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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고작 티어1스킬로 이런 효과를 내는 게 신기하다.
진동파. 나중에 배울 EMP를 위한 선행 스킬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걸로 사람을 죽이기도 힘들고 정확하게 어떻게 효과를 내야 하는지도 몰랐기에 크게 주목은 하지 않았던 스킬.
근데 이런 걸 보니 욕심이 난다.
진동으로 평형감각을 무력화시켜서 비행이랑 블링크를 봉쇄한다고?
이러면 가치 급상승이지. 마다할 이유가 없어.
어쨌든 진동파 덕분에 하늘에 떠 있던 놈들은 전부 땅으로 내려왔다.
이러면 상당히 난전이 되겠네. 땅에 있으면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쓸 수 있잖아?
스킬이 아무리 많아도 적은 놈들한테 얼마든지 따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패시브로 사거리가 아무리 늘었어도 장애물이 많아서 백 퍼센트 활용이 안 된다.
내가 당하면 좆같을 테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개꿀잼인 상황.
게다가 벽 쪽 녀석들은 상당히 난감해 하는 게 보였다.
신체 복구를 쓰고 있는 여자와 치료하고 있는 남자. 이들을 지켜야 하는 상황.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든다. 왜 신체 복구를 꼭 지금 해야 하는 거지?
그냥 게이트 같은 거 열고 자기들 본진 같은 곳으로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저 남자가 꼭 필요한가? 저렇게 오래 걸리는 스킬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약간 이해를 못 하겠다. 뭔가 이유가 있긴 있을 거 같은데.
어쨌든 신체 복구녀와 다리 절단남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갖춘 별놈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압박해가는 호텔 놈들.
벽놈들의 원사이드한 제압이 될 줄 알았는데, 비행과 블링크가 봉쇄당하면서 상당히 팽팽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멀찌감치에서 탐지로 보고 있는 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멀리 있었기에 진동파에 당한 건 별로 심각하진 않았다.
지금이라면 비행이나 블링크를 다시 쓰는 건 크게 문제없는 상황.
게다가 아직은 짱개놈들에게 내 존재는 발각되지 않았다.
언제든지 기습적으로 참전할 수 있다. 그러니 타이밍을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줄어드는 숫자.
숫자가 줄어들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실력 있는 짱개들이 줄어드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잖아?
게다가 숫자가 줄어들수록 내가 녀석들을 제압할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녀석들이 다섯 명 이하로 줄어드는 건데. 아. 여자들이 포함되면 더 많아도 되고.
지금 탐지에 걸리는 녀석들은 다 합쳐서 20명 정도.
제압당했는지 움직이지 않는 기척도 있고 하니 실제로 멀쩡한 녀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래. 계속 서로 죽여라. 나야 정보만 얻으면 되니 몇 명이 죽어도 상관없어.
기왕이면 아까 그 모래 녀석은 사로잡았으면 좋겠는데.
그놈이 대장 같아 보였으니 정보를 얻기 가장 좋을 거다.
어차피 호텔 놈들은 그렇게 필요 없다. 그 모래 녀석이 호텔 놈들의 정보도 어지간해서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근데 문제는 모래 녀석을 잡아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이놈들은 짱개잖아. 내가 최신영을 이용해서 모래 녀석에게 매혹을 걸어도 말이 안 통한다.
나야 번역 스킬이 있으니까 상관없는데…. 최신영이 짱개어를 알까?
'내 말에 순순히 대답해.' 같은 명령을 내리게 할 수가 없다. 딱 그 한 문장만 말하게 하면 되는데.
아오. 일단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일단은 잡아 놓고 생각하자고.
그렇게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숫자가 열넷 정도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정확하게 서로 몇 명씩 남았는지는 잘 모르는 상황.
근데 탐지 상황으로 봤을 땐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
다시 하늘에 날아다니는 놈들도 생겼고, 블링크를 쓰는 놈들도 생기기 시작하는 거 보니 결국 호텔 놈들이 밀린 거 같아.
두 명이 더 죽고, 갑자기 기척 하나가 미친듯한 속도로 외곽을 향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따라 쫓아가는 두 개의 기척.
도망가는 놈은 가속화 같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척. 그리고 쫓아가는 녀석들은 둘 다 블링크 인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 기회다. 녀석들이 분리된 지금이 기회야.
바로 지금 있던 자리를 저장하고 블링크를 써서 쫓아간다. 짧은 사이에 제법 멀어진 녀석들.
알아서 거리를 벌려준다고? 좋아. 이러면 나이스 하지.
