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78화 (37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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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얼마 있지 않아 두 무리가 내 탐지 안에 모두 잡혔다.

대충 정삼각형 모양으로 있으니 둘 사이의 거리는 약 350미터 정도.

녀석들이 서로 탐지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몰라도 아직은 서로 닿지 않는 상황.

벽에서 출발한 놈들이 그대로 속도를 줄인다.

일사불란하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놈들.

역시, 저런 걸 보면 상당히 능숙한 놈들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거 같아.

두 무리의 간격은 한 250미터 정도? 눈짐작이라 정확하진 않다.

단순한 간격 유지지만 나에겐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벽에서 온 놈들, 저놈들은 호텔에 있던 놈들을 잘 아는 놈들이다.

녀석들의 위치, 수준, 실력.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니 저렇게 간격을 잡았을 거다.

250미터라. 스킬 반경 증가 4를 찍으면 탐지 거리가 200미터가 된다.

스킬 반경 증가 4는 티어 10이다. 스킬 아홉 개가 마스터고 열 개의 스킬을 가진 놈들이라는 것.

결국, 호텔에는 그 정도의 실력자가 있다는 뜻이다.

워. 티어 10이라니. 만만치 않네. 어지간한 좋은 스킬은 다 가지고 있을 거라는 소린데.

그렇게 멈춰 서서 서서히 진형을 짜는 벽놈들.

호텔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서서히 퍼져나간다. 몇 놈은 빙 돌아서 배후를 잡으러 가는 모습.

포위할 생각인가? 포위하는 게 그다지 현명해 보이진 않는데.

숫자가 적은 쪽이 많은 쪽을 포위하다니…. 상식 밖의 일이다.

게다가 이건 일반 전쟁이 아니다. 굳이 포위한다고 이점이 생기진 않아.

오히려 각개 격파당할 수도 있는 상황.

아니지. 저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녀석들 하는 짓을 보면 그렇게 멍청한 놈들이 아니야.

결국은 저 안에 50명 가까이 있는 놈들이 전부 쓸만한 전투원은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그러면 이해가 가지. 어설픈 실력으로는 순삭 당할 수 있으니까.

녀석들이 포위하게 되면서 내가 있을 위치가 조금 애매해졌다.

어쩔 수 없이 조금 위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포위하는 녀석들이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위쪽으로는 사람을 안 보냈다.

이유가 있나? 음. 잘 모르겠네. 어쨌든 덕분에 위로 밀려났고, 조금 더 싸늘해졌다.

3월이고 남쪽이라 한겨울의 맹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싸늘하다.

게다가 이렇게 높게 올라오면 지상보다 더 추워진다. 뭐….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니 참는다. 보니까 영하 정도는 아닌거 같은데.

이 정도면 뭐 할만하지.

그렇게 벽놈들이 호텔 놈들을 들이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호텔 안에서는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탐지로만 확인하는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움직임이 그렇다.

이놈들은 나와서 맞설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하는 짓을 보니 어제오늘 사이에 호텔에서 갑자기 모두 사라진 방법이 뭔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고, 기척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다.

페이즈 아웃을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저렇게 모일 필요는 없을 거다.

아마도 저건…. 게이트. 아마 누군가가 바깥의 벽놈들을 발견하고 바로 게이트를 연 거 같다.

호텔 놈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벽놈들도 그걸 눈치챘나 보다. 탐지에 놀라운 움직임이 잡혔다.

호텔 외부 근처에 갑자기 나타난 기척, 바로 사라진 기척, 다시 나타난 기척.

그리고 호텔 안쪽에서 기척 줄어들던 게 멈췄다.

와씨. 기척으로만 보려니 존나 뭐가 뭔지 모르겠네.

궁금하지만 들어가 볼 수도 없다. 페이즈 아웃으로 가서 보는 것도 마땅치 않다. 스킬을 쓸 수 없으니까.

게다가 페이즈 아웃에서 짱개놈들을 마주칠 수도 있으니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냥 이렇게 최대 사거리에서 탐지로 관음하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

어휴. 빨리 패시브 쭉쭉 찍은 다음 천리안이랑 투시 찍고 싶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팝콘 먹으면서 구경이 가능할 텐데.

안쪽에 있던 호텔 놈들이 갑자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게이트를 못 쓰게 됐나?

게이트를 못 쓰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지? 생각나는 건 광역 스킬 무효화밖에 없는데.

스킬 사용 불가 지대도 있네. 그리고 또 뭐가 있나.

시전자를 죽이는 거?

음…. 시전자를 죽여도 게이트가 남아있나?

그건 잘 모르겠네. 어쨌든 안에서 뭔가가 일어나긴 한 거 같다.

더는 게이트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게 분명해.

벽놈들에 비해 호텔 놈들은 생각보다 단합이 잘 안 되나 보다.

한쪽으로 우르르 도망가는 게 아니고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하나씩, 둘씩 사방으로 흩어지는 녀석들.

