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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그럼 그걸 어떻게 무너뜨리죠?"
"네? 그거야 성철 씨가 알아서 해야죠."
"아니, 부수는 방법까지 알려주셔야죠."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원 농담도."
"방법이 있어서 알려주신 거 아니에요?"
"그것까지는 모르죠. 저는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라고요."
에잉…. 제갈공명이라고 한 건 취소다. 쳇.
"뭐 알고 있는 건 없어요? 들은 거라던가."
"으음…. 글쎄요. 미사일이나 이런 게 있었을 때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긴 있었죠. ICBM이니 벙커버스터니 각도를 어떻게 쏘면 한방에 부술 수 있고, 대만에서 사정거리에 닿고, 우리나라의 현무 미사일이면 부술 수 있고…. 뭐 어쩌구저쩌구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것도 전부 카더라죠. 뭐. 직접 해본 이들이 아무도 없으니."
"좋다 말았네요. 미사일이라니. 그런 건 이제 없잖아.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쓸 수도 없네. 젠장."
"스킬 중에 뭐 없습니까? 스킬이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킬이라. 있다. 뭐 없진 않겠지. 일단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두 가지가 있으니까.
폭발, 그리고 메테오.
근데 폭발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물론 사람 터트리는 데는 충분한 위력이지만, 그런 거대한 댐을 부술 수 있을까?
댐이 그정도로 나약할 리가 없다. 아무리 감이 없더라도 그게 힘들 거란 건 나도 안다.
고작 폭발 스킬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거다. 말이 안 돼.
메테오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명색이 최고의 공격 스킬이잖아. 단순 화염 데미지 이런 게 아니다. 무려 질량 병기라고.
한 방 제대로 맞추면 댐 같은 게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아니, 차라리 메테오를 뿌리고 다니는 게 중국 멸망시키는 데는 더 빠르지 않을까?
문제는 배우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마스터 해야 하는 스킬이 세 개. 뭐, 각 잡고 폐관 수련하면 3주면 할 수 있을까?
메테오 마스터는 쓰면서 하지 뭐. 6,250방은 중국 전역에 골고루 뿌려주면 되잖아? 와. 숙련하긴 편하겠네.
결국,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스킬 숙련이 좆빠지게 힘든 것도 아니고.
백령도 여기에서 딱 3주만 하드 트레이닝 하면 되긴 할 텐데.
근데, 배워야 할 스킬이 그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 하아. 고민이네. 정말.
내가 고민하는 걸 보고 정 부장은 괜히 이야기했다 싶었는지 자꾸 나에게 뭔가를 도움 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럼 저기 양 반장님에게 한번 물어보시죠? 거기에 나름대로 건축에 잔뼈 굵은 분들이 많이 있어요. 전문가분들도 많고."
"양 반장님? 아. 집 짓고 계시던 그분?"
"네."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분들이 댐 박살 내는 방법을 알고 계시진 않을 거 같은데."
"인터넷이 안되니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죠. 검색도 안 되니 말이죠."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혹시 알아?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지.
"그럼 양 반장님은 어디 계시죠?"
"아. 맞다. 동두천에 계시겠네."
"그래요? 에잉. 그럼 다음에 물어보죠."
굳이 동두천까지 가서 확실하지도 않은 걸 물어볼 생각은 없다.
됐어. 다음에 기회 되면 하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더 하다가 펜스를 나왔다.
어차피 볼일은 다 봤으니까. 더 있을 필요 없지.
가기 전에 정 부장이 여자들은 안 보고 가도 되냐고 했지만, 그냥 나왔다.
누구 하나만 보고 오기도 애매하고 전부 다 보고 오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
솔직히 말해서 약간…. 번거롭긴 해. 승세미안 네 여자랑 있기도 시간이 모자란 데 말이지.
음…. 누가 보면 먹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뭐, 괜찮아. 내가 쓰레기인 건 다들 알고 있으니 욕해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백령도로 돌아왔다.
열심히 숙련을 하고 있는 네 여자.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내가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스킬이 늘어난다고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내 사람들.
물론 민희도 있고 승규도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있긴 있다.
그 사람들이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내가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들은 이 넷이다.
뭐든지 해줄 수 있고 뭐든지 맡길 수 있는 이들.
어쩔 수 없다. 나는 몸이 하나밖에 없는걸.
해야 할 일도 많은 데다가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선택과 집중.
그런 핑계를 대본다. 뭐가 됐든 완벽하게 변명은 안 되겠지만.
번개 구체를 쓰고 있는 미나, 블링크를 연습하고 있는 승희와 세아, 안나.
비행으로 술래잡기를 하던 여자들은 이제 비행에 블링크를 섞어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무섭네. 상당히 능숙해지고 있어.
