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73화 (373/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조언

승희, 미나, 세아, 안나의 훈련도 문제없이 잘 돼 가고 있고, 찔끔찔끔 이지만 중국 땅도 조금씩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일단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훈련이야 네 여자가 점점 강해지는 것이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역시 중국이다.

너무 커. 너무 많고.

계속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긴 하지만…. 투덜거릴 수밖에 없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규모니까. 으휴. 나도 징징거림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

어쨌든 느릿느릿한 중국 공략과 상관없이, 이틀 뒤. 승희와 미나의 스킬이 마스터 됐다.

상당히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폭발과 번개인데…. 의외로 빨리 끝났다.

아마 여러가지로 자극을 받았겠지.

게다가 승희와 미나가 스킬을 쓰는 걸 보면 약간 이해가 갔다.

폭발은 쓰는 걸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폭발이 작렬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난다.

예전에도 그런 느낌은 있었다.

내 전투 스타일은 매복과 기습. 항상 은밀함을 필요로 하는 전투 방식이었으니까.

하지만 폭발은 그것과 완전 반대다. 요란한 폭음, 화려한 효과, 엉망진창이 되는 주변.

나의 전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내 전투가 고구마를 맛탕 해 먹는 스타일이라면, 폭발은 탄산 샤워 같은 느낌이잖아.

그런 승희가 연습하던 연못 바닥은 어느새 엄청나게 파헤쳐졌다.

웃긴 건 승희가 연못을 거대한 하트 모양으로 팠다는 거다.

아. 재밌는 아가씨야. 폭발로 하트를 만들어?

근데 그걸 보면 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본인이 쓰는 스킬의 파괴력을 전부 파악한 거잖아?

상황을 보고 폭발이 어떤 식으로 터질 걸 아니까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폭발 쪽에 대해서는 나름 전문가가 된 거 같아. 하긴…. 6,250번이라는 숫자가 우스운 숫자는 아니지.

다른 스킬처럼 단순 반복 스킬 훈련을 한 게 아니다.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스킬이기에 한 번 쓸 때마다 신중하게 썼으니까.

얘들 귀는 괜찮나? 폭음이 결코 작은 게 아니었을 텐데.

그런 면에서 미나 역시 대단하다.

나중에는 파이프를 여러 개 꽂아놓고 원하는 타겟을 맞추며 번개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했던 그녀다.

어디서 구했는지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고 번개를 떨어뜨리는 그녀는 상당히 힙한 모습이 되었다.

하긴, 눈앞에서 그렇게 번개가 번쩍거리면 선글라스는 필수겠네.

어쨌든 미나의 번개도 속 시원한 기분이 든다.

물론 맞으면 뒤지겠다는 생각을 한 게 더 많지만.

"승희는 뭐 배울래? 너도 수납할 거니?"

"아뇨. 나도 블링크."

"너도? 왜?"

"폭발은 범위가 그렇게 멀지 않잖아요. 블링크가 필요할 거 같아. 게다가 도망도 가야 하고."

"범위야 나중에 패시브로 늘리면 되는데…. 게다가 블링크로 도망을 칠 수 있나? 폭발 쓰고 블링크로 도망이 된다고?"

"아뇨. 아무리 그래도 폭발보다 빠르게 도망은 못가겠죠. 내가 말한 건 뒤 일을 이야기 하는 거예요. 만약 건물 같은 걸 무너뜨린다면 비행으로는 빠져나오는 게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음. 그래? 차라리 그럼 페이즈 아웃을 배우지그래?"

"그거요…. 아니 좋아 보이긴 하는데…. 그냥 블링크를…."

"너도 하고 싶구나?"

잠시 딴청을 피우더니 슬쩍 고개를 끄덕이는 승희.

어이구. 애네. 애야. 그래. 그래도 블링크는 필수긴 하니까. 배운다고 문제 될 건 없지.

"그럼 체력 증가 찍고 블링크 찍어."

"네!"

좋아, 승희는 됐고.

"미나?"

"전 번개 구체요."

"어? 블링크 하고 싶다고 안 하네?"

내 질문에 살짝 미소짓는 미나.

"저도 하고 싶긴 한데…. 우레 폭풍 먼저 배울 거에요. 아직 배울 게 많으니까."

으. 그래. 이게 미나다. 미나의 성격은 이렇다. 이래서 내가 조심한 건데.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여자.

일부러 그래서 우레 폭풍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미 늦었나 보다.

그래도 고맙긴 하다. 어쨌든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보다 나를 우선해 주는 거니까.