가속화 녀석이 너무 빨라 두 명이 블링크를 썼는데도 쉽게 잡질 못하는 것 같다.
게다가 땅으로 도망가는 녀석을 잡는 거라 다들 지면 가까이에 와있다.
충분히 광역 스킬 무효화의 범위에 닿는 녀석들.
이러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빨리 잡아야 한다는 것.
블링크로 도망가는 녀석을 쫓아갈 자신은 없다.
하늘로 떠버린 다음 블링크를 쓰고 도망가면 잡을 방도가 없어.
블링크 한 뒤 지면 근처에 떠 있는 한 놈의 발밑에 무효화를 뿌렸다.
비행과 투명화가 풀리면서 깜짝 놀라는 녀석.
하지만 그 전에 내 수면이 먼저 걸렸다.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모습.
콰직!
그래도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기괴하게 꺾인 사지로 꿈틀거리는 모습.
바로 블링크로 가서 마체테로 쑤신 뒤 빛이 터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른 놈 근처로 블링크 했다.
아직 상황을 모르는 것 같은 녀석. 앞선 녀석과 똑같은 방법으로 해치웠다.
가속화 녀석은 내가 아군이라고 생각했는지 도망가지 않고 주변에서 머물고 있다.
녀석이 도망가기 전에 바로 블링크를 써서 근처로 간 다음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멍청하긴. 왜 거기에서 긴장을 풀고 방심을 하는 거야?
하여간 어디든 생각 없는 애들은 꼭 있어.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여자다. 오. 이건 나이스네.
생긴 건…. 어. 당장 죽여도 상관없는 외모다.
어차피 짱개 년들이랑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아무리 이뻐도 별 의미는 없긴 하지만.
페이즈 아웃을 써야 할지도 모르니 일단은 테이프로 묶어 놓고 아무 건물 안에다가 던져놨다.
뭐라도 아는 게 있겠지. 일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자라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제야 방금 죽인 두 놈의 코인을 회수한다. 둘이 합쳐서 42만 코인. 역시 가진 게 많다.
개별 단가가 상당히 높아졌어.
그러고 보니 중국 와서 첫 살인인 거 같네. 그동안 몸을 많이 사리긴 했지.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순간 이동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순간 이동을 하면 여기가 어딘지 다시 찾기 힘들 거 같다. 왔던 길을 되짚어서 천천히 비행으로 돌아간다.
블링크를 펑펑 쓰고 와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멀리 왔네.
아니, 내가 방향을 제대로 안 잡았나? 아오. 이놈의 도시는 어디가 어딘지 정확하게 위치 가늠이 힘드네.
빨리 번역을 배우던가 해야겠다. 간판이라도 봐야 어디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그렇게 가고 있는데 탐지에 기척 하나가 걸렸다.
아까 가속화 년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한 명의 기척.
얼래? 쟨 뭐지? 뭔진 모르지만, 저놈이 온 쪽이 아까 녀석들 있는 쪽인가보다.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네.
암튼 저 새끼는 뭔진 몰라도 잡는다. 따로 떨어져 있으면 잡아야지.
게다가 저렇게 죽여줍쇼 하고 저공비행 하고 있는데.
블링크. 그리고 무효화. 비행이 풀려서 깜짝 놀란 녀석에게 바로 수면.
이런 걸 보면 어지간한 놈들은 비행이 풀릴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나 보다.
그런 상황을 별로 안 겪어 본 건가? 아니. 뭐 겪어보기는 힘들겠지.
광역 스킬 무효화가 있어도 범위 증가 패시브가 없으면 공중에 떠 있는 상대에게 무효화를 걸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있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어쨌든 찍을 표적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찍은 타겟 반경으로 무효화가 들어가는 거니 허공에다가 못 쓸 뿐이지.
어쨌든 그렇게 땅에 떨어져 바로 죽어버린 녀석의 코인을 줍고 다시 방향을 수정해서 날아간다.
탐지에 걸리는 인원들. 좋아. 이번엔 제대로 왔네. 어디…. 얼마나 남았나?
기척이 열 개. 즉, 열 명. 게다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결국, 저놈들은 다 벽 쪽에서 온 놈들이라는 거네.
호텔에 있던 오십 명 가까운 인원이 몰살당했는데 저쪽은 반밖에 안 죽은 거야? 실력 차이가 꽤 되는구나?
최대한 시야가 트인 하늘로 올라가 지켜보는데 정확하게 잘 보이진 않는다.
