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36화 (33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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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대전

백마촌, 그리고 SG 센터.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맘에 드는 곳이다.

물론 백마촌이 SG 센터와 비빌 곳은 아니긴 하다. 급이 다르니까.

백마촌에 오는 놈들은 평균 만 코인 정도였다.

하지만 SG 센터 여기는 다르다. 코인이 거의 10배는 많은 놈 투성이.

어쨌든 코인 차이는 있지만, 그 편리함은 비슷하니 인정해준다. 신세는 많이 졌으니까. 인정할 건 해야지.

또다시 10시가 되었고 SG 센터의 불이 꺼진다.

생필품을 잔뜩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는 놈들. 표정이 밝은 게 웃긴다.

정말, 저놈들은 죽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건가?

"아. 미안하게 됐수다."

남자 셋인 무리가 구입한 물건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옆에 있던 남자 둘 여자 둘 무리에 있던 여자를 실수로 쳤고 사과했다.

물론 사과로 가볍게 넘어갔다면 그쪽에 신경도 안 썼을 거다.

하지만, 남자라는 동물은 여자 앞에서는 가오를 잡게 된다. 그게 자신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도.

"어이. 사람을 쳐놓고 그게 사과하는 거야?"

맞은 여자의 애인인듯한 남자가 친 남자에게 다가온다.

실수로 쳤던 남자는 다가오는 남자를 보더니 피식 웃고는 건들건들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내가 죽을죄를 지었구만! 정말 미안하게 됐수다! 이걸 어떻게 사과해야 받아주시려나? 됐냐?"

누가 봐도 싸우자는 소리.

주변에서 귀가를 서두르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모인다.

어휴. 이러면 답이 없는데. 주변의 관심까지 몰리게 되면 저 남자 둘은 대충 넘어갈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알아서 키워지는 판.

실수남과 애인남. 두 남자의 표정에서 약간의 낭패감과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 동시에 보인다.

둘의 마음이 어떻든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흥미진진할 뿐이고.

나 역시 그렇다. 사람들이 꽤 있기에 인파들 사이에서 대놓고 투명화를 쓰고 있는 나도 녀석들을 지켜본다.

지금까지는 거의 일방적으로 내가 잡아 죽이는 경우가 많았지, 타인끼리 싸우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 스킬들은 참 드럽다. 맞으면 그냥 전투 불능이 돼버리는 스킬이 다수라 전투 같은 것은 순식간에 끝난다.

중간이 없는 전투.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전투.

"이 새끼가 사람을 쳐놓고 말을 좆같이 하네?"

역시 커지는 목소리. 그래. 여기서 접을 수는 없지. 그놈의 쓸모없는 가오가 사람을 죽이는 거야.

마치 드라마처럼 주변에서 말리는 일행들. 사실 저 두 남자는 일행들이 적극적으로 말려주길 원하겠지.

"여기서 소란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어느새 다가온 SG의 군인들.

SG 시티에서 흔히 봤던 험비와 들고 있는 공기총. 군복이 아닌 용병 같은 복장과 군인들의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눈빛.

두 남자는 옳다구나 하면서 물러난다. 아마 이럴 걸 알고 가오를 부린 걸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아직 SG 센터의 영역 내. 한두 번 온 이들이 아니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겠지.

근데 남자 둘 여자 둘 녀석들의 표정이 약간 이상하다. 의미심장한 표정.

상황은 이대로 끝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은 이놈들로 해야겠어. 재밌네.

남자 둘 여자 둘은 뭔가 정리를 하는 척하면서 서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 셋 녀석들도 뭔가를 서로 이야기하더니 빠르게 SG 센터를 나간다.

그러자 남자 둘 여자 둘도 급하게 정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더니 출발한다.

그렇군. 시작인가?

SG 센터를 지키고 있던 군인은 그런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거리가 멀어지자 관심을 끈다.

군인들의 역할은 SG 센터를 지키는 일이지 고객을 보호하는 게 아니겠지.

자신들의 영역 밖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것까진 당연히 신경 안 쓸 거다.

나는 그런 그들을 따라나섰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나오느라 약간 늦었지만, 그리 문제 될 건 없다.

밤중에 움직이는 차들은 생각보다 찾기 쉬우니까. 게다가 나는 개씹사기 블링크가 있다.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는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어.

멀리 가고 있는 차 한 대. 그리고 그를 뒤쫓는 차.

앞에 가는 건 남자 셋의 차. 뒤에 따르는 건 남자 둘 여자 둘의 차.

과연 저들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될까? 재밌는 상황이야. 그리고 잉여놈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겠어.

