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33화 (3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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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또 하나의 커플을 잡아 죽이고 21만 코인을 획득한 뒤 주변을 정리한다.

수납은 좋아. 무겁게 이것저것 안 들어도 되잖아.

녀석들의 차와 생필품을 전부 수납에 담으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는 건 힘든 상태가 됐다.

사실 이 자리에서 벌써 세팀 정도 죽었는데 말이지.

시간은 여덟 시. 부지런히 하면 오늘은 두 팀 정도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려나? 되겠지?

오늘 수익은 방금 잡은 놈들까지 합치면 55만 코인. 오전을 날려 먹은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도 사람인데. 쉴 땐 쉬어야지. 스킬도 배워야 하고.

다시 SG 센터로 와서 먹잇감을 찾아본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당분간 이 짓을 반복하겠지?

낮에 왔던 놈들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나 말고도 다른 놈들을 사냥하던 놈은 있었잖아? 그 하늘에 날아다니던 놈들?

오늘 와서 따진 아까 걔들도 사실 내가 잡았던 놈들이 아닐 수도 있다.

기존에 여기에서 사냥하던 놈들 일행일 수도 있어.

어차피 여기 SG 센터 오는 놈들은 서로 간의 교류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인터넷도 스마트 폰도 안 되는 세상. 게다가 서로 어디 사는지도 모를 확률이 높다.

게다가 떠버리 놈 역시 이런 걸 요란하게 처리할 리도 없을 거다.

그러니 지금 오는 놈들은 아까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거야. 그러니 상관없어.

원래는 팩토리에 오게 되면 물류 센터에 약이 있다는 소문을 뿌리고 혹한 놈들을 유인해보려 했는데…. 그것도 필요 없어졌다.

지금은 일단…. 이 짓을 반복하자.

떠버리 놈이 준비가 조금 될 때까지. 여기 있는 놈들을 벗겨 먹을 수 있을 만큼 벗겨 먹을 때까지.

열 시가 되고 SG 센터의 문이 닫힌다.

그사이 한 무리를 잡아서 14만 코인을 추가했고…. 이제는 오늘의 마지막 녀석들을 찾아볼 차례.

기왕이면 일행들이 더 있으면 좋겠는데.

밤은 길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겹다. 밤사이에 한 따까리 할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잖아?

블링크가 생겨서 고속도로로 나가는 놈들을 잡을 수 있게 된 게 좋다.

비행만으로는 차를 따라가기 힘들지만, 블링크를 섞어서 쓰면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게 되어서 사냥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도로의 곡선 구간과 블링크, 과속을 내기 힘든 도로 사정이 만들어 준 콜라보.

블링크 숙련이 높아지면 더 따라잡기 편해질 텐데. 뭐…. 숙련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으니까.

오늘의 마지막 타겟. 괜찮은 녀석들을 하나 찍었다.

여자 셋에 남자 하나. 쉽지 않은 조합. 근데 여기 오는 녀석 중에는 여자만 있는 그룹도 제법 있다.

하긴 스킬 효과가 남녀를 가리진 않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여자들은 유리한 면도 있지.

예를 들면…. 매혹이라거나?

저놈들을 보면 딱 알 수 있었다. 남자 한 녀석. 딱 봐도 저 새끼는 매혹 걸린 상태다.

나는 알지. 저건 매혹 걸린 놈의 반응이야.

남자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여자. 그리고 그걸 두말하지 않고 열심히 따르는 남자.

여자가 존나 이쁘면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그럴 외모는 아니다. 딱 봐도 여자 셋 다 존나 못생겼다.

생긴 것도 몸매도 나이도. 저건 백퍼센트 장담할 수 있다. 매혹당한 거라고.

아니면 남자 새끼가 제정신이 아니던가.

SUV 한대에 짐을 모두 싣고 여자들이 전부 타자 운전대를 잡는 남자 놈.

오늘의 파이널 타겟은 쟤들이다. 어디 어떻게 하나 따라가 봐야지.

못생긴 여자를 계속 보고 있는 건 그다지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나돌아다니면서 매혹을 가진 여자는 처음 봤으니까. 흔하지 않잖아?

내가 봐온 매혹 스킬 가진 여자들은 셋 중 하나였다.

일찍이 제거당하거나, 붙잡혀서 이용당하거나, 세력을 이끌고 뭔가를 해보려 하거나.

물론 세 번째 예는 정세희 그년밖에 없긴 했지만…. 뭐, 따지고 보면 셋 다 그렇게 예가 많은 건 아니네.

