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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클라스
중간에 여자 한 명이 죽은 거 같다.
웅성거리는 소란스러움이 들린다. 아직 열댓 명쯤 남은 거 같은데.
상관없지. 아직 두 명이나 더 있잖아? 방으로 돌아가 여자 하나를 또 매혹해서 깨웠다.
"나간 다음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죽여. 그리고 이리로 돌아와."
"네."
다시 하늘로 올라가 지켜본다. 살짝 지루해지는 느낌.
이 정도로 시시하고 허무할 줄은 몰랐는데. 나름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각했던 걸 하나도 못 썼네.
SG도 공기총에 환장하니까…. SG 밀어버릴 때 쓸까? 근데 거기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숫자가 또 줄고 있다. 이제 기척은 총 여덟 명.
매혹에 걸린 여자가 넷에 자는 여자 하나. 결국, 남은 적은 셋. 아. 두 명 됐다.
어? 아닌가. 여자가 죽은 건가? 음. 모르겠네. 암튼 더 기다려보자.
한 10분 기다렸을까? 기척이 다섯 밖에 남지 않았다. 어? 넷이 됐다.
아…. 마지막에 매혹한 여자보고는 다 죽이라고 했구나.
여자들끼리도 죽이고 있나 보네. 셋. 또 줄었다. 둘? 와. 금방이네.
밖에 있는 사람 하나와 방안에 자는 여자 하나. 밖에 있던 기척이 다시 방안으로 돌아왔다.
다 끝났나 보네. 방 안에 있는 두 명 말고는 남아있는 기척은 없다. 그럼 마무리하러 가야지.
방안으로 가니 마지막에 매혹한 여자가 자는 여자를 보고 고민하고 있다.
하긴. 나가서 다 죽이고 돌아오라 그랬으니 저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
그런 여자를 재우고 바로 죽였다. 어디…. 50명의 압축분. 얼마나 나왔나 볼까?
[2,904,88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 많네. 많은데…. 분명 많은 게 맞지. 엄청난 코인이야.
근데 아까 짱개가 해놓은 어처구니없는 걸 보고 와서 그런가? 되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나도 어차피 거의 1900만 정도 들고 있기도 했고.
뭐, 좋은 게 좋은거지. 오히려 50인분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야.
이 상황이 되었는데도 아직 자고 있는 마지막 여자 하나.
이대로 놓고 가볼까?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으면 어이없겠지?
무슨 개꿀잼 몰카인가 싶을 거야. 해보고 싶긴 하네.
그럴 리가 없지. 그냥 죽였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44,7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확실히 계획적으로 코인을 투자한 녀석들이라 그런지 딱 필요한 만큼만 있는 거 같다.
멍청이들. 체력 훈련이나 전투 훈련보다 포션 빨면서 스킬 숙련하는 게 생존에는 더 유리한데.
여기서 병신같이 특수부대 놀이나 하고 있고. 어휴.
뭐, 됐어. 이제 대호는 끝이다. 이빨이고 손톱이고 다 뽑혔으니 더는 신경 쓸 필요 없고.
아, 전리품은 좀 챙겨갈까? 이 공기총들, 탄환들, 기타 등등 장비들.
어쨌든 있으면 좋겠지? 다 챙겨가자. 펜스 줘야지.
눈에 보이는 대로 전부 수납으로 삼켰다. 분류나 정리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그냥 회수만 빨리하자.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뭐, 깔끔하진 않았겠지. 급하게 보이는 대로만 삼켰으니까.
이 정도면 됐어. 하나하나 뒤질 시간은 없어.
이제 벙커 안에 있는 녀석들만 처리하러 가야 해.
비행장을 가로질러 벙커가 있는 쪽 격납고로 날아간다.
근데 탐지에 걸린 아래쪽의 상황이 조금 이상하다. 이 새벽에 잔뜩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시간은 다섯 시. 원래 일어날 시간이던가?
바깥의 상황을 알아차린 건가?
뭐, 나야 상관없다. 어차피 이제 껍데기만 남은 놈들. 소란을 떨어봐야 아무 의미 없어.
그렇게 내려가려고 가까이 가는데 위로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총 세 명. 뭐지? 왜 올라와? 상황을 보러 가나?
지상으로 올라온 세 명. 그리고 순식간에 한 명이 기척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저건, 가속화? 게다가 투명까지? 내 탐지 범위가 미친 듯이 넓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저 기척은 순식간에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을 거야.
가속화를 쓰고 달려간 놈의 방향은 내가 방금 전멸시킨 녀석들이 있던 곳.
