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61화 (3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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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

귀찮다고 마무리를 안 할 수는 없다.

대호 그룹 핵심을 다 박살 내놨는데 최 상무랑 김유리를 살려둘 수는 없잖아.

어차피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다 얻었다. 둘은 이제 필요 없어.

김유리는 벙커 안에 갇혀있으니 최 상무부터 찾아갔다.

욕조 안에서 안쓰럽게 축 처져있는 녀석.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코인은 5만 코인 조금 넘는 정도.

얘들은 정말 낭비를 별로 안 좋아하나 봐. 코인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질 않네.

그리고 김유리. 벙커 안에 들어오니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쯧. 아깝긴 아깝네. 외모도 괜찮고 능력도 좋은데.

무효화, 수면. 마체테.

멍청한 짓을 한 건 최신영과 고성연으로 충분하다. 괜히 짐을 더 늘리고 싶진 않아.

코인은 10만 코인.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근데 어차피 코인은 이제 넉넉해.

당분간은 코인 모자라는 일은 없을 거다.

상당히 큰일을 마무리하고 왔는데도 아직 해야 할 일은 잔뜩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생존하면서 중동을 왔다 갔다 하고 다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왜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 걸까.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근데 뭐…. 어쩔 수 없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시야가 넓어질 수밖에 없지.

게다가 내가 서 있는 곳이 가장 높은 봉우리도 아니다. 아직 봉우리는 잔뜩 남았다.

여기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아직 오르기를 포기하지 않았어.

하지만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 올라가는 곳들은 혼자 힘으로만 올라가기는 힘들 테니까.

조금…. 숨을 고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 포기하는 게 아니잖아.

다시 올라갈 힘을 모으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동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수원 비행장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숙련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만 벙커에 가둬놓은 두 여자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야.

어휴. 이럴 거면 그냥 죽이고 말지. 계속 이렇게 신경 써야 하나?

하여간 멍청해. 고생을 사서 한다고.

탐지를 돌려보니 기척 두 개는 잘 있다.

그렇다고 굳이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다시 집으로 순간 이동.

방이 아닌 집 근처로 저장 위치를 잡아놨기에 벙커로 들어가려는데 집 앞 공터에 네 여자가 나와 있었다.

얼래? 뭐 하고 있는 거야?

네 여자는 술래잡기처럼 보이는 것을 하고 있었다.

술래가 세아인 듯 비행으로 안나를 쫓아간다. 역시 비행으로 도망가는 안나.

하지만 일정 범위를 정해 놨는지 바닥에 금이 보였고 안나는 도망가다가 그 근처까지 가더니 재빠르게 아래로 몸을 움직인다.

순간 거리를 확 좁힌 세아. 하지만 안나는 그대로 뒤로 짧게 움직이더니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걸 잡는 것처럼 몸을 솟구치던 세아가 갑자기 미나 쪽으로 몸을 틀었다.

깜짝 놀란 미나가 오른쪽으로 움직였지만, 세아는 그 방향을 예측했다.

바로 몸을 미나 쪽으로 움직여서 결국 어깨를 찰싹 친다.

"캬하하. 터치!"

"으아! 또 잡혔어! 안나를 쫓던 거 같더니 왜 갑자기 나야!"

"언니가 방심하고 있는 거 같아서 잡았지! 캬하하.“

세아는 계속 호탕하게 웃었고, 그런 세아를 보며 밑에서 구경하던 들개들과 강아지들이 따라 짖는다.

뭐야. 되게 웃긴 장면이네. 쟤들은 뭘 알고 따라 짖는 거야?

"으으. 이번엔 내 차례야. 5초 뒤에 간다. 5. 4. 3. 2. 1. 간다!"

그리고 갑자기 앞으로 쇄도하는 미나.

세아 쪽으로 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팍 꺾더니 바로 승희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깜짝 놀랐지만, 미나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승희.

미나가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뒤쪽 위로 몸을 확 이동시킨다.

바로 그걸 쫓아가는 미나. 하지만 이번엔 승희가 다시 아래로 쭉 내려갔다.

땅에 닿을 정도로 내려가던 승희는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고, 미나는 바로 그런 승희를 쫓아간다.

그렇게 한참을 쫓고 쫓기는 공방을 벌이는 미나와 승희.

세아와 안나는 계속해서 간격을 벌리며 둘 사이의 공방을 지켜본다.