차는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한참을 따라가다가 보니 차 타고 이동하는 게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 고민이 됐다.

이대로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블링크로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무제한으로 쓸 수는 없다.

조금만 더 멀어지면 그냥 처리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쫓아가다가 포션 멀미가 생겨버리면 안 되니까.

다행히 차는 대전에 도착하면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간다.

덕분에 속도가 확 줄었고, 비행만으로 쫓아갈 수 있게 되었다.

능숙한 운전으로 이리저리 움직인 차는 한 주택 단지로 들어선다. 나름 고급스러운 건물들.

내 본진이나 멀티가 있는 동네랑 비슷한 느낌이네. 여기 어딘가에도 벙커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탐지를 돌려보니 저 멀리에 기척이 느껴졌다. 다섯 명. 일정한 간격으로 있는 기척.

뭐지? 느낌이 쎄하네. 아무래도 차는 저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차는 기척이 있는 주택 앞에 멈췄고 차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더니 닫히는 차고.

탐지로 지켜보니 방금 차로 도착한 네 명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만히 있는 다섯 명의 기척.

궁금증이 마구 들었다. 왜 저 기척들은 가만히 있지?

근데…. 나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고 못 움직이는 상황.

근데 보통은 남녀관계가 이렇진 않았지. 남자가 보통 여자를 가둬놓거나 묶어 놓은 경우는 많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페이즈 아웃을 쓰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섯 명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 거기 먼저 들어가 봤고,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침대에 묶여있는 다섯 명의 남자.

마치 병원 다인실 같은 느낌이다. 일렬로 놓인 침대, 일렬로 묶여서 누워있는 남자들.

웃긴 건 남자들의 외모가 남자인 내가 봐도 잘생긴 놈들이라는 거다.

뭐…. 역시 여자도 남자랑 다를 게 없겠지?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야.

굳이 보고 싶진 않지만 아마 거시기도 클 거다. 고르고 고른 놈들일 테니까. 이거 참…. 반대로 당한 걸 보니까 어처구니없긴 하네.

그렇게 방 안에 있는데 아까 여자 셋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금까지 짐꾼에 운전사 역할을 하던 놈도 방안으로 들어왔고, 녀석은 비어있는 침대로 가서 눕는다.

여자 하나가 그런 남자를 꼼꼼하게 묶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 하나가 남자를 보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묶인 걸 풀어줬다.

그러더니 자신의 옷을 벗는 여자.

아오씨! 내 눈. 마이 아이즈! 순간 안구 테러를 당한 나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눈에 방금 여자의 알몸이 잔상처럼 남는다.

와 씨. 끔찍하네. 이런 게 내상인가.

그렇게 눈을 살며시 떴는데 여자가 침대에 누웠고 남자가 그런 여자의 위에 올라타더니 여자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 둘도 옷을 벗기 시작한다.

안돼. 안되겠어.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 더 보고 있으면 내 속이 울렁거려서 버틸 수가 없다.

마침 방 안에 화장실이 있고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쪽으로 가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바로 투명화와 비행, 반사를 걸었다.

그리고 각도를 잘 조절해서 광역 스킬 무효화를 걸고 여자 셋에게 매혹을 걸었다.

"으악! 씨발!"

매혹이 풀리자 비명을 지르는 남자. 일단 수면을 걸었고 남자는 여자의 몸 위에서 풀썩 쓰러진다.

"씨발 년들아. 옷 입어."

내가 투명을 해제하면서 명령하자 옷을 벗던 여자 둘은 다시 옷을 입었고 남자 밑에 깔린 여자도 남자를 밀어내고 일어나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뭐야!"

"살려줘!"

"구해줘! 구해줘요!"

"도와주세요! 제발요!"

묶여있는 남자들 넷이 나를 발견하더니 필사적으로 외친다.

에휴. 병신들. 지랄 염병을 하네.

다 재우고 싶은데 수면은 셋밖에 더 못 건다.

뭐…. 입 다물게 하는데 수면만 있는 건 아니지.

수납을 열어 마체테를 꺼내고 작게 중얼거렸다.

"입 여는 새끼는 이유를 불문하고 죽인다."

음. 바로 조용해졌군. 역시 스킬보다 칼이 효과가 좋아.

"너…. 대답해. 너희 일행은 이게 다냐?"

"일행이요?"

나를 보고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 울컥 짜증이 난다.

"고개는 들지 말고. 바닥 보고 대답해. 여기 있는 여자 셋이랑 남자 여섯이 니네가 같이 사는 인간들 다냐고."

