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59화 (35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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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클라스

조금 거리를 벌리고 떨어져서 기척들을 지켜본다.

굳이 지켜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엘리베이터 있는 쪽에 기척이 느껴지나 안 느껴지나만 확인하면 되니까.

페이즈 아웃이라면 갑자기 기척이 나타날 거다.

순간 이동이라면 다른 곳에서 다가오겠지. 엘리베이터 앞을 저장해 놓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

탐지거리가 늘어나서 좋긴 하지만 먼 거리에 있는 작은 기척을 일일이 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저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 거기 앞에 제법 모여있는 사람.

아마 아무리 눌러도 반응 없는 엘리베이터를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거겠지.

자….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페이즈 아웃? 순간 이동?

솔직히 말해서 페이즈 아웃이나 순간 이동은 없을 것 같다.

바로 밑이 오너 일가의 생활공간인데, 벽을 마음껏 뚫을 수 있는 페이즈 아웃 스킬 보유자를 벙커 안에 들여놨을 것 같지는 않아.

순간 이동도 마찬가지다. 벙커는 보안이 핵심인데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놈들을 함부로 두진 않았겠지.

나라면 그렇게 할 거다. 아니지. 나라면 애초에 이렇게 멍청한 짓은 안 하지.

어쨌든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두어 명이 지상으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게 보인다.

오케이. 저쪽이 계단이구나. 그럼 페이즈 아웃이나 순간 이동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두 명의 기척이 올라오는 쪽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옆쪽 조금 떨어진 곳.

아. 바로 옆에 있었네. 조금 더 찾아볼걸. 됐어. 뭐, 찾았으니 됐다.

지상까지 올라와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녀석들. 블링크로 다가가 무효화와 수면을 썼다.

아쉽게도 또 둘 다 남자다. 쯧. 귀찮네. 정말.

망설임 없이 죽인다. 살려둘 이유가 없어.

둘이 합쳐서 3만 코인. 뭐지? 갑자기 너무 가난해졌는데? 얘들은 그냥 일반인인가?

어쨌든 이제 계단의 위치도 알았다. 이건 막아야겠지?

단순히 문을 잠그는 수준이 아니고 아예 틀어막아야지. 뭐가 좋을까.

주변을 살펴보다가 토사가 잔뜩 쌓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아. 저게 좋겠네.

수납을 이용해서 흙을 잔뜩 담았다. 정말 잔뜩.

그리고 계단 입구로 오자 밑에서 느껴지는 기척. 후발대인가? 기척 두 개가 더 올라온다.

가만히 좀 있지. 왜 자꾸 올라오고 지랄이야.

뒤로 물러났다가 녀석들이 나오자 또다시 잡았다. 또 남자 두 놈. 아 왜 이런 건 남자만 하냐고. 여자는 안 올라와?

코인도 별 볼 일 없는 놈들. 한심하네.

빠르게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밑에 보이는 계단 입구. 벙커답게 상당히 육중하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 당겨서 열게 되어있다.

거기에다가 흙을 잔뜩 들이부었다. 가져온 양이 엄청나서 흙을 다 부을 때쯤엔 거의 한층 높이만큼 쌓일 정도.

저러면 죽어도 문은 못 열겠지. 됐어. 이제 걸어서 올라올 수 있는 길은 막혔다.

안에 있는 놈들은 이제 벙커 안에 갇힌 셈이다. 슬슬 머리 아플 거야. 어떻게 나가나 싶겠지?

하지만 그런 고민은 할 필요 없을 거다. 내가 다 죽일 거니까.

페이즈 아웃을 써서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 문을 열심히 밀고 있는 녀석들. 되겠냐? 무리야.

녀석들을 무시하고 일단 한층 더 내려갔다. 굳이 위험하게 돌아다니면서 잡을 필요 없지.

하나씩 유인해서 잡는 게 편해.

최하층으로 내려와 페이즈 아웃을 풀고 늘 하듯 투명, 비행, 반사를 건 뒤 탐지를 돌렸다.

최 회장, 최 회장 방에 여자 둘, 최 상무 부인, 최 이사, 최신영.

일단 남자들부터 제압하자. 당장 죽일 수는 없으니 제압해야 해. 귀찮더라도.

최 이사. 그러니까 뺀질이 놈의 방부터 페이즈 아웃을 쓰고 들어갔다.

잠들어 있는 녀석. 아직 깰 시간이 아닌가 봐. 위층에선 난리가 났는데 말이지.

수면을 걸고 잘 묶었다. 됐어. 그런 거기서 계속 자고 있으라고.

이번엔 최 회장. 영감쟁이라 그런지 벌써 깨어있다.

여자 둘이 옆에서 시중을 드는 모습은 참…. 부럽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고 그렇다.

