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82화 (38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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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학개론

쓰러져있는 짱개 놈들.

자신들이 어찌 될지도 모르고 자고 있는 놈들. 일단 신체 복구를 썼던 짱개 년을 먼저 깨웠다.

나름 곱상하게 생겼지만, 짱개 년이라 그런지 손대기도 싫다.

내가 만약 여자에 굶주린 상태였으면 이런 여자도 강간했을까?

음. 알 수 없는 일이야. 어쨌든 지금은 때려죽여도 싫다.

"야."

매혹을 걸고 몸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떼준 다음 발로 적당히 흔들어서 깨운다.

몇 번을 흔들어도 깨지 않아서 조금 짜증을 섞어 발로 찼더니 그제야 일어났다.

하여간 빠져가지고. 적당히 깨우면 알아서 일어나야지.

뭐, 마스터 수면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짱개 년.

"웃지마."

바로 표정을 굳히는 여자. 어휴. 꼴 보기 싫어.

"너 스킬 몇 개냐."

"저는 아홉 개 가지고 있습니다."

음. 무리 없이 대화가 되네. 하긴 러시아어도 됐는데 짱개어가 안될 리는 없지.

어쨌든 아홉 개라. 많네. 씨발.

"스킬 뭐 뭐 있어."

"비행, 투명화, 블링크, 힐, 보호막, 상태 회복, 회복 포션 제작, 데미지 감소, 신체 복구입니다."

휘유. 많네. 아홉 개는 역시 많구나.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게다가 처음 보는 스킬들이 있다. 상태 회복이랑 데미지 감소, 회복 포션 제작.

수확 좋네. 맘에 들어.

"상태 회복은 뭐지?"

"상태 이상에 걸린 사람들을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엥? 상태 이상이면 기절, 마비, 수면, 석화 그런 거?"

"네."

아니…. 쓸모 있긴 해 보여도 미묘하네. 아니지. 스킬 하나를 쓰기엔 존나 구리다.

수면이야 발로 차면 깨고, 기절은…. 기절도 때리면 깨지. 마비는 시간 지나야 하고…. 석화는 모르겠다. 당해본 적이 없어서.

아니 생각해보면 나쁘진 않네? 나야 혼자 다녔으니 전혀 쓸 일이 없지만 여럿이서 다닐 때는 약간 쓸모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그것도 아니네. 반사가 있잖아? 반사로 다 튕길 수 있는데 저딴 게 뭐가 필요하지?

"그게 다야?"

"아…. 숙련도가 오르면 일정 시간 동안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됩니다."

"그리고?"

"네? 그거 말고는 더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쓸모가 없다. 반사를 넘어서는 효과가 전혀 없어.

도통 왜 있는지 모르겠네?

"아니…. 그럼 그딴 스킬은 왜 배웠지? 그게 의미가 있나? 반사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약간 버그 같은 게 있습니다.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상태 회복을 쓰면 잠도 안 오고 마비도 안 됩니다. 기절도 안 하고요…. 그리고…."

"잠깐만. 잠이 안 오고 마비도 안 되고 기절도 안 한다고? 아니. 그럼 강제로 불면증이 되는 거야?"

"불면증이요. 아. 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씨발…. 누구는 잠을 자고 싶어서 그 개지랄을 떨었는데 강제로 불면증을 만들어?

지랄 염병을 하네.

어휴. 이 스킬 만든 새끼들은 진짜….

짜증이 벌컥 났지만, 일단은 참았다. 진정하자. 워워.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수면으로 재우는 잠과 사람이 졸려서 자는 잠이 같나? 존나 웃기네.

강제로 불면을 만들어준다고? 졸려서 잠이 와도 상태 회복을 걸면 잠이 깨?

와.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쓸모 있기도 하네.

강제 불면증이라니. 하. 씨발. 불침번 필수 스킬이네.

게다가 기절 면역이라고? 존나 처맞아도 광전사처럼 안쓰러지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네.

석화 면역은 뭐 그렇다 치고…. 마비 면역은? 하여간 존나 웃기네. 발상의 전환이라는 건가?

"지속시간은?"

"패시브 적용 안 하면 마스터 때 두 시간입니다."

"그럼 그걸로 잠 참고 있다가 풀리면 바로 자나?"

"네."

어이가 없다. 세상에. 근데 이 새끼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걸 안 거야?

"야."

"네."

"니네는 이런 걸 어떻게 아냐?"

"네?"

