

저 가스나라면 분명 그럴 거야. 으으.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네.

그렇게 살짝 완급을 줘가면서 블링크를 한다.

한참을 이어진 블링크의 향연.

서로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빠르게 이어지는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하지만, 나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세아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무의미하게 블링크를 쓰며 도망가는 게 아니야.

삼십사, 삼십오, 삼십육.

자, 이제 슬슬 노려봐야지?

삼십칠.

세아가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빠르게 블링크로 피했다.

삼십팔.

안 나타났다. 위치는? 탐지에 잡힌 저 밑쪽의 세아.

바로 블링크를 해서 세아의 뒤쪽 위로 날아가 무효와 수면을 넣었다.

아차. 무효는 안 넣어도 되는데…. 습관적으로 넣었네.

땅바닥에서 포션을 마시다가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버린 세아.

나는 그대로 블링크를 해서 세아의 앞으로 간 다음 안아 들었다.

아이고. 역시 자고 있는 게 이쁘네.

"무효!"

안겨있던 세아가 눈을 번쩍 뜬다.

눈을 뜨더니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한다.

"아…."

하지만 그런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입을 앙다문다.

자기도 눈물을 보이긴 싫은가보다. 분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모습.

"자. 이제 가자."

여기서 놀리기라도 한다면 진짜 삐질 것 같기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어휴. 정말 비위 맞춰주기 진짜 힘드네.

"다음엔 안 질 거야."

겨우 담담한 척하면서 작게 말하는 세아.

"그래. 야. 솔직히 내가 짬이 있는데 지면 좀 그렇지."

별로 위로는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사실이긴 하다.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혹한 법이지.

잠시 눈물 닦을 시간을 주자 세아는 내 품에서 내려서서 심호흡을 길게 한다.

"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나는 비행을 써서 승희와 미나, 안나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세아도 바로 뒤쫓아 왔다.

저런 걸 보면, 확실히 승부욕 있는 게 좋다.

상대가 안 될걸 알지만 이겨보겠다고 덤벼드는 저 오기.

물론 실력이 없으면 만용이지만…. 저런 오기는 중요하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테니.

"누가 이겼어요!?"

승희의 물음에 나는 빙긋 웃기만 했다.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승희와 미나, 안나는 더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럼 다시 다녀올게?"

나는 게이트를 열었고, 다들 다시 인사한다.

"네. 다녀와요. 세아도 조심해서 다녀오고!"

"조심히 다녀와요!"

"다녀와요!"

세아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흔들더니 게이트로 들어갔다.

하여간, 어쩌니저쩌니해도 할 건 다 한다니까.

나는 그런 세아를 보고 한번 씨익 웃고 승희, 미나, 안나에게 손을 흔든 뒤 바로 게이트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