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72화 (37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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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조심

효과가 좋다는 걸 알았으니 망설일 필요는 없다.

이제 이 짓을 중국 전역에 하기만 하면 된다. 근데 그게 너무 빡쎄네.

순수하게 비행과 블링크로만 이동해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빌어먹을. 이놈의 짱개 땅은 너무 넓어. 미친 듯이.

게다가 번역이 없어서 도시 이름이 제대로 매치가 안 된다. 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일단은 베이징 주변부터 돌기 시작했다.

지금 중국 지명은 일일이 읽기도 힘들어서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지식대로 다닌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 지명은 삼국지 시대뿐이라…. 대충 그 지도를 머리에 띄우고 돌아다녀 본다.

베이징. 그러니까 계.

그쪽은 다 돌았으니 이제 조금 근처 주변으로 이동한다.

베이징의 북동쪽. 삼국지 시대로 따지면 북평이다. 공손찬 형님이 백마의종을 끌고 다니던 곳.

아니다. 거기는 양평인가? 북평은 다른 공손씨던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

아니다. 북평이 공손찬 맞을 거다. 양평이 다른 공손씨고.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

어차피 삼국지 지식도 전부 게임으로 안 거니까.

어쨌든 북평 쪽을 까본다.

물이 있는 곳은 무조건 게이트 테러를 감행한다.

서해 바다를 대륙 땅에 골고루!

이게 내 슬로건이다. 바다의 소중함을 짱개들에게 모두 널리 나누고 싶어.

조금 짜긴 하겠지만…. 괜찮아. 원래 약간의 염분은 중요해.

사람이 살면서 염분이 없으면 죽어. 그러니 받아들여.

근데 조금 과해도 안 되긴 하지만…. 뭐, 그건 알아서 잘 해결해봐.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라고.

베이징처럼 신경 써서 꼼꼼하게 테러할 필요는 없다.

거기는 워낙 큰 곳이니 정성껏 만져준 거고, 이런 곳은 대충 해도 될 거야.

그래도 적잖이 챙겨 줬으니 섭섭하진 않겠지. 부족하다고 삐지진 마.

그렇게 하루를 꼬박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물에는 모두 바닷물을 주입해줬다.

너무나 좋아하는 짱개 주민들. 크. 저렇게 리액션이 좋다니. 뿌듯한걸?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자원은 너무나 좋다.

아낄 필요도 없고 다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 들이붓는다고 수위가 낮아질 염려도 없잖아? 바닷물은 만세야.

그 어떤 독보다 지독해.

그렇게 북평 땅에 내 진심을 모두 전해주었으니 이젠 해안가를 따라 내려온다.

해안가는 좋다. 길을 잃어버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GPS가 안되니 길을 한번 잘못 헤매기 시작하면 답도 없다.

그나마 확실하게 알고 있는 곳에 저장해놓고 계속 돌고 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엄청 헤맸을 거야.

해안가 근처를 돌면서 벽으로 둘러싸인 곳 서너 곳을 박살 내주고 왔다.

사실 벽은 큰 의미가 없다. 벽으로 둘러싸인 봉쇄 지구 기준이 수원과 상수도로 정하진 않았을 테니까.

오히려 한두 곳씩 멀쩡한 곳이 있어야 더 피곤해지겠지?

전쟁에서도 그렇다. 적군을 죽이는 것보다 부상 입히는 게 상대방의 전력을 갉아먹는 데는 큰 효과를 주잖아.

부상자를 이송해야 하는 병력, 돌봐야 하는 인력, 먹여야 할 보급품.

몇 배로 손을 더 쓰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렇기에 완전하게 완전히 말살하는 것보다 맛탱이가 갈 정도로 만들어 놓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

해안가를 따라 내려와 도착한 곳. 텐진.

여기는 삼국지 시대로 따지면 남피. 원소가 생각나네.

어쨌든 텐진은 상당히 크다. 여기는 하루 가지고 안 되겠어.

이틀을 투자해서 꼼꼼하게 바닷물을 섞어줬다.

웃긴 건 짱개 땅에는 호수나 저수지가 많다.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이유를 모르겠어.

호수마다 하나씩 포탈을 열어두는 것도 일이다.

하도 호수랑 저수지가 많아서 포탈을 여는 것도 상당히 헷갈린다.

여기를 했었는지 안 했는지 알기가 힘들어.

뭐, 상관없지. 했었어도 또 하면 되잖아? 바닷물의 축복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근데 이 정도만 했는데도 또 일주일이 꼬박 지나갔다.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3월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아직 날씨는 춥다. 바람 끝이 조금 뭉뚝해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추워. 진절머리가 나네. 어휴.

언제쯤 이 찬바람이 말끔하게 사라질까.

제발 추위 좀 안 느끼고 비행 좀 해봤으면 좋겠다.

올해 여름은 정말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지?

더운 날에 이렇게 공중을 날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정말 기분 좋을 거야.

존나 열심히 했다고 해도 아직 기주 땅, 그러니까 중국 북쪽 끝도 전부 못 끝낸 거 같다.

와. 씨발. 진짜 드럽게 넓네. 환장하겠어.

