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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41화 (3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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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

사실, 죽이는 게 맞다.

사연이고 뭐고 죽이는 게 깔끔하다.

어린 나이.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이미 압도적인 살인 카운트를 지녔을 녀석.

상당히 위험한 녀석이다. 아직 가치판단이나 내면, 이런 게 제대로 형성도 안 됐을 거잖아.

열여섯이라고? 나는 그 나이에 뭐했지? 뭐하긴. 피씨방 다녔지. 애들이랑 게임하고.

시험공부 핑계로 도서실 간다고 나가서 피씨방 갔지. 햄버거 사 먹고. 스마트 폰 온종일 바라보고.

근데 저 녀석은 그 나이에 지금의 나와 비슷한 짓을 하고 다녔다.

물론 복수라는 이야기를 했으니 나본다는 조금 더 건전했겠지. 저 나이니 강간 같은 건 안 했을 거 같고.

아닌가? 그건 모르지. 열여섯이면 충분히 벌떡벌떡 서잖아.

어쨌든 위험한 녀석이다. 분명히 위험한 녀석인데….

욕심이 난다.

압도적인 재능이잖아.

물론 재능이 있어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살아남았기에 재능을 평가할 수 있는 거다.

실력? 마찬가지다. 살아남았으니 실력을 논할 수 있는 거다.

그래. 저 녀석의 능력은 그거다. 생존.

이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능력. 게다가 덤까지 하나 끼고서.

내가 청평의 진영이를 높게 평가하는 게 그거였다.

소주 생성이라는 개 쓰레기 스킬만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녀석. 그것도 동생까지 데리고 방황하던 녀석.

물론 마무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녀석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없었다면 이 녀석은 이미 아까 죽었을 거다.

죽여야지. 괴물인데. 열여섯에 일산과 고양 일대를 섭렵해? 게다가 스킬 여덟 개? 어휴. 씨발. 미래가 창창하잖아.

물론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말이지.

동생이 있기에 이 녀석은 제어가 가능하다.

동생이 있기에 아직 제정신도 유지하고 있고.

살인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행위다. 남을 파괴하는 순간 자신도 데미지가 온다.

물론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누구는 큰 충격으로 올 수도 있고 누구는 미약하게 넘어갈 수도 있고.

이 녀석이 어떤 타입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버텨 넘겨왔다.

동생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그건 상당히 중요한 거다. 강력한 동기는 많은 것을 극복해 낼 수 있으니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빛나는 살인 영재. 비록 방향성이 어긋났지만, 그 재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근데….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려.

"부모님 말고 누구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나?"

"네…."

"누구?"

"이모가 있었어요."

"과거형이네."

"네."

"언제?"

"반년 전이요."

"쯧. 너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봐. 근데 여기서 이러는 건 조금 웃기네. 따라와라."

죽이고 살리는 건 끝까지 들어보면 된다. 게다가 여자애가 매혹이라니. 당장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여자애를 매혹하고 여자애로 오빠를 매혹하면…. 아 씨발. 그럼 근친인데. 남매끼리도 매혹이 통하나?

그건 좀 그렇네.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최후의 수단으로는 쓸 수 있겠지. 언제든지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어쨌든 여자애한테는 진실을 들을 수 있으니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게다가 열여섯과 열네 살 꼬맹이들이 거짓말을 그렇게 잘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물론, 요즘 애들은 무섭다고 하긴 하지만…. 나도 그 정도 거짓말은 이제 파악할 수 있잖아.

단적인 거짓말은 잘해도 장대한 구라의 대서사 같은 건 못하겠지.

뭐…. 결국은 매혹을 걸 수 있으니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거겠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그 안으로 들어와서 마주 앉았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 나를 보면서 쭈뼛거리는 두 사람.

"뭐해? 앉아."

이 녀석들은 오히려 여유로운 내 모습과 분위기에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이놈들아. 이게 어른의 여유라는 거란다.

물론 실력도 그만큼 따라주지. 그러니 이럴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녀석들이 자리에 앉고 나는 수납을 열어 녀석들의 앞에다가 이것저것 놔줬다.

수납 입구가 쓰윽 올라가자 그 자리에 생겨난 빵.

지난번에 대전에서 챙겼던 그 빵들을 보고 눈이 커지는 녀석들.

역시 먹을 거로 길들이는 게 가장 좋은가?

