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76화 (37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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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왜 하청을 시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존나 편하네. 내가 뭔가를 머리 싸매고 안 해도 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이래서 하청을 시키나 봐. 시켜놓고 검사만 하면 되잖아.

캬. 천하의 SG 같은 대기업을 하청시키다니, 이 정도면 좀 대단한 거 아닌가?

덕분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

산샤인지 샨샤인지는 뭐가 나온 다음에 가보고…. 일단은 다른 도시들 겐세이는 계속 놔봐야지.

다시 산둥반도 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신나게 바닷물을 부어주며 짱개들의 목줄을 틀어쥔다.

근데 짱개놈들도 병신 머저리들은 아닌가 보다. 상수원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꼴을 보아하니 상수원에 무슨 짓을 했다는 게 의심받고 있긴 한 거 같다.

다만 뭘 어떻게 했는지는 알아채진 못한 거 같고.

알아챘다면 저렇게 허술하게 사람을 깔아놓지는 않았겠지. 저건 약간 그런 느낌이다.

허수아비? 여기 허수아비 꽂아놓았으니까 참새 새끼들아 꺼져라! 이런 느낌?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감시 인력들. 오히려 잘됐다.

저런 놈들이 지키고 있는데도 짠물이 계속 나오면 더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겠지.

수원지는 넓고 감시하는 놈들은 적다.

게다가 물 조금 깊은 곳에 포탈을 열어버리면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물이 잔잔한 곳이라면 게이트를 열었을 때 바닷물이 나오는 물의 흐름으로 인해 물 표면에 티라도 날거다.

하지만 모든 상수원이 잔잔한 것은 아니다.

적당히 물의 흐름이 있는 곳에서 흐름에 맞춰 게이트를 열어준다면 죽어도 알아낼 방법은 없다.

살짝 귀찮아지긴 했지만, 녀석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 고생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아주 익숙한 도시 이름인 칭타오를 지나 점점 남쪽으로 내려가며 계속 물장난을 해댔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이놈의 짱개 소굴은 호수나 저수지가 너무 많다.

덕분에 하루에 쉬는 시간 없이 알차게 게이트를 열 수 있다. 숙련이 끊임없이 되니 상당히 마음에 든다.

서민준이에게 숙제를 내주고 닷새가 지났을 때, 나는 커다란 강을 마주했다.

공중에서 봤을 때 눈에 확 띌 정도로 커다란 강.

이게 장강이구나. 지금 명칭으로 말하면…. 양쯔강. 무려 기단 이름으로도 나오는 그 강.

확실히 크긴 크네. 물장난하는 맛이 나겠어.

그렇게 양쯔강을 구경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뭔가 거대한 도시가 보인다.

아. 이건 나도 한문 읽을 수 있다. 상해. 그러니까 상하이.

크긴 크다. 높은 건물도 많고. 근데…. 사람은 없다.

도시 전체를 커다란 벽이 둘러싸고 있는 데다가 도시 안쪽엔 사람이 거의 없다.

베이징이랑 비슷한 느낌. 근데 베이징엔 사람이 없진 않았다.

이 정도로 도시를 텅텅 비워놓진 않았어.

이건 일부러 비워놓은 느낌이다. 퇴거를 시켰던지 다 잡아 죽였던지 둘 중 하나같아.

좆같은 중국어로 돼 있는 간판이나 표지판만 없으면 서울과 크게 다른 건 없다.

높은 건물, 무수히 많은 도로, 많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

약간 익숙한 기분이야. 불 지르기 딱 좋네.

텅 비어버린 도시라서 더 볼 건 없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에서 봐도 기척은 없어.

대충 구경했으니 됐다. 여기는 물장난 안쳐도 되겠네.

다른 곳으로 가야지.

콰앙!!!

쿠웅!

그렇게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뭔가 폭발하는 소리와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자연적으로 나는 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기척에 느껴지는 건 없다. 그래도 소리가 났던 쪽으로 가본다.

제법 멀리 떨어진 곳, 그 방향으로 가니 아까와 비슷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쾅! 쿠웅!

콰광!"

탐지 거리보다 먼 곳에서 뭔가가 보였다.

뭔가를 뒤집어쓴 녀석이 필사적으로 비행하고 있다.

그리고 녀석이 움직이는 족족 그 뒤쪽의 건물들이 죽죽 갈라지더니 부서져 땅으로 떨어진다.

혼자 지랄 쌩쇼를 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모습 같다.

근데 너무 멀어서 확실하진 않다. 아. 답답하네. 가까이 가기엔 좀 그런데.

일단 거리를 좁혀본다. 과연 녀석들이 탐지로 나를 볼 수 있을까?

스킬 반경 증가는 티어 7부터 나오는 데다가 거리가 늘어봐야 10미터다.

티어8이 되어도 탐지 거리는 130미터. 티어 9가 돼야 160미터.