밑에서 지켜보던 개들은 그런 그녀들의 움직임에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면서 함께 뛰고 있다.

어휴…. 개판이네.

근데. 재밌다. 놀이라고 보기엔 단순하지 않다.

반사신경과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회피 기동하는 훈련이라고 봐야겠지?

넷 다 비행이 마스터가 아니라서 최대 속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훈련이 될것 같다.

"아아!"

결국, 승희가 잡혔고 안타까운지 탄식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온걸 봤는지 나를 보고 환한 표정을 짓는다.

"왔어요!?"

미나와 세아, 안나도 이제야 나를 발견한 거 같다. 그만큼 승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집중은 좋지만, 주변도 둘러볼 수 있어야 할 텐데.

"재밌는 걸 하네?"

"몸도 움직일 겸 하는 거죠."

미나가 내 곁으로 다가오면서 말했고, 다른 여자들도 전부 내 곁으로 다가온다.

"근데…. 니네가 직접 움직이는 것도 아니잖아. 스킬로 움직이는 건데."

"쉿."

세아가 조용히 하라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웃기는 녀석들.

"그래도 이런 건 괜찮네. 결국은 나중엔 반사를 두른 공중전이 될 텐데 이런 공중 근접전은 중요하지."

"오빠도 할래요?"

승희가 물어봤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나는 비행 마스터야. 너희보다 비행 속도가 빨라."

"아. 그렇지."

"근데 이런 건 되겠다. 다들 아까처럼 흩어져볼래?"

네 여자는 공중으로 흩어졌고, 나는 블링크를 써서 안나의 뒤로 가서 옆구리를 쿡 찔렀다.

"히약!"

"어!?"

"아?"

"뭐야! 블링크잖아? 그건 반칙이지!"

나는 그런 그녀들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공중전. 너희들이 하고 있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건 맞아. 근데, 이런 훈련도 하긴 해야 해. 자신의 주변이나 사각에 블링크로 다가오는 상대와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는 거."

"으엑. 그런 게 되나?"

"못하면 죽는데?"

내 말에 세아가 입을 다물었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나를 향해 말한다.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보호막을 배우는 게 낫지 않아?"

"물론 보호막이 있으면 편하지. 비행, 반사, 보호막을 두르고 공중에 떠 있으면 솔직히 죽일 방법은 없으니까. 근데 문제는 보호막을 쓰고 있으면 너희도 공격을 못 해."

"에…. 그러네?"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보호막으로 몸을 두르고 있다가 공격할 때만 그 부분의 보호막을 빠르게 없앨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겠지? 차라리 금속화를 배우고 말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러게 말야. 내가 결국 고민하는 것도 그거야. 서로 공중에 떠서 대치해버리면 서로 어쩔 수 없어."

내 말에 네 여자 전부 고민하는 표정이다.

나는 그런 그녀들의 뒤로 블링크를 한 번씩 써서 움직였다.

승희의 뒤로 가서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미나의 앞으로 가서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세아의 옆으로 가서 찌르려는데…. 세아는 피했다.

"오."

"다음에 나한테 올 걸 뻔히 아는데 못 피하면 안 되지."

아무리 알았다고 해도 좀 의외네. 역시 이 녀석은 센스가 있긴 해.

"아무튼, 나랑도 이런 훈련 같이하자. 재밌네."

솔직히 속으로 어느 정도 감탄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닌, 능동적으로 이런 것들을 생각해 내서 뭔가를 한다는 것.

적어도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는 뜻이잖아.

상당히 고마운 일이다. 신나게 포션을 먹이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차기도 하고.

이 여자들과 함께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거 같아.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내가 순간 이동 92퍼정도 되어서 슬슬 하루 정도면 마스터 할 수 있게 되었기에 라스트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데, 안나가 비행을 마스터 했다.

"오오. 안나 진짜 엄청 달리네."

내 말에 뿌듯한 미소를 짓는 안나.

그리고 다들 그걸 보며 부러운 표정을 짓더니 다시 비행 숙련에 몰두한다.

"이제 바람 칼날 배워요?"

"그렇지. 탐지에 투명, 비행까지 배웠으니 이제 바람 칼날 해야지."

안나의 계획은 모두 세워져 있기에 스킬 정하기가 편하다.

바람 칼날을 배우고 나중에는 토네이도까지 배우게 하면 되겠지. 문제는 숙련인데.