"그런 버그성을 어떻게 알았냐고."

"아. 당에서 확인한 겁니다."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만 하다.

이 새끼들 인구가 14억인가 15억인가 그렇잖아?

그 말은 처음 스킬 찍은 새끼들만 15억이라는 거다.

게다가 처음부터 통제가 가능했다고 했으니 이놈들은 원하는 스킬들을 찍게 해서 이것저것 알아볼 수 있었을 거고.

인권? 그딴거 없었잖아. 그러니 모든 스킬들을 다 찍게 한 다음 이것저것 테스트가 가능했겠지.

그래.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새끼들이 모래 조종 같은 거로 모래 결계를 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진동파로 비행을 못 하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스킬의 이해도가 다른 거다.

우리야 살아남은 놈들이 어찌어찌하면서 써보고 알아내는 반면, 저놈들은 애초에 인구빨로 다 찍어본 다음 기초 스킬에 대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거야.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파악하고 난 다음 활용법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지들끼리 공유했겠지.

대단하네. 정말. 역시 공산당 새끼들답다. 웃음이 절로 나오네.

"그래. 좋아. 상태 회복이라. 강제 불면증, 강제 버서커. 하하. 그래. 다음은 회복 포션 제작?"

"네."

"그건 뭐야. 설명해봐."

"말 그대로 회복 포션을 만듭니다."

"끝이야? 그걸로 체력도 회복되나?"

"아니요. 상처만 회복됩니다."

"그럴 거면 상점에서 사 먹지."

"상점은 비쌉니다."

하긴, 그렇지. 그럼 이해가 간다.

상점에서 파는 회복 포션은 체력까지 회복시켜주는 회복 포션.

스킬로 만드는 회복 포션은 상처만 회복시켜주는 회복 포션.

결국, 따지고 보면 힐이랑 다를 게 없다.

다만 힐은 누가 걸어줘야 하는 거고, 회복 포션 제작은 상비해놓고 먹을 수 있는 거고.

"성능은?"

"힐이랑 같습니다."

"몸이 잘려나가거나 그런 건 치료 안 되고?"

"네. 그건 신체 복구로…."

"역시 그런 건가. 그럼 회복 포션 제작은 그다지 쓸모가 없네. 그걸로 장점은 있나? 아까 그런 버그성 그런 거?"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쓰레기네."

내 말에 별다른 대답이 없는 짱개 년. 됐어. 그럼 회복 포션 제작은 의미 없고.

"데미지 감소는?"

"말 그대로입니다. 데미지 감소입니다."

"아니. 그건 나도 알아. 멍청한 년아. 얼마나 어떻게 데미지 감소를 시키냐고."

"테스트한 거랑 겪어본 바로는 마스터했을 때 피해의 80퍼센트 정도입니다."

"80퍼센트?"

"네."

"그럼 처음 배우면?"

"하급일 때 20퍼센트로 숙련도마다 20퍼센트씩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높다. 나는 즉사만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80퍼센트라니.

"그럼 광역 공격 이런 거 맞아도 안 죽나?"

"여유 있게 포션으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당연히 광역 스킬 무효화에는 벗겨지고?"

"광역 스킬 무효화요. 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스킬이다. 광역 스킬 무효화는 씨발 개 씹 OP니까 어쩔 수 없고.

무효화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보호막이 선행이잖아.

안그래도 광역 스킬은 다 막을 수 있는데 기껏 비집고 들어가 맞춘다고 하더라도 포션 하나 먹고 훌훌 털어버린다는 소리.

하. 좋긴 좋겠네. 근데…. 의미가 없지.

"너네는 왜 광역 스킬 무효화를 필수로 안 배우지?"

"광역 스킬 무효화는…. 비행하고 있을 때는 무용지물입니다. 게다가 아군의 스킬도 무효화시키기에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병신들인가? 그걸 잘 피해서 쓰면 되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쓰기가 까다로워서 선호하지 않습니다. 몇몇 히트맨만 사용하는 스킬입니다."

내가 혼자 다니기에 쟤들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건가?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든다.

어찌 됐든 아군이 우르르 뭉쳐있으면 쓸 수 없는 스킬이긴 하다.

버프를 둘둘 감고 있는데 아군이 광역 스킬 무효화를 잘못 써서 버프가 싹 증발해버리면 바로 죽어버릴 수 있으니까.

"반사는 왜 없냐? 탐지는?"

