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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대전이라고 하면 광역시고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140만 명이 넘는 도시였던 걸로 안다.
140만.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수도권 인구가 너무 많아서 그렇지 적은 인구가 아니야.
그런 도시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놈들이면 제법 강할 것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다.
유성에 있던 5성급 호텔. 거기를 점거하고 나름 으스대던 놈들.
숫자는 네 명. 잡고 있던 여자들도 네 명.
농사고 뭐고 아무것도 안 졌고 아무리 봐도 주변에 음식을 충당할 곳이 없어 보였던 놈들.
그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코인이 존나 많았어.
한명당 거의 70만 가까이 있던 놈들. 아마 그걸로 상점에서 사 먹고 살았던 거 같다.
먹을 걱정 없고, 잡아 놓은 여자들이 있으니 호텔에서 느긋하게 살면서 여유나 부리고 있던 녀석들.
정말, 한심해서 봐주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마 대전을 자기들이 먹었으니 대단하다고 여겼겠지. 주변에 아무런 적이 없으니 기고만장 했을 거다.
남자만 네 명이라 스킬 구성이 어떻게 됐었는지 몰랐던 게 아쉽다. 여자들 말로는 넷 다 네 개씩 있었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이미 죽어버린 놈들인걸.
남아있는 여자 네 명.
상태가 좀 좋았으면 캐슬이라도 가라고 해볼 텐데.
넷 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잡혀있던 게 너무 오래된 듯한 모습.
뭔가 맨정신이 아닌 것 같은 여자들을 보면서 약간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미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나도 조금만 마음이 약했으면 이렇게 됐었을까.
한숨.
이 여자들에겐 지금 이 세상이 지옥이겠지.
여자들을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죽였다는 말을 뭐 이렇게 포장하냐.
그래서 찝찝한 마음으로 은행동이라는 곳을 갔다.
여기는 남자 둘, 여자 둘.
내가 그들을 탐지로 찾았을 때는 한창 넷이서 신나게 섹스를 하고 있었다.
정말 열성적으로 서로를 물고 빨고 하는 모습. 난교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 스와핑?
어쨌든 녀석들은 정말 진심을 다해 정성껏 넷이서 어울려서 섹스하고 있었다.
어찌나 대단하던지 내가 끝까지 보고 있을 정도였다.
방금 호텔에서 느꼈던 찝찝함을 싹 날려버릴 정도?
거기에 감명받은 나는 남자들이 사정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두 남자가 누워있는 여자들에게 질펀하게 사정하고 넷이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그들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혼신을 다한 섹스 뒤에 자면서 죽다니. 이놈들은 호상이라고 봐야겠지.
코인은 생각보다 적었다. 다 합쳐서 70만 정도.
근데 아까 호텔에 있던 놈들이 넷이 합쳐서 280만 정도를 줬기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어쨌든 350만이 더 들어왔는걸.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지.
생각해보니 아까 그 남자 네놈은 정말 고맙네.
여자들의 상태 때문에 찝찝했던것만 빼면 상당히 대단한 놈들이야.
나를 위해 이렇게 코인을 품고 있었다니. 정말…. 감동이 아닐 수 없어.
덕분에 코인이 960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가 되었다. 하하. 이거 정말….
나는 이제 코인 양으로 놀라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사람은 전국구로 놀아야 해. 얻는 수입이 다르잖아?
각 지역에서 난다긴다하는 놈들을 계속해서 잡으니 이 정도 벌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이 정도인데…. 옆 나라는 어떨까? 순간 이동만 배우면, 꼭 가볼 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서울 귀퉁이에서 처박혀 있던 게 약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 귀퉁이에서 목숨을 보전하고 처박혀있었으니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던 거겠지.
스킬이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상당히 대범해지기 시작하긴 했지만….
능력이 부족할 때 몸을 최대한 사리고 납작 엎드려 있던걸 바보 같다고 하면 안 되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이렇게 자만하고 의기양양하다고 죽는 거라고. 그러니 늘 조심하자.
스킬이 많다고 오래 사는 거 아니잖아.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아무리 스킬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당장 칼빵 한 대 잘못 맞으면 뒤지는 건 똑같으니까.
밖으로 나와 대전의 상공을 날아다녀 본다.
반경 250미터 짜리 생체 레이더를 탐지한 독개구리.
미친 듯이 블링크를 써가며 상공을 날아다니지만, 느껴지는 건 없다.
끝인가? 이 커다란 도시에 사람은 이게 끝이야?