숫자는 스물은 넘고 서른은 안되는 거 같다. 짧은 시간 동안 게이트로 넘어간 이들이 꽤 많은 거 같아.

그리고 호텔 안쪽에서도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게 분명하다.

기척이 방금 두 개 사라졌다.

페이즈 아웃일 수도 있고 블링크일 수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죽은 거 같다.

뭐랄까. 설명하기는 힘든데 감이 그렇다. 순식간에 둘이 기척에서 사라졌으니까.

동시에 페이즈 아웃을 쓰거나 블링크를 썼다기보단 죽은 게 조금 더 상황에 맞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아까 벽놈들 중에 호텔 안으로 들어간 놈의 움직임이 대충 이해됐다.

블링크로 호텔 벽에 붙어서 페이즈 아웃으로 벽을 넘고 나오면서 바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는 거지.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고, 그 움직임이랑 거의 비슷했다.

영 만만치 않네. 이 새끼들은 뭐가 좋은지 확실히 아는 놈들이야.

지금 스킬 트리에선 이것보다 좋은 스킬 구성이 없다.

나도 아는 것들을 다른 녀석들이 모를 리가 없지.

게다가 스킬을 열 개 정도 찍었으면 저 정도 스킬은 얼마든지 찍을 수 있었을 거고.

뿔뿔이 흩어진 호텔놈들을 향해 벽놈들도 흩어져 추격을 시작했다.

호텔 놈들 움직임으로 봐선…. 저놈들은 글렀다.

비행이나 가속화가 있는 놈들도 있긴 있는 거 같은데, 대부분이 뛰어서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

블링크가 있고 없고는 상당히 크다. 물론 블링크가 만능은 아니라지만, 없는 놈이 있는 놈들 잡기는 쉽지 않다.

지형적인 이점이나 함정을 파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거다. 근데, 저렇게 도망가는 놈들이 그럴 여력이 있을까?

곳곳에서 기척이 하나씩 두 개씩 사라진다.

웃긴 건 벽놈들 중 다섯 정도는 아직 처음 서 있던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다는 거다.

저놈들이 진짜 실력자인 건가? 복장이나 서 있는 꼬라지를 봐선 딱 그렇게 보이는데.

그렇게 기척이 줄어드는 도중에 갑자기 다섯 놈 뒤쪽에 하나의 기척이 나타나더니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악!"

"아악!"

씨발. 뭐지?

방금 뭔가가 다섯 명 있는 쪽을 약간 비스듬하게 일자로 긁었다.

그걸 볼 수 있었던 것은 약간 불투명하게 빛나던 보호막이 그대로 찢겼기 때문이다.

어처구니가 없네. 보호막이 무적이 아니었어?

아니…. 그건 당연한가? 맨 처음 배울 수 있는 보호막이 언제까지고 물리와 광역 스킬을 모두 막을 수 있는 것도 웃기긴 하지.

어쨌든 그 공격으로 두 놈의 몸이 반으로 잘리며 바로 빛이 되었고 한 놈은 다리 두 쪽만 잘리고 땅으로 떨어졌다.

옆에 있던 무사한 놈이 급하게 땅으로 떨어진 놈을 잡아주러 내려갔고, 중앙에 있던 놈만 그대로 모습이 사라졌다.

씨발. 이게 뭔 상황이냐.

전부 다 투명화를 하고 싸우는 놈들을 기척으로만 보는 건 조금 짜증 난다.

뭐가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지. 하지만 최대한 유추해본다.

적어도 이놈들이 쓰는 스킬들은 내가 스킬 표에서 이름이라도 봤던 스킬들이야.

방금 두 놈을 죽이고 한 놈의 다리를 썰어버린 건 어제 페인트 남을 쫓았던 그놈 같다.

아마도 공간 절단. 씨발. 무시무시한 스킬이네. 기척도 전조도 없다. 휘두르면 베인다는 거잖아.

게다가 보호막도 찢었다. 저거라면…. 금속화도 찢어버리지 않을까?

그럼 거리를 벌리거나 블링크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같이 블링크 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예측으로 피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이는데.

하긴 근데 다른 것들도 다 그렇지. 어차피 일격 필살의 전투니까.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잖아.

어쨌든 순식간에 정신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기척들이 마구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

절단 녀석과 대장의 일대일 싸움인데.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양쪽. 가만히 있으면 공격당하니 틈나는 대로 블링크를 하는 모습.

저놈들도 탐지를 켜고 있을 테니 내 근처로 오면 나도 탐지가 걸릴 거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간격을 조금 더 벌렸다.

밑의 상황을 제대로 못 보긴 하지만…. 지금은 이 둘의 상황이 더 중요한 거 같지?

와씨. 이거 탐지에 안 걸릴 자신이 없는데.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면 녀석들이 내 탐지에서 벗어날 거고.

그렇게 걱정을 하는 도중 내 눈에 뭔가가 보였다.

분명 수납이었다. 수납이 살짝 열렸어.

