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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연수
말문이 트인 다음에 안나는 다른 사람이 된 거 같다.
나쁜 뜻으로 변했다는 게 아니다. 훨씬 좋아졌어.
그동안 뭔가 하고 싶어도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참고 있었던 게 터진 느낌이랄까?
모텔에서 가장 좋은 방을 찾아 들어오자 안나는 나를 세우더니 말했다.
"가만히 있어 볼래요?"
안나의 말에 파카도 못 벗고 가만히 서 있게 된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하나씩 자신의 옷을 벗는 안나.
두꺼운 패딩을 벗자 보기 좋은 그녀의 몸매가 드러난다.
보풀이 일어나는 짧은 원피스 같은 것을 벗고 두툼한 기모 레깅스를 벗는다.
광택이 나는 캐미솔, 그 안에 있는 브라, 팬티.
알몸이 된 안나가 살짝 팔을 모으자 큰 가슴이 유난히 강조된다.
"있잖아요. 나는 이런 걸 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어요."
시선을 뗄 수 없는 알몸의 안나가 내게 다가와 내 파카 지퍼를 내린다.
"근데 또 죽지는 못했죠. 그런 마음이 있었거든요. 죽는 건 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을 죽일 때 죽어도 된다고. 그래서 참았어요. 별거 아닌 놈들을 죽이다가 죽는 건 또 아까워서. 하나뿐인 목숨이잖아요? 기왕이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하고 죽자고 생각했죠."
파카를 벗긴 안나의 얼굴이 다가와 내 뺨에 키스한다.
안나의 입술이 뺨에 닿자 짜릿한 기분이 든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짜릿한건지.
내 윗옷을 벗긴 안나. 그러면서 말을 다시 잇는다.
"그래서 살았죠. 살려면 이런 것들을 배우고 써먹어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굉장히 자괴감이 들었어요. 처음 본 남자들의 몸을 만지고 주무르면서도 끔찍한 기분은 여전했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나는 그냥 살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뿐이다."
바지와 속옷이 모두 안나의 손에 벗겨졌다.
침대 앞에서 알몸으로 마주한 두 사람.
안나는 침대 겉에 있던 시트를 벗겨내 바닥에 내려놨고, 베개 몇 개를 만져보다니 납작한 거 하나를 침대에 놓고 나에게 다시 말한다.
"여기 엎드려 볼래요?"
안나의 말에 순순히 엎드렸다.
물건이 조금 발기되어있어서 살짝 불편했지만, 침대가 푹신해서 그나마 괜찮네.
"이런 것들을 배운 거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당신한테 해줄 수 있으니 마음을 조금 바꾸려고요. 이날을 위해 익힌 거로 치자고요. 혹시 찝찝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럴 리가."
느긋하게 엎드린 내가 말하자 안나의 차가운 손이 내 등에 닿았다.
아까 뺨에 입술이 닿았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몸이 짜릿한 느낌.
온몸의 신경이 등에 닿은 안나의 손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이거 정말…. 너무 좋은데.
"당신만을 위한 거예요. 당신 전용."
안나가 엎드려 있는 내 몸에 포개며 귓가에 속삭인다.
소름이 쭈뼛 돋는 느낌. 그 감각도, 말의 내용도 전부 만족스럽다.
내 전용이라니. 참 좋은 울림이야.
그리고 가슴이 등에 닿는 게 느껴진다. 압도적인 가슴의 존재감과 그 끝에 달린 꼭지까지.
내 등의 감각이 이렇게 민감했나?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지?
다시 가슴이 떨어졌고 부드러운 손이 등에 닿았다.
몸을 만져주는 손길이 너무 좋다. 안나의 악력은 생각보다 강했고 몸이 시원하게 풀어진다.
이래서 마사지를 받는 거구나. 이제야 알겠네.
"오일 같은 게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오일?"
눈을 감고 내가 입을 열자 나른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게 내 목소린가? 완전 한껏 풀어졌는데?
너무 느긋하게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탐지를 돌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게 느껴지고 다시 한껏 마음이 느긋해진다.
"네. 오일."
"아무거나 상관없나?"
내가 수납을 열어서 뭔가를 하나 뱉어냈다. 분명 예전에 수납에 뭔가를 담아놨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식용유잖아요."