약간 허무한 감정이 든다. 서울 쪽은 아직 뒤지고 뒤지면 몇 놈이라도 더 나올 텐데.
역시 체급 차이가 큰가? 하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
근데 보면…. SG 센터에서 나가는 놈 중에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놈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놈들은 어디로 가는 거였을까? 더 밑 동네?
하긴…. 광역시는 또 있으니까. 큰 도시도 있고.
게다가 그 모든 놈이 다 도시 안에 살고 있으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여기도 그렇다. 도시가 아닌 주변으로 가면 살아있는 사람이 더 많을 확률이 높지.
사람 하나 만나지 않고 자기가 먹을 식량만 생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있긴 있을 거다. 없을 리가 없지.
예전 같았으면 그런 사람들까지 다 잡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이 0에 수렴하는 사람들.
자발적으로 경쟁을 포기한 사람들.
그들은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코인은…. 있는 놈들 걸 뺏는 게 빠르다. 이제부터는 코인 양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숙련 시간. 숙련을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포션을 짐승처럼 처먹을 수 있느냐.
그 문제니까.
밤하늘을 미친놈처럼 블링크로 날아다닌다.
포션을 먹은 게 꽤 되는데…. 어지럼증이 덜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아니면 공중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커서 그런가?
그렇게 쓰다 보니 스킬이 고급이 되었다.
고급 블링크. 아마도 기본 100미터. 지금 내 패시브를 적용하면 250미터.
어두운 밤하늘, 저 멀리 하늘을 보고 나 자신이 저기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블링크. 하늘이 저만큼 뒤로 밀려났다. 아마도 250미터 만큼?
신나는 느낌. 드넓은 대전 하늘을 또다시 미친듯한 블링크로 왔다 갔다 한다.
분명 대전의 끄트머리라고 생각했는데 블링크 80번 만으로 대전 반대편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
미쳤어. 미친 거야. 이건 정말 대단한 스킬이야.
계속해서 블링크를 써본다.
이번엔 한 방향이 아닌 아무 쪽으로 마구마구 써본다.
조금 높아 보이는 건물 위에 섰다가 다시 허공으로 블링크하고 다시 바닥에 강은 아니고 하천 같은 곳으로 블링크 해 물 위에 우뚝 선다.
그리고 포션을 하나 또 들이키고 연속으로 몇십 번을 더 쓴다.
그렇게 한참을 블링크 하다 보니 뭔가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기찻길.
아. 이건 대전역이다. 딱 봐도 알겠네.
되게 크네. 평소라면 크게 관심을 안보일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가보고 싶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삭막한 분위기가 나를 반긴다.
그래. 뭐 불은 켜있어도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다. 뭐가 있을 리가 없지.
그렇게 안을 조금 돌아다니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빵집? 아. 이게 그 유명한 대전의 명물?
빵의 도시를 만들어준 그 빵집이구나. 으음…. 신기하네. 맨날 밈으로만 보던 건데.
이제는 맛볼 수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 나는 등신이지.
나는 회귀가 있다. 어디 한번 해봐? 과연 대전의 명물을 되돌릴 수 있을까?
바닥에 버려져 있는 노란색 빵 종이가 보인다.
튀김소보루라고 쓰여 있는 봉지. 으음…. 이걸 회귀하면 되돌아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킬을 써본다.
"회귀!"
오…. 맙소사. 됐어? 왜 되지?
난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튀김소보루라는 것을 본 적도 없는데.
그럼 전에 종이를 나무로 돌리는 건 왜 안됐지? 이거랑 그거랑 다른 점은?
이건 왜 됐을까? 신기하네. 이거 기준이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어.
모르겠다. 됐으면 된 거지. 내 상상력이 훌륭한가 봐.
아니면 예전에 어디서 사진이라도 봤었던가.
바닥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더 뒤져본다.
빵 봉지, 노란색 빵종이, 무슨 바게트라고 쓰여 있는 종이…. 오! 뭐야. 빵 상자도 있네. 이거면 한 번에 많이 나오려나?
전부 다 회귀하니 빵들이 뿅뿅 나온다. 캬. 신기해. 아무리 봐도 신기해.
전부 다 수납으로 넣어놓고 빵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음. 맛은 괜찮네. 하긴 지금 내가 뭘 먹어도 맛이 없겠냐.
간만에 빵 구경을 실컷 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음…. SG 센터가 문을 열려면 10시나 되어야 하는데. 그동안 뭐하지?