아. 진짜 천리안 배워야겠네. 답답하다 정말.
페이즈 아웃을 써서 일단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아야겠어.
근처로 가서 주변에 혹시 페이즈 아웃을 쓰고 있는 짱개가 있는지부터 잘 살펴봤다.
다행히 없는 것 같긴 한데…. 스킬을 못 쓰니 확신은 못 하겠네.
어쨌든 가까이 와서 보니 상황이 조금 달랐다.
열 명이 전부 벽 쪽에서 온 게 아니었어. 아까 사로잡았던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를 포함한 숫자였다.
그럼 벽 쪽은 여덟 명. 그중에 하나는 아직도 신체 복구를 받고 있다.
거의 끝나가는 모습. 다리는 이제 발가락 근처까지 재생됐다.
음…. 저 스킬 좋긴 하네. 숙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은 안 잡히지만 있으면 확실히 좋긴 할 것 같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니 치료가 완료된 듯 여자가 이마를 닦으며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남자의 치료가 완료되자 이놈들은 조금 부산스러워졌다.
모래 놈이 주변을 향해 뭐라고 외쳤고, 다들 주변으로 날아올라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아까 가속화 녀석을 쫓으러 간 녀석들이 소식이 없어서 그런 걸까?
하긴 녀석들 입장에선 어처구니없긴 하겠지.
다 잡고 마무리하러 보냈는데 깜깜무소식이니.
옆에서 방금까지 치료하던 여자가 모래 놈에게 뭐라고 말했고, 모래 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더니 뭔가를 말했고, 여자는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방금 치료한 녀석을 깨웠다.
포션을 마시면서 인상을 쓰는 남자.
방금 다리가 잘렸다가 다시 생겨난 기분이 어떨까? 기분 더럽겠지?
여자의 말에 잠깐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게이트를 열었다.
와. 페이즈 아웃 상태에서 포탈을 보니까 느낌이 되게 이상하네.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모래가 먼저 포탈을 타고 들어갔고, 남자 두 명이 쓰러져있는 호텔 쪽 남자랑 여자 하나를 데리고 따라갔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던 놈들이 하나씩 돌아와 포탈을 타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포탈로 들어가는 녀석들.
잠깐…. 이거 기회지? 이렇게 좋은 찬스가 없잖아?
포탈을 연 녀석, 그놈을 치료해준 여자, 마지막으로 땅에 내려와 포탈을 타려고 앞에 섰던 남자 하나.
나는 바로 페이즈 아웃을 풀고 무효화와 수면 세 방을 날렸다.
포탈이 사라지고 남자 둘과 여자 하나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나이스. 병신 같은 녀석들.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았어야지.
혹시 이쪽으로 누군가 순간 이동을 해서 오거나 게이트를 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탐지를 키고 잔뜩 경계했다.
아마 저 부상에서 회복된 놈이 전문 게이트 인원인 거 같으니 아마 이쪽으로 순간 이동이나 게이트가 열릴 리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대범한 놈이 아니거든.
한참을 지켜봐도 누군가 이쪽으로 올 기미는 안 보인다.
됐어. 나이스. 좋아. 그래도 방심하진 않는다. 일단은 빠르게 달려가 녀석들을 테이프 질 했다.
신경 써서 입을 꽁꽁 틀어막고 게이트를 열었다. 목적지는 수원.
바로 게이트에다가 남자 둘과 여자를 냅다 집어 던지고 게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아까 가속화 년이 있던 곳으로 가서 게이트를 열고 집어 던졌다.
나 역시 게이트를 타고 수원으로 넘어온 다음 바로 게이트를 닫았다.
"크크크크큭."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결국, 지들끼리 피 터지게 싸웠지만, 최종적으로 이득을 본 건 나다.
물론 전부 말끔하게 전멸시킨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벽놈들은 호텔의 잔당이 얘들을 잡아갔다고 생각하겠지?
내 포지션을 노출하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깔끔한 상황은 없다.
자. 이제 이놈들에게 정보를 뽑아내야 할 시간.
일단 마땅한 곳이 없어서 수원으로 오긴 했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여기 가속화 썼던 년이나 신체 복구는 내가 직접 정보를 뽑아낼 수 있으니 상관없다.
근데 남자 두 놈은 애매하네. 방법이 없어.
특히 이 게이트 녀석. 이놈은 입이 풀리면 바로 순간 이동으로 도망갈 수 있는 놈이다.
결국, 밥 먹이기도 쉽지 않은 녀석.
아. 정보 캐내기도 점점 힘드네.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