그리고 함께 올라온 다른 두 명은 바로 하늘로 떠올랐다.
비행. 게다가 보이지 않는다. 이놈들도 투명화.
역시, 그렇구나. 그랬어. 이제야 이해가 갔다.
대기업이 이렇게 허접할 리가 없어. 어쩐지. 왜 이렇게 멍청하나 했네.
총 들고 있던 놈들. 아까 내가 잡은 50명 가까이 되는 특수부대 놀이 하던 놈들.
그놈들이 다가 아니었어. 그래…. 진짜 실력자는 벙커에 같이 있었던 거구나.
내가 대호 녀석들의 이빨이자 발톱이라고 생각했던 군인 놈들은 그저 테스트였던 거다.
말이 주력 부대지 그저 겉으로 드러내 놓은 쇼윈도였어. 양산형 전투원들.
진짜 실력자는 벙커 위에서 시중들던 놈들. 아니…. 저놈들이 시중을 들지는 않았으려나?
뭐가 됐든 저놈들이다.
바로 VVIP 근처에서 경호하고 있었을 뿐.
그래. 그러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럼…. 어디 저놈들 실력 한번 볼까?
비행을 쓰고 날아가는 놈들 역시 아까 내가 전멸시킨 부대 쪽으로 가고 있다.
나는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녀석들을 쫓아갔다.
스킬 반경 증가 패시브는 티어 7부터 나온다. 그건 스킬 여섯 개를 마스터 해야 한다는 소리.
과연 저 녀석들은 그 정도일까? 궁금하네.
근데 의아한 게 있다.
아까 최 상무와 김유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최 상무는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명색이 회장의 아들인데? 이렇게 모른다고?
김유리는 아는 게 조금 있어 보이지만, 그 여자의 입에서 저 실력자들의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질문이 잘못 된 건가? 아니면 몰랐나?
아냐. 내 질문은 크게 문제없었을 거다. 그렇다면 저 녀석들은 정말 비밀스러운 녀석들이라고 봐야지.
직속경호대나…. 뭐 그런 느낌으로. 진짜 측근에게도 숨기는 전력.
두 녀석을 따라가긴 하는데…. 너무 느리다.
아 귀찮아. 화병 걸리겠네.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 차 뒤에 쫓아가는 게 이런 기분일까? 느껴봤어야 알지.
어쨌든 속 편하게 따라가자니 너무 짜증 난다. 추월해야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블링크. 블링크.
아까 있던 부대 쪽 위에 도착했고, 밑에서는 아까 가속화 녀석이 안쪽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뒤져봐야 아무것도 없을 텐데? 내가 싹 쓸어왔거든.
밑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녀석. 그리고 그렇게 조금 지켜보니 비행 써서 온 두 놈도 이쪽으로 도착했다.
자. 이제 어쩐다. 저놈들을 처리해야 진짜 마무리가 되는 거잖아?
무엇보다 저 세 놈이 모든 전력일 리도 없다. 벙커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
음식 시중들었던 놈들도 알고 보니 스킬 다섯 개씩 있는 놈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지금 줄여야 한다. 밖에 나와 있을 때 털어야 해.
그렇게 세 녀석이 텅 비어버린 부대에서 한곳에 뭉쳤다.
지금 잡자. 과연 무슨 스킬들이 있으려나.
아니. 스킬이 있는 건 의미 없다. 어차피 광역 스킬 무효화와 수면 콤보는 막을 방법이 없어.
비행으로 날고 있는 녀석이 지금 땅에 있을 때 잡아야 해. 날고 있으면 피곤해져.
그렇게 내려가려는데 세 녀석이 서로 흩어졌다.
그리고 가속화 녀석이 또 엄청난 스피드로 벙커 쪽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저 새끼. 저거부터 잡자.
그렇게 생각하고 블링크를 연달아 썼다.
가속화가 아무리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블링크를 이길 수는 없다.
블링크로 녀석을 따라잡고 바로 무효화를 뿌렸다.
시속 200킬로로 달려가던 녀석은 예상치 못하게 가속화가 풀리자 그대로 자빠졌고, 바로 수면이 걸렸다.
제발 여자! 제발 여자!
하지만 남자다. 쩝. 아쉽네. 일 좀 편하게 하려 했더니만.
일단 죽인다. 남자면 정보고 뭐고 뽑아내질 못해.
마리오네트인지 나발인지 빨리 배우든지 해야지…. 에휴.
