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67화 (36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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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스킬

파티와 게이트.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지금 당장 바로 필요한 스킬들.

그렇다면 스킬 숙련 방법이 편한 걸 먼저 찍겠는데 파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게이트는 그냥 열기만 해도 되지 않을까? 한 자리에서 계속 열기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이제 곧 승세미안 네 여자들과 밖에 나가는 일이 많아지겠지. 그렇다면 파티는 필수다.

하지만 아직 준비 된 건 안나 정도밖에 없다. 승희와 미나는 스킬을 배운다고 바로 나가진 못하겠지.

아주 약간은 시간이 있다는 소리.

게다가 게이트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킬이라면 지금은 게이트가 훨씬 유리할 거다.

왔다 갔다 하기가 편해지는 거잖아. 언제든지 귀환할 수 있고 언제든지 사냥터로 이동할 수 있다.

그래. 게이트 찍자. 어차피 저기 뭐야. 최신영이. 걔도 써먹으려면 게이트가 있어야지.

['게이트'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예를 눌렀고 스킬 창에 게이트 스킬이 생겼다.

이제 바로 써봐야지? 스킬 트리의 끝에 있던 스킬이다. 결코, 구릴 리가 없어.

일단 저장 위치를 내 방으로 다시 했다. 그리고 조금 옆으로 물러서 봤다.

"게이트!"

역시, 저장 목록이 뜬다. 순간 이동하고 같은 저장 위치를 공유하는 게 맞네.

내 방을 선택하자 눈앞에 푸른색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아까 내가 저장한 위치에도 포탈이 열렸다.

영롱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의 푸른 포탈.

상당히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모습. 근데 푸른색이라니. 이놈들 근본 있네.

역시 포탈은 푸른색이지.

내 키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포탈. 그러니까 이걸 게이트라고 부르는 거겠지?

푸른색으로 넘실거리는 모습, 그리고 안쪽에 마치 수면처럼 너울거리며 보이는 내 방의 모습.

아. 정말 내가 생각하던 거랑 거의 비슷하네. 다행이다. 전혀 생소한 개념이 아니라서.

너울거리는 안쪽에 팔을 넣어본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팔.

다시 팔을 빼봤다.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어. 이번엔 대범하게 머리를 넣어봤다.

"오…."

존나 신기하네. 들어간 포탈 말고 생겨난 포탈에 머리만 내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몸이 분단 되어있는 거잖아? 공간으로?

이런 것들은 자주 봤던 장면이다. 단지 그걸 내가 직접 몸으로 겪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

완전히 몸을 통과하고 나와서 포탈을 바라봤다.

캬…. 신기해. 정말 신기하다고.

그럼 이제 다른 테스트도 해봐야지.

궁금한 것들이 여러 개 있다. 일단…. 맘대로 닫을 수 있느냐인데.

"게이트 오프!"

안 닫히네. 그럼 다시.

"게이트 해제."

게이트가 닫혔다. 좋아. 다시 해보자. 마침 시간이 딱 돼서 닫힌 걸 수도 있으니까.

"게이트!"

다시 생겨난 두 개의 포탈.

"게이트 해제!"

포탈이 사라졌다. 나이쓰. 이러면 숙련하기는 좋지. 좋아. 중요한 건 확인했고.

이제 지속시간.

"게이트!"

게이트를 열고 시간을 재본다.

스마트폰 스톱워치가 숫자를 열심히 세고 있고, 나는 울렁거리는 푸른 포탈을 넋 놓고 바라본다.

한참 기다리니 스르륵 사라지는 포탈.

스톱워치를 보니 7분 46초. 어…. 스킬 지속시간 증가 때문에 이렇게 된 거구나.

계산해보자…. 어. 그러니까. 어. 지금 380퍼센트 증가니까. 어. 2분이구나?

그럼 2분, 3분, 10분, 20분 이렇기인가 보네.

스킬 지속시간 증가 적용하면 7분 46초, 11분 24초, 38분, 72분.

오. 기네. 이정도면 만족이지.

근데 이건 숙련 올리면서 뭐가 늘어나는 거지? 포탈 개수? 음…. 그건 뭐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고.

이제 안전도 테스트를 해야지.

스킬들은 대부분 사용자를 배려하는 게 많았다.

페이즈 아웃 같은 것도 사물에 끼거나 벽에 갇혀서 죽지는 않았어.

다른 것들도 대부분 그렇다. 블링크 같은 것도 스킬 발동이 안 되면 안 됐지 잘못 써서 죽어버리는 경우는 없었어.

"게이트!"

다시 열린 포탈. 긴 막대기를 하나 주워와 게이트에 반만 집어넣었다.

공간을 가르고 반대편 포탈에 삐죽 나와 있는 막대기. 이제 해제를 하면?