왜 추하지? 존나 부러운 거 아닌가? 어쨌든 재우고 매혹했다. 어려울 거 없지.

얼마나 잘 먹고 살았는지 아직도 몸이 투실투실하다.

지금은 살찐 사람을 보기 참 쉽지 않은 세상인데. 하긴, 뭐 충분히 그럴 사람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 묶었다. 나이 많은 남자를 만졌더니 기분 나쁘네.

"너희 스킬은 뭐냐?"

"소주 생성입니다."

"기름 생성입니다."

이야. 소주 생성! 진영이 이후로 처음 본다.

일부러 저 스킬을 찍게 한 걸까? 아니면 저런 스킬인 여자 중에서 골라온 걸까?

뭐든 상관없지. 둘 다 필요 없어.

아직 페이즈 아웃을 더 써야 하기에 일단 둘 다 테이프를 둘렀다.

이렇게 잘 앉혀 놓으면 최 회장이랑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것처럼 탐지에 잡히겠지.

이제 남은 건 싸모님이랑 최신영. 최신영은 이 시간에 안 일어난다. 싸모님 부터 할까?

최 상무의 방으로 가니 싸모님도 아직 자고 있었다. 매혹을 걸고 깨운다.

탐스러운 젖가슴. 탄력 있는 몸. 조금 주무르자 눈을 뜨는 여자.

"일어나. 옷 입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싸모님. 그래. 뭐 나쁘지 않아. 관리 잘한 미시 같은 느낌이야. 색기도 있고.

"따라와."

그렇게 싸모님과 함께 이번엔 최신영의 방으로 간다.

맨날 페이즈 아웃으로만 들락날락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가는 건 조금 웃기네.

"문 열고 들어가."

방문을 안 잠그고 사는지 문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캄캄한 방안. 무드등 때문에 안에 자고 있는 최신영의 실루엣이 보인다.

무효화를 걸고 최신영과 싸모님에게 다시 매혹을 건다. 자. 장악은 끝. 이제 유인할 시간.

"일단…. 너. 스킬이 뭐냐."

아직 잠든 최신영의 가슴을 만지며 싸모님에게 물어본다.

매혹을 건 사람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은 매혹 걸린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참아야지. 지가 뭘 어쩌겠어.

"매혹과 반사, 수납입니다."

"뭐? 매혹?"

내가 잘 못 들었나 했다. 매혹이라고? 와. 매혹을 찍었어?

게다가 수납을 찍었다는 것은 매혹 마스터란 이야기다.

와, 미쳤네. 아니지.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 여자는 따지고 보면 지금 대호 그룹의 여자 중에서 가장 위치가 높다.

최 회장이 아직 살아있어서 그렇지, 결국은 최 상무가 그 자리를 승계할 거고 결국은 회장 부인이 될 여자니까.

그런 여자에게 매혹은 그 누구보다 좋은 스킬이다.

물론 남편이나 시아버지가 그걸 허락했다면.

매혹 스킬은 위험하기에 여기저기에서 배척당하기 쉬운 스킬이지만…. 차기 대호 그룹의 회장 부인이라면 배척할 사람은 없겠지.

이야. 이거 일이 편해지네? 아주 좋아.

어…. 잠깐만. 그러면?

"혹시, 최 회장이나 최 상무, 최 이사, 최신영. 전부 다 매혹이 있나?"

"네. 그렇습니다."

크으. 그렇구나. 역시. 새끼들 좋은 스킬이 뭔지는 아는구나.

아. 재밌네. 내가 이놈들을 너무 호구로 생각했었어. 하긴 그렇지. 이놈들이라고 병신 머저리가 아니지.

"으음."

최신영이 눈을 떴고, 나를 바라보자 바로 활짝 웃는다.

큭. 그렇게 몸을 탐했는데, 제대로 깨어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네.

그동안은 깨어나면 재우고, 깨어나면 재우고를 반복했었는데.

게다가 이 여자는 내 얼굴은 처음 볼 거다. 모르지. 목소리는 귀에 익을지도?

"최신영."

"네."

내 목소리를 듣자 마치 황홀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여자.

새벽마다 와서 가지고 논게 효과가 있나? 전혀 없지는 않겠지?

"너도 매혹이 있다고?"

"네."

"넌 스킬 뭐야."

"매혹, 반사, 수납입니다."

"뭐야. 둘이 똑같아?"

"네."

"설마, 다른 최 씨 남자들도 다 스킬 똑같냐?"

"네."

웃기는 놈들이네?

어쨌든 대호 그룹에서 생각하기론 그 스킬들이 가장 씹사기라고 인증 마크를 찍은 거잖아?

뭐, 얼추 내 생각이랑 비슷하네. 나라면 반사 대신 투명화를 넣었겠지.

하지만, 이놈들은 공개적인 자리가 많기에 투명화보단 반사가 더 낫긴 할 거 같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가네. 오케이.