게다가 우리 파티의 핵심은 결국 미나가 돼야 한다. 그녀의 성장이 빠를수록 좋은 건 사실이야.

"고마워. 그럼 미나도 체력 증가 찍고 번개 구체 배워."

"네."

블링크를 찍고 이리저리 마구 써보는 승희를 잠깐 바라본 미나는 자신의 스킬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깐 허공에 손짓하던 미나가 나를 보고 말한다.

"찍었어요."

"오. 그럼 바로 봐야지."

내 말에 승희와 세아, 안나도 슬금슬금 주변으로 모여든다.

그래. 다들 궁금하겠지. 나도 몹시 궁금한데.

2단계 스킬이니 성능이 허접하진 않을 거잖아? 두근두근하네?

모두가 뒤에 있는 것을 확인한 미나는 앞을 바라보고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낭랑하게 외친다.

"번개 구체!"

미나의 외침에 그녀의 앞에서 노랗게 빛나는 구체 하나가 생겨나더니 앞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으로 파직 거리면서 튀는 번개 가닥들.

"오오오."

다들 넋을 잃고 그 구체를 바라본다.

위협적인 모습. 닿기만 해도 상당히 치명적일 것 같은 위력.

게다가 속도도 그렇게 느리지 않다. 비행이나 블링크, 가속화가 아니라면 뛰어서 피하기엔 조금 쉽지 않을 정도.

솔직히 조금 놀랐다.

막 스킬을 배웠으면 하급이다. 가장 약한 위력이라는 소리.

근데 그게 이 정도라면…. 뭔가 엄청난 느낌인데? 하급 치고는 생각한 것보다 위력이 강하다.

"멋지네요."

본인도 만족스러운지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러게. 이 정도일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이거 하나를 던지는 순간 경로에 있는 놈들은 전부 감전될 것 같다.

물론 장애물 같은 게 있으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어? 어? 하다가 순식간에 죽지 싶다.

이야. 역시 멋있긴 하네. 활용도는 아주 높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

"본인에겐 피해가 없나?"

"어…. 그러게요? 근데 확인하긴 너무 무서운데요?"

"아마 본인은 닿아도 문제없을 것 같긴 한데. 안 그러면 의미가 없잖아? 자기가 스킬 쓰고 자기 기술로 피해받는 건 그것도 웃기잖아?"

"응? 폭발은 나도 피해받는 데요?"

"어!? 그러네?"

승희의 말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폭발이랑은 조금 다른가? 아. 이거 테스트해볼 수도 없고?

"승희야."

"왜요?"

미나가 승희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면 바로 힐 써줘?"

"엑!? 언니!?"

"번개 구체!"

그렇게 스킬을 쓰더니 비행을 써서 자신의 구체 쪽으로 다가가는 미나.

나는 깜짝 놀라서 미나에게 블링크 한 다음 빠르게 안아서 뒤로 물러났다.

"미나!"

"피해 안 왔어요."

"뭐!?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걸 그렇게 막 테스트하면 어떻게 해!"

"승희를 믿었으니까요. 포션도 들고 있었고."

미나의 손에는 포션이 쥐어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약간 어이가 없어져서 버럭 화를 냈다.

"감전당하면 포션 뚜껑 열기도 힘들다고! 너무 무모해!"

"설마, 승희도 있고 오빠도 있는 데 큰 문제가 있었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미나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으. 역시 미나 같은 타입이 제일 위험해. 어떻게 보면 미련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성격.

모두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의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

정말…. 이런 세상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성격이야. 위험해.

어쨌든 그렇게 헤프닝이 끝났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으며 계속 번개 구체를 쏴대는 미나.

내가 구해준 게 맘에 들었나 보다. 하긴, 위험했지. 미나는 멀쩡했을지는 몰라도 나는 번개 구체에 닿았으면 빼박 감전이었다.

근데…. 왜 나는 데미지가 없었지? 운이 좋았나?

그렇게 네 여자가 다시 숙련을 시작했고, 나는 회복 포션 중을 산더미같이 쌓아놨다.

그리고 남아버린 회복 포션 소를 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적당히 숫자를 맞춰서 살걸. 너무 많이 사놨네.

아무리 봐도 한 삼백 개는 돼 보인다. 코인으로 따져도 60만 코인 치.

이건…. 다른데 줘야겠다. 펜스. 그래. 펜스 가져다주자. 거기라면 포션 쓸 일이 많겠지.