그렇게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생각나는 게 있었다.
대호 그룹의 젊은 여자. 이름이…. 어…. 아. 그래 최신영. 그래. 그 여자.
생각났으면 가야지. 간다. 재밌는 놀이 하러!
하늘로 솟구쳐 수원으로 방향을 잡고 신나게 날아간다.
차가운 공기가 나를 괴롭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 겨울은 추워야지! 씨발! 더 해봐!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니놈도 더는 나를 못 괴롭힐 거다. 거지 같은 새끼. 어휴.
블링크가 250미터가 되니 날아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비행이 지겨워지면 블링크를 연속으로 쓰고, 그러다 힘들면 포션을 먹으며 다시 비행하고.
대전에서 수원까지의 거리가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닌데도 금세 도착한 느낌.
그렇게 비행장에 도착하니 4시 반이다. 음…. 되게 빨리 온 거 같은 데 많이 걸렸네?
어쩐지 몸에 감각이 조금 없더라. 그 정도로 신났나? 나도 참 웃기는 놈이네.
페이즈 아웃을 쓰고 내려가 벙커로 들어갔다.
잠을 자고 있는 여자. 최신영.
대호 그룹 최 회장의 조카. 깨어있을 때보다 잘 때 더 이쁜 여자.
오늘도 카메라를 설치해놨으려나? 모르겠다. 했겠지. 설마 안 했겠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러고 있는 게 조금 처량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뭐람. 되게 불쌍해 보이네.
카메라가 있어도 사각지대 일만 한 곳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바로 투명을 쓴다.
비행과 반사도 당연히 걸고 여자를 바라본다.
뭔가 웃기다. 이 여자는 왜 잘 때 이렇게 이불을 다 차버리고 잘까?
비행이 있으니 살포시 여자 옆으로 떠서 옆에 누웠다.
침대 매트리스에 더해지는 내 무게감. 하지만 여자는 그런 건 전혀 모른 채 계속 자고 있다.
카메라가 어느 정도 성능일까?
지금 방안은 굉장히 어둡다.
작게 켜놓은 무드 등 하나가 방안을 밝히고 있지만, 사물의 윤곽을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수준.
카메라 상태를 봐선 무슨 적외선 카메라 같은 건 아닐 거 같은데. 어떨까? 궁금하네.
첫날은 속옷만 입고 자더니 그다음 날부터는 속옷 위에 면티랑 돌핀 팬츠를 꼭 입고 잔다.
근데 이게 도움이 되긴 하는 거야? 오히려 자는 데 불편하기만 할 거 같은데.
카메라가 찍고 있어도 그다지 화질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을 거 같으니…. 한 번 더 해 볼까?
내 손이 면티 안쪽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브라 안쪽으로 파고든 내 손.
손안에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의 탱탱한 가슴. 손가락에 걸리는 꼭지.
아. 좋네. 역시 가슴은 최고야.
그렇게 손에 느껴지는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가만히 누워 있는다.
음….
음….
부족해.
가슴은 물론 좋지만, 이러고 있는 게 불만이다.
불끈 힘이 들어가 있는 자지. 빨리 어딘가 넣어달라고 소리치는 듯하지만…. 그러기는 좀 그렇다.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함부로 막 하긴 그렇잖아.
나는 조금 더 스릴을 느끼고 싶다고. 잠깐의 충동으로 내 즐거운 놀이를 망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니…. 이 벙커 안에 여자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네. 내가 멍청했네.
이 안에 여자는 많다. 위층에도 젊은 여자들은 꽤 됐다.
찾아보면 이쁘장하고 몸매 좋은 여자들도 꽤 있을 거야. 똑같이 사람을 뽑는다면 보기 좋은 쪽으로 뽑겠지.
근데…. 생각해보니 굳이 위층까지 안 가도 될 것 같다.
이 층에도 여자가 하나 더 있잖아?
최정규. 대호 그룹의 최 상무. 그의 부인.
최정규가 30대 중후반이니…. 그 여자는 30대 중반은 안 넘겠지?
근데 외모는 그렇게 안 보였잖아? 싱그러움은 부족해도 탱탱함은 느껴졌어.
날마다 하루라도 덜 늙으려고 열심히 운동하는 여자잖아. 식단도 챙기면서.
그래. 멀리 찾을 필요는 없지. 먼저 그쪽으로 가보자.
견적을 한번 내보고 츄라이츄라이 해보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