아…. 내가 잉여놈들이라 그랬나? 너무 자만하고 있네. 이러면 안 되는데.

앞에 가던 차의 속도가 조금 늦어졌다. 이유가 뭘까? 자신들을 쫓아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가?

따라오라는 건가? 어쨌든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는데 속도를 줄인다.

게다가 저 방향은 조금 의아하다. 아무것도 없는 쪽이야.

고속도로도 아니고 세종 쪽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창 쪽도 아니고. 왜 저쪽으로 가는 거지?

다시 속도를 높이는 녀석들. 갑자기 높아진 속도에 뒤의 놈들도 빠르게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놈들이 잠깐 달리다 보니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다.

공항. 공항이 있었네.

근데…. 구태여 공항으로 갈 필요가 있나? 왜지?

앞서가는 놈들이 차가 출렁일 만큼 빠르게 도로를 달렸고, 뒤에 놈들은 겨우 그걸 따라가고 있다.

결국, 앞선 차가 공항으로 들어갔다. 정규 루트는 아닌거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바로 활주로로 들어가지?

활주로로 들어간 차는 속력을 확 높였고 뒤따르던 차와 거리가 제법 벌어졌다.

아무래도 뒤차가 픽업트럭이라 조금 느린가? 아니면 앞에 놈이 운전을 잘하는 건가?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잘 유도했는지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는 놈들.

블링크를 써가면서 겨우 따라온 나는 앞차가 왜 속도를 줄였는지 알 것 같았다.

탐지로 보고 있는 나에겐 앞차에서 두 녀석이 투명과 비행으로 뛰쳐나온 게 보였으니까.

빠르게 자신들을 따라오는 차로 향하는 두 날파리.

거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채찍 같은 게 휘릭 나오며 뒤따라오던 차가 촤악! 하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뭐지 씨발? 어떻게 차가 반으로 갈라져? 채찍? 저거 설마 그 채찍 스킬인가?

저게 저렇게 강한 스킬이라고? 미쳤네? 역시 숙련도에 따라서 공격력이 확 차이가 나는 건가?

"끄아악!"

그렇게 놀랄 틈도 없이 차 안에서 비명이 났고 차 안에 있던 세 명은 바로 차 밖으로 빠져나갔다.

차 안에 남아있던 남자 하나가 잘린 다리를 잡고 소리 지르다가 허공에 손짓하더니 포션을 하나 들고 마신다.

그리고 남은 포션을 잘린 다리에 뿌리는 녀석.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뭔가에 당했는데. 수면? 기절? 암튼 저 녀석은 끝이고.

앞에 있던 차 쪽에서 남자가 하나 더 나오더니 뒤에 차에서 뛰쳐나왔던 녀석들을 쫓아간다.

앞에 차에 있던 남자 셋. 제법이네. 셋 다 투명화는 기본으로 있어? 게다가 비행까지?

역시 좋은 건 다들 알아보는 거지. 아니면 좋은 스킬을 가진 놈들이 살아남았거나.

하지만 날아다니던 앞차 남자 하나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퍽!

어찌나 세게 떨어졌는지 멀리 날고 있는 내게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죽지는 않은 듯 빛으로 변하진 않았다. 그래도 저 정도면 전투 불능인데.

남은 건 앞차 남자 둘. 뒤차 남자 하나와 여자 둘.

각자 하나씩 전투 불능이 돼서 그런지 서로 간격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

여자 둘과 남자 하나는 서로 뭉쳐있고, 남자 둘인 쪽은 주변을 천천히 날며 기회를 보고 있다.

여자 중의 하나가 탐지가 있는지 끊임없이 비행하는 남자 둘을 바라보며 동료들에게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

아마 저 여자가 방금 날파리 하나를 떨군거겠지? 그럼 탐지랑 CC기 하나를 가지고 있는 거네.

근데 쟤들은 투명 없나? 무슨 스킬이 있길래 당당하게 모습을 내놓고 있지?

비행하던 남자 하나가 빠르게 쇄도했고 또다시 채찍이 여자 둘과 남자 하나에 날아들었다.

하지만 남자, 그러니까 아까 가오 부리던 그놈이 팔을 들어 채찍을 막았다.

텅!

팔뚝에 감기는 채찍. 저놈은 금속화인가? 차를 가르는 채찍을 팔로 막는다고?

금속화 놈이 팔을 휙 당기자 채찍 날파리가 그대로 당겨졌고 순간 채찍이 사라졌다. 그리고 끌려가던 방향에서 직각으로 솟구치는 녀석.

그리고 다른 날파리가 반대편에서 달려들더니 탐지 없는 여자 하나와 금속화 남자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아마도 기절이나 뭐 그런 거겠지? 근데 웃긴 건 그 날파리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거다.