녀석들이 그 정도 수준이 될까? 알 수 없으니 함부로 붙을 수가 없네.

정말 천리안 스킬이 필요하긴 한가 봐. 슬슬 시력보다 탐지 거리가 더 늘어나고 있으니 힘들어지네.

그렇게 아직도 뭔가를 쿵쾅거리면서 싸우고 있는 녀석들 쪽으로 다가가는데 그놈들 말고 다른 놈들이 더 있는 게 느껴졌다.

얼래? 한둘이 아니네? 셋? 공중에 떠서 건물 뒤쪽 여러 군데에 숨어 있는 녀석들.

뭔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녀석은 조금 가까이에서 보니 쫓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뒤집어쓴 건 페인트 같은 거였다. 게다가 페인트가 덮여있지 않은 부분은 보이는 게 없다.

투명, 비행이 있는 녀석이네. 근데 왜 반격은 안 하지? 하긴, 공중에서 반격하기는 쉽지 않지?

페인트 묻은 녀석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이다.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걸까? 몸에 페인트가 묻어서 그런 걸까? 왜 도망가지?

싸우는 게 낫지 않나?

녀석은 점점 다른 셋이 모여있는 곳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몰이 사냥인데? 되려나? 이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네.

페인트 쓴 놈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한순간에 세 놈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전부 투명에 비행. 역시 제정신 박혔으면 투명에 비행은 기본으로 써야지.

이건 무수한 인간을 죽여본 내가 확신하는 거다. 투명화와 비행이 없는 놈들은 정말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다.

살아남기 위해 다 스킬을 가졌다면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스킬들.

전투와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아예 클라스가 달라진다고 봐야 할 정도.

페인트 남이 그래도 탐지는 있는지 다가오는 셋을 보고 빠르게 반응해서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셋 중 바닥에 있던 하나의 기척이 갑자기 페인트 남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이건, 블링크네. 딱 봐도 알 수 있겠어.

그리고 갑자기 페인트 남은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리고 뭔가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을 벗겨내려는 듯한 몸짓을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은 모습.

공중에서 발버둥 치며 허우적대다가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블링크 써서 올라간 녀석의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갑자기 누군가가 뭐라고 외쳤고, 발버둥 치던 페인트 남이 돌 맞은 개구리처럼 푹 몸이 꺾인다.

그리고 빠르게 추락하는 녀석.

퍽!

소리는 아주 약하게 들렸지만, 땅에 떨어져 부딪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빛이 되어버리고 사라져버린 페인트 남. 그리고 그쪽으로 네 명의 기척이 몰려간다.

투명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넷. 넷 다 남자.

코인과 함께 놓인 그물. 한 남자가 코인과 그물을 동시에 회수하면서 뭔가 말했다.

뭐라고뭐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멀어서 들리진 않는다.

그렇게 서로 잠시 대화를 하더니 투명화를 쓰고 셋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놈은 지상 쪽으로 바짝 붙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따라가는 모습.

흠…. 미행을 경계하는 건가? 뭔가 의도가 있어 보이긴 하네.

녀석들을 따라가면서 방금 있었던 전투를 생각해본다.

뭔가가 순식간에 지나갔어. 보자. 정리 좀 해봐야겠네.

한 놈이 쫓기고 있었다. 페인트를 뒤집어쓴 남자.

그리고 그걸 몰이 사냥한 네 명. 적당한 거리에 들어오자 한 놈이 페인트 남의 머리 위로 블링크를 써서 그물을 던진 거 같다.

투명화된 그물. 페인트 남은 그물에 걸려서 꼼짝 못 한 거겠지.

비행을 써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한 건 블링크 놈이 그물을 잡고 있어서 그런 걸 거고.

그렇게 발버둥 치다가 뭔가에 맞은 다음 비행 스킬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낙하. 사망.

대충 흐름은 알겠는데 밝혀지지 않은 게 몇가지 있다.

일단, 페인트남을 쫒았던 녀석이 쓴 스킬.

건물을 종잇장 자르듯이 베어낸 듯한 모습.

작은 건물의 모서리나 일부분 같은 곳은 막 팍팍 잘려서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뭘까? 알 수가 없네. 채찍인가? 아니지. 채찍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정거리가 길다.

물론 채찍은 상당히 강력한 스킬이긴 하다.

지난번에 청주 공항에서 봤던 녀석. 그녀석은 채찍으로 차를 한 방에 반 토막 냈지.

근데 방금 페인트 남을 잡은 녀석이 쓴 스킬은 사정거리가 엄청 길었다.

페인트 남을 맞추려다가 실패한 스킬이 건물에 닿아서 잘려나갔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럼 채찍은 아니야. 그렇게 사거리가 길진 않았던 거 같아.

그럼 뭐지? 광선도 아닐 거고. 광선은 저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이지 않다. 거리는 꽤 되는 것 같은데…. 저 정도 스킬은 아냐.