그리고 뭔가가 뿌려졌다. 알 수 없는 가루. 대체 뭐지? 궁금한데?

그 가루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벌. 대체 저건 뭐여? 저런 스킬도 있어?

머리를 굴려본다. 뭘까? 뭔데 수납에서 나왔지? 가루? 대체….

아. 모래. 모래 조종.

그래. 그런 스킬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쓴 사람을 본 적 없지만.

스킬 표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스킬이다.

사막 근처에 사는 놈들은 이 스킬 다 찍지 않았을까? 했던 그 스킬.

와. 이건 좀 참신하네. 저놈은 그럼 모래 마을 촌장인가? 정말 신기한 놈이네.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할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문제는 모래의 움직임이 그렇게 빠르진 않다는 거다.

아니…. 느린 것도 아니다. 적어도 한 2년 전이나 3년 전이면 저걸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용도로 충분히 쓸 수 있었겠지.

근데 지금은…. 다들 비행은 기본에 블링크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저런 속도의 움직임으로 블링크 쓰는 놈을 잡을 수 있긴 한 거야?

모래는 주먹만 한 덩어리가 되어서 블링크를 쓰는 절단 놈을 쫓아다닌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뽈뽈거리는 느낌이다.

이해할 수 없네. 저걸 절단 놈에게 맞출 수는 있긴 해?

게다가 모래 조종 지속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저건 지금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하고 있는 거잖아?

존나 효율성 떨어지는 짓 같은데. 저 지랄을 왜 하지?

모래 놈도 절단에 맞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블링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절단 놈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 계속해서 블링크를 쓴다.

그런 녀석을 모래 덩어리만 뽈뽈거리면서 쫓아간다.

씨발. 이게 무슨 전투야. 개그지.

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저 모래 덩어리…. 우습긴 하지만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날 때마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절단이 날아간다.

내 근처로 지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오싹오싹하는 기분이 자꾸 든다.

공간 절단의 범위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지만 눈먼 스킬에 맞는다고 안 죽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계속 블링크를 쓰던 절단 놈.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블링크 쓰는 횟수가 적어졌다.

체력 고갈? 그럴 리는 없다. 포션이 있으니까.

스킬을 저만큼 배웠으면 하루에 포션 먹는 양이 물의 양보다 많을 텐데?

오. 다시 블링크 했다. 근데 또 그 자리에 가만히 있네?

이번엔 절단을 마구 날려본다. 근데 블링크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블링크가 안 써졌다.

뭐지? 무슨 일이야? 왜? 안 보이는 천이라도 둘러싸였나?

아니, 그게 아니었다.

저 절단 놈은 상대를 신경 쓰느라 여유가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똑똑히 보인다.

작은 모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뭉쳐서 공간을 메꾸고 있었다.

씨발…. 와. 이거 소름 돋네.

모래를 공간에 일정 간격으로 뿌려서 블링크를 막은 거야?

아니…. 블링크 가능 거리는 엄청나게 먼데…. 그걸 다 막았다고?

아니지 그건 아닐거다.

블링크 마스터는 200미터고 거리 증가 패시브가 있으면 400미터가 넘는다.

그 넓은 공간을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전부 모래로 메꿀 수 있을 리가 없어.

가용 범위란 게 있을 테니까.

아마도…. 이걸 장애물로 인식해서 통과를 못 하는 거 같다.

시야를 가리면서 멀리에 있는 정확한 위치를 못찍는 거지.

가까운 거리는 블링크 할 위치에 이물질이 있어서 블링크 실패를 띄우는 거 같고.

와. 씨발. 소름 돋네.

저 모래 놈이 아까부터 저기에서 똥폼 잡고 있던 게 이해가 갔다.

저 새끼…. 저기서 모래로 결계를 만들고 있던 거구나.

블링크 금지 구역. 그걸 만들고 있던 거야?

절단 녀석은 블링크가 안 되자 비행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그것도 점점 여의치가 않았다. 비행 속도가 안나는 모습.

그의 몸으로 모래가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투명화를 쓰고 있어도 모래 때문에 몸의 윤곽이 보이게 될 정도.

당황한 녀석은 절단을 이리저리 뿌려보지만, 절단으로 모래를 자르는 건 의미가 없다.

점점 더 절단 놈에게 쌓이는 모래가 많아지고 사람의 형상이 되어간다.

그리고…. 아까 부터 뽈뽈거리며 날아다니던 모래 덩어리가 드디어 절단 녀석의 근처까지 왔다.

얼굴이 있는 쪽. 거기로 정확하게 날아가 철썩하고 붙은 모래 덩어리.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절단이 날아들지 않았다.

점점 붙어오는 모래가 많아지더니 이제는 거의 온몸을 다 감싸게 되었고, 갑자기 그 안쪽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하하…. 씨발. 모래 조종이라니. 게다가 그걸로 블링크랑 비행도 막고 결국엔 질식사?

미치겠네. 존나 창의적인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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