분신 스킬은 정말 없는 걸까? 혼자 하기 너무 빡쎈데.

솔직히 분신 스킬 같은 거 하나 나올 때 되지 않았나?

답답하다. 정말. 이 넓은 땅을 뒤집어엎는 걸 혼자 해야 한다니.

미나가 더 성장할 때까지는 빼박 혼자서 다 해야 하는데.

근데, 분신이 생겨도 조금 이상하다.

나는 분신에 대해서 항상 생각했었다. 과연 분신을 만들면 그건 완벽한 나와 동일인인가?

그럼 서로 편한 걸 하려 들지 않을까? 나랑 똑같은 놈이 생기는 거잖아?

분신 스킬을 쓰는 순간 누가 분신 스킬을 썼는지 모르게 된다.

그건 말이 안 돼. 분신이라고 하더라도 메인과 서브가 있어야 한다.

그럼 그건 분신이라고 볼 수 있나? 차라리 하수인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거야? 스킬이 나온 것도 아닌데.

어쨌든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흘러간다.

길었던 겨울이 허무하게 끝나가는 듯한 느낌.

그토록 빨리 끝났으면 했던 겨울인데 막상 이렇게 끝나가는 걸 보니 아까운 느낌이 드네.

세아가 블링크를 마스터 했다.

역시 체력 증가의 효율은 기가 막힌다. 다른 여자들 보다 숙련하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

물론, 폭발과 번개, 바람 칼날은 연습장에 왔을 때만 숙련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을 거다.

그에 비해 블링크는 집에서도 혼자 숙련할 수 있으니까. 훨씬 더 빨리할 수 있었겠지.

"블링크 다 했어! 이젠 수납해도 되나? 되지? 설마 또 막을 거야?"

"마음 같아서는 탐지부터 배우게 하고 싶지만…."

세아의 눈초리가 살짝 가늘어진다. 으. 더는 못 막는 건가.

차라리 순간 이동 쪽을 꼬셔볼까? 아니다. 수납 배우라고 하자. 본인도 보상이 있어야지.

"배워. 수납."

"아싸!"

"그 전에."

"어!? 왜 또!?"

"패시브 나왔을 거야. 신체 능력 증가."

"아! 그래. 맞아. 생겼어."

"그것부터 배워야지."

"아. 그건 패시브랬지? 이거 배우고 바로 수납 배울 수 있는 거지?"

"어."

"오케이. 배운다. 배워버린다!"

신체 능력 증가는 30퍼센트 정도 신체 능력을 올려주니 괴력을 배운 세아에겐 확실히 좋은 패시브.

바로 스킬을 배우면서 표정이 다채롭게 변한다.

아무리 200만이 넘게 있어도 한방에 50만씩 빠지는 건 가슴이 벌렁벌렁 하겠지.

아니구나? 지난번에도 패시브를 배웠으니 보유 코인은 확 줄었겠네.

"배웠어! 둘 다!"

"축하해."

"수납!"

바로 수납을 써보는 세아.

재밌는 장난감을 얻은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다른 여자들 역시 표정이 달라진다.

배우게 하길 잘했네. 이렇게 동기가 생기는 건 좋은 거지.

"그럼 나도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나?"

"그럴래? 바로 할 테야?"

"음…. 아니. 일단 수납 조금 더 써보고."

"그래라. 어차피 나도 지금은 조금 바쁘긴 하니까."

그렇게 세아는 수납을 숙련하기 시작했다.

승희와 미나, 안나는 조금 남았으니 며칠은 더 중국 땅에 바닷물 뿌리는 짓을 더 해도 되겠지.

여자들이 다시 숙련에 몰두했고, 나는 다시 중국 땅으로 넘어갔다.

근데 그렇다고 해도 하루 이틀로는 뭔가를 엄청 더 하긴 힘들다. 끽 해봐야 도시 하나둘 정도?

새로운 도시를 터느니 이미 했던 곳들을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은 단 한 명의 짱개도 내가 직접 죽이진 않았다.

강력한 감시 체계로 묶여있는 짱개들이기에 함부로 죽이면 어떻게 보고가 올라갈지 모른다.

물론 민간인 몇 명 죽었다고 바로 의심을 하거나 내 존재를 알아챌 리는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야지. 이렇게 많은 인간이 있는데 그 죽음을 어떻게 다 알아차리겠어?

게다가 시체도 안 남고 증거도 없는데.

단순 실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원한이나 다른 이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덮어씌우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고.

하지만 아직은 죽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자잘한 피라미가 아냐.

그렇다고 거들먹거리는 간부 놈들 수준도 아니다.

이놈들의 실세들, 실력자들, 그런 놈들을 잡아 족치고 싶다.

과연 어떻게 하면 그놈들을 끌어낼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대륙에 바닷물을 퍼붓는 것도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놈들을 정신없게 만들어서 그 꼼꼼한 연결망을 끊고자 하는 거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아니지. 자기 발목이 바닷물에 잠겼는데 다른 쪽 위급사항을 신경 쓰거나 하지는 못할 테니까.

짱개 놈들이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자원이 부족해진다면, 분명 서로를 죽고 죽이는 꼴이 나올 거다.