"네. 맞습니다."

그래? 하긴 이 꼬라지를 보니 남자 동료라던가 이런 건 필요 없어 보인다.

부속품 쓰듯이 남자들을 끌고 다니면 되니까. 나름 쓸만한 시스템이긴 하네. 인권을 무시한다면.

하긴 인권 같은 게 없는 세상이니까. 인제 와서 무슨.

"니네 중에 매혹 있는 년이 누구냐? 너냐?"

"저요."

"저요."

"저도요."

엥? 셋 다 매혹이야? 이거 참…. 대단하네.

"수납 있는 사람?"

아무런 대답 없는 여자들. 있을 리가 없지. 아까 물건을 싣고 오는 걸 봤으니까.

"네 번째 스킬 있는 사람?"

"저요."

여자 하나가 손을 든다. 오. 이건 또 의외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파티. 둘 중 하나 있어?"

"아니요."

"뭐야. 그럼 쓸모없네."

다른 네 번째 스킬들은 찍어봐서 딱히 정보를 알 필요는 없고, 저 두 개 중에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 정보를 얻었을 텐데.

영 가진 녀석들이 없네. 하긴 지들도 이름만 보고 막 찍기는 힘들겠지.

"근처에 사는 아는 놈들 있는 사람 있어?"

"네. 은행동 쪽에….

"저요. 유성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은행동에 남자 셋이 있는 무리가 있어요! 거기에…."

"아오. 셋 다 닥쳐. 너. 너부터 말해봐."

셋 다 매혹이 걸려있어서 경쟁적으로 먼저 대답하려는 여자들.

시끄러워서 일단 전부 입을 닥치게 하고 하나씩 지목해서 물어봤다.

결국, 두 무리의 정보를 알아냈다. 하나는 은행동이라는 곳, 하나는 유성이라는 곳.

어딘지 모르겠는데. 일단 정보는 다 들었으니 상관없지.

음…. 더 알아낼 게 없나? 뭐, 없겠지?

바로 여자 셋을 재웠다.

그리고 마체테를 들어 하나씩 목을 찍었다.

매혹은 좋은 스킬이긴 하지만 이런 여자들을 살려둘 정도로 내가 관대한 사람은 아니다.

억울하면 이쁘던가. 쯧.

[145,44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245,47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52,00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생각보다 짭짤하다. 아마 내가 봐온 여자 중에는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년들이 아닐까?

아쉽게도 꼬리가 너무 길었다. 뭐…. 적이 없어 보였겠지. 네 번째 스킬이 있는 거 보면 다들 기본으로 세 개씩은 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셋 다 매혹이 있었으면 돌아다니는 남자들은 다 손쉬운 먹잇감이었을 거고.

여자들이 빛이 되자 묶여서 누워있던 남자 놈들의 표정에 화색이 돈다.

기대감, 그리고 안도감?

뭐지? 당연히 살려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왜?

잠들어있는 남자 놈 하나도 마체테로 찍었다.

빛이 되고 바로 코인이 들어온다.

[4,4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역시 노예 답네. 별것 없는 코인이야.

그리고 묶여있던 남자 놈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바뀐다.

"씨발! 왜 죽여!"

"살려줘요! 죽이지 마요!"

"억울해요! 저는…."

"살려줘요! 살려…."

넷 다 수면으로 재웠다. 새끼들 드럽게 시끄럽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살려면 입을 꾹 닿고 뭔가 있어 보이는 냄새를 폴폴 풍겼어야지.

병신같이 그렇게 짹짹거리면 내가 잘도 살려주겠다.

더 볼 것도 없다. 귀찮아.

바로바로 빛으로 만들어준다.

넷이 합쳐서 2만 코인. 한심한 수준. 그러니까 잡혔겠지. 반항도 못 하고 묶여있었을 거고.

탐지를 돌려보니 주변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좋아. 이 고요한 기척.

언제나 뭔가를 끝내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기척을 확인하면 깔끔한 기분이 든다.

지금 탐지는 반경 250미터. 이 안쪽에는 확실하게 아무도 없다.

혹시 모르지. 페이즈 아웃을 쓴 미친놈이 나를 훔쳐보고 있을지도. 근데 과연 그럴 확률이 몇이나 될까?

은행동이랑 유성이랬지? 좋아. 오늘 밤은 그 녀석들까지 마저 잡자.

아직 밤은 길고 아침이 되려면 멀었으니 그런 소일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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