"미끈거리면 다 괜찮지 않을까?"
"씻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무슨 상관이야. 다 씻을 때까지 같이 씻으면 되지."
"못 말려 정말."
그러더니 껍질을 까서 뚜껑을 열더니 손에 묻혀보는 것 같다.
"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 안나만 괜찮으면 얼마든지 해도 돼."
"입에 들어가는 거라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요.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그러더니 내 등에 쭈욱 짜낸다.
그리고 두 손이 부드럽게 온몸을 만져준다. 아. 이거 느낌은 좋네. 왠지 고소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먹을 거로 이러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네요."
"뭐 어때. 그리고 다 끝난 다음 먹으면 되지."
"기름을요?"
"아니. 나를."
"진짜."
안나는 등을 살짝 찰싹하고 때리며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 등에 닿은 감촉과 안나의 웃음소리가 더없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오일이 생기자 안나의 마사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팔과 팔꿈치를 써가며 나의 등을 만져주는 안나.
약간씩 아픈 건 있었는데 그렇다고 고통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기분 좋은 아픔? 이런…. 이런 취향이 개발되는 건가?
한참 등을 풀어주던 안나가 자신의 몸을 내 등에 밀착시키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좋네. 폭신한 가슴이 등에 바짝 붙어 눌리는 감각.
뭐라고 해야 하나…. 극락? 그래. 여기가 극락이지 않을까?
감촉도 감촉이지만 나를 위해 누군가가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봉사 받는 느낌. 그래. 그런 거지. 펠라와 같은 거다. 이 행위는 오로지 받는 사람만 즐거운 행위잖아.
그런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안나가 다른 남자들에게도 이런 걸 했었다는 거? 별로 신경 안 쓴다. 그들은 안나의 마음 까지 얻진 못했어.
게다가 그놈들은 다 죽었거나 죽을 거다.
안나의 과거는 불행했지만, 불행한 과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즐거운 현재와 행복할 미래만이 관심사일 뿐이다.
그건 비단 안나뿐만이 아니다. 승희도 미나도 세아도 마찬가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픈 과거는 있다. 그리고 그건 나를 만나기 전의 일들.
나를 만나기 전의 과거는 어쩔 수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나를 만난 이후의 행복.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게 내 목표고 삶의 이유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안나는 내 손을 만져주고 있다.
차가운 손이 매끈매끈한 기름에 더해져 섬세하게 내 손을 만져준다.
그리고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
큰일이야. 너무 좋은데.
다음엔 이걸 어떻게 부탁하지? 그냥 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야.
"이제 돌아 누워볼래요?"
"어?"
그래. 뒤를 했으니 앞도 해야겠지.
근데 뭐랄까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다.
엎드려서 마사지 받았을 때도 이렇게 좋았는데…. 앞은 대체 얼마나 좋을까?
내 상상력은 생각보다 별로 안 좋은 편이었나보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안나가 해주는 게 더 좋았으니까.
엎드려 있을 때는 단지 촉각만이었다.
하지만 누워서 받으니 거기에 시각이 더해졌고,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 몸 위에 올라타 가슴과 몸으로 나를 문질러주는 모습.
큰 가슴과 아름다운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몸을 돌리자 눈앞에 안나의 아래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안나의 몸을 만진다. 아. 이 감촉은 사기야. 부드럽고 미끈거리다니.
손은 거침없이 안나의 몸을 어루만졌고 내 손길이 기쁘다는 듯 살짝살짝 움찔거리며 계속해서 내 몸을 만진다.
이제는 거의 마사지가 아니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탐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슬쩍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안나는 두 손으로 내 상체를 누르며 못 일어나게 했다.
"싫어요. 오늘은 내가 위에요."
그 말에 거절할 수 없던 나는 얌전히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고, 안나는 그런 내 허리 위에 당당하게 올라앉아 나를 내려봤다.
저 웃음. 저게 너무 사기야. 이쁜 애가 웃으면 뭐, 막을 방법이 없어.
미끈거리는 내 허벅지 사이에 앉아 있는 안나는 내 물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잔뜩 커져 있는 물건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러더니 조금씩 손놀림이 빨라진다. 아…. 이거 비슷한 거 예전에 당해봤는데…. 민희한테….