나는 이 많은 코인이 어느 정도는 소비되길 원한다.

소비되고 뭉쳐서 수집하기 좋은 수준으로 개인에게 모여야지 수확하기도 편하다.

한 명 잡아서 500코인 얻는 짓. 언제 하고 있어.

그건 불가능하다. 몸이 열 개라도 불가능해.

서로 어느 정도는 죽이고 적당히 코인을 모아서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해.

스킬 하나 배우는 데는 많아야 30만밖에 안 된다. 그리고 그걸 마스터 하는 데는 한참 걸리겠지.

그동안은 코인 천만을 가지고 있어도 쓸 수가 없다. 그걸 노리는 것.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코인이 많아질수록 딴마음 품는 놈들이 많아질 거야.

그동안 병신 같이 봉쇄당하고 억눌려 있던 놈들도 반항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슬금슬금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해.

내분 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 많은 코인은 내가 다 가질 필요 없어.

딱 필요한 만큼만 있는 게 낫다. 나머지는 전부 의미 없이 사라져버려도 크게 아쉽지 않아.

그렇게 베이징 주변을 돌아본다.

아쉽게도 아직은 통제력이 유지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베이징 이쪽은 담수화 시설이 있나 보다.

어느 정도 물 배급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아니면 내가 바닷물 끼얹는 것을 소홀하게 한 곳이 있다던가?

어쨌든 뭐, 완벽하게 갈증으로 녀석들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으니 이 정도면 됐다.

그리고 베이징 쪽은 더는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여기는 핵심 지역이라 그런지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 되는 것 같아.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겠네.

어디가 좋을까? 내륙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내륙은 자신이 없다. 일단은 해안가를 타고 내려가 봐야겠어.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산둥반도 쪽으로 향했다.

북해.

공융이 있던 곳. 제법 큰 도시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니 웨이팡시라고 쓰여 있네.

이놈의 짱개 어는 대체 어떻게 읽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일단…. 여기도 똑같이 바닷물을 부어주기 시작했다.

슬슬 이 짓도 지겨워지기 시작하지만, 수많은 짱개들이 고통받을 걸 생각하면 힘이 부쩍부쩍 난다.

크.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수많은 짱개들이 있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작업이 더뎌지면 안 되겠지.

힘내자. 힘내서 더 많은 고통과 불편함을 안겨줘야 해! 힘내자! 아자!

그렇게 북해와 그 주변까지 신나게 바닷물을 퍼부어 주다 보니 안나가 바람 칼날을 마스터 했다.

"바람 칼날!"

날카롭게 날아가는 보이지 않는 칼날.

섬뜩함과 예리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깡통 하나를 깔끔하게 잘라냈다.

역시 마스터의 바람 칼날은 좋네. 사람 죽이기 딱 좋은 스킬이야.

"와. 무섭네."

"후후."

뿌듯해하는 안나. 칭찬받고 싶은 강아지 같은 모습.

"축하해. 그럼 이제…. 안나도 체력 증가가 생기겠네."

안 그래도 포션 먹는 데 크게 문제없는 여잔데 거기에 체력 증가도 생긴다.

아마 앞으로는 엄청나게 배우는 속도가 빨라지겠지.

"네. 바로 배울게요?"

"응. 일단 체력 증가는 배우고, 다음 스킬은…."

"블링크요!"

"블링크?"

아마도 나랑 세아가 블링크 쓰는 걸 보면서 부러웠나 보다. 저렇게 단박에 블링크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래. 워프 트리는 많을수록 좋지. 저장 위치가 많아지는 거니까.

앞으로 주변 지역을 다니게 되면 저장 지역은 무조건 많아야 한다.

내가 패시브가 생겼다 해도 저장 공간은 한정적이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내 개인적으로 써야 하는 곳도 있고.

"그래. 블링크는 좋지. 그렇게 해."

바로 스킬을 배우는 듯한 안나. 그러더니 짧게 외친다.

"블링크."

나는 세아 때 당했던 게 있어서 나도 바로 블링크를 써서 자리를 이탈했다.

내가 있던 자리 바로 뒤에 나타나서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 안나.

"후후. 예상하고 있었지."

그러더니 안나가 다시 블링크를 쓴다.

크크. 녀석. 아직 하급 블링크면 고작 20미터다. 그런 거에 당할 내가 아니지.

한 번에 거리를 왕창 늘려서 멀리 도망갔다.

그래도 많이 봐줘서 한 50미터? 그 정도만 이동했다. 그래야 따라올 생각을 하지.

바로 탐지를 썼는지 내가 있는 쪽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안나.

짧은 거리인데도 연속해서 쓰면서 나를 쫓아온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아쉽게도 당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한참을 블링크를 이용한 술래잡기를 벌였고, 결국 안나는 항복했다.

"으…. 두고 봐요. 언젠간 꼭 잡고 말 거야."

"뭐야. 치토스야?"

"응? 치토스가 뭐에요?"

"아냐. 그런 게 있어."

으. 내가 너무 옛날 걸 꺼내 들었나? 얘들은 치토스가 뭔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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