"해제!"

막대기가 내 쪽으로 쑥 튀어나오고 포탈이 사라졌다.

봐봐. 이 새끼들 이런 건 은근히 친절하다니까? 포탈이 사라지면서 반갈죽 되고 그러진 않는다는 말이지.

그럼 다음 테스트. 어디 보자….

다시 게이트를 연 다음 게이트 안쪽으로 베개를 던져봤다.

건너편으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베개. 뭐, 이건 당연히 되겠지. 됐어. 그럼…. 가장 중요한 걸 해볼까?

페이즈 아웃을 써서 바깥으로 나가 근처에 있는 하천까지 나갔다.

겨울이지만 제법 물이 많이 흐르는 하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물 안에 게이트를 열 수 있냐는 거다.

그럼 반대편 포탈에서는 물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겠지.

이게 되면…. 상당히 재밌는 것들을 할 수 있다. 예전에 본 만화에서 그런 게 있었지.

심해. 그러니까 물 깊은 곳에다가 게이트 마법을 열어버리면 강력한 수압이 게이트 문을 타고 나와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말은 되니까.

내 방을 물바다로 만들 수는 없으니 일단 이 하천 위를 빈칸에 저장했다.

그리고 하천으로 가서 스킬을 써본다.

"게이트!"

생겼다. 그리고…. 반대편 포탈에서 물이 콸콸 나오기 시작했다.

"미쳤네. 이게 된다고?"

씨발. 앞으로 불 한번 나봐라. 홍수를 만들어주마.

아니. 불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암튼 어디든 물바다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소리잖아.

신나네. 어디 가서 한번 빨리 써보고 싶다.

당한 놈들은 얼마나 어이없을까? 게다가 이건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가능하잖아?

하수 처리장…. 같은 곳을 열어버리면…. 어휴. 지옥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물론 거기 코인 회수하러 갈 자신은 없지만.

암튼 됐어. 물 같은 것도 통과되고 자연법칙도 다 적용된다면 행복하지.

대가리 굴리기 나름이라는 소리. 얼마든지 악랄하게 쓸 수 있는 거다.

자. 그럼…. 다음 테스트.

포탈은 과연 세로로만 열리는가?

아닐 거다. 수납도 그렇고 이걸 여는 건 상상하기 나름일 거다.

어디 한번 해보자. 포탈을…. 바닥에 만들면?

어라? 안 되네. 아씨. 이런 건 안 되는 건가?

게임 중에 이런 게임이 있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포탈 여는 게임.

으음…. 아! 이거 만들어지는 곳도 생각해야 하나?

어디 보자…. 그러니까…. 여는 곳도 가로로 구멍처럼 만들고 나오는 곳도 그런 식으로 키 높이 정도에서 열린다고 하면?

"오!"

열렸다. 이게 되네.

됐어. 크…. 역시 하기 나름이구나.

포탈 크기가 작은 게 흠이지만…. 아? 포탈 크기가 왜 작다고 생각하지? 이것도 내 고정관념이 아닐까?

또 해본다. 이번엔 제일 크게. 네모난 모양으로.

네모난 포탈이 열렸다. 길이를 재보니 가로세로 1.1미터다.

이것도 수납처럼 되는 건가? 1, 2, 3, 4 이렇게 늘어나려나?

대충 저 면적 크기로는 얼마든지 포탈을 열 수 있다는 뜻인데. 수납이랑 입구가 딱 들어맞네.

연계될 수 있겠어. 어쨌든 맘에 드네. 이정도면 됐고.

자. 이제 그럼 빨리하나 테스트해보자. 이것만 테스트하고 들어가야지.

비행을 쓰고 하늘을 날아 신촌 쪽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없으니 블링크를 마구 써가면서 순식간에 날아갔다. 빨리빨리 해봐야지. 궁금하잖아.

마지막으로 안나와 사냥했던 곳까지 온 나는 근처에 기척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일단 하늘 높이 올라가 공중을 저장했다. 대충 이정도 높이면 뒤질 수밖에 없겠지?

아래로 내려가 기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람 셋. 페이즈 아웃으로 들어가 보니 남자 셋이 술을 마시고 있다.

캬. 팔자 좋네. 하긴 이 좆같은 세상에 그런 낙도 없으면 안 되잖아?

집 안쪽 사각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투명화, 비행, 반사를 건다.

그리고 술 마시는 놈 바닥에다가 게이트를 열었다.

출구는 아까 저장했던 하늘 위.

푸른색 네모난 가로세로 1.1미터의 포탈이 열리고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빠졌다.

"여어어어어!!!!"

"어!?"

"뭐야!"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두 녀석.

나는 게이트를 해제하고 다시 다른 녀석 밑에다가 게이트를 열었다.