"윽."
거침없는 손놀림에 금방 사정해버렸다. 끝까지 부드럽게 만져주는 그 손길에 뇌가 타버릴 정도로 쾌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웃긴 게 아직 발기가 풀리진 않았다. 자극이 너무 컸었나 봐. 아직도 꼿꼿하게 유지하고 있는 물건.
그리고 안나는 그런 물건을 자신의 안쪽에 넣었다.
새하얀 안나의 몸이 내 물건을 삼키는 모습이 정말 야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면서 살짝 내뱉는 신음도.
"으음…. 먹었어요."
그러면서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안나. 거기에 앙큼함까지. 아. 반칙이야. 반칙. 너무 야하다고.
웃는 것보다 야해. 음탕함 그 자체야!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안나가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방금 한번 사정했음에도 물건이 더 빳빳하게 커지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다.
안나 역시 커져 있는 내 물건이 제대로 느껴지는지 자신도 안쪽을 조이며 나에게 화답한다.
겉으로 보기엔 성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이런 테크닉까지 써버리면…. 그야말로 맙소사야.
"너무 미끄러워서 오히려 방해되네요…. 으음…."
잔뜩 느끼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리는 안나.
그렇다고 지금 씻기는 힘들다. 수납 안에 물티슈가 있던가? 물티슈로 닦아야 하나?
"아!"
그렇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났다. 내 탄성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안나.
나는 옆에 놓인 기름통을 보고 말했다.
"회귀."
기름통이 뜯기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와 안나, 침대에 묻어있던 기름 또한 전부 사라졌다.
그런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던 안나는 기분 좋게 웃어버린다.
"하하하. 정말 당신은 대단해요. 천재인 거 같아."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잔뜩 띄워주는 말에 기분이 들뜰 새도 없이 기분 좋은 감촉이 아랫도리에 몰리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난 건…. 으음…. 더없는…. 축복이에요…."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말을 내뱉고 조금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다.
잔뜩 느끼는 표정과 출렁이는 가슴. 벌꿀 색 머리카락이 내 시야에서 나풀나풀 춤을 춘다.
손에 만져지는 안나의 허벅지, 그리고 허리.
그녀는 희열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든다. 점점 빨라지는 몸의 움직임과 거칠어지는 숨소리.
더는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내가 사정하자 안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며 허리를 파르르 떤다.
"너무 좋아. 나만 가지고 싶어."
그러면서 나에게 안긴다. 은근슬쩍 본심을 내뱉는 안나.
"근데…. 그럴 수는 없죠. 씅희도 미나도, 세아도. 그녀들에게도 당신은 소중할 테니까."
내 가슴팍에 엎드려 조용히 중얼거리는 모습. 그러더니 내 귓가로 다가와 내 귀를 살짝 깨문다.
어우…. 뭐야. 너무 좋긴 한데 살짝 무섭잖아. 깜짝 놀랐어.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나만 독차지해도 되겠죠?"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여자. 나는 그런 안나의 등을 쓸어주면서 말했다.
"그래. 얼마든지."
내 말을 들은 안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늘 봐왔던 그 해맑은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더니 나에게 말한다.
"이제…. 씻을까요? 기름 걱정을 했는데 당신 덕분에 그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다시 한없이 싱그러운 모습의 안나가 되었다. 뭔가 잠시 꿈을 꾼 느낌이야.
안나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수건으로 머리를 꼼꼼히 감싸는 안나. 그래. 저건 이해한다. 머리에 물이 묻는 건 싫겠지.
나도 이제 여자들을 조금 안다 이거야. 하하.
그렇게 몸을 씻고 옷까지 입은 우리는 서로를 보고 멋쩍게 웃었다.
좋기도 하고 살짝 민망하기도 하다. 왜일까? 웃기네.
그래도 행복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곳 신촌에서 사람을 잔뜩 죽이고 서로를 탐한 다음 웃고 있는 커플이라니.
정말 상식이 부서진 세상다워. 하하.
그렇게 모텔을 나선 우리는 손을 잡고 다시 벙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나의 첫 살인 데뷔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났다.
문제는 한번 데뷔한 이상 실패 없이 평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다.
실패는 말 그대로 죽음이잖아. 정말 빌어먹을 난이도의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