"코인은 많을 테니 일단 바로 배워."

"알겠어요."

꼼지락거리더니 나를 보며 말하는 안나.

"배웠어요."

"오. 그럼 한번 쓰러 가볼까?"

내 말에 다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긴, 어떤 것인지 보고 싶겠지. 공격 스킬을 제대로 본적은 없을 테니까.

모두와 함께 밖으로 나왔고 나는 청평에 있던 승주를 떠올리며 말했다.

"바람 칼날은 상당히 위험한 스킬이야. 일단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그대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가 있어. 게다가 꼭 목이나 가슴을 맞추지 않아도 치명적이지. 팔다리 같은 건 썩둑 썩둑 잘려나가거든."

내 말을 들은 여자들은 상당히 진지한 모습이 됐다. 안나 빼고.

당장이라도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은 모습.

주변을 둘러보고 창고 한구석에 놓인 드럼통 하나를 가져왔다.

거리는 대충…. 30미터 정도. 적어도 이 거리에선 맞출 수 있어야지.

"한번 저기다 써 볼래? 다들 뒤로 가고."

나를 비롯한 승희와 미나, 세아는 안나의 뒤로 물러났다.

잠시 드럼통을 노려보더니 짧게 외치는 안나.

"바람 칼날!"

탱!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아가 드럼통에 부딪혀 경박한 소리를 낸다.

"에?"

"얼래?"

"뭐야? 쓴 거야?"

"이게 다야?"

다들 생각보다 별거 없는 위력에 놀라는 눈치.

"아직 하급이잖아. 스킬 숙련이 오를수록 위력은 늘어날 거야."

"아아."

안나는 은근히 기대가 컸나 보다. 하긴 하급 효과를 보면 다들 저러지. 나도 그랬잖아.

얼음 화살이나 파이어 볼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막 배운 공격 스킬은 정말 쓰레기 같은 위력이다.

왜 배웠는지 실망하기 딱 좋은 스킬들.

"연습을 많이 해야 해. 일단 고급은 돼야 밖에 나가서 실전을 뛰어 보지."

"고급…. 1,250번."

"포션 63개니까, 사흘 정도면 되겠지?"

"그렇겠죠. 알겠어요. 전 연습 좀 더 하다가 들어갈게요."

"그래. 다들 들어가. 나도 순간 이동 숙련 마저 해야겠다."

승희와 미나, 세아는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음. 다들 코인은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 이젠 숙련이 문제네.

승희가 배우려는 폭발, 미나가 배우려는 번개.

방안에서 숙련할 수 없는 스킬들이다. 게다가 폭발은 시끄럽다. 번개는 눈에 띄고.

숙련하기가 상당히 짜증 나지는데. 하긴, 안나의 바람 칼날도 문제다. 너무 위험해.

지금 안나도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들개들과 강아지 때문에 바람 칼날에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까불거리며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실수로 바람 칼날의 궤도 안에 들어오면…. 대참사다.

상당히 보기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

훈련장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까? 폭발과 번개를 마음껏 테스트해도 주변에 영향을 안 주는 곳으로.

아. 섬이라도 하나 찾아봐야겠다. 아니면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곳이라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이거 참…. 할 일이 많네.

일단 그렇게 하려면 게이트가 필수다. 훈련할 때마다 멀리까지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잖아.

비행이 있긴 하지만 효율이 별로다. 일단은 이 근처에 날아갈 수 있는 훈련장을 하나 찾고 다른 곳을 더 알아봐야겠네.

"안나. 조심해. 나는 나갔다가 올게."

"알겠어요. 다녀와요."

게이트, 그리고 파티.

파티의 중급 효과도 확실히 필요하다. 파티원끼리 서로 공격이 안된다고 했지?

안나의 바람 칼날, 승희가 배울 폭발, 미나가 번개 이후에 배울 스킬들.

전부 광역 공격이니 중급 파티의 효과는 필수다.

실수로라도 서로를 다치게 만드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지.

그게 포션이나 승희의 힐로 치료가 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안 되면 골치 아파지잖아.

신체 복구였던가? 그런 게 있긴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티어9단계다.

승희가 그걸 배우려면 아직 까마득하지. 게다가 그게 그런 스킬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일단, 먼저 한 바퀴 둘러보고 오자. 수원이랑 SG 센터.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둘러 봐야지. 무슨 일이 있는지는 체크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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