"먹어. 주는 거니까."

거절한다거나 튕기는 짓 따윈 하지 않고 바로 집어 드는 녀석들.

저런 걸 보면 그냥 딱 애새끼들인데. 하하.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빵만 먹으면 목이 메지. 나는 수납에서 오렌지 쥬스도 녀석들 앞에 놔줬다.

내 수납을 보면서 황당해하는 녀석들. 특히 오빠 녀석.

수납의 활용법에 대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하긴 나는 수납에 손을 집어넣어서 꺼내는 짓 따위는 안 하니까.

어쨌든 먹을 걸 줘서 그런가? 분위기는 나름 좋아졌다.

오물거리면서 빵을 먹는 모습. 보고 있자니 희한한 감정이 든다.

애들이라니. 생각도 못 했어.

상대는 어린 이녀석들의 모습에 방심했던 걸까?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먹으면서 적당히 너희 이야기를 해봐."

이제는 눈치까지 보는 녀석들.

그리고 오빠 쪽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순순히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아. 이 녀석들도 외롭구나.

좋아서 이렇게 된 게 아니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 거지.

이야기는…. 뭐 그다지 새로운 것도 없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였다.

이곳 일산에도 무리 짓는 놈들이 있었다고 한다. 숫자는 50명 정도.

다만 특이한 건 펜스나 캐슬처럼 생산하는 이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전원이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으며 주변의 인간들을 모두 학살하는 타입.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진 않은 시스템이다. 50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을 키우는 건 그리 어렵진 않으니까.

게다가 쌀 같은 건 코인으로 사는 게 편하잖아. 지속적인 코인 수급이 가능하다면 쌀농사는 포기해도 되니까.

게다가 이 주변에는 그런 비닐하우스랑 밭이 많았다. 넘쳐흐를 정도로.

도현과 하은. 이들의 부모님은 그놈들에게 희생됐다.

그리고 남겨진 이모와 남매.

이모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능력이 좋았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그 이모가 이 남자애의 재능을 활짝 피게 해준 거겠지.

셋이서 야금야금 복수하며 녀석들을 쳐낸 셋.

일산과 고양시의 주변 인간들을 전부 죽이고 다니던 놈들은 코인은 많지만 결국 발전이 더뎌졌기에 하나하나 먹잇감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모도 죽고 결국 남매만 남았다. 그리고 결국 복수까지 완료.

뭐…. 이야기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뺀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이놈도 사람은 많이 죽인 것 같고.

제 딴에는 정당방위라고 하겠지만, 살인은 살인이지. 암튼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다.

녀석들의 존재가치.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해본다.

죽이긴 아깝고 살리긴 미묘한 그런 상태.

어린 나이, 아직 고점에 오르지도 않은 피지컬, 머리 쓰는 거, 실전 경험, 스킬 인프라.

이런 걸 생각하면 아깝다. 게다가 아직 정신적으로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크다.

동생이라는 인질 아닌 인질도 있고.

지금이라도 옆에서 누군가 케어해주면 충분히 곁에 둘 수 있는 녀석들.

근데. 누가 그걸 케어하냐 이거지.

동생의 존재 때문에 남자가 있는 곳은 쉽지 않다.

청평…. 사실 청평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들개 같은 녀석들이라고 해도 청평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 녹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거긴 여자들도 다들 괜찮다. 이 녀석이 조금 더 성에 눈이 떠지면 눈이 돌아가겠지.

근데 청평으로 보내기엔 능력이 너무 아까워.

무엇보다 청평에 매혹을 들이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여자에게 거는 매혹과 남자에게 거는 매혹은 조금 느낌이 다르니까.

게다가 어떻게 보면 거긴 1급수 같은 곳이야. 전투와 살인과는 최대한 벗어난 자급자족의 생태계.

청평은 패스.

펜스.

거긴 매혹 선배들도 있고 정 부장도 있지만…. 정 부장은 일 잘하는 능력자지 애 키우는 보모 타입은 아니다.

그건 승규도 마찬가지지. 리더지 보모가 아냐.

그런 데다가 거기는 이제 북쪽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놈들을 받아들이려면 살인을 좀 덜 하는 곳으로 보내야 해.

딱 필요한 곳에서만 적당하게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결국, 떠오르는 곳은 한군데밖에 없다. 민희의 캐슬.