저 여자. CC기와 탐지가 있는 저 여자. 반사도 있나 보네. 지금 상황은 딱 그렇게 밖에 안 보인다.

뒤에서 날아오던 날파리가 기절을 세 번 썼지만 두 명은 기절시키고 하나는 반사 당한 것 같은 모습.

CC기에 탐지에 반사라. 나를 보는 것 같네. 아까워. 투명 정도만 있었어도 압도적이었을 것을.

이제 남은 건 하늘에 떠 있는 투명 비행 채찍 남자와 CC탐지반사의 여자.

밝혀진 스킬만으로 봤을 때는 여자가 유리하다.

채찍남이 아무리 기를 써도 범위 안에만 들어오면 여자한테 격추당할 테니까.

하지만 스킬이 다가 아니다. 이건 여자가 불리한 상황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치는 건 여자가 될거다.

포션을 마시면 되긴 하는데…. 그런 틈을 채찍남이 과연 놓칠까?

패시브가 없을 때 탐지의 지속시간은 20초. 결국, 1분에 3번. 정상적이라면 7분이 되지 않아서 지치고 말 거다.

역시 여자는 눈에 띄게 지쳐갔고, 결국 상점에서 포션을 하나 사더니 남자를 주시하면서 포션을 마시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날아온 채찍. 여자는 채찍을 피하느라 포션을 놓쳤다.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포션.

당황한 여자는 다시 상점을 열려고 했지만, 채찍을 날렸던 놈이 빠르게 여자에게 달려들더니 둘은 데굴데굴 엉켜서 굴렀다.

결국 여자는 목을 졸려 기절했는지 축 늘어졌다.

최후의 승자는 채찍남.

웃긴건 이 많은 놈들이 서로 격돌했는데 죽은 놈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싱겁네. 어떻게 저런 놈들이 아직 살아있었을까?

어쨌든 뭐 재밌긴 했다. 약간 좆밥 싸움 같은 느낌? 아…. 안돼. 이렇게 자꾸 자만해선 안 돼.

요즘 배에 기름이 끼었나…. 자꾸 기고만장하려 하네.

물론 내 기준에서 봤을 땐 어처구니없는 싸움이긴 했다.

앞차 세 놈도 당당하게 뒤차 놈들을 유인하고 공격할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고.

어쨌든 밑을 내려다보니 채찍남이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게 보인다.

동료들을 회복시켜주고 싶어도 투명화된 상태로 쓰러져있으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모습.

근데 마지막에 채찍남은 왜 여자를 안 죽였지? 채찍 한 방이면 여자는 죽였을 텐데.

그렇게 의문을 가졌다가 금방 답을 알아냈다.

아. 여자는 죽이고 싶지 않나 보구나. 데리고 갈 생각이었어.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뭐…. 뭘 원하는지는 뻔하지.

멍청해 정말.

그대로 하강해서 채찍남을 마체테로 찍었다.

허공에서 빛이 되어버리는 불쌍한 채찍남.

그리고 다시 떠올라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쓴다.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들. 기절에서 깨어나는 놈들과 여자.

알게 뭐람. 여자는 매혹, 남자는 수면을 건다. 남자 놈들은 잠들어 쓰러졌고 여자 하나는 매혹에, 다른 하나는 아직도 기절해 있다.

쟤는 물리적으로 기절 당했으니 뭐 어쩔 수 없지.

"너."

"네."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여자. 얘는 스킬이 뭔지도 모르겠네. 멀뚱멀뚱 있다가 쓰러져서.

"매혹 있냐?"

"아니요."

"일행 있냐?"

"네? 어떤…."

"여기 같이 온 일행 말고 더 있냐고 일행이."

"아니요. 없습니다."

"그래? 됐어. 그럼."

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코인으로 바뀌면 되는 녀석들.

게다가 수납도 없는 놈들이니 죽여도 아무 상관 없다.

남자 놈들을 하나하나 찔러 죽인다. 처음 채찍에 맞아 다리가 잘린 놈까지 죽고 놈과 함께 잘린 다리가 사라졌다.

남은 여자 둘 역시 재워버리고 깔끔하게 죽였다. 뭐…. 그런 거지. 인생무상 아니겠어?

일곱 놈을 잡고 45만 코인. 생각보다 짜다. 그래도 뭐, 오늘의 마지막치고는 나쁘지 않네.

결국, 이놈들까지 합쳐서 오늘의 수익은 94만. 아깝다. 백만은 못 넘겼네.

그래도 하루에 이만큼이나 벌었으면 잠자코 감사해야지.

불만을 가지면 그게 양심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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