그게 정말 확실한 스킬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이미 배웠을 텐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
[54,2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코인은 생각보다 없다. 뭐, 이젠 코인은 크게 의미 없으니까. 상관없고.
이제 비행 두 녀석을 잡자. 녀석들이 하늘로 날면 귀찮아. 저렇게 건물 안에 있을 때 잡아야 해.
다시 블링크를 쓰며 회복 포션 중 짜리를 하나 마셨다.
크. 마시면 마실수록 사람을 벗어나는 느낌이야.
정말…. 이 포션의 원료는 뭘까? 궁금하다. 정말로.
부대 쪽으로 다시 가자 비행 두 놈이 이제 막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씨발. 한발 늦었네.
혹시나 해서 광역 스킬 무효화를 한방 뿌렸지만, 조금 늦었다.
안 풀리는 거 보니 범위가 안 닿았어.
유유히 벙커 쪽으로 날아가는 두 놈. 아. 저거 잡아야 하는데.
그래. 이번 기회에 공중전도 시도해 보자.
분명 나중에는 이렇게 날아다니는 놈들하고 싸우는 게 일상일 거야.
비행으로 비행에 달라붙는 건 탐지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나에게는 블링크가 있잖아?
나만 잘하면 된다. 나만. 그럼 일단 마체테를 꺼내고….
간다!
비행해서 날아가는 녀석 한 놈의 등 뒤로 바로 블링크 해서 마체테를 휘둘렀다.
콰직
"아아악!"
손끝에 감각이 있었다. 아니 비명 지른 거 보면 알잖아.
탐지를 켜고 있기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어디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마체테를 휘둘렀고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코인 주머니.
빠르게 다른 한 놈의 기척을 보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상황 파악 중인가? 탐지는 있나?
그래 고민해라. 거기에서 고민하고 있는 너는 이미 틀려먹었어.
블링크로 머리 위에 다가가 그대로 마체테를 휘둘렀다.
퍽!
"끄아악!"
베는 느낌이 아니었다. 단단한 머리를 찍은 느낌.
치명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링크로 잠시 물러났다가 녀석을 살펴봤다.
비틀거리다가 추락하는 녀석.
어어? 하기 전에 속도가 빨라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퍽
그리고 터지는 빛.
아래로 내려가자 활주로 위에 조금 거리를 벌리고 코인 주머니 두 개가 놓여 있다.
[55,93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58,44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코인 양이 비슷비슷하네. 딱 보급받은 거로만 큰 건가?
어쨌든 처리는 했다. 이제…. 진짜 안쪽을 처리해야겠어.
실력자가 많다고 해도 이 녀석들 수준이면 어떻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어쨌든 고만고만한 다수는 매혹에 취약하다. 방법이 없어.
빠르게 벙커로 향했다.
아직도 부산한 안쪽의 기척. 시간을 끌면 안쪽에서 또 사람을 내보내지 않을까?
그럼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나씩 잡아 죽이면 되는데.
벙커의 문제점은 그거다. 나도 벙커에 살아봐서 알지.
내가 벙커에서 살 때는 밖에 나갈 때마다 문 앞에 누가 있지 않을까 항상 고민하고 살았었다.
카메라를 꼭꼭 확인하고 나갔었지.
탐지가 생긴 다음에야 속 편하게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의 나야 페이즈 아웃도 있고 순간 이동도 있으니 저런데 고립되지야 않겠지만, 이 녀석들은 다르다.
있을까? 없다는 확신은 못 하겠다.
페이즈 아웃은 있을 법한데. 뭐, 확인해보면 되지.
엘리베이터를 부르고 문이 열리자 열린 문에 벽돌 하나를 찡겨 놨다.
자. 그럼 이건 끝. 다른 엘리베이터로 가서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이제 여기는 고립된 거야. 아니지. 계단 같은 거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이런 벙커를 만드는 데 계단이 하나 없을 리가 없다.
그거야 뭐 탐지로 보고 있으면 나오겠지.
안에 들어가서 다 잡는 것도 좋지만 제멋대로 도망가면 귀찮아져.
이미 은밀하게 잡아 죽일 방법이 없는 이상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방법이 낫다.
언제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원하는 전투 장소를 내가 고를 수 있어야 해.
그래야 매복을 하든 기습을 하든 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 내가 좀 스킬이 많아졌다고 깝칠 생각은 없다.
언제 어떻게 방심하다가 골로 갈지 모르는 세상이잖아.
어떻게 만들어 놓은 나의 낙원인데. 이렇게 죽으면 억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