투명을 마스터 했으려나? 투명을 마스터 했으면 광역 스킬 무효화를 배울 텐데.

그렇다면 이 녀석들을 제어할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여자는 매혹에 안 걸리니까.

이 녀석들의 이모가 있었다고 하니…. 민희라면 익숙한 느낌도 들 거고.

어쨌든 민희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니까.

자꾸 끼워 맞추는 느낌이 나네. 결국, 나는 민희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은 녀석들을 원한 거였나.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결국은 민희가 가장 낫다.

캐슬의 부족한 방어도 보강될 거고, 이 녀석들도 나름 평화롭게 살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바로는 안된다. 뭘 믿고 이놈들을 바로 캐슬에 보네.

아싸 개꿀! 이러면서 캐슬에 있는 남은 이들을 싹 쓸어버리고 유유히 사라질지도 모르는걸.

"너희 이야기는 잘 알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수납에서 먹을 것들을 더 꺼내줬다.

다른 빵들과 과자들, 탄산음료, 필요한 생필품들.

뭔가가 자꾸 줄줄이 나오니 두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얼라들이면 먹을 건 못 참지. 철도 씹어먹을 나인데.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미 한 30분 전에 너희들을 둘 다 죽이고 떠났을 거야. 너희라면 알겠지. 내가 그게 가능했다는 걸."

블러핑. 모르겠다. 과연 죽일 수 있었을지. 아직 애들은 죽여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일단 말은 그렇게 한다. 원래 임팩트는 클수록 좋은 거잖아.

내 말에 빵을 먹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두 녀석.

"근데, 너희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뭘…. 지켜본다는 거죠?"

"너희에게 부탁할 게 있거든."

"부탁이요? 어떤 거죠?"

"글쎄. 그건 조금 나중에 이야기해주지. 지금은 그냥 맛있게 먹기나 해라."

"이유 없는 호의는 받아들이지 말랬는데."

"누가 그러디? 부모님이?"

"이모가요."

"훌륭한 분이네."

부모의 이야기를 할 때는 크게 슬퍼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이모의 이야기를 하니 조금 먹먹해지는 느낌이 난다.

감정이 정리된 사람과 아직 미쳐 다 정리되지 못한 사람의 차이인가?

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유는 있어. 그건 천천히 말해줄 테니 일단 받아."

녀석도 수납을 열더니 내가 준 것들을 전부 넣는다.

역시 금방금방 따라 하네. 센스가 있어.

"지낼 곳은 있냐."

"네."

"그래. 다음에 내가 올 때까지 살아있어. 동생이랑 같이. 그럼 그때 내가 원하는 걸 말해주지."

"도망갈 거에요."

"못할걸?"

"왜죠?"

"궁금해서."

아무 말이 없는 녀석.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내가 일어나자 놀라는 남매.

"살던 대로 살고 있어라. 기왕이면 오래오래 살아있으면 좋겠네."

"그 말…."

"응?"

"이모를 봤던 마지막에도 그런 말을 하고 갔는데."

그 말을 하고 또 먹먹한 분위기가 된 남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애는 애다. 감정이 아주 소용돌이치네.

"당연한 거야. 멍청아. 어떤 어른이 애들보고 죽으라고 하겠냐. 오래 살았으면 하겠지."

그 말에 녀석들이 나를 바라본다. 아. 부담스러운 눈빛이네.

"다음에 보자."

그렇게 바로 블링크를 쓰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나도 참…. 자꾸 안 하던 짓을 하냐. 어휴.

어쨌든 컴퍼니 놈들을 잡아 죽일 때부터 궁금했던 것들이 풀렸다.

서울의 서북쪽은 아직도 남아있는 녀석들이 적당히 있다.

그리고 일산, 고양 이쪽은 말도 안 되는 꼬맹이들이 평정했다.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네. 하. 열여섯? 열넷? 사실상 열여섯짜리 혼자서 거의 다한 거 아냐?

그럼 녀석이 고양의 왕인가? 뭐야. 말해놓고 나니 웃기네. 고양의 왕? 떼껄룩의 왕이야?

일산의 왕으로 하자. 그것도 매우 어린 일산의 소년 왕.

이제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본다. 아직 돌 곳은 조금 더 남았으니까.

인천이랑 부평? 부천? 아. 씨발. 이거 정확하게 좀 알고 올걸. 암튼 이쪽도 돌아야지.

할 게 많다.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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