역시 즐기는 자 모드만큼 실력 늘기 좋은 건 없지.
그런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한다.
아까 정 부장이랑 했던 이야기.
산샤 댐.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매력적인 이야기잖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안 되겠어. 알아보긴 해야겠어.
근데…. 어떻게?
정 부장 말이 맞다.
인터넷이 됐다면 검색 조금으로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이 빌어먹을 세상에는 그런 게 없다. 젠장.
근데 아무리 인터넷이 됐다고 하더라도 '산샤 댐을 부수는 방법' 같은 건 안 나왔겠지.
말이 안 되지. 있어도 온갖 뇌피셜만 잔뜩 있을 거다.
결국은 내가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대가리를 짜내는 수밖에 없다.
늘 그랬으니까. 내 눈으로 봐야지. 그래야 견적이 나오든지 하지.
문제는 산샤 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아. 지도에 검색으로 하면 나오나?
스마트 폰을 켜서 지도 앱을 켰다.
어디…. 검색해보자…. 산샤 댐…. 오. 나온다. 워낙 유명해서 그런가 검색은 되네.
엥? 산샤가 아니네? 싼샤 댐이야? 어휴. 하여간 중국어 이 병신은 지랄 맞은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음…. 오. 나름 정보도 있네. 와. 이 지도 맘에 드네. 이런 것도 있었어?
인터넷도 안 되는데 이정도 정보면 소중하지. 고맙다. 젠장.
어쨌든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위치가 존나게 멀다는 거다.
베이징에서 1,100킬로미터. 어휴 씨벌. 장난치나.
지금 내가 아마 비행속도가 시속 55킬로미터니까 깔끔하게 20시간이네.
캬하하. 뭐야? 고작 20시간밖에 안 돼? 별거 아니네! 씨발!
진정하자. 일단 생각을 해보자고.
20시간. 날아가면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다.
메테오를 배우는 데 3주. 뭐, 무슨 짓을 해도 3주 동안 댐 부수는 것보단 쉽게 짱개를 학살하는 방법은 없을 거다.
결론은 내가 하루에 한 시간씩 비행하고 스킬 숙련을 해서 쌴사인지 나발인지에 메테오를 떨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건데.
지금 생각엔 그게 맞다. 그거만 한 방법이 없어.
근데 왜 이렇게 안 내킬까.
이것에 대해선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다. 나는 왜 메테오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가?
다른 스킬처럼 이거다! 하는 느낌이 없어서일까?
솔직히 배워놓으면 여러가지로 쓸 만 할 거다. 세상엔 죽여야 할 놈들이 너무 많고 땅덩이는 무지하게 넓으니까.
메테오 같은 공격계 끝판왕 스킬을 하나 정도 익혀두면 든든하겠지.
여기도 한방, 저기도 한방. 블링크를 쓰면서 여기도 한방. 저기도 한방….
분명 좋은 것만 가득한데…. 이유가 뭐지?
모르겠네. 모르겠어. 왜 그럴까. 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가만히 앉아서 고민한다.
결국, 네 여자가 다가와서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왜 이러나 싶겠지.
사실 그리 큰 고민도 아닌데.
지금 내 표정은 세상 진지한 표정이긴 할 거야. 이렇게 고민한 적이 없었으니까.
"무슨 걱정이 있는데 그래요?"
결국, 승희가 나에게 물어본다. 음. 고민만 해서는 역시 뭐가 답이 나오진 않겠지?
"승희야. 나랑 잠시 나갔다 오자."
"네?"
"잠시 승희랑 나갔다 올 테니 연습하고 있어.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래?"
"오래 걸려?"
세아가 물었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글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긴 한데…. 모르겠네. 테스트 하는 게 잘 된다면 조금 걸릴지도?"
"그럼 들어가자. 미나 언니. 번개 구체인가 그거 숙련 더 할 거야?"
잠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미나.
"오빠. 포탈 유지 얼마나 되죠?"
"1시간 16분?"
"아. 그럼 열어 주세요. 포션 마저 먹고 들어가면 되죠."
"그래. 알겠어."
여자들이 집이랑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포탈을 열어줬고, 나는 승희와 함께 훈련장을 벗어났다.
"어디 가요?"
나에게 물어보는 승희의 목소리에 살짝 기대감이 묻어있다.
으음. 테스트라고 넌지시 이야기했는데도 묘하게 기대하는 느낌이네. 찔리게시리.
"일단, 테스트할 게 있어서. 괜찮지?"
"그럼요. 얼마든지."
폭발로 콘크리트를 얼마나 박살 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댐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두꺼운 콘크리트 덩어리잖아?