"으아아아아악!"

또다시 비명만 남기고 사라진 한놈.

마지막 하나 남은 녀석은 황당한 상황에 정신을 못차리다가 갑자기 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딜가니? 해제. 게이트."

녀석이 발을 디디는 곳에 게이트가 열렸고, 녀석은 그대로 발을 헛디디면서 게이트로 떨어졌다.

"씨바아아아아아알!!!!"

녀석의 비명이 도플러효과를 내면서 멀리 멀어진다.

흐음…. 너무 맘에 드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좋아?

나는 그대로 게이트를 향해 가서 아래로 쑥 내려갔다.

조금 전까진 집 안이었지만 지금은 공중이다. 아까 내가 저장했던 곳.

게이트를 닫고 아래로 쭉 내려가 본다. 한 자리에 곱게 모여있는 세 개의 코인 주머니.

아. 이거 너무 좋네. 미치겠다.

이러면 코인 먹여주기도 충분히 가능하잖아? 돌아버리겠네. 크크크크.

너무 웃겨서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사람을 셋이나 낙사 시켜놓고 킥킥 거리며 웃는 건 아무리 봐도 제정신 아닌 모습이긴 하지만…. 뭐 괜찮다.

내가 언제는 제정신이었나?

어쨌든 상당히 즐겁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게 비록 누군가가 구현해놓은 거라 하지만 어쨌든 잘 써먹을 수 있으면 됐다.

이제 눈에 보이는 놈들 중에서 비행 못 쓰는 놈들은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무효화를 쓰고 재우고 그 지랄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

중력이 알아서 죽여줄 거다. 깔끔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대충 다 했으니 바로 집으로 순간 이동해서 돌아갔다.

이제 이 저장 포인트 관리만 잘하면 되는 거야.

괜히 잘못 덮어씌우면 지워진 자리까지 쎄빠지게 다시 날아가야 하니까.

"짜잔!"

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 네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좋은 일 있어요?"

"스킬 찍어서 그래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기분 좋아 보이네요?"

네 여자가 각자 한마디씩 나에게 말한다.

나는 바로 눈앞에서 게이트를 열었다. 목표는 내 방.

거실에 생긴 푸른 포탈. 그리고 열린 문으로 보이는 내 방에 포탈.

네 여자가 눈이 커진다.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신기하게 포탈을 바라본다.

"이거 뭐에요? 설마 이게 그거에요? 게이트?"

"어. 맞아."

승희가 물어보더니 계속 포탈을 기웃기웃거린다.

"들어가 봐도 돼요? 저기 방으로 통하는 거죠?"

"응."

그러더니 망설임 없이 포탈로 뛰어든다.

미나와 세아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안나도 포탈로 바로 들어간다.

"와!"

"신기해!"

방에서 들리는 승희와 안나의 목소리를 듣고 미나도 슬그머니 포탈로 들어가 본다.

"어머!"

방에서 들리는 미나의 감탄.

세아만 끝까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포탈을 보더니 결국 자기도 들어가 본다.

"이야…."

그러더니 이번엔 네 여자가 전부 방에서 포탈을 타고 거실로 나왔다.

한번 해보더니 익숙하게 쓰기 시작하는 넷.

"와. 이거 신기하네?"

가장 주저하던 세아는 결국 가장 많이 포탈을 가장 많이 왔다 갔다 했다.

웃기는 녀석. 재밌다니까.

"더 재밌는 거 해볼까? 다들 비행 써볼래?"

넷 다 비행을 썼고, 나는 바닥에 포탈을 만들었다.

"내려가 봐."

"엑?"

놀란 승희. 하지만 안나는 내 말을 듣고 바로 뛰어든다.

"어어!?"

미나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쳤고 그걸 보더니 세아도 냉큼 뛰어든다.

"괜찮아요!? 하늘이 보이는데!?"

"괜찮아. 비행 썼으면."

결국, 승희와 미나도 포탈로 뛰어들었다.

모두가 넘어간 걸 확인 하고 나도 포탈로 들어갔고, 우리는 신촌 하늘 위에 떠 있게 되었다.

"와…. 이거 진짜."

세아의 감탄.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후후. 이런 거에 놀라면 안 되지. 이제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렇게 포탈을 왔다 갔다 하던 넷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나도 집으로 간 뒤 게이트를 닫았다.

"말도 안 되는 스킬이네요."

"그치?"

정말 신기하다는 듯 승희가 중얼거린다.

그래. 이제 이거면 이동에 제약이 없어져.

내 여자들의 사냥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저장 목록도 늘었으니…. 나도 슬슬 가볼 수 있을 거다.

중국. 짱개들이 바글거리는 곳.

흑해방인지 하는 놈들을 구경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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