"자. 어쨌든 빨리 시작하자. 위에 연락해서 내려오라고 할 수 있지?"

"네."

"네."

안될 리가 없지. 사람 부를 때마다 호출 벨이라도 울리는 게 아니라면.

"남자 네 명 내려오라고 해. 너. 싸모님 니가 해라."

"제 방에서 해도 될까요?"

"그래. 마음대로 해. 그럼 최신영 너는 여기 있어."

"알겠습니다."

부인은 자신의 방으로 갔고, 나는 중앙의 넓은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거리를 조금 둔 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오는 네 명의 기척.

지하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정장을 입은 남자 네 명이 내려서 최 상무 방 쪽으로 향한다.

무효화. 수면. 그리고 테이프 질.

한쪽에 질질 끌고 가서 잘 줄지어 앉혀놨다.

혹시나 위에서 탐지를 돌려도 수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음. 또 네 명."

부인에게 또 시켰고 또 네 명이 내려온다. 그렇게 반복.

결국, 윗층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고 밑에는 테이프로 둘둘 감긴 스물 세 명의 남녀가 남게 되었다.

"아이고 힘들다."

힘들지만 아직 쉴 수는 없다. 모든 위협은 제거했지만, 아직 정리가 끝난 건 아니니까.

회장 방에 있는 최 회장과 여자 둘, 그리고 최 이사도 전부 끌고 나온 다음 부인에게 최 회장을 매혹 시키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시아버지. 하지만 알게 뭐야. 그런 걸 신경 쓸 내가 아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를 노려보고 있던 최 회장의 독기 어린 눈빛은 이내 며느리를 보고 헬렐레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대로 가만 놔두면 어떻게 되려나? 음…. 최 상무 부인에게 수면이라도 걸어놓으면 저 영감이 며느리를 덮칠까?

우욱.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아니지…. AV로는 존나 많이 본 내용이잖아?

직관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약간 꼴리긴 하네.

"내 말에 전부 정성껏 대답하라고 해."

"이분의 말에 정성껏 대답하세요."

입이 막혀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 회장. 이야. 매혹이 있어서 살았다.

정보를 캐내려면 정말 개 똥꼬쑈를 할 뻔했는데.

진지하게 펜스로 가서 채원이를 데려올까도 생각했었다. 아니면 이놈들을 데리고 펜스까지 가거나.

근데 필요 없어졌어.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시간을 아꼈다. 게다가 최신영을 살려둬야 할 이유도 생겼고.

일단 그건 그거고…. 정보 수집이 우선이다.

아. 최 상무 놈을 괜히 멀리 데리고 갔네. 하긴, 뭐 내가 이럴 줄 알았나. 에휴.

최 회장의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거칠게 땠다.

마른기침을 잔뜩 하는 녀석. 어우. 꼴 보기 싫어.

"반가워. 영감. 최치호 회장 맞지?"

"네. 맞습니다."

"먼저…. 너희 대호의 스킬 가진 녀석들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데…."

그렇게 최치호 회장을 붙잡고 상세한 것을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대호 그룹의 회장이기에 이 영감은 모르는 게 없었다.

물어보는 족족 대답을 하니 상당히 만족스러운 느낌.

그가 대답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대호 그룹에는 사설 경비 업체가 있다.

따지고 보면 자회사 같은 곳. 이름은 DSD. 그리고 세 개의 팀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오너 일가의 경비를 담당하는 DSD 0팀.

비행장 구석에서 다 죽어버린 특수부대 개념의 DSD 1팀.

사업장 전반을 지키는 일반 경비 개념의 DSD 2팀.

여기 내 옆에 사로잡힌 녀석들이 결국은 다 DSD 0팀 인 거다. 역시 그냥 잡부들이 아니었어.

"그럼 얘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나 정보, 그런 건 없지? 다 영감도 알고 있는 거잖아?"

"네. 그렇습니다."

됐어. DSD니 뭐니 그런 건 다 아무 상관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규모와 지금 당장 죽여도 문제없는가에 대한 것.

상관없다니 죽여야지.

한 녀석, 한 녀석 마체테로 찍으며 시간이 아까우니 최 회장에게 계속 물었다.

사업장의 위치, 규모, 인력, 모든 것들.

머리로 외울 자신이 없어서 스마트폰 녹음기를 틀고 물어봤다. 혹시나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듣게.

중간중간에 읍읍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어갔지만, 뭐 크게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대호 그룹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전부 이야기를 다 끝낼 때쯤엔, 벙커 안에 다섯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나, 최 회장, 최 이사, 최 상무 부인, 최신영.

그럼 이제…. 대호는 됐고. 정말 궁금했던 것 물어봐야지.

"중국. 흑해방? 뭐 그런 곳 있지?"

"네."

"거기에 대해서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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