게다가 센치미터 단위가 아닐 거다. 막 미터 단위로 깔았을 거다. 그러니 폭발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확인해봐야 해.
아파트 베란다 샷시같은건 쉽게 박살 낸 폭발이지만, 콘크리트에는 제대로 써본 적은 없으니까.
바닷가 방파제. 넘쳐나는 테트라포드.
그 앞으로 살포시 내려왔다.
공중에서 내려왔는데도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승희. 뭐, 나도 놓기 싫은 건 마찬가지니까.
계속 잡고 있어야지.
"저거 한번 부숴볼래?"
"저거요? 저거 이름이 뭐더라."
"테트라포드."
"아. 그래요. 암튼 그거?"
"응."
"할게요?"
"응."
"폭발!"
펑!!!!
테트라포드 하나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크. 언제봐도 사기야. 처음부터 배울 수 있는 스킬치고는 상당히 강력한 스킬.
하지만…. 콘크리트 덩어리는 완전히 파손되진 않았다. 한 뼘 정도 파이긴 했지만, 아직 멀쩡한 테트라포드.
"생각보다…. 단단하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괜히 건물 지을 때 콘크리트를 쓰는 게 아니니까."
한 뼘이라. 넉넉하게 20센치라 잡아도 폭발 다섯 번에 1미터인가?
근데 콘크리트도 종류가 여러가지 아닌가? 아. 이건 좀 물어볼걸.
다섯 번에 1미터. 10미터라면 오십 번.
근데 10미터 밖에 안될 리가 없다. 게다가 50번이라니…. 한 세 번째면 지키고 있던 놈들이 벌때처럼 모여들텐데.
무리네. 생각보다 파괴력이 약해.
하긴 티어 1에 속해있는 스킬인데 더 강하면 안 되지. 사람 몸을 박살 낼 수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다음엔 뭐해요?"
"음. 저거 완전히 박살 내는 데 몇 번 걸리나 한번 해볼래?"
"네."
폭발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승희.
의외로 네 번 만에 테트라포드가 박살 났다. 아. 박살 났다기보단 갈라져 나뉘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원하는 모습은 아니다. 역시, 이 정도로는 힘들겠는데.
"다음 엔요?"
다음엔? 폭발이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을 알았으니 더는 테스트 할 게 없다.
아. 아니지. 콘크리트는 무리지만 다른 걸 한번 확인해볼까?
"이쪽으로 와봐."
승희의 손을 잡고 이번엔 배들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딱 눈에 띄는 배를 찾아 아무거나 가리키고 승희에게 터트리라고 말해봤다.
"네!? 배를요? 갑자기?"
"기왕이면 저기 컨트롤 패널 보이지? 핸들 뒤에."
"네."
"전자기기를 박살 낸다는 생각으로 한번 폭발 써봐."
"으음…. 폭발!"
퍼엉!
시원한 폭음과 함께 배의 뚜껑이 날아갔다.
음. 역시 콘크리트가 문제였어. 폭발의 위력은 절대 약하지 않다.
어지간한 것들은 그냥 깔끔하게 박살 내는 게 가능한 스킬. 그래. 뭐 알겠어. 이만하면 됐지.
"오빠가 대체 뭘 하려 하는지를 모르겠네."
"그치? 나도 잘 모르겠어."
"뭐에요. 그게."
"공격 스킬을 배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거든."
"공격 스킬요? 아. 그렇네. 생각해보니 오빤 공격 스킬이 하나도 없구나?"
"그렇지."
"와. 그런 걸 생각하면 오빠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 사람 맞죠?"
"사실 난 지구별에 사는 인간들을 관찰하러 알파 센타우리에서 보내진 초지능인류모방형 안드로이드 SC26호로…."
"재미없는데요."
"미안."
"SC26은 또 뭐야. 성철 26이에요?"
"어…. 그걸 바로 알아채네. 민망하게."
"당연하죠. 사실 저는 오빠를 감시하기 위해 말머리성운에서 온 초지능…. 뭐요? 암튼 안드로이드 SH22…."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승희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인다.
"사실 속으로 웃겼던 거지? 재밌었고? 그래서 바로 해보는 거지?"
"아…. 아니거든요! 누가 이런 농담을…."
근데 표정을 보면 맞다. 어휴. 끼리끼리 논다고.
이런 걸 받아주는 여자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겠지. 암튼 재밌는 여자야.
그렇게 승희랑 바닷가를 걸으며 별거 아닌 농담을 하니까 그나마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은 진정된다.
일단, 아직 게이트가 남았으니 게이트를 마스터 할 때까진 조금 천천히 생각을 해보자.
어차피 스킬을 배우든 뭘 하든 하려면 게이트부터 마스터를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