기본 스킬이 아닌 건가? 근데 내가 봐왔던 스킬 이름 중에는 저런 식으로 나갈만한 스킬들이 없다.

물론 이름과 발현되는 게 매치가 안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 이어야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본다. 칼에 베인 것 같은 스킬. 아. 그건가? 빛의 검?

빛의 검은 기본 스킬이니 저 정도는 아닐 거 같다.

아마도…. 빛의 검을 선행 스킬로 삼는 공간 절단. 그게 아닐까?

일단은 공간 절단이 가장 유력한 스킬로 생각된다. 그게 몇 티어더라? 티어 6이던가?

티어 6 정도면 저 정도 스킬 효과는 나와야지. 암.

녀석들이 가는 방향에 뭔가 기척이 잡히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기가 녀석들의 본거지인가보다.

호텔인가? 아. 호텔 맞네. 그래도 호텔이라 그런지 입구 앞에 영어는 쓰여 있네.

죄다 좆같은 짱개어만 잔뜩 써놓고 영어 하나 찾기 힘들더만…. 여기에서 보네.

일단, 녀석들이 들어갔으니 탐지의 최대사거리에서 건물 안쪽을 탐지해 본다.

그러면서 아까 하던 생각을 마저 한다.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페인트 남을 쫓았던 놈. 그놈 스킬은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이 들고….

그물에 사로잡힌 페인트 남을 한 번에 전투 불능으로 만든 스킬.

음…. 뭐가 있지? 사실 이건 생각할 만한 게 많다.

하다못해 괴력을 써서 돌멩이만 던져도 페인트 남의 복부에 바람구멍을 만드는 일도 가능할 것 같으니까.

아니면 암석 탄환 같은 스킬도 있지. 염력으로 석궁 같은 것을 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공기총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광선으로 지지는 것도 가능할 거다.

아니다. 광선이면 스킬이 보였으려나. 그랬겠네. 그럼 광선은 취소.

어쨌든 중요한 건 원거리에서 한방에 전투 불능으로 만든 그 위력이다.

내가 가장 주의해야 할 부류. 이거 씨발 금속화를 배우든가 해야지…. 아니면 보호막이나.

하여간 이들은 그물을 썼다는 게 가장 특이했다.

그물. 그물이라. 비행을 하는 녀석에게 그물을 던지면…. 도망가기 힘들겠지.

애초에 쫓길 때 블링크를 안 쓴 거 봐선 페인트 남은 블링크는 없었던 거 같다.

그물이라. 나에게 그물이 던져지면 블링크로 나올 수 있을까?

이건 해본 적이 없네. 중요한 걸 배웠다.

뭔가가 나를 속박하고 있을 때 블링크로 나올 수 있는가? 이거에 대해선 테스트를 해본 적이 없다.

집에 가서 바로 해봐야겠네. 괜히 뭣도 모르고 뒤질 수도 있으니까.

그 외에도 궁금한 게 엄청 많지만, 녀석들의 아지트는 알았으니 일단 주변 정찰부터 더한다.

상당히 커다란 호텔. 그리고 꽤 많은 인원. 쉰 명 정도는 돼 보이는 숫자.

최대 탐지 거리에서 기척에 걸린 인간들의 숫자만 세어도 그 정도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짱개 기척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이 새끼들 뭐 하는 놈들이지?

이런 아무도 없는 도시.

그것도 상하이라는 유명한 도시에서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일단의 무리.

관광객은 아니겠지. 운 좋게 살아남은 녀석들도 아닐 거고.

뭔가 한가락 하는 놈들처럼 보인다.

방금의 전투, 스킬들, 돌아올 때의 진형.

상당히 손발이 맞는 느낌.

일단 녀석들의 실력을 가정해보자.

아까 공간 절단으로 추정되는 스킬을 썼던 녀석. 그 녀석은 그럼 최소 티어 6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저 녀석이 이 무리의 간부급이 아니고 일반 수준이라면, 저 녀석들은 전부 최소 티어 6이라는 거겠지.

게다가 존나 싫게도 투명과 비행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탐지도 있고. 블링크도 있는 데다가 도구를 응용하는 것도 익숙해 보인다.

아. 좆같네. 이 새끼들은 왜 이렇게 수준이 높아?

대호 그룹 같은 병신 머저리들을 상대하다가 이놈들을 보니 갑자기 수준이 높아진 느낌이야.

짱개국에서는 올림픽 금메달 딸 재능 가진 놈이 밭 갈고 있고 공사판에서 잡일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하긴 인구 풀이 많으니 뭔가 해보긴 좋았겠지. 그래도 너무 갑자기 수준이 높아졌는데?

방금 녀석들이 간부급이나 얼마 안 되는 실력자였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일단은 녀석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천천히 확인해보기로 하고 위치를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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