포션들을 잘 챙겨서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펜스까지는 순간 이동이 아니더라도 금방 갈 수 있으니 바로 비행과 블링크를 써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펜스. 근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부산스러움. 그리고 묘한 열기. 흥분과 기쁨, 슬픔이 섞여 있는 복잡한 모습.

바로 정 부장을 찾아갔다.

있을 곳은 뻔하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왔어요? 식량 가지러 왔습니까?"

여전한 모습이지만, 정 부장 역시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무슨 일 있습니까? 분위기가 조금 다르네요?"

"아아. 물론이죠. 사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정 부장.

이야기는 제법 길었는데 내용은 간단했다.

동두천을 접수했다는 것. 정 부장 말투를 보면 무슨 조폭들이 나와바리를 접수했다는 식의 말투였다.

이 아저씨 의외로 상남자 스타일이 있어? 약간 거친 남자가 되니 분위기가 다르네.

어쨌든 펜스의 인원만으로 동두천을 접수했고, 그 과정에서 지난번에 그가 말한 것처럼 약간의 희생이 있었다.

덕분에 많은 코인과 물자를 얻은 사람들.

분위기가 이런 게 이해가 간다. 승리는 달콤하지. 희생은 쓰라릴 거고.

게다가 한번 이겨봤으니 자신감은 바짝 올랐을 거다. 아마 다들 몸이 근질근질하겠지.

"괜찮아요? 잘 제어되겠어요?"

"그럭저럭 잘 돼 가고 있긴 합니다. 뭐…. 하루에도 몇 번씩 쭉쭉 밀고 올라가자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곳은 지휘체계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곳이니까요. 우긴다고 전부 이뤄질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정 부장님 하는 일엔 크게 걱정 안 합니다. 어련히 잘 하시겠죠."

그러면서 가지고 온 부분들을 그의 앞에 내놨다.

그리고 그가 보는 앞에서 포션을 더 사서 쌓아놓는다. 한 100만 코인어치 정도.

"아마 포션이 많이 들어갈 겁니다. 성장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알아서 잘 분배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성철 씨의 그녀들은 문제없도록 특별히 신경 쓸 테니."

그러면서 능글맞은 표정을 짓는 정 부장.

나의 그녀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네. 이 아저씨가 승세미안을 알 리는 없는데.

아마 외부조인 윤서랑 송이, 지원, 지아, 정현이를 말하는 거겠지? 거기에 매혹조인 채원이 정도?

그 정도까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캠프에서 부터 데려온 그 여자들을 아끼는 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정 부장이 말한 정도로 깊고 긴밀한 사이까지는 아니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나쁜 새끼긴 하지만…. 어쨌든 그건 어쩔 수 없어. 사실이 그런걸.

그렇다고 정 부장에게 '그런 사이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건 병신 짓 중에 병신 짓이라 그냥 입 다물고 웃었다.

뭐, 성장하게 되면 좋지.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고. 그 여자들도 각자의 매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정 부장과 동두천과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했다.

동두천이 안정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북진을 시작한다는 말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내가 본 것을 간략하게 정 부장에게 말해줬다.

"봉쇄요? 말 그대로 물리적인 벽으로 구역을 나눠서 사육하고 있다고요?"

"사육이라…. 표현 죽이네요."

"제가 들었을 땐 사육으로 밖에 안 들리네요."

"맞죠. 맞을거에요. 크게 다른 건 없군요. 새끼를 못 깐다는 것 말고는 사육과 다를 게 없죠."

"바닷물이라…. 성철 씨도 정말 잔인하네요."

"근데, 하아. 너무 넓어요. 빌어먹을 짱개새끼들. 괜히 중국이 아니라니까요."

"그런말 있잖습니까. 땅은 커서 대국인데 사는 인간들이 쪼잔한 소인이라 중국이라고 부른다고."

"아. 맞아요. 저도 들어봤어요."

"어쨌든…. 혼자서 그 넓은 곳을 처리하긴 쉽지 않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고민이라니까요."

"음…. 혹시."

잠시 고민하더니 나를 보고 진지하게 말하는 정 부장.

"이게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그거 들어본 적 있어요?"

"뭐요?"

"산샤 댐."

"산샤 댐? 아. 들어본 거 같은데."

"네.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가 있는 댐이죠.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양의 물을 가둬놓은 댐."

"설마?"

"네. 성철 씨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그거입니다."

나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 부장이 무슨 제갈공명처럼 보였다. 와. 씨발. 이건 미쳤다.

"그게 무너지면…. 양쯔강 이남의 중국인들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