"상태 회복과 데미지 감소가 있기에 반사는 필요 없습니다. 탐지는 탐색조와 전투원만 있으면 됩니다. 지원조는 굳이 배울 필요 없습니다."

역시…. 그게 크네.

혼자 다니는 나와 여럿이서 꼭꼭 뭉쳐 다니는 놈들의 마인드 차이.

이 새끼들도 빠졌구만. 결국, 협동 체제를 완전히 탈피하진 못했어.

어떻게든 무리를 짓고 무리가 힘을 모아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걸 포기 못 하는구나?

아니다. 이 시스템은 그런 게 아니야.

한 명의 절대 강자와 그 강자의 보호를 받으며 필요한 부분만 서포트 하는 방식이 훨씬 더 유리해.

내가 승미세안 네 여자를 육성하는 이유도 그거지. 모든 인원이 위험한 전장에 모두 나와 있을 필요는 없어.

결국, 이 새끼들도 그런 거다. 전면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든 서로 마주하고 상대를 힘 대 힘으로 깔아뭉개는 방식을 선호하는 거다.

잘 짜여진 스쿼드로 시너지를 내서 상대를 압도하는 것.

물론….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아직 내가 그 파괴력을 정확하게 이해 못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결국 사람이 많아지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건 아마도…. 결국 드러나 있는 것을 지켜야 하는 놈들이 가진 숙명 같은 거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숨을 수 없는 놈들.

결국은 그게 약점이 되고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 차선을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

왕관을 가지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그런 거지.

병신들. 왕관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

그런 건 일찌감치 내려놓고 숨어있다가 그걸 노리는 놈들을 다 죽여야지.

"신체 복구는…. 그냥 이것도 말 그대로냐? 절단되거나 몸에서 분리된 신체를 붙이는 거?"

"네. 맞습니다."

"머리와 몸이 분리 되도 살릴 수 있냐?"

"아니요. 머리와 몸은 분리되면 빛이 되어버립니다.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빛만 안 터지면 되는 건가?"

"네. 즉사하지 않는 이상 살려낼 수 있습니다."

"하는 거 보니까 시간이 제법 걸리던데."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숙련도 몇인데."

"중급입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재생시키는 속도가 빨라지나?"

"네. 그렇습니다."

하급에서 중급 올라오면서 확인해 본 건가? 그럼 뭐 그건 맞겠고.

"근데, 그건 뭘로 숙련하냐?"

"보통은 포로나 죄수의 손발톱을 뽑습니다. 고문과 자백을 겸사겸사해서 손발톱 말고도 혓바닥이나…."

"그만. 됐어. 닥쳐. 씨발."

으. 몸서리쳐진다.

사람 목은 마체테로 서걱서걱 베어낼 수는 있지만, 고문은 싫어.

죽이려면 깔끔하게 죽여야지. 신체 훼손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허벅지에 마체테 찌르는 거 정도가 다야.

손가락이나 막 그런 걸 요래 요래 하는 건 싫어. 으. 생각하니 또 부르르 하네.

어쨌든…. 이것저것 많이 알았다. 쓸만한 정보가 많네.

기상천외한 것들을 제법 알았어. 이놈들의 성향도.

이제 스킬은 그만하면 됐고, 녀석들에 대해서 알아봐야지.

아니다. 잠깐. 기왕 스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마저 알아보자.

이놈들 보아하니 저 티어 스킬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기왕이면 이것저것 다 알아보는 게 좋겠지.

나는 스킬 표를 꺼내서 살펴봤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킬들,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스킬들. 이번 기회에 알아봐야겠어.

"번개 주먹 같은 스킬도 아나?"

"네. 보호막 사용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스킬입니다. 번개 주먹과 썬더 킥."

"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주먹과 발차기는 보호막에 막히지만, 번개 주먹과 썬더 킥은 맞은 다음 장애물을 통과해서 번개를 뿜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막 사용자들이 순식간에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데미지 감소 스킬을 필수로 배우는 거고요."

얼래? 예상했던 답이 아니다.

나는 '쓰레기입니다.' 같은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뭐? 장애물을 통과해서 번개를 뿜어? 와씨. 이건 또 몰랐네?

"그럼 데미지 감소 말고는 막을 방법이 없는 건가?"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반사로도 막히지 않고 보호막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블링크로 다가와서 스킬을 쓰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블링크로 도망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허…. 이거 참. 어처구니가 없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개 무시 되는 기분이네.

존나 병신 같은 스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씹사기 스킬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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